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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지연구소, 세상의 끝에서 미래를 내다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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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지에 숨겨져 있는 신비한 과거와 현재의 조각


극지연구소에서는 극지의 자연환경을 연구합니다. 특히 해양학, 대기과학, 지구과학, 생물학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지요. 극지연구소의 또 다른 주요 임무는 남극세종과학기지, 장보고과학기지, 북극다산과학기지, 그리고 쇄빙연구선 아라온을 운영하는 것입니다. 극지연구소는 세종기지와 장보고기지에 월동대원을 보내 연구 시설이 한 겨울에도 동파되지 않도록 잘 관리하고 아라온이 남극과 북극을 오가며 안전하게 운항하도록 합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캐나다, 영국, 포르투갈, 칠레, 일본, 중국 과학자들이 우리나라 극지 기지와 쇄빙연구선 아라온을 활용해 연구하고 있는데, 이런 국제 공동연구와 교류사업도 극지연구소에서 지원하고 있지요.



남극과 북극 … 각각 한반도의 약 60배가 넘는 거대한 ‘극지’

극지는 어디일까요? 북극점이나 남극점을 극지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사실 극지는 생각보다 훨씬 넓답니다. 남극 대륙과 북극해는 크기가 한반도의 62배나 됩니다. 아주 오래전엔 남극이 호주와 인도랑 붙어 있었대요. 인도는 북쪽으로 올라가 아시아 대륙과 충돌하면서 히말라야 산맥을 만들며 아시아의 일부가 되었고 남극은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한동안 남극 반도의 끝이 남미의 끝자락과 마치 서로 손을 잡고 있는듯 연결되어 있다가 서로 헤어졌습니다. 남극과 남미가 연결되어 있을 때는 태평양과 대서양 해류가 남극까지 내려와서 따뜻한 에너지를 전달해주어 남극이 지금처럼 춥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남극이 남미 대륙과 헤어지면서 거대한 해류가 남극 주변을 뱅뱅 돌게되었고 이 남극해에 막혀 태평양이나 대서양의 따뜻한 해류가 남극까지 오지 못하게되었지요. 그러면서 남극은 아주 추워져서 눈이 내리고 그 눈은 녹지않고 계속 쌓여 두터운 얼음이 되었습니다. 지금 남극 대륙의 대부분을 덮고 있는 얼음이 이렇게 생겨난것이지요. 남극의 98%가 얼음에 덮여있는데, 얼음의 평균 두께는 2,160미터나 되고 가장 두꺼운 곳은 얼음이 지표면에서 4,800미터나 높이 쌓여 있답니다.

 그 넓은 남극에서 이렇게 두꺼운 얼음이 다 녹아버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지구 전체의 해수면이 무려 60미터나 높아진다고 해요.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되겠죠? 남극은 남위 60도 보다 남쪽에 있는 대륙, 바다, 하늘로 정의됩니다. 남극 대륙은 유럽보다도 1.3배나 크고 호주보다 더 넓어서 큰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대륙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비밀이있어요. 이건 땅과 바다를 덮고 있는 얼음의 면적이라는 것이지요. 실제 얼음 밑에는 산과 벌판, 호수와 바다, 그리고 크고 작은 섬이 있습니다. 남극은 얼음에 덮인 남극대륙을 남극 해가 에워싸고 있지만, 북극은 북극해 바다를 시베리아와 알래스카, 캐나다북극, 그린란드가 둘러싸고 있습니다. 북극해도 얼음에 덮여 있는데 얼음이 남극처럼 두껍지는 않습니다. 바다 얼음을 해빙이라고 하는데 해빙은일년내내 항상 얼어 있는 부분과 여름에 녹는 부분이 있습 니다. 1979년 인공위성으로 북극해 얼음이 일 년 중에 가장 많이 녹았을 때 면적을 측정한 이 후매년이 면적을 기록하고 있는데 해가 갈수록 이 면적이 줄어 들고 있습니다. 게다가 북극해 해빙의 두께도 얇아지고 있고요. 지금처럼 기온이 높아지면 북극해에서 여름철에 얼음이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 시기를 2100년으로 예상했었는데, 실제 해빙의 면적을 관측해 보니 예상치보다 더 급격히 감소하고 있어서 얼음이 완전히 사라지는 시기를 2050년, 2035년으로 점점 앞 당겨 예측하고 있습니다. 북극해에서 여름에 얼음이 완전히 사라지면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나게될까요? 지구과학자들은 북극을 북위 66도 3분보 다 북쪽인 지역이라고 정의했습니다. 그 이상이 되면 여름에 백야를 볼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렇다면백야는왜생길까요? 그것은 지구의 축이 23.5도 기울어 있기 때문이에요. 여름에는 지구가 태양을 향해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태양을 향한 쪽에는 해가 지지 않고 계속 해가 비추는 것이지요. 하지만 생태학자들은 북극을 좀 다르게 생각합니다. 똑같은 북위 66도 3분이라 하더라도 어느 곳은 굉장히 따뜻하고 나무가 잘 자라는 반면, 다른곳은 북위 50도에서도 나무가 잘자라지 않고 엄청 춥거든요. 그래서 생태학자들은 북극을 “나무가 자라지 않는 수목한계선 이북지역” 이렇게 정의 한답니다. 다른 학자들은 북극을 7월의 평균 기온이 10°C인 등온선의 북쪽 지역으로 제안했습니다. 그런데 이 등온선은 나무가 자라지 못하는 수목한계선과 비슷해서 두 가지를 조합해서 북극을 정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일기장’ 빙하 연구 등

