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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희 인헌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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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 과학교사상 수상한 인헌중학교  

미래는 현재 하는 일이 무엇인가에 달려있어

과학교육으로 세상의 따스한 변화를 일구다


“미래는 현재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가에 달렸다. 세상에서 보기를 바라는 변화, 스스로 그 변화가 되어야 한다.” 인도의 민족운동 지도자인 마하트마 간디가 남긴 말이다. 이선희 교사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수많은 일 중 ‘과학교사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그 가능성을 보게 된 것은 지난 2005년 사랑의 과학나눔터 모임을 만나면서부터다. 과학교사로서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다양한 일을 실행에 옮기면서 그녀의 삶도 다채롭게 변화했다.


혼자가 아닌 함께 바꾸는 세상


‘2014년 올해의 과학교사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이선희 교사는 기쁨과 함께 쑥스러움도 함께 느꼈다. 과학교사로서 자부심을 갖고 수상에 도전했지만, 중견교사로서 앞으로 더 걸어 가야할 길이 많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도 자신이 해온 일은 “혼자만의 업적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사랑의 과학나눔터’, ‘신나는 과학을 만드는 사람들’, ‘전국과학교사협회’ 등을 통해 만나는 교사들의 협업으로 일군 성과라는 것. 그러나 열정 넘치는 사람들이 곳곳에 있어도, 이를 연결해줄 구심점이 없다면 아무 일도 실행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이선희 교사는 ‘과학교사의 허브’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녀가 과학교사로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 계기가 있다. 시작은 2005년 성공외국인근로자센터 요청으로 몽골 출신 근로자 2세들의 과학수업을 진행하면서부터다. 다소 뒤처진 학습 진도, 부족한 한국어 실력 등 과학수업으로 인한 역량 향상 효과를 보기는 어려운 상황. 그러나 그 시간을 통해 이선희 교사는 사회를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었다.


이후로 그녀는 다른 과학교사들과 함께 소외지역 학생들을 대상으로 꾸준한 봉사활동을 이어갔다. 2008년부터는 마포지역 소회 계층 자녀들을 위한 과학교실을 여는 등 교육소외계층을 위한 과학교육 활동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현재는 서울의 마루아라, 망우, 사과나무, 열린공부방, 전진상, 아름다운땅 지역아동센터와 평택의 합정방정환 지역아동센터로 확대해 아이들을 위한 과학교육 지도에 나서고 있다. 이선희 교사는 2009년부터 이 일의 책임자로 활동 중이다.


“시작 당시 불과 한 곳뿐이었던 봉사처가 어느덧 일곱 개로 늘어났습니다. 저를 포함해 여러 교사가 참여하는 봉사처가 다섯 곳이고, 나머지 두 곳은 참여교사들이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자율 운영하는 봉사처에도 활동 지원은 같이 하고 있습니다.”


소외아동을 위한 마음의 나눔


지역아동센터는 대상 아동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봉사 이상의 전문적인 능력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수업 경험이 풍부한 현장 교사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편. 2005년에 시작한 봉사활동은 2011년 ‘신나는 과학을 만드는 사람들’의 참여로 활동교사가 늘어나면서 또 다른 변곡점에 들어섰다. 지속적인 회의를 통해 지역아동센터 수업을 위한 특화된 시도가 이루어졌고, 활동 역시 더욱 넓게 확산되었다.


“전국에 여러 지역아동센터가 있지만, 분위기는 각각 다릅니다. 분위기가 훈훈한 곳도 있지만, 때로는 우리가 하는 수업에 대해 관심을 전혀 보이지 않을 때도 있어요. 그럴 때면 ‘내가 여기에 뭐하러 왔나’ 싶은 마음도 들죠. 그런 고민을 안고 해결책을 찾다 보니,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주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대신 책임의식을 가질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과정에서 학생을 센터의 주인이 되게 하자는 취지로 2013년부터 ‘과학! 내가 제일 잘나가’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이는 과학수업에 참여한 고학년 학생들이 센터 후배들 앞에 서서 수업 내용을 발표하는 행사다.프로그램 활동 과정에서 고학년 학생들은 “선생님이 된 것 같다”, “동생들이 열심히 듣는 것이 기뻤다”며 소감을 건넸다. 활동에 참여한 저학년들의 반응도 좋았다. 센터장은 “학생들에게 자부심과 책임감을 주는 행사”라고 평가했다.


나눔의 지혜로운 접근을 공유하다


2011년부터는 이러한 활동에 대해 꾸준히 자료집을 발간하고 있다. ‘사랑의 과학 나눔터’와 ‘신나는 과학을 만드는 사람들’ 홈페이지를 통해 소외계층을 위한 과학 프로그램을 ‘전국과학교사협회’ 교사들과 공유하고 있다.


“이 활동이 이제는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섰어요. 그래서 봉사를 하고 싶은 선생님들에게 안내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자료를 만들기로 마음먹었죠.”


2014년에 제작한 봉사 매뉴얼은 지역아동센터 접촉은 물론 수업 설계, 수업 지도안, 체험 활동지 등 봉사활동에 필요한 다양한 단계를 담고 있다.


