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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 과학수업 노하우 서울 명덕고등학교 선생님이 달라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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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성장과 발전 위해 교사부터 스스로 변화


수업을 잘 한다. 그것도 과학 수업을. 아마 모든 과학 교사들의 꿈이지 않을까? 영원히 닿지는 못해도 가까이 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꿈. 과연 그 꿈에 닿을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내 주위에는 끊임없이 과학수업을 고민하고 학생들을 생각하는 과학 교사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다. 어느덧 16년의 수업을 되돌아보면 그래도 참 많이 달라졌고 방향 또한 긍정적이란 생각이 들곤 한다. 그동안 어떠한 변화가 있었고 무엇이 수업의 변화에 영향을 주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한 시간의 수업을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가르치는 내용에 대한 준비일 것이다. 그런데 교사가 가르쳐야 하는 내용들을 잘 알고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수업의 내용 목표와 관련된 것들 중에서 그 시간에 학생들에게 전달해야 할 것들의 범위와 수준을 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기준이 되는 것이 바로 교육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수시로 바뀌는 교육과정, 교육과정 알자


초임시절에는 교육과정이라는 것을 봐야하는지도, 그리고 사실 어떻게 보는 것인지도 잘 몰랐다. 그러던 차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국가수준학업성취도와 2007 개정 중학교 과학 교육과정의 성취기준과 성취수준을 만드는 작업에 참여하게 되면서 교육과정이라는 것을 자세히 보게 되었는데 그동안 너무 많은 것들을 잘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꼭 필요한 내용만 간결하게 기술된 교육과정과 여기에 설명이 추가된 해설서만을 보면서 가르쳐야 할 내용의 수준과 분량을 정하는 것도 간단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교육과정을 보기 시작하면서 교과서를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10여 년 동안 지속되던 7차 교육과정이 끝나고 2009개정 교육과정과 함께 등장한 고등학교 물리 교과서는 충격 그 자체였다. 고전 물리 중심에서 현대 물리와 첨단과학 중심으로 바뀐 교과서를 보면서 대부분의 물리 교사들처럼 나 또한 적잖게 당황했다. 내가 아는 것과 수업을 하는 것은 분명히 다른 얘기이기 때문에 그동안 가르치지 않아서 내용 이외에는 아는 것이 별로 없는 개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먼저 바뀐 교육과정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2종의 물리 교과서를 비교해보니 무엇을 어느 정도 수준에서 가르쳐야 할지 감이 잡혔다. 더불어 교육과정 개정의 취지를 파악하고자 노력했다. 교육과정 변화시기마다 수많은 얘기들이 떠돌지만, 정작 본인이 교육과정에 관심을 갖고 살펴보지 않는다면, 그 수많은 얘기 중 부정적인 얘기만이 나의 수업 준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교육과정이 왜 바뀌었고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직접 파악하는 과정이 교과서를 보고 실제 수업을 준비하는 것 못지않게 수업 준비에 큰 도움이 되었다.


이야기가 있는 수업을 준비하자


교육과정을 살펴보고 나서, 이제는 무엇을 가르치는가 보다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교육과정에는 이미 내가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가 명확히 제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 2009 개정 교육과정은 스토리 중심의 교육과정이라고 한다. 물론 (융합형) ‘과학’ 교과를 중심으로 이야기 되는 것이지만, 과학 교과 뿐 아니라 물리 교과에도 단원별로 스토리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칠판을 이용한 판서는 많이 하지 않는 편이다. 수업 내용을 정리한 프린트 물은 아예 나눠주지 않는다. 수업은 어디까지나 이야기 위주로 진행한다. 그리고 이야기와 함께 인물 및 상황과 관련된 몇 개의 이미지를 사용한다. 이야기의 대략적인 구성은 이렇다. “중단원은 무슨 얘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며 이전 차시에 얘기한 내용 중 핵심은 어떤 것인데, 그것이 이번 차시에 얘기하고자 하는 것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등”과 같이 차시와 차시를 엮어서 풀어주는 것을 한 차시동안 서너 번 반복한다. 그렇게 하면 학생들은 무엇을 공부하고 있고 그것이 왜 그렇게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이해를 하는데 효과를 볼 수 있다. 물론 학생들도 이 방식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편이다. 개념과 관련된 과학사적 인물과 사회적 배경 이야기를 더하면 충분히 줄거리가 있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야기 있는 과학 교과의 꽃은 (융합형)과학이다. 교과 내용 자체가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융합형)과학수업이 좋다. 그리고 학생들도 다른 과학 과목에 비해 좋아하는 편이라고 알고 있다. 시험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은 것도 이유이긴 하지만 그보다 다양한 자료를 보면서 이야기 위주로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미리 준비해 둔 여러 동영상 클립과 구글 및 위키 이미지 등의 자료를 보여 주면서 이야기 하고 질의하다 보면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물론 그러면서도 그 시간에 기억해야 할 내용을 하나의 문장으로 만들어 수업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틈틈이 반복적으로 이야기 한다. 한 시간에 하나의 핵심 문장만 기억하면 되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나의 문장이 다음 차시에 이어지고 그 다음 차이에는 다시 앞 차시의 문장들을 가져와 도입으로 삼는다. 이렇게 이야기 잇기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덧 작은 이야기가 만들어지게 되고 그것이 대단원의 큰 이야기가 된다. 물리 시간에 이야기를 중심으로 구성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 것도 (융합형) 과학에서 느낀 효과 덕분이다.



