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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학기에서 자유학년제로, 두려움 넘어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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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과 여유주고 학생 참여 중심으로

꿈과 끼를 키울 수 있도록 배려


우리 아이들이 생활할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아이들이 미래를 준비할 수 있기 위해 과학 수업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올해부터 시행되는 통합과학과 과학탐구실험 교과는 교사가 어떤 관점에서 접근하는가에 따라 교실에서 상당히 다른 모습으로 구현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시대의 변화와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의미를 살펴보고, 과거의 교사가 아닌 미래의 학생이 활동하는 수업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자유학년제’는 학생의 소질과 적성을 개발하기 위해 진로 체험활동 등 참여형 수업을 실시하며, 지필내신평가를 치르지 않는 게 특징이다. 2013년 연구학교에 한 학기짜리 ‘자유 학기제’가 도입된 이후 현재 전국의 모든 중학교 1학년에서 한학기 또는 두학기를 선택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중1 과정 두 학기를 모두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이에 ‘자유학년제’의 실효성에 불만을 제기하는 학부모들이 늘고 있는데, 가장 큰이유는 진로 개발프로그램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자녀의 교과학습 상태를 점검해 볼 ‘지필 평가’가 없다는 점 등을 지적하고 있다.


  자유학년제 앞둔 우리의 모습  


■두려움? 혹은 방관의 배경


자유학년제 전면 시행을 앞두고 나타나는 부정적인(?) 반응은 다음과 같다.

•“강사도 재정도 부족한 데 느닷없이 하라고만 하면 어떻게 하라는 거야?”

•“어차피 시험과 대학 입시는 그대로인데 중 1동안 시험 안 본다고 뭐가 되나?”

•“내가 할 일도 아니고 잠시 반짝하다 말테니 숨죽이고 기다리지 뭐”


이런 반응이 나타나는 것에 대해 교사들 탓만 할 수 없는 학교 현실이 존재하지만 최소한 이런 반응들은 자유학기제의 본질이나 교육 현장의 변화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데에서 시작한다. 지금 입시에 허덕이는 학생과 뒷바라지에 정신없는 학부모들, 일선 학교의 교사는 물론 심지어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까지도 모두 공유하는 것이 입시 위주의 암기식 서열 경쟁으로 대한민국이 행복할 수도, 발전할 수도 없다는 데에 동의한다. 이 변화의 중심축에 자유학년제라는 다소 파격적 조치가 있을 뿐이고 변화는 이전으로(수없이 진행되다가 사라진 시범 사업들처럼) 되돌릴 수 없다.


■자유학기(년)제가 추구하는 것들


솔직히 자유학년제가 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많은 혼란이 있다. 교육부와 교육청의 정책과 무관하게 자유학년제가 추구하는 점을 거칠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강의식,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의 배움을 중심으로 한 ‘수업 개선 및 과정 중심 평가’

•교과 수업과 연계한 다양한 선택 활동과 체험을 통해 꿈과 끼를 키우는 진로 교육 강화

•과도한 학업과 성적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인생에 쉼표를 찍는(자신을 되돌아보는) 기간


아일랜드에서 시작되었던 자유학년제는 3번째 쉼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던 것인데 우리나라는 초창기 진로 교육을 중점으로 하다가 지금은 수업과 평가 개선을 중심으로 내세우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등의 혼란이 있다.(실제로는 프로그램 짜기 급급하다) 어렵겠지만 3가지 관점을 모두가지고 가되 학교 특성에 맞게 한 쪽을 더 중점으로 두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학생들에게 쉼과 여유를 주고 학생 참여 중심으로 수업과 평가를 바꿔 나가며 학생들이 다양한 체험으로 꿈과 끼를 키울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 이것이 본질이다.


