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EDUCATION ISSUE

미래의 학생을 준비하는 과학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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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중심의 교육, 흥미와 호기심 유발

직접 참여하면 언제나 좋은 수업


우리 아이들이 생활할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아이들이 미래를 준 비할 수 있기 위해 과학 수업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올해부터 시행되는 통합과학과 과학탐구실험 교과는 교사가 어떤 관점에서 접근하는가에 따라 교실에서 상당히 다른 모습으로 구현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시대의 변화와 2015개정 교육과정의 의미를 살펴보고, 과거의 교사가 아닌 미래의 학생이 활동하는 수업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1년차 통합과학 수업 고민하기


로봇이나 인공지능을 통해 사물을 자동적, 지능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가상 물리 시스템이 기대되는 4차 산업혁명은 인공 지능, 사물 인터넷, 빅데이터 등의 정보 기술이 생명공학, 나노 기술 등 여러 분야의 신기술과 융합되어 사회·경제 전반에 혁신적인 변화를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사회적인 변화를 바탕으로 미래에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는 기계가 담당하게 되고, 인간은 창의성과 융·복합적 사고력이 필요한 업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다. 2015개정 교육과정은 이러한 시대적인 흐름에 맞추어 제안 되었으며, ‘인문학적상상력, 과학기술창조력을 갖추고 바른 인성을 겸비하여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고 다양한 지식을 융합하여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창의·융합형 인재상’을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의 영역을 융합하고 교과과정 전 영역에서 STEAM 교육을 추구하는 통합과학과 과학탐구실험은 창의적·융합적 사고를 중시하는 대표적인 융합교과로, 2015개정 교육과정의 취치를 가장 잘 반영한 교육과정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2015개정 교육과정이 많은 지식을 축적하기 보다는 인문학과 과학의 지식을 통합하여 사고할 수 있는 방향을 지향하면서 2009개정교육과정에서 중학생이 학습하던 내용의 많은 부분 이 2015개정 교육과정에서 10학년의 통합과학으로 이동하였고, 따라서 통합과학 교과서의 과학 개념을 학습하기가 많이 수월해졌다. 더욱이 통합 과학은수능 선택과목이 될 것이라는 초기의 예상과는 달리 2022수능 개편안에서 수능 과목에서 배제되었고, 학교현장에서는 더욱 통합 과학의 학습에 대한 부 담을 덜게 되었다. 이는 통합과학이 수능 교과가 될 경우,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인재의 양성이라는 2015개정 교육과정의 취지와 달리 개념 주입과 문제 풀이식으로 수업이 진행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러한 통합과학의 취지에 비추어볼 때, 통합과학의 교수 학습 활동은 기존의 과학 교육과정에서 강조되어온 개념이해, 탐구능력향상 외에도 다음과 같은 점을 특히 고려하여 수업을 계획하였다.


첫째, 소집단 공동학습을 활용하여 협력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협동학습 경험을 제공한다.

•모둠별 공동 학습과 문제 해결을 중심으로 한 협동 학습

둘째, 과학 교과 내에서 뿐 아니라 타 교과와의 내용 연계성을 고려하여 학생의 융합적 사고를 기르고,

실험, 토의, 조사, 프로젝트 등의 활동을 통해 학생이 수업 내용과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실생활과 교과 간 내용을 연계한 학생 활동을 포함하는 프로젝트 수업

•학생의 호기심과 학습 동기를 유발하는 실험과 모형의 활용


의사소통과 협력적 문제 해결을 시도하자.


교사는 누구나, 그리고 언제나 학생과 함께 하는 수업을 희망한다. 하지만 많은 경우에, 특히 대학 입시가 교육의 이유가 되는 고등학교에서는 더욱, 교사가 말하고 학생은 듣는 일방향식 수업을 벗어나기 어려운 것 또한 현실이다. 필자는 과거에 학생들의 학업 수준이 낮고 경제적으로도 낙 후된 지역에 소재한 학교에 근무한 적이 있었다. 많은 학생들 이 수업에 집중하지 않았기 때문에 필자는 여기 학생들은 성적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상담선생님으로 부터 학생들의 상담 내용 1순위가 성적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놀란 적이 있다. 공부에 관심이 없어 보이는 학생들도 실제로는 대부분 공부를 잘하고 싶어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쩌면 과거에 한번 놓친 학습 기회를 회복하지 못하거나, 교사의 일회성 설명을 이해하기 어려운 학생들을 학습에 끌어들이는 방법으로 협동학습을 시도하게 되었다. 모두는 아니라도 조금은 더 많은 학생이 참여하였고, 수업은 더 활기를 띨 수 있다.