극지 연구소가 하는 일은 무엇일까? 극지연구소는 무엇을 하는 곳인가요? 가장 먼저 극지의 자연환경을 연구합니다. 특히 해양학, 대기과학, 지구과학, 생물학 분야에서 다양한 극지 연구를 하고 있지요. 그리고 극지연구소의 또 다른 주요 임무는 남극세종과학기지, 장보고과학기지, 북극다산과학기지, 그리고 쇄빙연구선 아라온을 운영하는 것입니다. 극지연구소는 세종기지와 장보고기지에 월동대원을 보내 연구 시설이 한 겨울에도 동파되지 않도록 잘 관 리하고 아라온이 남극과 북극을 오가며 안전하게 운항하도록 합니다. 여름철이면 각 기지에 많게는 100여명의 연구원들이 들어가 현장 연구를 합니다.

 이들이 남극이나 북극을 오가는 과정은 일반 여행과는 상당히 달라서 칠레나 뉴질랜드, 노르웨이, 때로는 미국이나 이태리의 극지 관련 기관과 사전에 많은 논의를 하고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또한 연구 장비와 샘플을 안전하게 운반하는 일, 극지 현장에서 헬기를 타고 기지에서 연구 현장까지 이동하는 일 등 다양한 현장 업무를 지원하는 일을 극지연구소에서 합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캐나다, 영국, 포르투갈, 칠레, 일본, 중국 과학자들이 우리나라 극지기지와 쇄빙연구선 아라온을 활용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국제 공동 연구와 교류 사업도 극지연구소에서 지원하고 있지요. 우리가 하는 연구는 주로 극지에서 하므로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기 어려운 연구가 많습니다. 가장 대표적인것이 빙하 연구입니다. 빙하는 오랫동안 내린 눈이 쌓이고 다져져서 만들어진 얼음입니다. 눈이 뭉쳐 얼음이 될 때 작은 공기 방울이 만들어지는데, 이 속에는 눈이 내리던 당시의 공기가 갇혀 있습니다. 수 천년~수십만년 전 지구의 대기가 어떤 상태였는지 빙하를 통해 알 수 있지요. 그래서 빙하를 과거일기장, 또는 타임캡슐이라고 부릅니다. 그런가하면 바닷 밑바닥에 있는 해양 퇴적 물은 한층 한층이 과거의 해양 환경을 보여줍니다. 만약 어떤해에 전 지구에 영향을 미치는 화산이 터졌다면 빙하와 해양퇴적물에는 화산재가 쌓이면서 그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게 됩니다. 그런가하면 화석을 통해서도 오래 전 환경을 엿볼 수 있지요.



  

    




 우리는 극지에서 기후 변화를 연구합니다. 이산화탄소나 메탄같은 온실 기체를 꾸준히 측정하고 데이터를 기록하면서 극지에서 이런 기체가 증가하는지 확인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온이 높아진 툰드라 동토에서 토양 미생물의 물질대사는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이들의 호흡이 증가해서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방출하고 있지는 않는지 연구하고 있습니다. 제가 속한 동토 생태연구팀은 북극다산과학기지 근처의 빙하에서 연구를 하고 있는데 중앙로벤 빙하라는 곳은 지난 120년동안 약1.5 km 길이의 얼음이 사라졌습니다. 매년 10미터 이상 얼음의 끝자락이 후퇴하면서 빙하 밑에 덮여 있던 지역이 새롭게 노출됩니다. 북극해에서는 해빙이 줄어들고 있고, 이산화탄소가 바닷물에 녹아 들어가며 해양산성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식물성 플랑크톤의 조성이 달라지기도 했습니다. 북극은 지구 평균보다 3배나 빠르게 기온이 높아지고 있어 지구온난화가 가장 심각하게 일어나는 곳입니다. 그런데 북극에서의 변화는 중위도 지역에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여름철 북극해 해빙이 많이 녹으면, 얼음에 덮여있을때는 반사하던 태양에너지를 바닷물이 흡수해서 얼음이 더 빨리녹게됩니다. 그리고 물이 증발해서 대기중에 수증기가 많아집니다. 그러면 가을철 시베리아에 눈이 더 많이오고 눈에 덮인 곳은 햇빛을 반사해서 기온이 더 낮아집니다. 겨울철에 북극의 차가운 공기가 중위도 지역으로 내려오면서 춥고 눈이 많이오는 겨울이 오기도 합니다. 북극에서 일어난 기후 변화가 우리가 사는 중위도 지역까지 영향을 주는 것입니다. 우리는 극지에서 환경 오염 물질을 연구하기도 합니다. 극지는 아주 깨끗한 청정지역이라고 기대할텐데, 극지에도 미세먼지나 미세플라스틱이 있고 수은이나 다양한 화학물질로 오염된 지역도 있습니다. 바람이나 해류를 타고 이런 오염물질이 극지에 모이지요. 미세먼지는 기후에도중요한영향을줍니다. 미세먼지는 종류에 따라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 빛을 흡수(온난효 과)하거나 산란(냉각효과)시켜 지구 복사열 평형에 영향을 줍니다. 또한 미세먼지는 구름 형성의핵(구름응결핵)으로 작용하여 태양 빛 차단 뿐만아니라 강수에도 영향을 줍니다. 미세 플라스틱은 북극 철새의 위장에서도 발견되고 있습니다. 특히 북극은 인간의 영향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이밖에도 극지 과학자는 남극 펭귄이나 물개를 따라다니며 이들의 생활을 관찰하기도 하고 남극 지의류나 미생물에서 유용한 물질을 찾아내 치매나 아토피 치료제를 개발하기도 합니다. 저는 북극 식물을 연구하는데, 그중에 특히 개척자 식물인 자주범의귀를 좋아합니다. 땅을 덮고있던 빙하가 사라지면 빙하가 물러간 자리는 너무 척박해서 식물이 살수가 없습니다. 이런 척박한 곳에 토양 미생물이 자리 잡고 이끼와 자주범의귀가 들어와 자라며 토양에 영양분을 공급합니다. 그러면 다른 식물들도 들어와 살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지요. 그런가 하면 씨범꼬리는 어린잎이나 꽃을 땅속에서 만듭니다. 얼어붙은 땅 밑에서 어린 식물을 준비하면서 북극의 짧은 생장기간을 극복하는 것이지요. 사년 동안 땅속에서 잎과 꽃줄기를 만들며 기다리는 기간이 있기에, 씨범꼬리는 땅에서 나오자마자 역동적인 생명력을 보이며 힘차게 자라고 꽃을피웁니다.

