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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과연 자기 뇌의 10%만을 사용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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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특별한 존재로 만드는 뇌
우리 삶의 기반과 함께 할 때 최대 활용


지난 해 배우 최민식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영화 ‘루시’(뤽 베송 감독)의 근간이 되는 과학적 주제가 있다. 이 영화에서 사람은 자기 두뇌의 10%밖에 사용하지 못하며 만일 뇌의 100%를 사용하게 되면 시공간을 넘나드는 초월적 존재로 진화하게 된다는 나름 과학적인(?) 전제 아래 전개된다. 과연 그럴까? 우리 뇌의 능력은 얼마나 되는가? 학습과 기억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공부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최근, 인간의 뇌 기능과 관련하여 흥미 있는 영화 한 편이 개봉되었다. 2014년 9월에 개봉된 ‘루시(Lucy)’라는 SF 영화를 보거나 그에 관해 들어봤을 것이다. 대표적인 헐리웃 영화배우들과 우리나라의 내로라하는 배우가 출현한 꽤 볼만한 영화로 마약 조직에서 운반책으로 이용당하던 여성 ‘루시’가 약물을 투여 받고 뇌에 특별한 초능력을 갖게 되면서 벌어지는 액션 스릴러이다. 인간의 뇌와 그 능력은 오랫동안 과학자들이 해결하려고 했던 수수께끼였다. 우리는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것보다 뇌 능력을 훨씬 적게 사용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정확하게 몇 퍼센트를 사용하는지는 아직까지 불확실하고 이 수치는 계속 바뀌고 있다. 이러한 사실에 흥미를 느낀 뤽 베송 감독은 10%는 인간의 평균 뇌사용량, 22%를 사용하면 신체의 완벽한 통제, 40%를 사용하면 모든 상황의 제어 가능, 62%를 사용하면 타인의 행동을 컨트롤, 100%를 사용하면 한계를 뛰어넘는다는 전제를 영화 ‘루시’의 모티브로 삼았다.


그러나 영화는 영화일 뿐 과학적 사실은 사실이다. 중대한 의학적 문제가 없는 한 뇌는 항상 모든 영역이 활동한다. 정상적인 자동차가 시동이 켜져 있는 상태에서는 직진하든 후진하든 좌회전하든 거의 모든 기관이 작동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원리이다. 다만 우리가 평소에 뇌를 얼마나 사용하는가보다 더 중요한 과학적 사실이 있다. 뇌의 무게는 성인 기준 평균적으로 몸무게의 약 1/50인 1.3kg에 불과하지만 에너지와 산소는 10배 이상인 1/5 정도를 사용한다. 10%이상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많은 에너지와 산소를 소모하는 것으로 봐서, 뇌가 다른 신체 기관에 비해 상당히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중요하다. 10%가 인간이 사용하는 뇌 부분을 말한다기보다 잠재적인 능력이라고 하면 10%라는 통념이 꼭 틀렸다기보다 개발될 여지가 무척 많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마음이 편할 것이다.


학습과 기억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인간의 뇌는 이 우주에서 가장 복잡한 기관으로 간주되고 있지만, 주요 기능에 따라 아래 <그림 1>과 같이 매우 간략하게 나타낼 수 있다. 즉, 우리의 뇌는 크게 체온조절, 심장박동, 반사작용 등과 같이 기본적인 생명 유지 활동을 자동적으로 조절하는 ‘뇌간’(다른 뇌 부분들을 떠받치고 있는 기둥이라는 의미), 희노애락애오욕이라는 감성을 관장하는 ‘대뇌변연계’(주변부에서 대뇌 부분과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 여러 가지 감각 정보를 받아들여 처리하고 처리하며 정보를 저장하는 ‘대뇌피질’(대뇌의 가장 바깥쪽에 위치한다는 의미)로 구성되어 있고 이를 ‘삼위일체뇌’라고 한다.


<그림 1> 삼위일체 뇌의 구조와 작용


이 중에서 우리가 평소 공부하는 데 많이 관련된 부분은 대뇌변연계와 대뇌피질이다. 일반인이든 과학자이든 기본적으로 어떤 대상에 대해 흥미나 호기심을 가지고 다양한 방식으로 이런 저런 일을 해보는 과정을 통해 그 대상을 알게 되는 과정을 통해 학습한다. 우선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든 못하는(?) 사람이든 모든 사람은 공부가 ‘잘 되는 경우’와 ‘잘 안 되는 경우’를 경험했을 것이다. 기분이 매우 좋거나 알고자 하는 욕구가 강한 상태와 스트레스를 잔뜩 받거나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는 상태 중, 어느 경우에 공부가 잘되는가? 당연히 기분이 좋거나 알려고 하는 욕구가 강할 때 공부가 잘 된다. 이것은 모든 사람이 경험하는 엄연한 사실이다.


그런데, 왜 그럴까? 우리의 뇌 속에 그 비밀이 있다. 바로 감성을 관장하는 대뇌변연계의 작용 때문이다. <그림 1>에서 대뇌변연계와 대뇌피질이 신경세포를 통해 연결된 것을 나타낸 두 가지 화살표(감성을 관장하는 대뇌변연계에서 사고 작용을 담당하는 대뇌피질 쪽으로 뻗어 있는 신경세포를 나타내는 굵은 화살표와 그 반대 방향으로 뻗어 있는 가는 화살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화살표의 방향은 영향을 미치는 방향을 의미한다. 즉, 굵은 화살표는 감성에 관한 정보가 이성에 영향을 미치는 방향이고, 가는 화살표는 반대로 이성적 사고가 감성에 영향을 미치는 방향이다. 또한, 각 화살표의 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굵은 화살표가 훨씬 더 많음(10배 이상)을 알 수 있다. 화살표의 수는 각 방향으로 뻗어 있는 신경세포의 수로서, 영향을 미치는 정도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이러한 뇌 구조로부터 감성이 이성에 미치는 영향력이 그 반대보다 훨씬 더 크다는 걸 알 수 있다.


