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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우주여행 시대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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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대를 향한

꿈과 가능성 담은 위대한 도전


1640921235.4466image.png2021년 10월 21일 전라남도 고흥군 외나로도의 나로우주센터에서 국산 발사체 누리호가 솟아올랐다. 누리호는 3단의 연소가 조기 종료되어 탑재했던 인공위성 모사체를 궤도에 안착시키지는 못했으나, 우리가 개발하고 우리나라의 기술로 만든 우주발사체가 기능 대부분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였고, 700km 고도에 도달 하였다는점에서 국민들은 ‘아쉽지만 잘했다’,‘ 내년 5월의 2차 발사에서는 꼭 성공하기를 기대한다’ 등의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우리나라가 자체 발사체를 확보하게 되면서 우주 산업과 우주 과학에 대한 기대도 더욱 커지게 되었다. 한 편으로는 ‘누리호에 사람이 탈 수 있는 건가?’,‘ 우리나라는 언제 우주에 사람을 태워서 내보낼 수 있는 거지?’라는 질문도 받곤 한다.


우주공간에 사람이 나간 것은 1961년 4월 12일, 구 소련의 유리 가가린이 최초였다.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가 우주로 올라간 것이 1957년 10월 4일이었으니 인공위성이 올라간 지 불과 3년 반 만의 일이다. 이 사실에서 유인 우주 비행이 그다지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당시에는 미국과 소련이 국력을 다 바쳐 우주개발 경쟁을 하던 시대라서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우주에 나간 것이고, 유인 우주 비행은 사실 쉽지 않다. 지금까지도 유인 우주 비행에 성공한 나라는 러시아, 미국, 중국 세 나라에 불과하고, 우주개발 선진국에 해당하는 유럽과 일본도 첫 번째 인공위성을 자력 발사한 지 50년이 넘었지만, 아직 유인 우주 비행을 하지 못했다.


유인 우주 비행을 하려면 사람이 탈 수 있는 우주선이 있어야 한다. 보통 유인 우주 캡슐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 캡슐을 우주에 보낼 수 있는 발사체가 필요하다. 유인 우주선용 발사체는 무인 인공위성 발사용 발사체 보다 신뢰도도 높아야 하고 최고 가속도 등 환경조건도 너무 가혹하지 않아야 한다. 러시아와 중국에 많은 종류의 발사체가 있지만, 유인 발사용 발사체는 양국 모두 한 종류씩 밖에 없고, 미국에도 많은 종류의 우주발사체가 있지만 2011년 스페이스 셔틀의 운행이 종료되자 우주정거장에 사람을 보낼 수 있는 발사체가 없어서 2020년 스페이스X가 민간 유인 우주선 인크루 드래건을 팰컨-9 발사체로 발사하여 우주정거장에 보낼 때까지 10년간 우주인 수송을 러시아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막 국산 발사체를 개발한 우리나라로서는 앞으로 유인 우주선과 유인 우주발사체를 개발할 때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인류가 50년 만에 다시 유인 달 탐사와 달 기지 건설을 계획하고, 화성 진출까지 꿈꾸는 시대가 도래했으므로, 우리나라도 유인 우주 비행을 계획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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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유인 우주 비행은 대부분 국가가 목적을 가지고 우주인을 선발하여 보내는 국가우주개발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이에 비하여 개인이 자신의 관심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자비로 우주 비행을 하는 경우는 우주여행 또는 우주 관광이라고 할 수 있다. 최초의 우주 여행자는 미국의 백만장자 데니스 티토였는 데, 그는 2001년 4월 28일 러시아의 소유즈 우주선을 타고 국제우주정거장을 방문하여 8일 정도 머무르고 귀환하였다. 그는 우주여행을 위해 2,000만 달러를 지불하였다.


