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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 중심의 협력형 과학수업을 위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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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소통, 과학도 협력학습 시대!
고기 잡는 방법 보다 바다를 그리워하게 하자


글 | 정호연 교사(서울대모초등학교)


과거 시대에는 갈릴레오, 뉴턴, 아인슈타인 이런 천재적과학자들의 위대한 연구 성과들로 인하여 과학적 지식과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면 지식이 급속도로 팽창하는 현대는 개인에 의한 연구보다는 서로 협력하는 연구팀에 의해서 우수한 지식들이 창출되고 있다. 그래서 개인이 아닌 공동체 안에서 서로 소통하며 협력하는 인성은 더욱더 중요해졌다.


강도는 강철의 100배
열전도성 구리나 알루미늄의 10배
전자이동속도 실리콘 반도체의 100배
두께는 0.2nm(머리카락을 천만번 쪼갠 정도의 두께)
뛰어난 탄성으로 구부리거나 휠 수 있는 신소재!


세상을 바꿀 물질, 그래핀(graphene)의 특징이다. 그래핀은 2004년 영국 맨체스터대의 안드레 가임 교수 연구팀이 처음 분리하는 데 성공하였다. 과학자들이 70년 동안 찾아오던 물질은 허무할 정도로 간단하게 제작됐다. 연구팀은 스카치테이프로 연필심의 원료인 흑연에서 원자 한 층씩 즉 그래핀을 떼어내는데 성공했다. 그 공로를 인정하여 2010년 노벨물리학상은 안드레 가임 교수와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교수가 공동 수상하였다.


이들은 러시아(구 소련) 영재학교 출신의 과학자들로 안드레 가임 교수가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교수의 선배이자 스승이다. 평소 같이 연구실에서 함께 연구하기를 즐기고 서로 의견을 나누던 두 사람이 서로에게 정직하지 못했다거나 실적을 인정하지 않았다거나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이해하고 배려하지 않았더라도 이런 성과를 거둘 수 있었을까? 이들이 서로의 아이디어와 지식, 기술 등을 서로 공유하면서 협력하지 않았다면 인류에게 큰 발전을 가져다 줄 그래핀의 분리는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인성중심협력학습은 왜 필요한가?


과거 시대에는 갈릴레오, 뉴턴, 아인슈타인 이런 천재적과학자들의 위대한 연구 성과들로 인하여 과학적 지식과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면 지식이 급속도로 팽창하는 현대는 개인에 의한 연구보다는 서로 협력하는 연구팀에 의해서 우수한 지식들이 창출되고 있다. 그래서 개인이 아닌 공동체 안에서 서로 소통하며 협력하는 인성은 더욱더 중요해졌다. 최근 교육부에서는 인성교육을 강조하기 위해 교육과정 내용을 일부 수정하여 2012 개정 교육과정을 고시하였고 이에 발맞추어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는 인성교육 중심 협력학습 강화 기본계획(2013.10)을 수립하였다. 바르고 창의적인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인성으로 소통, 공감, 배려, 자율, 정직, 책임 덕목을 교육에서 강조하고 있다.


우리가 학교 교육에서 협력학습을 해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세 가지로 정리해 보면


첫째, 오늘날 교육철학은 사회적 구성주의에 근거를 두고 있다. 지식은 학습자에 의하여 주관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하지만 이것에 대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발표하고 토론하여 인정받음으로써 객관적 지식으로 형성되는 것이다.


둘째, 혼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는 여러 사람이 함께 협력하면 문제를 더욱 잘 해결할 수 있으며, 협력학습을 통하여 다른 사람의 장점을 활용할 수 있으므로 집단 구성원 간에 서로의 장점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협력학습 활동은 학생들이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는 능력과 태도를 길러주기 때문이다. 협력학습을 통하여 학생들은 다른 사람과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능력과 태도를 배우며, 상대방의 아이디어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비판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고 자기의 아이디어를 분명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 학교 교육의 목적이 학생들에게 사회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게 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과 태도를 길러 주어야 한다고 볼 때에 가능하면 협력학습 방법으로 학생들을 지도하는 것이 매우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명품 자동차와 우리나라 나전칠기와의 만남


몇 년 전 모터쇼에 등장했던 이색적인 만남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멋지고 품격있는 명품 자동차의 이미지에 맞게 한국 고유의 나전칠기 장인이 작업한 나전칠기로 장식된 차량 내부의 모습을 보며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러움을 느끼기도 했다. 전혀 다른 분야와의 조우, 산업현장에서는 요즘 이런 협력 작업을 콜라보레이션(collabaration)이라고 한다. 이 협업을 위해서 외국 자동차 엔지니어와 디자이너, 모터쇼 담당자, 나전칠기 장인이 모여 서로 소통하고 의견을 조율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책을 고민했을 것이다. 이 작업을 위해 나전칠기 장인도 자동차의 기능과 성능, 디자인에 대하여 이해해야 하고 자동차 회사에서도 나전칠기의 아름다움이나 문화적 가치에 대해서 알아야 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공동의 목표 멋진 자동차를 만들어야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자동차가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 홍보가 되는지에 대해서도 서로 관심과 책임을 느낄 것이다.


