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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미세먼지 초비상, 그 원인과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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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오염 개선 의지 확고하게 갖고
최고 수준의 환경과 건강 패러다임 선언


전 세계적으로 20세기 전까지 대기환경학은 과학영역에 포함되지 않았다. 환경오염은 단지 생활상 불편함을 주는 사회규범적 문제로 생각하였고 건강문제도 생각하지 않았다. 특히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1970년대까지 도시공해와 산업공해를 혹독했으나 공해문제를 거론할만한 환경 의식과 지식도 사실상 없었다. 다시 말해 특별히 사회적 문제가 되지 않은 한 환경오염에 대해서는 매우 관대하였다. 이러한 배경이 오늘날 우리나라의 대기오염을 악화시키고 문제해결이 즉흥적이고 더딘 근본적인 이유가 되었다.


여러분이 공부하는 교실에는 대략 각설탕 하나쯤 되는 공기 속에 수만 개의 먼지가 날아다니고 있는데 숨을 한번 들이 쉴 때마다 수백만 개가 입과 코를 통해 폐 속으로 들어온다. 과연 이 먼지는 어디서 날아온 것일까? 이 먼지를 누가 줄일 수 있을까? 이 먼지를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요즘 하늘이 하늘색이 아닐 때마다 사람들은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탓을 하는데 이 먼지들은 도대체 무엇인가?


지구상 어디에서든 보통 공기 속의 분진을 조사하면, 분진은 항상 2.5㎛를 기준으로 둘로 나뉜다. 우리나라에서는 10㎛보다 작은 입자를 ‘미세먼지 (PM10)’라고 부르며, 2.5㎛보다 작은 입자를 ‘초미세먼지 (PM2.5)’라고 부른다. 공교롭게 인간이 만든 분진의 대부분은 PM2.5이며, 황사와 같은 자연적 분진의 대부분은 PM2.5보다 큰 PM10이다. 한편, 공기 중 분진은 다양한 화학성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종종 각종 질환과 암을 발생시키는 유해성분도 포함하고 있다. 위해성 측면에서 분진의 크기는 유해성분 못지않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PM2.5는 인간과 환경에 심각한 악영향을 주는데, 그중 0.1~1.0㎛ 크기의 분진을 ‘악마분진’이라 부른다.


악마분진의 해약…각종 유해물 몸 깊숙이 전달하는 운반체


우선 이 분진의 해악에 대해 알아보자. 여러분은 트럭이 비포장도로를 지나간 후 흙먼지가 날려도 잠시 후 다시 맑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흙먼지의 크기가 커서 중력에 의해 땅에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PM2.5속의 악마분진은 눈에 보이지도 않지만 바람이 불지 않는다면 공기 중에 몇 주간 떠다닐 정도로 체류시간이 길다. 공기 중 체류시간이 길다는 것은 인체 노출시간도 길다는 의미인데, 참고로 오염물질에 대한 인체 위해도(risk)는 노출시간과 오염물질의 농도를 곱하여 계산하기 때문에 위해도가 크게 증가한다. 사람의 호흡과정을 공기역학적으로 분석할 때 폐 끝까지 도달하는 분진이 바로 악마분진이다. 이 분진보다 크거나 또는 작다면 분진은 상기도에서 대부분 걸러진다. 또한 분진의 크기가 작을수록 표면적이 크게 증가하는데 라돈과 다이옥신과 같은 유해 발암물질과 카드뮴, 니켈, 크롬, 납과 같은 유해 중금속이 표면에 더 많이 농축된다.


다시 말해 악마분진을 포함하고 있는 PM2.5는 각종 유해물질을 우리 몸 깊숙이 전달하는 운반체 역할을 한다. 요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실내 라돈오염을 예로 들어보자. 라돈은 분진이 아닌 무거운 가스로서 방사성 발암물질이다. 참고로 라돈은 붕괴되면서 알파선을 방출하는데 이 알파선은 폐세포 내 DNA를 손상시켜 폐암을 일으킨다. 이로 인한 사망률이 미국에서는 1년에 2만 명 정도되고, 우리나라에서는 2,000∼3,000명 정도로 추정된다. 라돈은 가스이기 때문에 주로 PM2.5의 몸을 빌려, 즉 담체로 이용하여 폐 끝까지 침투한다. 따라서 라돈오염이 심한 지역의 학교에서는 활성탄이 포함된 PM2.5 공기정화기를 설치하여야 하며, 특히 호흡속도가 빠른 영유아와 초등생이 활동하는 실내공간에는 우선적으로 설치하여야 한다.


