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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식 서울 잠신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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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장이 궁금해지는 물리학 가르치는 교사의 인문학 같은 과학 콘텐츠의 개발


의욕 가득했던 서울 전농중학교에서 2년을 시 작으로 교직생활의 방향성을 찾고자 쉼 없이 달렸던 서울대학교사범대학부설여자중학교에서의 시간과 배우고 활동했던 모든 것들을 아낌없이 쏟아 부을 수 있었던 서울봉화중학교에서의 경험들, 세종과학고등학교를 거쳐 현재 서울잠신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1997년 첫 발령 후 25년의 세월이 쏜살같이 지나왔다. “물리학은 듣기만 해도 어렵죠? 보기도 싫고 생각도 하기 싫어할 수 있어요. 제 손을 거치면 물리학이 읽기 편안한 시집이 되고 개봉을 기 다리던 영화가 되고 다음 회가 궁금한 주말드라마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25년 고스란히 응축된 역량은 물리학을 아이들에게 하나의 콘텐츠가 될 수 있도록 이끌고 있다.


기초를 쌓고 내공을 다졌던, 발로 뛴 초임 생활

과학재능기부반 동아리 지도, 과제연구 및 R&E 프로그램 지도 등으로 과학교육부 문 2020년 과학교사상을 수상한 남경식 교 사의 활동을 어느 한 분야에 담기에는 사실 부족하다. 25년 교직생활 내내 각 분야에서 꾸준히 활동 해왔기 때문이다“. 수상자체로도 감사하지만 무엇보다 그 간의 교직 생활을 정리해보고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서울 전농중학교 2년 초임 근무 후 ‘조금 더 잘 가르치고 싶은 마음’에 대학원에 입학 했고 그때 과학교육 수업을 하시던 곽영순 박사님의 교육학적 교수법(pedago gical content knowing)을 만났다. 첫 학기 수업 이후 박사님과 박사님의 교수법에 푹 빠져 말 그대로 ‘졸졸’ 따라다니며 다양한 수업을 청강하다가 당시 곽영순 박사님이 몸담고 있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통해 뜻을 함께하는 교사들을 만났고 2002년부터 2005년까지 3년 간 중학교의 모든 물리 단원 수업을 차시별로 각자 찍어서 분석했다. 짧지 않은 시간이었고 쉽지 않은 작업이었지만 내공이 단단하게 쌓일 수밖에 없는 시간이었다. 이 과정이 있었기에 수업을 볼 때 의관점, 신규 교사 양육 프로그램을 만들때의 기준 등을 만들 수 있었다. 남경식교사의 노력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서울 봉화 중학교에 재직하면서 그 동안 배워오고 축적 해온 모든 노하우들을 아낌없이 쏟아 부었다. 망우리 공동묘지 아래에 위치한 학교 실험실에서 늦은 밤까지 이튿날 수업 시간에 사용할 실험재료를 만들기도 부지기수였다. “가끔 오싹 하기도하고 무섭기도 했다”지만 열정이 공포보다 컸음은 분명하다. 당시에 만들며 찍어놓았던 무수한 동영상들은 아직까지 학생들 수업은 물론 과학전시관, 타 학교나 영재원 과학 활성화 관련수업과 교사 연수 등의 다양한 강의에서도 좋은 자료로 사용되고 있다. 재미는 기본, 교육의 방향성과 높은 퀄리티로 호평을 받는 강의를 진행하고 나면 “늦은 밤이면 으스스할때도 있었지만 그렇기에 더 조용하고 집중할 수 있었던 봉화중학교의 실험실이 떠오른다”는 남경식 교사의 웃음이 개구지다.


순간 영점을 맞추고 아이들의 소통에 함께하다

잠신고등학교에 온 지도 어느덧 3년 차. 현재 가르치고 있는 3학년이 1학년 입학하 던 때부터 함께 해왔다. 중학교에서 세종과학고를 거쳐 다시 일반 고등학교까지 냉온 탕을 오갔다고할 수 있을 만큼 온도차가 큰 교직생활이었다. 매학교의시작은영점조 절이었다. 아이들의 교육 정도가 어느 정도 인지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건‘ 어떤 의사 소통을 할 때 눈빛을 맞추는가’였다. 아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는지를 관찰하고 지역적 특성과 사회문화적 특성을 배우며 아이들을 대하려고 노력했다. 마음이 있고 의지가 있고 목표 지향점이 있다면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쉬운 일도 아님은 분명하다. “세종과학고에 있다가 잠신고등학교로 온 초기에는 아파트에 둘러 쌓여있는 학교가 답답하기도 했어요. 어릴때부터 이런 환경에서 살아온 아이들이라면 사고도 ‘콘크리트’같지 않을까 생각도 잠깐 했고요.(웃음) 아이들은 아이들일뿐인데 말이죠. 맑고 밝아요. 아파트가 아니라 정원처럼 생겼어요.”