아름다운 지구를 내려다보는 그 짜릿한 쾌감


우주여행의 가장 큰 매력은 아름다운 지구를 내려다보는 것일 것이다. 실제 임무를 갖고 나간 우주인들도 여유시간에 지구가 보이는창으로 가서 내려다본 감동을 전하는데 우주 정거장에서 보는 일출, 일몰, 오로라, 번개 등은 매우 인상적인 장면이라고 한다. 우주정거장은 92.7분에 한번씩 지구를 공전하기 때문에 일출과 일몰도 90여분에 한번씩 볼 수 있게 된다. 우주여행을 하면서 아름다운 지구를 내려다보는 것은 좋지만, 이를 위하여 2,000만 달러 정도를 지불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그리고 우주발사체에 탑승하고 우주정거장에 가서 며칠을 지내는 우주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우주인들이 받는 고된 훈련의 상당 부분을 받아야 한다. 이와 같은 어려움을 완화하고 일반인이 접근 가능한 우주여행을 할 수 있게 고안된 것이 준궤도 우주 관광이다. 준궤도 우주 비행이란 우주공간에 나가기는 하지만 인공위성의 궤도에 진입하지는 않고 바로 자유 낙하하여 지구로 재귀환하는 것이다. 인공위성의 궤도에 진입하는 것과 준궤도 우주 비행과는 발사체의 능력에 큰 차이가 있다. 인공위성의 궤도의 경우는 우주공간의 궤도 공간에 도착했을 때 궤도를 유지할 수 있는 속도인 초속 7~8km를 내야 하고, 여기에 도달하기 위한 속도 손실분도 있으므로 발사체가 만들어 내야 하는 총 속도 증가분은 초속 9km 이상이다. 속도 증가분이 커지면 로켓이 만들어 내야 하는 가속도가 크기 때문에 탑승한 우주 여행객은 중력의 몇 배에 이르는 불편한 가속도 환경과 높은 진동, 음향 환경을 장시간 견뎌내야 한다.


이에 비하여 준궤도 비행의 경우는 비행의 정점에 도달했을 때 속도가 0이 되어도 되기 때문에 발사체가 만들어 내야 하는 총 속도 증분은 초속 3km가 조금 넘는 수준이다. 그러므로 로켓이 훨씬 작아지고, 비행 시의 가속도나 진동, 음향 환경도 훨씬 부드러운 인간 친화적 환경이 될 수 있다. 준궤도 비행을 하는 여행객은 특별한 우주인 훈련을 받지 않고도 탑승할 수 있다. 비용도 저렴하다. 또한 우주선 개발에서 고민스러운 화장실 문제도 피해갈 수 있다. 하지만 진정한 우주인을 꿈꾸는 여행자에게는 아쉬움이 클 수 있다. 100km 정도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비행시간은 십여 분 정도로 짧고, 그중 우주공간에 있음을 느끼는 무중력 지속 시간은 3~4분에 불과하다. 그리고 우주공간에서의 일출, 일몰 등을 경험하기는 어렵고 지구를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다는 것에 만족해야 하니까 말이다.


2021년은 우주여행의 하나의 이정표가 될 만한 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민간 기업에 의한 우주 관광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2021년 7월 11일 미국 뉴멕시코주의 스페이스포트에서 버진 갤럭틱의 스페이스쉽 투에 버진그룹 회장인 리처드 브랜슨을 포함한 4명이 탑승하고 88.5km 상공까지 다녀왔고, 불과 9일 후인 7월 20일에는 미국 텍사스주의 블루 오리진 발사기지에서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가 설립한 블루 오리진의 뉴 셰퍼드 로켓에 실린 크루 캡슐에 제프 베이조스를 비롯한 4명이 탑승하고 106km 고도까지 다녀왔다. 9월 16일에는 스페이스X의 크루 드래건 캡슐이 팰컨-9 발사체로 발사되어 585km 고도의 지구저궤도에 진입했다가 3일 후인 9월 18일에 대서양으로 귀환하였다. 세 우주여행은 세계적인 부호들이 이끌고 있다는 공통점도 있고, 우주여행의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각각의 특성을 좀 더 알아보도록 하자.