“수업만 하고 오는 식의 봉사는 아이들에게 오히려 독이 되는 측면이 있어요.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봉사활동을 이어가는 게 중요해요. 새롭게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선생님들에게 제공하는 일종의 안내장인 셈이죠.”


올해는 이 같은 매뉴얼을 공유하기 위해 교사연수를 실시했다. 새롭게 봉사에 참여할 교사들도 연수에 동참했다. 교육청에서 하는 직무연수가 아닌,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연수에 30명이 넘는 대인원이 모였다.


“활동을 시작하면서 참여교사들에게 그동안의 진행과정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져요. 어떤 취지로 이 활동을 시작했고, 그 사이 어떤 변화들이 있었는지 나눕니다. 센터 아이들의 상황이나 아이들을 대하는 요령도 소개하고요. 그런데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를 매번 반복하는 건 아닐까 싶어 지난해와 올해는 설명회를 생략했어요. 선생님들이 베테랑이라 봉사활동은 잘 진행되는데, 아쉬운 점도 있더군요. 활동이 유지는 되지만, 선생님들이 어떤 마음으로 수업하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연합모임 겸 15시간짜리 연수를 기획했죠.”


저개발국가 과학교사와의 교류로 활동영역을 넓히다


한편으로 이선희 교사는 ‘대한민국-티모레스테 과학교사 세미나’에 참여하고 있다. 이 세미나는 수년간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동티모르에서는 매우 중요한 연수로 자리잡았다. 민간 국제교류의 모델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이 세미나는 2007년에 시작해 올여름 9회차를 맞이했습니다. 내년에 드디어 10회차가 되고요. 현재 선린인터넷고등학교의 김홍석 선생님이 운영 책임을 맡고 있는데요. 저는 세미나 초창기인 2007년과 2008년에 연수를 기획, 진행했고 2012년과 올해 참여했습니다.”


동티모르에서의 연수를 발판으로 2014년에는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관하는 ‘베트남 꽝찌성 초등학교 과학교육 개선사업’에 참여해 연수설계와 강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연수라고 하면 한쪽이 다른 쪽에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이지만, 우리는 항상 ‘교류’라는 마음가짐으로 세미나에 임하고 있어요. 앞으로 동티모르가 성장하면, 그 선생님들이 경험한 것들을 우리에게 다시 전해줄 수 있잖아요? 그래서 연수가 아닌 ‘세미나’의 이름으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세미나를 처음 시작할 당시만 해도 동티모르의 열악한 상황으로 참여교사는 불과 17명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횟수를 거듭하며 참여교사 수가 몇 배로 늘어났고, 자체장과 교육장이 참석하는 영향력 있는 과학교사 연수로 자리 자리 잡았다. 현재 지역 언어인 테뚬어 강의 자료도 공급 중이다.




많은 양의 지식보다 생각하는 힘을


어느덧 교단에 서온 지도 27년째. 긴 시간 중학교에서 과학을 가르치면서 그녀는 많은 양의 지식을 전달하기보다 질문을 계속 던져 학생들에게 생각할 기회를 준다. 과학시간에 배우는 지식이 어떻게 도출되었는지 그 과정을 알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지난해 한 학생이 수업시간에 물끄러미 저를 쳐다보면서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선생님은 과학자 같아요’라고요. 공부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 학생이어서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죠. ‘수업은 열심히 듣지 않아도 분위기는 느끼는구나’ 하고요. 아직 중학생이고 어리지만, 제가 전달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안다는 생각에 ‘통한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그 학생이 바라본 것은 교사로서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이었을 터. 실제로도 그녀는 학생의 역량을 높이는 과학 문화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과학교과교실제, 과학영재학급 운영을 통해 수업 역량을 강화하고 자료를 보급했고, 환경동아리나 과학창의랩 운영 등 학생 탐구활동 지도에도 동참했다. 1999년부터 지금까지 동작발명교실 강사 및 연구위원으로, 발명교실의 수업자료와 프로그램 개발, 특허반, 창조반, 발명영재반의 지도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새로운 과학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확산하는 일도 함께했다. 미국 STC 프로그램을 한국 상황에 맞게 개발해 현장에 적용한 ‘녹색성장 창의인성연수’ 등을 포함한 다양한 연수를 진행하며 자료를 보급하는 등 다방면에서 활동했다. 지금까지 많은 일을 해왔지만, 이것이 끝은 아니다. 지식은 계속해서 업데이트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그녀는 계속 연구하는 자세로 수업을 만들어가고 싶다.


“미래는 현재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하잖아요. 저는 평생 해온 과학교육을 통해 많은 변화의 가능성을 보았어요.”


설령 그 변화의 폭이 눈에 크게 띄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학교와 나라 안팎에서 과학교육이라는 도구를 활용해 조금이나마 세상을 변화시키는 중심 역할을 하고 싶다는 이선희 교사. 그 바람은 교단에 서는 지금을 넘어 앞으로 살아갈 평생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