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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후배 교사 신규교사와 경력교사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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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은 수업 위해 선·후배 교사가 함께 고민해요”


포부와 각오를 안고 교사의 길에 들어섰지만 신규 교사들에게 학교 현장은 벅차고 두렵게 느껴지는 전쟁터일 수밖에 없다. 교사의 본질적 역할은 가르치는 것이기에 늘 밀도 있는 수업을 고민하고 수업 역량을 신장시키려 노력하지만 전문성 있는 수업을 진행하기란 녹록지 않다. 교사의 역할과 교육의 방향성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수십 년 노하우를 바탕으로 교육 방법에 대해 나눔을 실천해줄 경력교사 2인과 수업에 대해 고뇌하고 분투하는 신규교사 2인이 자리를 함께했다. 이번 대담에서 선배 교사는 경험을 담아 따스한 조언을 전하고 후배 교사는 선배 교사의 경험을 공유하며 고민에 대한 답을 찾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대담은 신규교사가 묻고 경력교사가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참석자 
박정웅 숭문고등학교 교사
2, 3학년 지구과학을 가르치는 37년 차 교사로 내년 은퇴를 앞두고 있다. 1991년 지구과학교사들과 함께 지구과학교육연구회를 발족해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으며 박창용 교사와 이서령 교사도 함께 참여하고 있다.
박창용 이화여자고등학교 교사
지구과학을 가르치는 24년 차 교사다.
이서령 석관고등학교 교사
1학년 통합과학과 3학년 지구과학Ⅱ를 담당하는 3년 차 교사다.
곽지영 문정중학교 교사
3학년 과학 과목을 가르치는 3년 차 교사다.




 
박정웅| 숭문고등학교 교사

계속해서 공부하고 끊임없이 시도하는 동료·선배 교사들과 같이 활동하는 게 인생의 행복이에요. 끊임없이 공부하는 것은 너무나 소중합니다.
박창용| 이화여자고등학교 교사

교과 모임을 가질 때 정보를 얻으려면 동기 간 모임보다는 경력교사들을 만나는 게 그들의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실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됩니다.
곽지영| 문정중학교 교사

대체 언제까지 수업 준비를 이렇게 많이 해야
하나 생각했는데 아까 선생님께서 희생을 
말씀하신 걸 보고 그런 마음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서령| 석관고등학교 교사

  오늘 선배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저보다 더 경력이 많으신데도 훨씬 더 열정적이신 느낌을 받았어요. 더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오늘이 자리가 좋았습니다.



교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성
연수·학회 활동 통해 실력 키워야


 이서령 
교과적인 내용과 프로그램적인 내용의 두 가지 측면에서 질문을 준비했습니다. 먼저 교과 측면에서 교사가 전문성을 기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박정웅 

선후배 사이지만 같은 길을 가는 동료로서 제가 경험했던 것들을 전해주고 싶네요. 교사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전문성입니다. 저는 30년 동안 지구과학교육연구회 활동을 해오면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했던 게 교사 교육이에요. 교사가 공부하면 그 영향이 학생들에게 갈 것이고 그러면 우리 교육 현장이 풍성해질 거라는 생각에서죠. 그런 의미에서 앞서 하신 질문이 굉장히 반가웠습니다. 먼저 전문성을 기를 방법은 뭐가 있을지 신규 선생님들께 묻고 싶네요.


 곽지영 
일단 공부를 해야겠죠. 저 같은 경우는 수업을 준비할 때 수업 자료가 있는 여러 인터넷 카페를 찾아보거나 유튜브 영상, EBS에서 제공하는 다른 선생님 강의를 참고하고 있어요.