■자유학기제에서 자유학년제로 갈 때의 장점


대단히 실무적으로 봤을 때에도 자유학기제보다는자유학년제로 갈 때 단점보다 장점이 많다. 먼저 자유학기제는 1개 학기 170시간 이상 자유학기활동을운영해야 하고 이 중에서 교과 수업을 주당 7시간 이상 감축하여 운영해야 한다. 동아리, 스포츠클럽 등이 미운영되는 창체시간을 51시간 밖에 활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주제선택활동, 예술체육활동, 진로체험활동을 주당 7~8시간 편성해야 하며 원칙적으로 학생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 따라서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학교의 경우 1주일에 3일 정도는 오후시간이 전쟁터를 방불케한다. 문래중학교의 경우 연계학기까지 같이 운영할 때 1주일에 3번, 외부강사만 50명이 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반면 자유학년제의 경우 221시간을 연간 운영하게 되는데 동아리, 스포츠클럽 등 창체 시간을 85시간 활용할 수 있으므로 1, 2학기 주당 4시간씩만 자유학기 활동을 운영할 수 있다. 따라서 안정된 학교 환경 속에서 오히려 수업의 질과 몰입도가 향상 될 수 있으며 교사들의 시수부담 역시 집중될 때 보다 여유가 생기게 된다. 수준 높은 강사 역시 1, 2학기 연속 수업을 선호하는 편이니 과목편성에도 여유가 생길 수 있다.


■문래중학교의 자유학년제 운영 프로그램(사례)



  주제선택활동     예술체육활동  

  과목명     시수/설명     과목명     시수/설명  

텃밭과 에코 3/텃밭가꾸기와 환경제품 제작, 김장 담그기와 지역 나눔까지 난타 2/난타 기본 가락부터 공연

세계평화게임 3/대형 보드게임으로 소통능력 예술로 함께2/서울문화재단 융합 수업

젊은 목수들 3/지역 목수들과 목공수업 도예 2/도자기 제작

버려진 보물 3/교내 공간과 물건의 되살림  ※예술체육활동 중 스포츠활동은 생략
 ※선택활동은 일부 과목은 변경됨.

한복만들기 3/한복 제단에서 재봉까지

보드게임 제작 2/보드게임 이해부터 제작까지

영화제작 2/대본부터 촬영까지

리업사이클 2/리사이클과 업사이클링

스마트미디어 2/컴퓨터와 미디어 표현 능력

유기동물 3/유기동물 이해부터 돌봄

신재생에너지 2/신재생에너지 활용 제작

음악 하자 3/작사,작곡 뮤직비디오 촬영


문래중학교의 선택활동이나 예술체육활동이 좋으니 따라 하라고 권하거나, 문래중학교에 오는 강사들을 소개하고 싶은 마음에 사례를 든 것이 아니다. 각자 학교 사정에 맞게 편성이 가능하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문래중학교 자유학기제 운영을 맡았던 필자는 국어교사인데 2015년에 즈음하여 텃밭과 농업, 친환경 재생에너지, 버려진 동물 돌 봄, 인근 하자 센터의 대안적 삶과 교육에 관심이 많았고 이 관심이 그대로 선택과목 개설에 이어졌다. 또한이즈음 지역 혁신교육 관계자들과 자주 만나면서 지역의 재능있는 단체와 개인들에 대해 알게 되고, 학생들에게 필요한 교육과 체험에는 영화, 전통문화, 예술 공예 등 다양한 것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학교의 특색에 맞는 교육과정 편성을 하려면 교사 자신의 관심사, 지역에 대한 이해부터 출발한다는 뜻이며, 자유학년제를 운영하는 교사들의 관심사 또한 교육적으로 모두 훌륭하다고 믿는다.


■선생님 뭐 하시고 싶으세요? 어떤 게 불편하세요?


2016 자유학기제 전면 시행과 자유학년제 시범 실시 모두 공통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는 교장 교감 선생님들께서 의욕이 앞서시는 경우이다. 이리저리 좋은 사례를 많이 알아 오고 예산도 따오셔서 선생님들께 연수도 받고 운영도 함께 해보자고 하셔도 잘 되지 않는다. 오히려 거꾸로 교사로부터 접근하면 답이 나온다. 다음은 식당이나 술자리에서 흔히 나올 수 있는 말이다.

•“학생들과 토론도 해보고 싶고 연극도 하고 싶은 데 시험과 진도 때문에 어쩔 수 없어!”

▶선생님 그러면 시험을 없애고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해 하고 싶은 수업을 해 보세요.

•“아이들이랑 실험도 하고 싶고, 국어 선생님은 윤동주 문학관도 가고 싶은데 이게 돼야지”

▶자유학기 진로체험학습으로 체험시간과 예산을 마련해 볼게요.