식물에도 젠더 이슈가 있습니다. 버드나무는 암수 딴그루 식물이고 성염색체도 있습니다. 그런데 버드나무는 사람과 달리 암그루가 ZW로서로 다른 염색체를 갖고, 수그루가 같은 종류의 염색체인 ZZ를갖습니다. 북극에 사는 버드나무는 암그루가 수그루보다 약6:4 비율로 더 많습니다. 왜 암그루가 더 많은지는 오랫동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였지요. 그러다 버드나무의 성염색체 Z에서 식물을 죽이는 치사유전자가 발견되면서 이 수수께끼가 풀렸습니다. 치사유전자가 열성유전자로 함께 만나면 ZZ의 씨앗은 발아가 안되거나 자라지 못하고 죽기 때문에 암그루가 수그루 보다 더 많았던 것입니다. 저는 기후 변화로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는 북극식물을 보전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다 사라지기전에 꼭 살려내고 싶습니다.



현재와 미래의 극지연구소 과학자들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및 연구 프로그램 운영

종종 극지연구소에 다니지 않아도 극지에 갈 수 있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있더라구요. 고등학생들이 북극을 방문할 수 있는 21C 다산주니어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2020년과 2021년에는 코로나19 때문에 운영하지 못하지만 아마 2022년부터는 다시 북극 방문이 가능 할것입니다. 연구소 홈페이지에 오시면 자세한 정보가 있습니다. 남극의 경우 과학교사가 지원할 수 있는 남극연구체험단이 있습니다. 매년 있는 것은 아니고, 몇 년에 한 번씩 과학교사들과 함께 세종과학기지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합니다. 극지에 가는 것은 아니지만 과학 교원 대상 직무연수의 하나로 극지 아카데미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간혹극지연구소가 남극에 있는줄 아는분도 있는데, 극지연구소는 인천 송도에 있고 견학도 가능합니다. 홍보관과연구소 주요시설을 둘러볼 뿐 아니라 과학자들의 강연도들을수 있습니다. 견학프로그램은 매주 화요일 오후3시~4시에 운영되며 한번에 15~40명이 참여 할 수 있습니다. 과학반이나친한가족이모여극지연구소누리집에서 견학신청을 하면되고, 참가비용은 없습니다. 극지는 멀리있지만 극지연구소는 언제든지 방문 할 수 있는 곳이랍니다. 오늘도 남극과 북극의 과학기지와 쇄빙 연구선 아라온에서는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을 관측하는 다양한 장비들이 데이터를 모으고 있고, 과학자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우리의 과거를 들여다보고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연구에 힘쓰고 있습니다. 거의 모든 SNS에서 극지연구소의 다양한 활동을 알기 쉽게 카드 뉴스나 영상으로 제공하고 있으니 꼭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이유경 센터장은 극지연구소에서 20여 년 동안 해양 미생물과 북극 식물을 연구하고 있다. 북극을 소개하는 <북극 툰드라에 피는 꽃>, <한 눈에 보는 스발바르 식물>, <극지과학자가 들려주는 툰드라 이야기>, <엄마는 북극 출장 중>을 썼으며, 지구 밖 우주에는 생명체가 있는지 궁금해서 <외계생명체 탐사기>를 썼고 우주생물학 연구에 도 관심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