좌뇌와 우뇌, 골고루 사용하라


우리 뇌의 중요한 특징은 좌뇌와 우뇌로 나누어져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두 뇌의 기능은 대략 <그림 2>와 같이 분화되어 있다.


<그림 2> 좌뇌와 우뇌의 주요 기능


좌뇌는 오른쪽 신체에서 오는 정보를 받아들이고 오른쪽 신체에 명령을 내리며, 언어 기능, 순서적인 정보처리, 분석적으로 사고하는 기능, 논리적 사고 쪽으로 분화되어 있다. 반면, 우뇌는 왼쪽 신체의 감각·운동을 담당하고, 멜로디 정보, 공간적·입체적 정보 처리, 상상, 통찰 등의 기능으로 분화되어 있다. 뇌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려면 어느 한쪽만 주로 사용하는 것보다 양쪽을 모두 활용해야 한다. 어떤 일을 하거나 뭔가를 만들 때 한 손만 사용하는 것보다 두 손을 모두 적절히 사용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즉, 말이나 글로만 공부하기보다 마인드맵이나 자기 나름대로 상상하여 적절히 연관시키는 방식으로 학습하는 것이 좋다.


또한, 공부에는 본질적으로 두 가지 차원이 있다. 첫째는 내 머리 속에 없는 정보를 저장하는 차원(암기)이고, 둘째는 저장된 정보를 꺼내 활용하는 차원(회상)이다. 이 두 가지 중 어느 하나라도 제대로 되지 않으면 학습이 제대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시험을 제대로 볼 수 없는 것이다. 그럼 이 두 가지 일이 모두 잘 일어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우리 뇌의 부위별 주요 기능은 <그림 3>과 같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음성 정보를 듣거나 말을 할 때에는 각각이 약간 다른 위치이긴 하지만 뇌의 옆 부분(언어령)이 주로 활동하고, 무엇을 볼 때에는 뒤쪽 부분(시각령), 생각을 할 때에는 앞부분(사고령)이 주로 활동한다.


<그림 3> 뇌의 부위별 주요 기능


공부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새로운 전화번호를 듣거나 낯선 사람의 이름(역사 속 인물?)을 들었는데, 며칠 후에 필요해서 기억해내려고 하는데 가물가물하고 생각나지 않는 경험이 있을 것이다. 물론, 아주 잘 생기거나 예쁜 사람의 이름은 잘 기억된다. 정보가 강하기 때문이다. 보통의 경우는 잘 생각나지 않는다. 왜 그럴까? 공부하는 첫 번째 차원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즉, 주로 청각령만을 사용하여 정보를 저장하려고 했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기억망(신경망)이 형성되었을 텐데, 그 기억망이 매우 느슨하고 좁기 때문에 두 번째 차원인 정보 끄집어내기가 잘 안 되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듣고, 보고, 대화도 해보고, 그 사람에 관해 깊게 생각해봤다면, 일단 공부의 첫 번째 차원에서 다양한 경로로 정보가 입력되고 따라서 다양한 위치에 저장된다. 그럼 두 번째 차원에서 끄집어낼 때 이 중에서 어느 것인가가 생각나게 될 확률이 높다. ‘아! 그 사람, 들은 이름은 가물가물한데 본 건 기억난다’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대부분 관련된 다른 정보들도 연달아 생각나기가 쉽다. 그런데, 사람 뇌에는 이런 공통점도 있지만, 개인마다 차이도 있다. 즉, 어떤 사람은 언어령이, 어떤 사람은 시각령이, 어떤 사람은 사고령이 잘 발달되어 있다. 물론, 모두 잘 발달된 부러운 사람도 있다. 공부의 두 가지 차원(기억하기와 끄집어내기)이 잘 일어나게 하려면 자신에게 잘 발달된 부위를 활용하되 가능한 한 다른 부위도 다양하게 활용하는 것이 좋다.


교육방송이나 다른 매스컴의 다큐멘터리 등에서 종종 보고되는 공부 잘하는 학생들의 특징에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의욕(목표의식)을 가지고, 자신만의 공부 스타일을 많이 활용하며, 다양한 학습 방식을 활용하는 것이다. 뇌에 관한 지식은 모르더라도 뇌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누구나 그렇게 할 수 있다. 누구나 공부를 잘 할 수 있다.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는 공부를 잘 해서 나중에 훌륭한 뇌 과학자가 되어 새로운 세상을 만들을 줄 사람도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기분이 좋은 상태에서 공부하자! 나만의 공부 스타일을 활용하자! 다양한 방식으로 공부하자!


글 | 임채성 교수(서울교육대학교 과학교육과)
임채성 교수는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생물교육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부산교육대학교 과학교육과 교수 와 미국 University of Georgia 연구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교육대학교 과학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과학자가 과학을 하는 방식과 인간 뇌의 구조·기능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과학을 효과적으로 학습하게 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