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LIFE

과학이 살아 숨 쉬는 복합문화공간, 과학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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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이 주는 즐거움과

행복 느낄 수 있는 공간의 공존



동네 여기저기에서 쉽게 만날 수 있었던 작은 서점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책 냄새 가득하던 익숙하고 아늑한 공간들은 어느새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으로 자취를 감추었고 동네책방은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옛 것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영영 잊히게 되나 싶어 아쉽던 차, 향수를 부르고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새로운‘독립서점’이라는 문화공간이 하나 둘 문을 열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소규모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각각의 독특한 콘셉트와 전문지식을 앞세워 대형서점과 차별화를 두었고 외부 건축물과 인테리어 역시 멋스러워 오가는 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게하고 있다. 다양한 독립서점 중에서도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곳은 과학책방. 과학책 마니아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입소문을 타다가 어느새 다양한 연령층의 고객들이 들리는 핫 플레이스가 되었다.


내가 찾는 과학책은 과학책방에 다 있다

대형서점을 방문해도 과학책은 의외로 찾기 힘들뿐더러 잘 팔리는 베스트셀러와 신간 위주로 구성되어 정작 찾고자하는 책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곤한다. 절판된 책들도 심심찮게 있다. 다양한 과학책을 만나고 싶을땐 대형 서점보다는 과학책방을 추천한다. 대형 서점에 비해 소박하고 작은공간이지만 그 공간을 빼곡하게 채운 과학도서의 양은 방대하다. 게다가 과학 책방들의 특징 중 하나가 단순히 ‘과학책’을 제공하는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북토크, 큐레이팅, 책 추천, 책 읽기 모임 등 다양한 접근성을 가지고 있다. 시대에 발맞추어 SNS도 적극 활용한다. 독립서점이 주는 아날로그 감성이 흔히들 말하는 ‘인스타감성’과도 일맥 상통하기에 팔로워 수도 상당하다. 

 과학에 막 입문한 초보부터 과학에 진심인 전문가들은 물론, 학생과 학부모까지 다양한 연령층, 다양한 계층의 팔로워들이 SNS를 통해 과학 책방의 소식을 접하고 그 중 원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회를 잡기도 한다. 이렇듯 다양한 경로가 존재하기에 과학에 대해 문외한이더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부담 없이 선택할 수 있으며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혹 어려운 책도 과학 전문가의 가이드가 있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면 완독이 가능하다. 완독의 경험은 자연스럽게 다독으로 이어지기 마련이기에 한번 프로그램에 발을 디디면 자꾸만 참여하게 된다. 성인은 물론 학생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부모님의 권유에 억지로 문을 열었던 학생들이 과학에 관심을 갖게 되고 어려워하던 과학의 문턱을 넘는 변화의 순간을 목격하는건 과학책방이 선사하는 진귀한 경험이다.



과학을 일상에 녹여내는 곳

 과학책방은 모습도 다양하다.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갈다’의 경우 1층 서가 자체가 거대한 과학책 추천 공간이다.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구성된 큐레이션은 과학에 문외한인 방문객들마저도 읽어봄직 하다는 자극을 받게된다.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 코너, 팬 층 두터운 칼세이건 살롱 등 관심사 별로 찾아볼 수 있으며 특히 현재 상주중인 작가의 책들이 전시되고 홈페이지에 일정이 공유되어 자연스럽게 작가와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등 작가와 독자, 작가와 다양한 매체의 자연스럽고 편리한 만남을 주선하는 살롱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갈다’만의 특별한 포인트는 책에 대한 코멘트들이 적혀 있는 것이다. 때로는 작가가 직접 쓴 글도 있어 보물찾기를 하듯 읽어보게 된다. 과학 책방 ‘갈다’의 대표인 이명현 박사는 “언제 어디서든 수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 정보들의 맥락을 연결하고 추론하는 과정”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과학책 역시 그러한 방법으로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기본이 가장 중요한 거지요. 그런 의미에서 2015년 교육과정의 통합과 융합 교과서는 정말 훌륭합니다. 시대에 따라 바뀔 수 있는 현상에 치중하기보다는 통합교과, 공통교과의 기초적인 원리를 제대로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부산 망미동에도 과학 책방이 있다.‘ 책방동주’는 의식의 흐름대로 꽂아놓은 것 같은 서적 배치가 인상적이다. 예를 들어 제일 위쪽은 별과 천문학 책들이 차지하고 있다. 그 중 우주에 관심이 있어 천문학자가 된 사람들의 경우 우주로 가기 힘들어서 우울증이 올 수도 있으니 오른쪽에는 우울증 관련된 책이 나열되어 있으며, 우울증에는 고양이가 특효약이라는 사견으로왼쪽에는 고양이 관련 책이 있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별이 있는 곳은 우주니까 우주과학, 우주과학과 뗄 수 없는 물리학, 물리와 근접 한화학, 일상생활과 밀접한 화학인 요리 관련 책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책방동주’의 첫방 문객들은 서적의 배치를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한나절이 훌쩍 지나가곤 한다. 각각의 모습은 다르지만 어느새 우리 삶에 친숙하게 스며들고 있다는 점에서는 같다. 결국은 과학이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닌 실생활 속 문화로 스며들기를 바라는 것이다.