다음은 자석과 칠판을 이용하여 공유 결합과 이온 결합 모형을 학습하는 예이다. 협동 학습은 학생들의 참여를 높일 뿐 아니라 의사소통 능력과 협력적 문제 해결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기본개념을 친구의 도움으로 이해한 학생들은 포기했던 과학에 관심을 갖게 되고, 이후 진행되는 수업에 참여하는 확률이 높아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때 교사는 항상 학생들 사이를 돌면서 모둠원 모두가 이해했는지 질문하고, 서로 협동할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한다.



프로젝트 수업은 어떨까?


학교를 옮기고 통합과학과 과학탐구실험을 전담하게 되었다. 교과서의 과학 개념 체계는 기존에 비해 쉬워졌고 하지 않아도 되는 활동과 토의는 많아졌다. 쉬워진 교과서를 보면서 시간은 많은데 가르칠 게 없다고 하시는 선생님이 계셨지만, 쉬워진 교과서는 오히려 교사에게 더욱 많은 일거리를 주고 있었다. 말로 할 수 있는 개념 설명이 적다보니 학생과 실험하고 토론할 시간이 생긴 것이다. 여유로워진 시간에 무엇을 할까를 고민하게 되었고, 외국의 학교에서처럼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프로젝트 기반 학습은 학생 여러 명이 팀을 이루어 교사가 선정한 주제 내에서 학생들 스스로 실제적 과제를 선정하고, 해당 주제에 대해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발표하는 학생 주도적 학습방식으로, 특정 주제를 깊이있게 탐구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동기 유발과 참여 뿐 아니라 문제 해결력과 정보 탐색기술, 의사소통 능력 등이 향상될 수 있다. 교사는 학습자에게 적절한 주제를 제시하고, 다양한 예시나 자료를 준비·제시하는 등 학생의 학습을 안내하고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는데, 가능하다면 일주일 또는 2주일에 한 시간정도 학생들에게 모둠 활동의 시간을 주는 것이 좋다.

















실제 프로젝트로 대부분의 수업을 진행하는 외국의 학교에서 과목별 차이는 있지만 수업 시간의 절반 정도를 학생들이 프로 젝트를 진행하는데에 할애하는 것을 본적이 있다. 이 학생들은 프로젝트 때문에 학교에서 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항상 무언가를 찾고 정리해야 했기 때문에 학원에는 갈시간도, 필요도없었다. 하지만 학교에서 프로젝트 수업을 하려고 할 때 가장 큰 걸림돌은 교실 환경이다. 대부분의 프로젝트 학습이 자료 조사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인터넷 환경이 마련되지 않은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시간을 주어 프로젝트를 진행시키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다음 내용 중 1가지를 선택하여 발표한다. (다른 모둠이 하지 않는 과제, 어려운 과제를 수행할수록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음).
모둠원은 3명 이내로 하여 구성한다.

일정 및 모둠원 역할분담
1차 : 주제 선정 및 계획표 제출 (수업시간 중)
2차 : 중간보고서 제출(메일) (파일명: 대표자 학번)(11월 2일)
3차 : 최종 보고서 제출 (11월 9일)
발표 : 11월 12일부터 수업시간에 주제 순으로 발표함
1. 산, 염기와 지시약을 이용한 작품 만들어 보고 발표 및 전시하기
2. 산과 염기에 관한 영화 속 장면 찾아 발표하기
3. 일상생활에서 산, 염기 또는 중화 반응을 이용한 사례 조사하고, 새로운 사례 제안하기
4. 주변의 물질을 이용하여 효과적인 천연 지시약을 만들고, 주변 물질의 pH 측정하기
5. 산과 염기를 섞었을 때 일어나는 변화를 효과적으로 설명하는 방법 제안하기(모형, 영상, 만화, 노래 등등 )
6. 이산화 탄소 농도 조절과 같이 지구와 우주의 환경에 영향을 주는 산, 염기의 사례 조사하여 발표하기


따라서 미리 학생들에게 조사한 자료를 인쇄 해오도록 한 후 함께 검토하는 시간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프로젝트 학습을 진행할 때에는 프로젝트의 진행상황과 발표, 결과물에 대한 평가기준을 미리 제시해야 한다. 기한내에 정해진 분량을 제출하면 만점을 부여하고, 발표나 보고서의 질을 평가하지 않으면 학생들이 수행평가에 부담을 갖지 않도록 하는 장점이 있는 반면, 열심히 하려는 의욕을 꺾고 대충 보고서만 작성하면 된다는 생각을 갖게 할수 있다. 이 경우 수행평가를 위한 과제는 학생의 문제해결력과 탐구능력 등을 향상시키는 과정이 되지 못하고 점수를 따기 위한 과정으로 전락할 수 있다. 내신성적에 예민한 고등학교에서 평가가 고민된다면 교사 평가와 동료(학 생)평가를 병행하면 학생들의 이의제기를 줄일 수 있다. 다음은 필자가 통합 과학의 화학변화단원 중 산·염기 단원에서 수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학습의 개요이다.