첫 민간 우주관광, 버진 갤럭틱의 스페이스쉽 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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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진그룹의 회장인 영국의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이 2004년에 세운 우주기업인 버진 갤럭틱에서 개발한 스페이스쉽 투는 동체가 두 개인 세계 최대 복합소재 항공기인 화이트나이트 투(VMS 이브)에 매달려 이륙한 후 약 15km 고도에서 분리된다. 모선에서 분리된 스페이스쉽 투는 로켓 엔진을 점화하여 속도를 높이고, 엔진 연소가 종료된 후부터 재진입 시까지 승객들은 무중력상태를 즐기며 지구를 내려다 볼 수 있다. 스페이스쉽투는 재사용이 가능한 익형 우주선으로 고체 연료와 액체 산화제를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의 로켓 엔진을 갖고 있다. 2명의 파일럿을 포함하여 8명까지 탑승할 수 있다. 개발 과정에서 2014년 첫 번째 스페이스쉽 투 우주선인 VSS 엔터프라이즈호가 모선에서 분리된 후 공중 분해되어 부조종사가 사망하고, 조종사가 부상하는 사고도 있었다. 스페이스쉽 투는 안정된 재진입을 위하여 날개가 회전할 수 있다. 재진입시 날개를 회전하면 마치 배드민턴의 셔틀콕처럼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할 수 있다. 재진입 후 공기 중을 활강하여 항공기처럼 착륙한다.


2013년에 탑승 예약을 받았는데 일인당 탑승 비용은 초기에는 20만 달러였다가 2013년 5월에 25만 달러로 인상되었다. 2013년 8월까지 600여 명이 탑승을 예약했으며 유명인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 2021년 8월부터 다시 탑승자를 모집하고 있는데 탑승비용은 45만 달러로 인상되었으며, 11월 9일 보도에 따르면 약 100명이 추가로 탑승 티켓을 구입했다고 한다. 버진 갤럭틱의 첫 우주 관광 비행 후 88.5km 고도가 우주공간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보통 우주의 경계라고 일컬어지는 지구 대기권의 경계인 카르만 라인은 고도 100km를 기준으로 하고 있고, 국제항공연맹(FAI)는 이 기준을 우주의 경계로 정의한다. 그러나 미 공군과 NASA는 80km 이상을 우주공간이라고 간주하고 이 이상의 고도를 다녀오면 우주인으로 인정하고 있다.


진정한 우주관광은 내가 처음!

블루 오리진의 뉴 셰퍼드


블루 오리진은 아마존의 창립자인 제프베이조스가 2000년에 설립한 우주기업이다. 뉴 셰퍼드는 수직으로 이착륙하는 재사용이 가능한 1단 발사체이다. 뉴 셰퍼드는 부스터와 캡슐로 구성되어 있는데 부스터에는 액체 수소와 액체 산소를 추진제로 하는 BE-3 엔진이 장착되어 있다. 캡슐에는 조종사가 탑승하지는 않고, 승객이 6명까지 탑승할 수 있다. 이륙 후 110초 정도 연소하여 고도 40km까지 도달하고, 이후에는 관성에 의하여 상승하게 된다. 75km 고도 부근에서 부스터와 캡슐이 분리되고 부스터와 캡슐 모두 100km 이상까지 상승한 후 귀환 한다.


  부스터는 엔진을 재점화하여 착륙 지점의 패드에 랜딩기어를 펼치고 수직으로 착륙한다. 캡슐은 하강 중에 낙하산을 펼쳐서 지상으로 안전하게 낙하한다. 총 비행시 간은 10~12분 정도이고 무중력을 경험하는 시간은 3분 정도이다. 2021년 7월 20일과 10월 13일에 승객을 태운 우주 관광이 이루어졌는데 캡슐의 도달 고도는 107km 정도였고, 부스터도 105km 이상 도달하였다. 첫 발사가 버진 갤럭틱보다 9일 늦은 것에 대한 아쉬움 때문인지 100km 이상의 고도에 도달한 점을 많이 강조하였다. 뉴 셰퍼드라는 명칭은 1961년 5월 5일 세계에서는 두 번째이고, 미국에서는 최초로 우주에 나간 우주인인 앨런 셰퍼드의 이름에서 따온 것인데 그는 당시 머큐리 레드스톤 발사체와 프리덤 7호 우주 캡슐에 탐승하여 187.4km 고도까지 도달한 후 대서양으로 귀환하였다. 블루 오리진은 아직 뉴 셰퍼드의 구체적 탑승 비용을 공표하지는 않았다. 현재까지 유료로 탑승한 고객의 경우 경매 입찰을 통해 선정되었기 때문에 매우 고액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향후에는 경쟁사인 버진 갤럭틱과 유사한 수준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궤도 여행이 진짜 우주여행, 스페이스X의 크루 드래건