•“요새 도시 아이들은 노동과 자연의 가치도 잘 모르고 나눔의 기쁨도 모르는 것 같아”

▶밭을 분양 받아서 아이들이 땀흘려 작물을 키우고 수확물로 지역 독거 노인을 돕는 활동을 기획해 보면 어떨까요?

•“자꾸 과정 중심으로 평가하고 수업 개선하라는데 어떻게 해야 되는 거야?”

▶좋은 연수가 있는데 같이 들어 보시겠어요? 물론 경비는 자유학년제 예산으로 할게요.

교사들은 누구도 “나는 진도만 나가고 시험쳐서 아이들 성적순으로 줄 세우는 것만 하고 싶어”라는 말씀을 하지 않는다. 교사들의 관심과 요구부터 시작해야 자발성이 생긴다.


■교사, 학부모, 학생이 함께 가야 한다.


자유학기제 도입부터 2020년 자유학년제 도입까지 한 발 앞서서 준비하는 것은 부끄럽게도 학교가 아니라 사교육이다. 지금은 조금 나아졌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검색창에 ‘문래중 자유학기제’를 치면 인근 학원 소개가 더 많이 나왔는데, 이는 학부모들이 그만큼 사교육정보에 많이 노출이 되었다는 의미이고교사들에게는 자유학기제에 대한 위축감으로 다가온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유학기제 운영에서 최소한 수업과 평가 개선, 활동 편성과  운영, 진로 교육과 체험을 담당하는 부장들은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가져야 한다. 여기서 입장이란 모든 것을 잘하겠다는 최선의 계획이 아니라 현실에 맞게 한 발짝만 더 나아간 것이어야 한다. 또한 해당 학교에서 수업 개선은 어느 선까지, 자유학기 활동과 진로 체험은 어느 선까지 추구할 것인지에 대해 선생님들에 대한 연수와 합의가 사전에 필요하다. 교사들의 합의는 외부 강사의 강의, 집단 연수 한 번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므로 최소한 2학기에 지속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후에 학교의 입장을 가지고 학부모 연수와 설득을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보통 자신감이 없을 때 학부모 총회 등 자리에서 간단히 프로그램 안내만으로 연수 처리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경우 학부모의 자유학기제에 대한 오해와 불필요한 공포를 감당하기가 어려워진다.


  준비는 교사 중심, 운영은 학생 중심의 관점  


보통 우리는 자유학년제를 준비할 때 입학생 희망 과목을 받는 등 학생중심으로 편성하려고 노력하고, 운영할 때는 교사들이 짜여진 일정에 따라 학생들을 끼워 맞추기 십상이다. 학생들이 입학하지도 않았는데 교과 수업 외에 필요한 과목을 희망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희망한다고 한들 학교가 이를 맞추는 것도불가능하다. 학교와 지역 형편에 맞게 최대한 교사의 자발성을 이끌어내서 편성은 미리 해놓아야 한다. 다만 운영할 때는 철저히 학생의 흥미와 성취 등에기반하여 운영과 마무리를 진행하여야 한다. 문래중학교에서 유기 동물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계획은 수의사에게 유기동물 이해 강의 듣기, 지역의 고양이 출현 지도 만들기, 고양이 밥주기 실습과 함께 고양이와 관련한 문집을 내는 글쓰기를 기획했지만 이후 학생들이 유기동물 보호소에 다녀오면서 수업 양상이 매우 달라졌다. 목공으로 유기동물 집짓기와 엽서 그려서 지역 장터에서 팔기, 유기동물 집 분양하기 등등으로 변화하는 모습에서 오히려 수업의 목표가 잘 실현되었다. 마찬가지로 ‘한복 수업’을 할 때 학생들이 직접 자신의 한복을 재단하여 완성한 후 고궁 나들이를 가보고 싶다고 했을 때 외국인을 보고자신있게 전통문화를 뽐내는 모습이 한복의 역사에 대한 시험에서 100점을 맞는 것보다 소중하다고 믿는다.


정동욱 선생님은 문래중학교 국어과 교사로 재직하며 1학년 부장을 맡고 있다. 문래중학교에서 자유학기제 운영 담당을 거쳐 자유 학기제(년) 담당부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남부교육지원청 자유 학년제 위원을 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