가시광선 스펙트럼 최대로 산란시켜 가시거리 짧아져


악마분진의 또 다른 해악으로는 하늘을 뿌옇게 만들어 가시거리를 짧게 한다. 과거 20∼30년 전에는 PM2.5와 PM10의 오염이 모두 심해 하늘이 짙은 회갈색이었으나, 요즘은 PM10보다 PM2.5 오염도가 더 심해 안개처럼 희뿌옇게 보인다. 일반적으로 공기 중 가스는 빛을 흡수하고, 분진은 빛을 산란시키는데, 특히 악마분진은 모든 가시광선 스펙트럼을 최대로 산란시켜 희뿌연 색을 만들며 동시에 가시거리도 짧게 한다. 가끔 수직방향의 하늘이 맑게 보이더라도 수평방향의 하늘이 희뿌옇다면 그날은 PM2.5 오염이 심한 날이고, 반대로 저녁에 붉은 색 놀을 볼 수 있다면 그날 저녁과 다음날 아침은 공기가 좋을 것이다. 왜냐하면 비록 저녁놀도 분진의 산란으로 생기지만 이 정도 분진은 매우 깨끗한 수준이며, 또한 서풍의 영향을 주로 받는 우리나라에서는 이 깨끗한 공기가 서풍을 타고 곧 몰려오기 때문이다.


공기 중 분진은 중력에 의한 침적효과, 강수에 의한 세정효과, 그리고 바람에 의한 분산효과로 없어진다. 하지만 PM2.5 경우에는 바람에 섞여 다른 곳으로 이동하여 희석될 뿐, 아무리 비가 오랫동안 쏟아져도 잘 씻기지 않는다. 보통 공중에 솟구친 분진은 바람을 타고 멀리까지 이동하는데, 북반구에서는 서풍을 타고 3주 정도면 지구를 한 바퀴 돌 수 있다. 황사의 경우 중국에서 발생할 때에는 매우 큰 흙먼지이지만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큰 분진부터 땅에 떨어진다. 우리나라에서는 며칠 만에 PM10으로 주로 관측되고 하와이에서는 PM2.5, 1주일 정도면 북미대륙에서도 악마분진 크기로 관측된다. 한편 도시에서 바람의 분산효과를 얻기 위해 간혹 바람길을 만들기도 하는데, 이 바람길 효과로 공기질을 개선한 사례를 들어 보자. 2004년 서울에서는 동-서로 연결된 청계천 고가도로를 철거한 적이 있다. 그 당시에는 바람길 효과를 생각지도 못했지만 10년이 지난 후 빅데이터를 이용하여 철거 전과 후의 공기질을 분석한 결과, 서울시 풍속은 철거 전보다 0.4 m/sec 빨라졌고 PM10 농도도 4.4%P 개선되어 바람길 개선효과를 비로소 확인할 수 있었다.


초미세먼지 및 미세전지 그 발생원인 알아야 대책마련 가능


본론으로 돌아가서, PM2.5(초미세먼지)와 PM10(미세먼지)에 대한 발생 원인을 정확하게 알아야 이른바 가성비가 큰 저감대책을 세울 수 있다. PM2.5와 PM10의 발생원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대책도 당연히 달라야 한다. 특히 PM2.5의 악영향이 PM10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모든 대책은 PM2.5에 집중하여야 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우리나라도 2015년 PM2.5에 대한 환경기준을 새로 도입하였다. 그렇다면 PM2.5는 어디서 얼마만큼 발생하는 것일까? 재작년 우리나라 정부는 미세먼지 관리대책을 발표하면서, PM2.5 발생량을 수도권에서는 경유차 29%, 건설기계 22%, 냉난방 12%, 발전소 11%로 추정하였고, 전국적으로는 사업장 41%, 건설기계 17%, 발전소 14%, 경유차 11%로 추정하였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대기환경 기초연구가 활발한 유럽 28개국에서 PM2.5의 평균 발생량을 발표하였는데, 상업활동 및 가정 등 생활주변의 면오염원 56%, 경유차를 포함한 모든 차량 13%, 사업장 10%, 발전소 5%로 추정하여 우리나라 발표내용과 커다란 차이를 보였다.


학술적으로 오염원인을 숫자로 확인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즉 분진 발생원에 대한 배출자료와 기상자료를 이용하여 수학적으로 해석하는 방법이 있고, 분진을 물리화학적으로 정밀하게 분석한 후 이 자료를 통계적으로 해석하는 방법이 있다. 유럽과 같은 선진국의 경우, 전·후자 방법을 이용한 추정 결과가 거의 같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지만, 우리나라 경우에는 첫 번째 방법에만 의존하고 있어 신뢰도가 낮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수백 가지가 되는 분진 발생원 중 경유차, 건설기계, 발전소 등 몇 안 되는 발생원에 대한 배출자료만 가지고 있어 이들 발생원에만 주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결과에 따라 저감대책을 세우다보니, 미세먼지가 극성일 때마다 자동차 탓, 중국 탓, 발전소 탓을 하며 희생양을 찾는 버릇이 생겼다. 물론 이들도 주요 발생원임에는 틀림없지만 이러한 비과학적 대책에만 의존한다면 비용 대비 미세먼지의 저감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다.