1640921406.1744image.png뉴스페이스 시대를 선도하는 혁신 기업가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는 국제우주정거장에화물과 사람을 보낼 수 있는 카고드래건과 크루드래건 두 종류의 캡슐을 개발하였다. 크루 드래건은 2020년 5월 30일부터 국제우주정거장으로의 우주인 수송에 사용되고 있다. 스페이스X는 이 크루 드래건을 이용하여 민간 우주 관광을 시작하였다. 앞의 두 우주 관광과 대비되는점은 준궤도 비행이 아니고 지구 저궤도에 진입하여 3~5일정도여행한 후에 귀환한다는 점이다. 첫 번째 민간 궤도 비행은 인스피레이션 4 미션이며 2021년 9월 16일 4명의 민간인을 태우고 발사하여 9월 18일 귀환하였다. 탑승자들은 NASA 우주비행사들이 받는 것과 비슷한 훈련을 받았다. 드래건 캡슐은 팰컨-9 발사체에 실려서 발사된다. 드래건은 9.3m3 체적의 캡슐 부와 37m3 체적의 트렁크부분으로 구성된다. 7명이 탑승할 수 있다. 크루드래건에는 화장실도 설치되어 있다. 하지만 인스피레이션 4 미션 후 화장실에서 소변이 새어 나오는 문제점이 발견되었고, 이후 11월 9일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우주인을 태우고 귀환한 다른 크루 드래건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견되어 우주인들은 화장실 사용을 포기하고 성인용 기저귀를 차고 귀환해야만 했다.


이제 막 시작된 새로운 가능성, 앞으로의 우주 관광


우주 관광은 이제 막 시작된 단계지만 우주 기업들은 우주에 민간 우주정거장이나 우주 호텔을 짓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블루 오리진과 시에라 스페이스는 2021년 10월 민간 우주정거장인 오비털 리프를 건설할 계획을 발표하였다. 오비털 리프는 지구저궤도에서 무중력을 이용한 상업적 연구, 생산과 관광을 모두 수행할 수 있는 다목적 비즈니스 생태계로 구상되고 있다. 2020년대 후반부터 가동 계획이다. 이에 앞서 NASA는 국제우주정거장에 민간 거주 모듈을 설치하는 계획인 NextSTEP 계획 참여자를 공모하여 2020년 액시엄을 선정한 바 있다. 액시엄은 국제우주정거장에 거주 모듈을 설치하여 운영하다가 국제우주정거장이 폐기되면 자사의 모듈을 분리 독립시켜서 민간 우주정거장으로 확장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 첫 번째 모듈은 2024년에 발사될 예정이고 민간 우주정거장의 완성은 2020년대 후반으로 계획하고 있다. 그간의 우주공간의 활용과 우주인의 신분이 국가적 임무를 수행했던 사람들로 채워졌던 것으로부터, 관광하는 개인이나 민간 기업의 우주 생산을 위한 기술자들로 바뀔 날이 다가 오고 있다. 인류가 우주공간에 처음으로 위성을 쏘아 올린 후 육십여 년 만에 지금의 수준으로 발전한 것을 생각하면 앞으로 백년쯤 지나면 인류는 어디까지 진출해 있을까. 그때에는 우리나라도 우주 시대의 주역이 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늦게 시작했지만 우주발사체 기술 확보와 우주개발에 힘을 쏟아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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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l 박정주 박사(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박정주 박사는 서울대학교(학사)와 한국과학기술원(석·박사)에서 항공공학을 공부하고 항공기 엔지니어를 꿈꾸었으나, 로켓 연구원으로 진로을 바꾸어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30년 이상 로켓 개발을 해왔다. 과학로켓 KSR-1, 2, 3과 우주발사체 나로호, 누리호의 개발에 참여 하였고, 발사체체계개발사업단장, 나로우주센터장, 부원장 등의 직무를 수행했다. 2003년에는 액체로켓개발 공로로 과학기술훈장 도약장을 수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