아직은 진행중이라 학생의 발표를 확인하지 못했지만, 계획단계에서 대부분의 학생들이 관심을 갖고 활발하게 논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떤 선생님은 자유학기제 학생들이라 발표와 과제수행에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게 아닌가 하는 말씀도 하셨다. 이처럼 다양한 주제의 복잡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부담된다면 ‘일상생활에서 찾아볼 수 있는 산화·환원 반응을 그림으로 표현하기’와 같은 한 가지 주제를 주고 자료를 조사하고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표현하는 간단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림은 동료 선생님에게서 얻은 금호 고등학교 학생들의 산출물 예시이다.


실험과 모형을 활용하자


수업 시작 후 10분은 학생들의 수업 참여를 결정짓는 중요한 시간이다. 수업을 준비할 때 먼저 학습 내용의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한 후에는 도입으로 적절한 질문이나 시범 실험을 고민한다. 요즘에는 인터넷에서 학습내용과 관련된 다양하고 흥미로운 영상을 찾을 수 있지만, 웹툰이나 유튜브의 영상에 익숙해진 학생들에게 과학 관련 영상은 그다지 흥미를 주지 못하는 것 같다. 지금까지 수업을 생각해 볼 때 학생들의 흥미와 호기심을 유발하기에 가장 좋은 것은 시범 실험이다. 시범 실험을 준비할 때 너무 간단할까봐 걱정할 필요는 없다. 복잡한 것보다는 간단한 실험이 학생들을 집중시키기에 더 좋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산화·환원 단원에서 비커를 씌우고 종이를 태워서 수증기의 생성을 추론하는 것이나 전자의 이동에 의한 산화 환원을 이끌어내기 위해 밝은 빛을 내면서 타는 마그네슘을 연소시키는 것 등은 매우 간단하지만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시범 실험이다. 물론 가능하다면 시범실험보다는 학생들이 직접 해보고 원리를 찾아보게 하는 것이 좋다. 현재 통합과학 교과서에는 학생들이 직접 해보는 실험이 많이 제시되어 있다. 실험 활동이 보고서를 베끼기에 급급한 과정이 되는 문제점을 해결하고 직접 해보고 의사소통하는 과정이 될 수 있도록 보고서를 없애고 토의 문제를 주어 발표하는 시간이 되도록 하였다.


초등학교에서 과학을 좋아하던 학생들이 과학(여기서는 화학)을 싫어하게 되는 시작은 중학교에서 화학식, 이온의 가수 등을 암기하면서인 것 같다. 무의미한 암기는 학생들의 과학에 대한 흥미를 떨어트리는 원인이 된다. 통합과학의 화학 단원은 보어의 원자 모형부터 산화와 환원, 중화 반응까지 모형을 이용하여 학생들의 이해를 도울 수 있는 내용이 많다. 앞서 언급했듯이 인터넷 세대인 현재 학생들에게는 영상자료보다는 오히려 손으로 조작할 수 있는 모형이 더 관심을 끌 수 있다. 필자가 보어의 원자 모형에서 자석을 이용한 모형을 이용하고, 중화 반응에서 코팅하여 제작한 산·염기모형을 이용하여 설명하였을때 학생들은 선생님의 설명이 쉬워서 이해가 잘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2015개정 교육과정 지도 시 새롭게 제시되는 교수법을 소개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글을 쓰기 시작했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새로울 것은 없었다. 학생이 중심이 되고, 흥미와 호기심을 유발하고, 학생들이 직접 실험하고 조사하고 발표하는 수업은 언제나 좋은 수업이었다. 심지어 필자가 20년 전에 어느 교사 연수에서 발표한 내용도 협동학습, 재미있는 실험 등 지금 제시된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교육은 항상 그랬던 것일까? 지향점이 저 멀리 있어 언제나 노력할 수밖에 없는 것. 스마트 폰도 잘 사용하지 못하는 구세대인 필자는 새롭고 혁신적인 어떤 것보다 오랫동안 조금씩 다듬어 가장 효과적으로 남아있는 수업에 대해 소개해 보았다. 더 신선한 수업의 아이디어는 새로운 아이디어로 열심히 노력하는 젊은 교사들에게 맡긴다.


성숙경 선생님은 현재 오금고등학교 화학교사로 재직하고 있으며, 2015개정 교육과정 통합과학, 과학탐구실험 교과서 집필 등에 참여한 바 있다. 우리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흥미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과학수업 시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