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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의 탄소발자국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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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의 주범, 온실가스
지금도 나는 탄소발자국을 만들고 있다


한가로운 주말. 어머니를 따라 동네 마트에 다녀오는 동안 승용차에서 529g, 2시간 TV를 보는 동안 127g, 간식으로 먹은 감자칩 과자 560g, 자기 전에 샤워하는 동안 40g, 몇 시간 보일러를 트는 동안 8,960g…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동안 내가 만들어낸 이산화탄소의 양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내 방에 켜있는 형광등에서도,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중에도, 컴퓨터 게임을 즐기는 동안에도 이산화탄소는 계속 배출되고 있다. 현대인의 삶에서 이산화탄소로 대표되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방법을 찾기란 너무도 힘든 일이다. 하지만 탄소발자국에 대해 이해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방법에 대해 안다면 심각해진 기후변화를 막는데 큰 힘이 된다.



온실가스로 인해 심각해진 기후변화 현상


일정 지역에서 오랜 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기상의 변화를 기후변화라고 한다. 최근 지구온난화로 인해 폭염과 가뭄, 홍수 등 극한 기상현상의 발생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이 기후변화에 해당한다. 지난 만년동안 지구 온도는 1℃ 이상 변한 적이 없었던 반면, 최근 133년간(1880~2012년) 지구 평균기온은 0.85℃상승하였고, 지구 평균기온의 증가 추세는 지속되고 있다.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해 세계는 유례없는 이상기후를 경험하고 있다.


먼저 기후변화로 인한 ‘기후 양극화 현상’으로 인해 건조한 지역의 강수량은 더욱 줄어들어 가뭄이 발생하고, 다우지역의 강수량은 더욱 늘어 홍수 피해가 증가했다. 2013년 한해에도 브라질, 뉴질랜드, 태국, 미국, 중국 등의 국가에서 극심한 가뭄피해를 겪었던 반면 인도네시아, 인도, 캄보디아, 필리핀 등의 국가에서는 홍수로 수많은 사상자와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또한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인해 태풍과 사이클론 등 열대저기압의 발생도 증가했고,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고온현상으로 시베리아 지역의 눈이 녹아 홍수가 발생하고 주택이 침수하기도 했다.
이러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후변화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히는 것이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2030년까지 배출전망치 대비 37%의 온실가스 저감을 목표로 산업·발전분야에서 목표관리제, 배출권 거래제 등의 제도이행 및 기술투자를 통해 감축로드맵을 이행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온실가스 배출의 40%를 차지하는 비산업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은 국민의 관심과 참여가 꼭 필요한 부분이다. 즉, 일상생활에서 온실가스를 감축해야만 기후변화를 완화시키는 실효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탄소발자국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생활하는 대부분의 활동에서 온실가스는 배출되고 있다. 차 한 잔 마셨던 종이컵에서도 11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고, 컴퓨터를 한 시간 사용하면 68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산업부문을 제외하고 일상생활에서 1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연간 5.8톤(2011년 기준)인데, 이를 부피로 계산하면 지름 40미터짜리 공과 맞먹는다. 인간의 생활에서 온실가스 배출은 불가피하다 해도 현재의 배출량은 지구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량화하여 저탄소 생활을 유도하기 위한 개념으로써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이 등장한다. 탄소발자국은 개인 또는 단체가 직접·간접적으로 발생시키는 온실가스의 총량을 의미하며, 6대 온실가스 중 이산화탄소의 양으로 환산하여 표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탄소발자국을 파악하면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제품이나 활동을 선택하는 저탄소생활이 가능하여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를 막는 것에 기여할 수 있다.


탄소발자국 계산하기


전기, 가스, 수도 등 에너지원의 사용량에 따라 쉽게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산할 수 있도록 국제기구나 정부부처에서는 탄소배출계수를 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전기의 탄소배출계수는 1kWh 당 424g·CO2인데, 이는 전기 1kWh를 사용하면 424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는 뜻이다.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에너지원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몇 가지 에너지원을 중심으로 탄소발자국을 계산해보자.