현 2009 개정 교육과정의 개념 요소들은 그 깊이가 깊지 않기 때문에 이야기로 구성이 되면 개념을 익히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 학생들이 과학이나 물리 관심과 흥미를 갖게 만드는 방법은 개념을 잘 설명하는 것 못지않게 그것의 의미와 배경을 바탕으로 그것을 왜 해야 하고 어떻게 쓰이고 있는 가에 대해 알게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2009개정 교육과정 시기부터 과학과 물리1은 이야기 중심으로 수업을 준비하고 수행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학생들의 참여도가 이전의 개념 중심의 수업 때와는 다르다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교사의 경험은 수업을 풍성하게 한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TV 프로그램을 보면 문제의 해결은 아이의 변화로부터가 아닌 부모의 변화로부터 시작된다. 학교에서의 학생들이 바로 그 TV 속 아이들이다. 학교에서 학생이 변화․발전하는 모습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가장 많이 보고 배우는 교사가 변화․발전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사 역시 꾸준히 배우고 경험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 방법 중 하나는 과학교사 모임에 참여하는 것이다.


11년 전, 교직 5년차가 되면서 서울지역 과학교사연구모임 중 하나인 ‘신과람’ 활동을 시작했다. 매주 두 주제의 실험활동 또는 교수학습 관련 발표를 10년 넘게 듣고 실습했다. 전공과목이 아닌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발표도 소홀히 하지 않고 여러 선생님들과 함께 activity를 해 본 경험 그 자체가 지금 나의 수업에 얼마나 요긴하게 사용되는지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다. 더불어 성실하고 열성적인 선후배, 동료 교사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그 자체로 자극이 되었고 그들과 함께 수업을 연구하고 학교 안팎에서 학생들과 함께 하는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저 스스로가 참 많이 성장함을 느꼈다.


다양한 교수학습 자료 개발에 참여한 것은 교사 모임 못지않은 깊이 있는 경험이었다. 초기에는 신과람을 통해서 그러한 경험의 기회를 가졌지만, 활동이 지속되면서 다양한 루트로 교수학습 자료 개발의 기회들이 생겼고 이제는 계획서를 쓰고 함께할 사람들을 구성하여 교수학습 자료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교수학습 자료 개발은 융합형 과학, STEAM, 자유학기제, SW 교육 등 새로운 교육 트렌드가 등장할 때마다 그것을 빨리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교수학습 자료 개발은 수업 준비와는 참 많이 다르다. 때로는 당장 학교에서 가르치는 수업과 관계가 없어 보이는 내용도 많이 있지만, 주제가 무엇인가에 상관없이 자료 개발 과정에서의 공부와 경험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매우 중요하게 수업에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요즘과 같이 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하는 활동이 다양해지고 비교과 활동이 확대되면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여러 시험 출제의 경험을 꼽지 않을 수 없다. 교육청이나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한국교육개발원 등의 시험 출제를 경험하면서 교사로서의 전문성을 인식하고 신장하는데 이보다 더한 기회와 경험은 없었던 것 같다. 이 경험은 교수 내용의 폭넓은 이해를 가능하게 해주었고 무엇보다 수업에 대한 자기 효능감을 높이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이러한 다양한 교내외 연구 활동 경험은 교과전문성의 향상으로 이어졌고 더 나아가 수업을 비롯한 학생들과의 관계에서 대화를 중시하고 긍정적이며 수용적인

태도로의 변화를 가져왔다. 또한 수업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는 말이 있듯이 저 자신의 다양한 경험과 꾸준히 연구하는 모습이 그 어떤 것보다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줌을 몸소 경험했기에 학생들의 변화·발전을 위해서는 교사 스스로가 꾸준히 변화․발전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생각으로 앞으로도 저 자신을 꾸준히 성장시키고 그것이 학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 나아갈 생각이다.