하나의 문화로 생활에 녹아들기를

 과학책방의 또 다른 순기능은 활자로 이루어진 종이책의 보존이다. 잘 팔리지 않는 책들은 순식간에 진열대에서 모습을 감추고 쉬이 절판되어 잊혀진다. 때때로 남겨질 가치가 있는 책들 조차 대중의 흥미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사라지곤한다. 과학책방을 운영하는 이들은 일종의 사명을 완수하듯 다양한 과학책들을 읽고 가치 있는 책들을 찾아내어 책방 한 켠에 귀하게 모신다. 켜켜이 쌓여가는 책은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를 대표하는 문명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된다. 종이책이 사장된다면 현재 우리가 즐기는 다양한 콘텐츠들은 다음 세기에 이르렀을 때 모래성처럼 스러질것이 자명하다. 과학책을 지켜가는 과학책방의 노력이 빛나는 이유다.

 같은 공감대를 지닌 이들의 오프라인 공간 공유 역시 과학책방이 지향하는 바이다. 과학전 문가들의 오픈 랩부터 과학 초보자들의 도서 스터디 모임까지. 과학책방에 마련되어있는 공간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과학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이어간다. 그저 교육의 대상으로 존재했던 시절의 과학이 대중과 멀리 뚝 떨어진 존재였다면 작금의 과학은 흥미로운 콘텐츠이자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학문 그 어디쯤에 존재하는 듯하다. 그리고 머지않은 미래에과학이 문화의 하나로서 생활에 녹아들기를, 과학이 문화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과학책방은 오늘도 내일도 존재한다.




 MINI INTERVIEW 삼청동 과학책방 ‘갈다’를 소개합니다!


과학이 문화가 되기를 꿈꾸다

서울 삼청동 길 끝자락. 작은 골목길에 들어서면 과학책방 ‘갈다’를 만날 수 있다. 천문학자 이명현 대표(56)가 어릴 적 부모님과 함께 살았던 주택을 개조해 서점으로 꾸민 곳이다. 글 쓰는 과학자들과 과학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가들이 함께 일군 이 전문서점은 이제 멀리서도 사람들이 찾아오는 명소가 됐다.


인류 역사에서 큰 변곡점을 만들어낸 과학자인 갈릴레오와 다윈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온 이름 ‘갈다’는 한글 어휘로 보면 더 많은 뜻을 담고있다‘. 경작하다’‘, 날카롭게 만들다’‘, 판을 엎다’가 그것. 과학문화의 밭을 경작하고, 과학을 날카롭게 벼르며, 지식의 판을 교체하고자 한다. 2018년 서점 대표이자 천문학자인 이명현 박사가 유년기를 보냈던 삼청동 집을 리모델링 한 공간이지만 110여 명의 과학자, 저술가 등이 힘을 합쳐 설립한 곳이다. 과학도서 활성화 논의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갈다’라는 과학책방으로 싹틔웠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도서 선정위원회가 매년 국내에서 출간되는 과학책들을 다양하게 읽어본 후 진열할 책을 직접 고른다. 그래서 입문도서부터 올해의 과학도서까지 다양한 책들을 만날 수 있다. 1층 서가를 중심으로 지하에는 과학 강연, 과학책 읽기 모임 등이 가능한 공간이 있으며 2층으로 오르면 가벼운 음료와 책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 회의 공간, 과학 저술가를 위한 공간 등이 마련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책을 좋아하는 사람, 과학을 좋아 하는 사람, 공간이 좋아서 오는 사람 등 다양한 고객층이 ‘갈다’ 를 찾고 있다. 초창기에는 과학에 관심 있는 성인들을 위한 기획이 많았지만 다양한 고객층의 방문으로 현재는 어린이들을 위한 과학 도서들을 선별하여 비치하고 과학책 읽기 워크숍 등도 진행하고 있다. ‘갈다’는 오프라인 서점으로서 지속가능한 운영을 위해 끊임 없이노력하고있다.‘ 갈다’라는 과학책방의 신뢰는 물론 브랜드 가치 또한 키우고자 한다. 전문가는 물론 신인들도 활동할 수 있는 과학 북토크의 운영, 신간 정보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큐레이션 활동 등이 그것. 다만 정보는 ‘갈다’에서 얻고 구매는 온라인 서점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경쟁력에 대한 고민이 끝나지 않는다. 사계절이 훤히 보이는 커다란 창과 깔끔하게 하얀 벽, 칼세이건 사진 액자와 눈을 편안하게 하는 조명이 방문하는 이들을 편안하게 하는 곳. 시끌벅적한 삼청동 끝자락, 한적하고 조용한 공간에서 과학이라는 문명을 만날 수 있는 과학책방 ‘갈다’에 방문해 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