□ 승용차(휘발유) : 거리(km) ÷ 연비(km/L) × CO2배출계수(2,380gCO2/L)
(예시) 연비 9.0km/L, 2km 이동 시
: 2km ÷ 9.0km/L ㎥ × 2,380gCO2/L ≒ 529g
□ 전기 : 소비전력(kW) × 사용시간(h) × CO2배출계수(424gCO2/㎥)
(예시) TV 소비전력 0.15kW(150W), 2시간 시청 시
: 0.15kW X 2h X 424gCO2/㎥ ≒ 127g
□ 수도 : 물 사용량(㎥) × CO2배출계수(332gCO2/㎥)
(예시) 샤워 1회, 수도 0.12㎥ 사용 시
: 0.12㎥ X 332gCO2/㎥ ≒ 40g
□ 도시가스 : 도시가스 사용량(㎥) × CO2배출계수(2,240gCO2/㎥)
(예시) 보일러 2시간, 도시가스 4㎥ 사용 시
: 4㎥ X 2,240gCO2/㎥ ≒ 8,960g


전기, 도시가스, 수도의 경우 요금 고지서에 사용량이 표시되기 때문에 사용량과 해당 에너지원의 CO2배출계수를 곱하면 매월 우리 집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점검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조금 더 편하게 하기 위해 정부기관이나 환경단체에서는 다양한 탄소발자국 계산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보급하고 있다. 한국기후·환경네트워크 홈페이지(www.kcen.kr)에서는 ‘탄소발자국 계산기’와 ‘탄소발자국 기록장’이라는 두 가지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탄소발자국 계산기’는 가정의 전기, 가스, 수도, 폐기물 등의 사용량과 교통수단 이용량에 따라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계산해주며, ‘탄소발자국 기록장’은 일상생활에서 온실가스를 저감할 수 있는 실천을 기록하고 저감량을 확인할 수 있다.


산림청 홈페이지(www.forest.go.kr)의 ‘탄소나무계산기’ 프로그램은 가정생활이나 결혼식, 돌잔치와 같은 일상적인 행사, 여행 등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계산해주며, 이를 나무의 양으로 환산해준다. 또한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활동에 대해 안내한다.


한국에너지공단의 기후인사이트 홈페이지(www.climateinsight.or.kr)에서는 ‘온실가스배출량 자동계산’ 프로그램을 제공하는데,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상업, 건물, 산업 등에서 활용되는 다양한 에너지원에 대한 사용량을 입력하면 이산화탄소배출량을 확인할 수 있다.


탄소성적표지제도, 제품의 탄소발자국을 확인하자


탄소성적표지제도는 제품 및 서비스의 생산, 수송, 유통, 사용, 폐기 등 전과정에서 발생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 환산하여 제품에 라벨형식으로 부착하는 제도이다. 탄소성적표지제도는 제품과 서비스의 온실가스 배출량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함으로써 시장주도의 저탄소 소비문화 확산에 기여한다.


탄소성적표지제도는 탄소배출량 인증, 저탄소제품 인증, 탄소중립제품 인증 등 총 3가지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1단계 탄소배출량 인증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전과정에서 발생되는 온실가스를 이산화탄소로 환산하여 나타내고, 2단계 저탄소제품 인증은 탄소배출량 인증을 받은 제품 중에서 탄소배출량을 줄인 제품에 부여된다. 3단계 탄소중립제품 인증은 저탄소제품 인증을 받은 제품 중 탄소상쇄숲 조성 등 인증기업의 외부감축활동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모두 영(0)으로 상쇄한 제품에 부여된다.


탄소성적표지 인증제품은 식·음료제품, 생활용품, 전자제품, 운송·서비스 등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에서 찾아볼 수 있다. 2015년 상반기 기준 탄소성적표지 인증제품 수는 총 1,753개이며 탄소배출량 인증제품은 1,439개, 저탄소 인증제품은 300개, 탄소중립 인증제품은 14개가 있다.




탄소발자국, 두 배로 가치있는 활용방안


탄소발자국에 대해 이해하고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실천을 한다면, 기존 제도를 활용하여 인센티브도 받을 수 있다. ‘탄소포인트제’(서울은 ‘에코마일리지’)에 가입하면 가정의 전기, 수도, 난방 등 사용량 절감에 따라 연간 최대 14만원 상당의 포인트를 제공한다. 환경부와 은행에서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그린카드’를 사용하면 탄소성적표지나 환경표지가 붙은 친환경제품을 구매할 때 포인트를 부여하고, 공공기관의 관광·문화·체육시설 할인서비스를 제공한다. 승용차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그린교통포인트제’에 가입하여 도보 1km당 20포인트, 자전거 1km당 6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다. 이외에 ‘승용차요일제’는 각종 세제·통행료 할인을 제공하며, 지자체별로 공공자전거를 활성화하는 등 정부·지자체의 제도를 활용한다면 쉽고 재미있게 탄소발자국을 줄일 수 있다.


글 | 박형진 팀장(한국기후·환경네트워크)
박형진 팀장은 현재 한국기후·환경네트워크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탄소발자국 기록장과 탄소발자국 계산기 등 탄소발자국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하고 있다. 또한 온실가스 1인 1톤 줄이기 실천수칙 개발 및 홍보 등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