 이서령 

저는 과학전시관에서 하는 연수에 참여하니 좋더라고요. 그런데 정보를 더 알고 싶을 땐 교사공동체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박창용 
제가 공부하던 방식과 요즘 교사들이 공부하는 방식이 다른 것 같아요. 과학뿐만 아니라 다른 교과도 마찬가지인데 10년 차 이내의 교사들을 보면 EBS 영상이나 학원 강사들의 인강 영상을 보면서 강의 준비를 해요. 그럴 때마다 그들에게 ‘당신은 과학교사지, 과학 문제풀이 강사가 아니다’라는 말을 합니다. 아이들은 받아먹기 좋게 던져주면 잘 받아먹지만 그만큼 잘 잊어버려요. 최근에 인강이나 수업 잘한다는 교사들이 올려놓은 영상을 보면 흥미 위주로 쉽게 설명하는 것 같아 위험해 보여요. 과학수업은 학생들을 고민하게 만들고 해결책을 모색해나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고경력 교사들의 수업을 공짜로 볼 수 있는 영상들을 찾아서 보는 게 좋죠. 과학전시관에서 제공하는 우수 수업 동영상도 괜찮습니다.


 박정웅 
경력이 적은 젊은 선생님들이 학원 강의식의 인강을 보는 모습을 볼 때면 안타깝고 지금 교사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교사가 전문성을 기를 방법은 우선 자체 연수가 있어요. 즉 스스로 공부하는 거예요. 제일 좋은 연수는 선생님들끼리 만나서 서로 정보 공유를 하는 거죠. 동료 교사들을 만날 수 있는 연구회 활동을 하거나 과학전시관에서 하는 연수에 참여해도 좋아요. 대학원을 진학하거나 대학원에서 진행하는 6개월, 1년, 2년 과정의 연수를 하는 것도 좋은 기회죠. 과학교사들이 하는 학회 활동도 추천합니다. 학회에서 발행하는 학회지를 보면 도움이 됩니다.


 이서령 
다음 질문드릴게요. 우주론을 가르칠 때 추상적인 내용이 많다 보니까 가르치기가 무척 어려운데 비유가 잘 나와 있는 도서를 추천해주실 수 있을까요.


 박창용 
6년 전쯤에 과학부에 부임한 한 초임 교사가 똑같은 질문을 한 적이 있어요. 우주론을 가르쳐야 하는데 어떤 책을 읽으면 좋겠냐고 묻길래 우주론 관련 책 20권을 10년 정도 읽으면 장님이 코끼리 다리 만지면서 코끼리는 이렇게 생겼어라고 말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 될 거라고 말해줬죠. 사실 우주론은 현재진행형이에요. 저는 우주론 책을 30여 년 동안 100여 권을 읽었지만 여전히 모르겠어요. 그래서 내가 이해하고 있는 수준에서 학생들에게 설명하면서 질문을 던지고 같이 고민합니다. 일방적으로 설명하기보다 반대로 학생들에게 각자 이해한 부분을 교사에게 설명해보라고 하면서 같이 이야기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우주론 책은 시중에 많이 나와 있는데 그 책을 다 읽어봐야 해요. 300쪽 중에서 내가 볼만한 건 10쪽밖에 없어요. 그 10쪽을 찾기 위해 300쪽을 읽어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100권을 읽으면 나의 1,000쪽을 갖는 거죠. 내 나름의 설명체계를 가지려면 투자를 해야 합니다. 괜찮은 저자가 쓴 책을 많이 읽을수록 더 빠르게 나의 우주관을 정립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혼자서는 힘들어요. 동료 교사들과 함께 만나서 읽은 책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누는 게 좋습니다. 우주론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힘들어요.


 박정웅 
책을 읽을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 카오스강연을 들어보면 좋아요. 우주론에 대해 대학교수들이 쉽게 설명한 강의는 유튜브에도 볼만한 것들이 있어요.