과학 동아리는 곧 나의 힘!


11년 전 신과람 활동과 더불어 시작한 것이 교내 과학동아리 결성이었다. 아우라(AURA). 명덕고에 처음으로 결성된 과학 동아리의 이름이다. 그전까지 동아리가 전무했던 학교 상황에서 막내 교사인 내가 과학 동아리를 결성하고 방과 후 시간을 이용해 학생들과 함께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는 않았다. 보충수업, 자율학습 등등 기존의 틀을 깨야 하는 부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동아리를 조직하고 처음으로 도전한 YSC 전국과학탐구대회에서 고등부문 1위를 차지하면서 학교에서 바라보는 동아리에 대한 생각에 조금씩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후 매년 거르지 않고 서울과학축전, 가족과학축제는 물론 지역 과학축전 등에서 실험 부스를 운영했고 사이언스 잼버리, 신나는 과학 놀이마당 등의 캠프 및 실험교실에도 빠짐없이 참여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 나갔고 언론 매체 등을 통해 학교 밖에서도 명덕의 ‘아우라’를 아는 이들이 생기면서 교내에서는 ‘아우라’라는 이름을 모르는 선생님과 학생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활동하는 동아리로 대표로 자리 잡아갔다.


교수학습 자료 개발 과정에서도 동아리는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역할을 해주고 있다. 융합형 과학, STEAM, R&D 성과활용 교수학습 콘텐츠 등 여러 프로그램 개발 프로젝트의 결과물들을 동아리 학생들에게 적용하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분야와 주제의 최근 내용들이 반영된 프로그램들을 동아리 학생들에게 우선적으로 소개하고 적용하면서 학생들은 영재학급이나 다른 곳에서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콘텐츠를 먼저 접하게 되었고, 나는 훌륭한 테스터들과 함께 교수학습 자료의 질과 프로그램의 현장 적합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이러한 다양한 경험들은 나 자신의 교사전문성을 신장시킴을 물론 수업 시간에 풀어놓을 수 있는 이야기꺼리를 풍성하게 하는 효과도 가져왔다.


마지막으로 동아리 학생들과 함께 하는 과학나눔봉사활동이 있다. 3년 전, 신과람과 사랑터의 일부 교사들과 함께 하던 과학나눔봉사활동을 잠시 멈추고 동아리 학생들과 학교 인근 지역아동센터에서 매주 수요일마다 새로운 과학나눔봉사활동을 시작했다. 동아리 학생들을 4개 팀으로 나누고, 매주 두 팀씩 방문하여 초등학교 저학년과 고학년을 대상으로 미리 준비한 실험을 함께 나누는 활동인데 동아리 학생들의 주 활동인 아두이노, 물리 시뮬레이션, 심화실험과는 별개로 모든 학생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으며 주제의 선정과 재료의 준비부터 활동 후 활동 일지 작성까지 팀별로 직접 꾸려가는 과정을 통해 학생들 각자의 성장은 물론이고 학교 내 다양한 동아리의 외부 봉사활동에도 큰 영향을 주었으며 지금은 우리 동아리 활동의 정신적 근간이 되며 구성원들 간의 소통과 협력을 키워나가는 모티브가 되고 있다.


과학교사로서 동아리 지도는 매우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고3 담임을 할 때도 1, 2학년이 구성원인 아우라 지도를 놓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한다. 언제나 함께 해 준 물리 동아리 ‘아우라’의 전, 현 멤버들이 있었기에 내가 과학교사로서 지금의 모습으로 설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학교의 교사로서, 특히 과학 교육을 하는 교사로서의 중요한 사명은 현재까지 인류가 이루어 낸 과학 문명을 다음 세대의 주인공인 학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해주고, 학생들이 미래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면서 과학의 학문적 발전과 과학의 활용을 통한 기술의 진보, 사회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얼핏 보면 현실은 이런 거창한 밑그림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자연현상은 물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연과 사회의 현상을 바르게 인식하고 효과적인 해결방법에 접근하기 위해 끊임없이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주는 것이 교사, 특히 과학교사로서의 중요한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과 지식 이외에도 폭넓은 경험과 이를 바탕으로 한 사고의 전달이 과학교육의 본질을 추구하는데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글 | 이세연 교사(명덕고등학교)
이세연 교사는 현재 서울 명덕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며, 2013년 올해의 과학교사상을 수상한 바 있다. 교육부 교육과정심의위원으로 활동하였고 중․고등학교 과학 교과서와 자유학기제 교과서를 집필하였다. 영재교육과 STEAM, 융합 과학에 관심을 가지고 교수학습 자료 개발 및 연수 강사,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