중국 못지않은 초미세먼지 주범은 생활주변에서의 오염원 배출


우리가 중국 탓을 하려면 발생 원인을 과학적으로 증빙하고 논문을 통해 합리적으로 주장하여야 한다. 당연히 과학적 논문을 쓰기 위해서는 기초연구를 꾸준히 수행하여야 한다. 중국의 영향을 정량적으로 계산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배출자료를 확보한 후 앞서 제시한 첫 번째 수학적 방법을 이용하거나, 또는 우리나라에서 PM2.5를 집중적으로 측정하고 분석한 후 두 번째 통계적 방법을 이용하여야 한다. 중국의 배출자료를 얻기 어렵고 중국 또한 완벽한 배출자료가 부족한 만큼, 우리에게는 두 번째 방법론을 이용하는 것이 합당한데,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에서 이 또한 집중적인 연구가 거의 없었다.


그나마 경희대 용인지역을 중심으로 약 30년 간 이 연구를 수행해 왔는데 그 결과에 의하면, 연평균으로 대략 중국발생 (30∼35%), 모든 차량 (15∼20%), 발전소와 난방용 화석연료 (10∼15%), 산업체 (5∼10%), 소각로 (5∼10%), 기타 생활상에서 배출되는 면오염원 (20∼25%; 방지장치 없는 불법연소, 공사장, 농업활동, 토양비산, 산불, 해염 포함 자연적) 등이었다. 이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중국 못지않은 초미세먼지의 주범은 우리 생활주변에서의 면오염원 배출과 중소형 및 영세 사업장에서의 비산배출이다. 면오염원과 비산배출원이란 적정한 방지장치 없이 오염물질을 공기 중에 방출하는 오염원을 말한다. 특히 우리나라 중소형 사업장은 전체 배출업소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들 사업장의 배출기준도 없고 발생량 자료도 없어 국가통계에서도 항상 누락되어 있다. 현재 생활상 면오염원 중 가장 우려되는 곳은 첨단방지설비 없이 고체 및 고형연료와 같은 저급연료를 사용하는 모든 업소들이며, 또한 이들 저급연료를 난방 및 취사 목적으로 사용하는 주거지들이다.


안타깝지만 우리나라 (초)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는 단기적인 대책을 찾기는 어렵고, 지금부터라도 중장기적인 대책을 찾아야 한다. 대기환경 기초연구를 통해 원인별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지만, 저감시간을 줄이려면 국가가 환경오염개선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선진국 수준의 환경과 건강 위주의 패러다임을 선언하여야 한다. 그 다음, 선진국의 선행경험을 받아들이고 사전공해예방 측면에서 많은 환경악법을 개정한 후 새로운 배출규제를 도입하여야 한다. 환경 패러다임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초중등학교에서 환경교육을 강화하여야 하며 모든 국민이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환경홍보를 강화하여야 한다. 야외에서의 불꽃놀이, 쥐불놀이, 바비큐 구이가 생활에 활력과 즐거움을 주겠지만 미세먼지오염을 크게 악화시키므로 이러한 생활상 즐거움도 온 국민이 조금씩 나누고 줄인다면 미세먼지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다. 요약하여 대기환경 과학기술에 기반을 둔 합리적인 대기정책이 사회적 합의를 거쳐 만들어진다면, 가성비가 큰 저감효과를 신속하게 얻을 수 있고, 동시에 경제발전과 일자리 창출 등의 후발이익 효과도 얻을 수 있다.


김동술 교수님은 경희대학교 환경학 및 환경공학과에 1987년 부임한 이래 환경 전문인력 양성 및 우리나라 대기질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였다. 특히

1990년 라돈오염과 2006년 미세먼지 오염을 사회적으로 공론화하여 저감대책을 마련하고자 하였으며, 2006년 GYNKIDNET 과학전문위원으로 환경교육을 위한 웹사이트를 국내 최초로 개발하여 초중고생의 환경의식 확대에 앞장섰다. 또한 경희대 교육대학원 부원장, 연구처장, 산학협력단장, 산학협력기술연구원장, 한국대기환경학회장을 역임하며 조직에 봉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