암기 아닌 이해시켜주는 수업 중요

실험 대신 토론·탐구 활동도 모색해야


 이서령 
학생들이 지구과학을 암기과목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오해를 풀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박정웅 
지구과학뿐 아니라 공부를 암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학생이 공부를 암기라고 생각할 수는 있겠지만 선생님조차 학생들에게 설명하면서 공부는 암기니까 외워야 한다고 말하는 걸 보면서 충격이었어요. 아마 어렸을 때부터 빈칸 쓰기나 괄호 넣기를 하는 학습지에 익숙해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저는 제대로 공부하고 나서는 그런 식의 문제풀이는 거의 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답만 알면 된다는 생각에 빠질 것 같아서요. 필요에 따라 암기할 부분이 있겠지만 그렇다고 그 과목 자체를 암기과목이라고 이야기하는 건 곤란합니다.


 박창용 
제대로 이해하기 싫거나 이해가 안 되니까 외워버리려고 하는 게 아닐까요. 지구과학을 제대로 배운 선생님은 지구과학이 암기라는 말을 하지 않아요. 온전히 자기 것이 아니고 익숙하지 않으니까 그냥 외우라고 하는 거죠. 학생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교사들이 설명을 잘하려고 노력해야 해요.


 이서령 
지구과학과 관련된 흥미로운 실험을 많이 하고 싶은데 다른 교과와 비교해 실험이 많이 없는 편이라 고민입니다. 어떤 경로를 통해서 다양한 실험을 알 수 있을까요.


 박정웅 
교과 연구회에 참여해서 선생님들과 각자의 경험을 이야기하다 보면 훨씬 더 많은 실험을 개발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사실 지구과학이란 학문의 특성상 실험이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지구과학은 시간 단위로는 40억 년, 우주로부터 이야기하면 138억 년을 다루는 분야고 공간도 너무 넓어요. 규모가 크기 때문에 실험을 할 수 없어서 시뮬레이션을 할 수밖에 없는 부분도 있죠. 또 지구과학은 경험적인 학문이에요. 많은 것을 관찰한 후에 알게 되는 부분들이 많아서 학생들에게 관찰하게 하고 추론하게 해야 해요. 지구과학은 실험은 적지만 대신 토론할 수 있는 분야가 많아요. 예를 들면 기후 변화는 실험할 수는 없지만 최근 가장 중요한 이슈로서 토론하기 적합한 소재죠. 또 탐구 활동을 할 수 있죠.


 박창용 

실험은 이미 우주가 하고 있어요. 우리가 한 모델링이 우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험과 어느 정도 일치한 트렌드가 나온다면 그게 일종의 실험인 거죠. 그렇게 받아들이는 게 마음이 편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실험이 실제 지구에서 일어나는 현상들과 규모가 너무 차이나기 때문에 오히려 오개념을 유발할 수도 있어요. 그래서 만약 물이 들어있는 수조를 이용해 해풍 실험을 한다면 실제와 규모가 다르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실험을 보여주는 거라고 반드시 아이들에게 설명해줘야 합니다.


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연수 진행
천체 관측·지질 답사 등 동아리 분야 무궁무진


 이서령 
교사가 참여할 수 있는 천문학이나 대기와 관련된 과학 프로그램이 있을까요.


 박창용 
천문·대기·해양·지질 관련 연수들은 많아요. 이와 관련해서 우리나라 연구소들이 연수를 많이 진행하고 있죠. 천문 연수의 경우 과학전시관은 천문관측 관련 초급자, 중급자, 고급자 과정을 운영하고 있고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와 기상청에서도 연수를 하고 있어요. 한국해양연구원에서는 교사들에게 해양조사선 탑승 기회를 제공하는 연수를 진행하고 있어요. 중요한 것은 나의 일정과 안 맞을 때 연수를 우선순위에 두고 참가할 마음이 있느냐죠.


 박정웅 
지난번에 제가 몸담은 교과 연구회에서 극지연구소와 함께 교사 연수를 진행했어요. 주로 온라인으로 하는데 연구소 관계자들이 와서 강의하거나 우리가 극지연구소로 가기도 해요. 교과 연구회와 연구소들이 연계돼 있어서 교사 연수를 부탁하면 연구소에서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진행하는 거죠. 저는 35년 넘는 교직 생활 동안 동료·후배 선생님들과 틈만 나면 공부하고 답사를 다녔는데 이런 활동을 하는 게 우리가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거기서 느끼는 행복이 굉장합니다.