 

잠신고등학교 아이들과의 영점을 맞추고 언제 어디서든 소통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함께 연습했다.‘ 물리학’을 어렵게 느끼지 않도록 아이들의 소통에 맞추려고 노력하면서 아이들이 하나라도 말할 수 있고 활동할 수 있는 콘텐츠에 공을 들였다.  그 결과 수업 참여율이 높아진 것도 있지만 그 외 시간에도 스스럼없이 찾아와주는 아이들이 많아졌다. 특히 올해 스승의날에 받았던 편지에는 ‘인문학 수업같은 물리수업’,‘ 12년급훈중 유일하게 가슴속에 담아두고 있는1학년 때의 급훈’,‘ 인생 최고의 선생님’ 등 읽고 또 읽어도 마음 벅찬 감동이 담겨있다.“ 과학교사상 수상도 감사하고 동료 교사들의 인정도 뿌듯하지만 무엇보다 아이들이 나를 ‘참 좋은 선생님’이라고 말할 때가 제일 좋아요. ”천생 교사의 모습이다. 현재 잠신고등학교의 경우 3학년은 전면 등교이고 1, 2학년은 격주 등교가 이루어지고 있다. 평범하지 않은 2020년 코로나 19 시기부터 교무부장을 맡아 단 하루도 학교 를 비운 적이 없다. 비울 수가 없었다. 어떤 플랫폼으로 갈 것인가에 대한 갑론을박이 계속되었고 안정성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 적재적소의 빠른 변화에 맞출 것인지 고민 끝에 안정성을 선택했다. 아이들이 가장 수업하기 편리한 플랫폼으로 EBS 온라인 클래스를 이용하되 수업은 자료 탑재형이 아닌 반드시 교사 각각의 수업을 업로드 하고자 했다.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들의 높은 만족도로 가장 혼란스러웠던 시기를 안정적으로  지나왔고 실시간 수업으로 전환된 현재 역시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물리학과 함께 좋은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

남경식 교사의 최초 롤모델은 함석헌 선생님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백발 성성하던 선생님의 수업을 늘가슴에 품고 있다“. 당시 학교에 함석헌 선생님이 발간하시던 계간지 <씨알의 소리>가 있었어요. 주체적으로 자기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씨알을 싹틔워 나무가 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씀을 늘 새기며 삽니다.”

 초임 시절에는 ‘과학 내용을 어떻게 쉽고 재미있게 가르칠까’가 화두였다면 지금은 ‘제자들이 좋은 사람으로 성장하는데 물리 선생님으로서 기여했던 순간이 하나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좋은 사람이 되는데 물리학이 전혀 상관 없을것 같죠? 뉴턴의‘ 프린키피아’에서도 볼 수 있듯 물리학의 핵심은 철학이에요. 영역이 자연일 뿐이죠. 물리학을 연구하다 보면 불교와도 일맥 상통하고 자연주의와도 맞닿아 있어요. 물리학은 존재하는것들을 보고 파악해야 하는데 사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들도 많거든요. 그래서 학생들이 과학이나 물리학을 매개로 삶의 주체가 되어 살아가기를 바라는마음으로 매 수업을 준비합니다.” 잠신고등학교 첫 해 1학년 담임교사를 맡았을 때의 급훈은 ‘좋은 사람이 되는 연습’ 이었다. 1학년은 또 다른 시작이고 학교에 있는 3년 동안 실수도 실패도 하기 마련이다. “실패는 나쁜 게 아닙니다. 실패를 할 수 있는기회가 없는게 두려운거죠. 실패를 소중한 기회로 여기라고 늘 이야기 합니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어요. 다만 실수는 성찰 해야해요‘.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고 실수는 성찰하는 자세로 생활하는 것’, 아이들에게도 저에게도 늘 하는 이야기입니다.” 좋은 과학 교사, 잘 가르치는 물리 선생님도 좋지만 인간적이고 따뜻한 선생님으로 남고싶다. 또한 학교가 ‘엄격함을 유지하되 한없이 인간적’이기를 바란다. 아이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학교 안에서 보고 배워 기성세대가 되었을때 엄격해야 할 때와 인간적이어야 할 때를 구분할 수 있기를 바라기때문이다.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가치와 역량은 어느 순간 갑자기 일어나지 않습니다. 학교 안에서의 매 수업과 매 활동을 통해 차곡차곡 배우며 쌓여가야 합니다. 물리학 수업을 진행하면서 그 안에서 학생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의 보람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어요.” 그래서 남경식 교사는 더 오랜 시간 교실 수업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