대량 생산의 시대였다면 마치 기존의 부속품을 사서 끼우듯 자동차 회사에서 필요한 나전칠기 조각을 사다가 자동차 실내에 붙이는 식의 작업만으로도 만족하였을 것이다. 그러면 나전칠기 장인이 자동차의 기능이나 광고 효과를 생각하며 나전칠기를 만들지도 않았을 것이고 자동차회사 디자이너가 나전칠기 작업에 대하여 이해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나전칠기 장인이 그 자동차가 얼마나 알려지고 인기가 있을지에 대한 책임도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협동학습과 협력학습의 활동도 이와 비슷한 차이를 가진다고 본다. 지식이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이미 기존의 지식 조각들을 이어붙인 아이디어로는 변화하는 사회에 발맞추기 어렵다. 각자 가지고 있는 기존의 지식과 기술들을 활용하되 목표에 맞게 서로 변화시키고 융합시켜 새롭고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결과물이 나와야한다. 이러한 시대적인 변화와 요구에 맞추어 교육을 통해 기본적인 지식과 기술, 타인과 협력하여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방법, 협력을 위한 바탕이 되는 인성을 길러 주어야 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인성을 중심으로 한 협력학습의 필요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다음의 표는 기존의 협동학습과 협력학습의 차이점을 정리한 것으로 협력학습의 의미에 대하여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협력학습과 협동학습 구조 비교분석



과학에서는 어떻게 인성중심협력학습을 할까?


바르고 창의적인 인재를 육성하기위해 과학교과에서는 과학적 지식, 탐구방법과 아울러 서로 협력하여 성과를 이루는 과정에 대한 학습도 이루어져야 한다. 예전의 과학교과학습 목표가 지식이나 원리의 이해, 탐구활동 방법의 습득 등의 결과적인 요소에 보다 중요성을 두었다면 협력학습에서는 우수한 결과요소 뿐 아니라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고 결과물을 산출하는 과정까지도 교육의 내용이자 목표로 보는 것이다. 협력하는 과정을 연습하고 익히는 것. 이러한 활동은 이미 우리의 교실에서 다양한 교과학습활동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모습들이다. 협력학습이라는 것이 예전과 크게 다른 방법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해야할 강조점이 변화한 것임을 이해하면 과학 협력학습을 계획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과학교과에서의 협력학습 수업은 Action learning(실천학습), Brain based learning(뇌 기반 학습), Cooperative learning(협동학습), Networked community(주제중심 공동체학습), PBL(문제중심학습), Project based learning(프로젝트 학습), 토의토론학습 등의 방법을 활용하여 설계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한 학습 모형의 예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프로젝트 학습 모형의 예




■ PBL-문제중심 학습 모형의 예


■ 액션러닝으로 수업하기


액션러닝이란 학습자들이 팀을 구성하여 자신 또는 팀의 과제를 러닝코치와 함께 해결하는 동시에, 팀 구성원들이 지식 습득, 질문 및 성찰을 통하여 학습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과학 4학년 1학기 혼합물의 분리 단원에 액션러닝을 적용한 활동을 간략하게 살펴보자.


교육에서 인성교육의 중요성은 항상 강조되어 왔고 모둠학습의 형태로 협동 학습도 이미 학교 현장에서는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선생님들은 항상 아이들을 잘 가르치기 위해 연수도 받으시고 연구도 한다. 변화하는 사회에 발맞추기 위해 쉼 없이 노력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인성중심협력학습을 우리가 새롭게 배워야하는 교육방법으로서 받아들이기 보다는 어디에 중요성을 두고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한 인식의 전환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지난겨울 인성중심협력학습 연수에서 강사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선생님도 인용하신 문구라며 하신 말씀이 ‘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지 말고 바다를 미치도록 그리워하게 만들어라. 그러면 배도 만들고 잠수함도 만들고 박태환 선수처럼 수영도 할 것이다.’ 우리의 학생들이 나아가야 할 미래사회에서는 어떤 힘이 필요한지, 그래서 우리가 어떻게 그 힘을 길러주어야 하는지 시사해 주는 문구인 듯 해서 다시 한 번 새겨본다.


글 | 정호연 교사(서울대모초등학교)

정호연 선생님은 서울교육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초등과학교육을 전공하였으며, 현재 서울대모초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다. 서울초등교육기초과학연구회 회원으로 금요일의 과학터치 도입 강사, 강남교육지원청 영재교육원 과학강사로 있으며, 2013년부터 인성교육 중심 협력학습 강화를 위한 실무추진단 실무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