 이서령 
교내에서 지구과학 동아리를 구성하고 싶은데 1년 단위로 했을 때 어떤 주제가 가장 적합할까요.


 박창용 
제일 많이 하는 동아리 활동은 학생들의 관심이 가장 많은 천체 관측이에요. 이걸 하려면 학생들 수준에 맞는 관측 대상과 관측 장비를 갖춰야겠죠. 그런데 천체 관측 특성상 낮에 하기는 어려우니까 일과 시간 중에는 망원경 설치와 조립, 관측하는 훈련, 이론 교육 등을 하고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저녁에 관측하면 좋죠. 지질 답사하는 동아리도 많이 있어요. 요즘에는 기후나 환경 관련 동아리가 많더군요. 과학전시관에서 전체관측 및 과학 관련 동아리 지원을 해주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동아리 활동 분야는 찾아보면 굉장히 많이 있어요. 중요한 건 교사가 과연 재미있게 할 수 있느냐예요. 동아리 지도는 내 자식들을 키우는 것과 같으니까요. 그리고 선배와 후배 간 교육과 학습 활동이 가능하도록 틀을 잡는 과정이 꼭 필요해요.

 박정웅 
천체 관측의 경우 밤에 별을 관찰해야 하는데 학교에서 방과 후에 동아리 활동을 못 하게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땐 학교 측과 조율이 필요해요. 그리고 선생님이 퇴근 시간 이후에도 시간을 많이 내야 해요. 천체 관측은 밤에 해야 하니까 적어도 한 학기에 2~3번은 방과 후에 남아야 하죠. 선생님의 희생이 많이 필요한데 선생님의 고생 없이는 아무것도 이뤄질 수 없어요. 선배 교사가 희생해서 발전시켜주면 후배 교사들이 또 그만큼 할 거예요.



 곽지영 
오늘 좋은 말씀을 많이 들었습니다. 2학년을 두 번 맡았고 올해 3학년을 담당하고 있는데 수업 준비하는 게 가장 힘들어요. 좋은 수업을 하려면 시간과 노력이 굉장히 많이 필요하니까요. 대체 언제까지 수업 준비를 이렇게 많이 해야 하나 생각했는데 아까 선생님께서 희생을 말씀하신 걸 보고 그런 마음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서령 
저 역시 교사로 일하면서 하루 일해서 하루 산다는 느낌이 들어서 힘들었어요. 주변을 보면 나만 힘들게 일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런데 오늘 선배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저보다 더 경력이 많으신데도 훨씬 더 열정적이신 느낌을 받았어요. 더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오늘 이 자리가 좋았습니다.


 박정웅 
열심히 하지 않으면 생활인으로서의 교사로 멈춰버릴 가능성이 있고 시간이 지난 다음에는 나 스스로가 싫어질 거예요. 지구과학이든 과학이든 어떤 특정 부문의 전문성을 갖추면 좋겠어요. 열심히 공부해서 어떤 부분에 대해 전문성이 있으면 동료 선생님이나 후배 선생님들한테 조언해줄 수도 있으니까요.


 박창용 
수업 자료를 준비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힘이 드는 건 혼자 하기 때문이에요. 동료나 친구들과 나눠서 자료를 준비하고 공유하면서 공동 수업지를 만들면 내 할 일도 줄어들고 새로운 것도 배울 수 있어요. 그리고 아이들은 많이 가르친다고 해서 많이 배우지는 않아요. 아이들이 꼭 알아야 할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짧게 제대로 설명해주고 나머지 시간은 아이들이 말하게 하고 기다려주는 게 더 중요해요. 교사는 영원히 진행형이니까 계속해서 연구하고 공부해야 해요. 뛰어난 교사가 되기 위해선 항상 겸손한 자세로 계속 배워야죠. 학생들에게서 희망을 갖고 즐거움을 찾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