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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선 숙명여대 시각·영상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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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커 교육,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여는 키
오픈과 공유·협업 통해 창의적 인재 키우다


1632800592.5787image.png다리를 끼웠다 뺐다하면서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책상, 농약을 뿌리는 드론, 어두운 길을 걸을 때 주변을 밝게 비춰주는 신발. 모두 영메이커 프로젝트에 참여한 아이들의 작품이다. 영메이커 프로젝트는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국내에 올바른 메이커 교육문화 확산을 위해 실시하는 메이커 교육이다. 이지선 교수는 영메이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메이커 교육을 통해 우리나라 교육 변화가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고 말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직면한 과학교육계는 다가올 미래에 주체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교육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지식을 익히는 주입식 교육대신 생각을 키우고 능동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교육방식에서 그 해답을 찾아야한다고 말한다. 창의성과 융합적 사고력을 길러주는 메이커 교육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역량을 키워주는 대안 교육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움직임의 한가운데에 메이커교육실천의 회장을 맡고 있는 이지선 숙명여대 시각·영상디자인학과 교수가 있다.


메이커 교육 알리기 위해 교육봉사단체 설립


1632800644.8475image.png이지선 교수는 석박사과정에서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커리어의 시작은 테크놀로지였다. 교편을 잡기 전 삼성전자, 야후코리아, 창업한 네오위즈 등에서 개발자로 일하며 테크놀로지 분야와 인연을 맺었다.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테크놀로지 분야에서 창의성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했고 이는 결국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과 메이커 교육으로의 관심으로 이어졌다.
메이커(maker)는 ‘뭔가를 만드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2006년 4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제1회 메이커 페어가 열리면서 ‘스스로 물건을 만들고 공유하고 나누자’라는 철학을 가진 새로운 제조업 운동, 즉 메이커 운동이 탄생했다. 현재 메이커 페어는 전 세계 200여 개 도시에서 열리고 있다.


이 교수 역시 메이커 페어를 통해 메이커 교육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메이커 페어에서 만드는 활동을 통해 자원봉사, 교육봉사를 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비영리 활동이지만 적극적으로 즐기면서 하는 모습을 보며 메이커 교육을 알리는 교육기부에 동참하기로 결심했다.


메이커 교육은 아이들이 스스로 원하는 것을 만들고 만드는 과정을 공유하며 그를 통해 배우는 것을 뜻한다. 아이들은 스스로 지식을 탐구하고 반복하면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체계화한다. 단, 자율성을 부여받는 대신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결과보다는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 교육이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교육에 메이커 운동을 접목시키는 움직임이 활발한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메이커 교육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미래교육으로 평가하며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메이커 교육을 공부하고 실천하다


1632800676.8331image.png메이커 교육의 가능성을 믿은 이 교수는 국내에 메이커 교육을 적극 알리기 위해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교육자원봉사단체인 메이커교육실천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메이커 교육에 대해 공부하고 관련 자료를 공유하는 활동을 하다가 메이커 교육의 이론과 학습법을 우리나라 교육에 적용 가능한지 실험하기 위해 2016년 20여 명의 영메이커들을 대상으로 6주간의 영메이커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실험을 통해 메이커 교육의 가능성을 확신한 후 메이커 교육의 구체적 실행을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기 위해 2017년 영메이커 프로젝트 시즌 2를 진행했다.


규모는 훨씬 더 커졌다. 메이커 교육을 실천하고 싶어 하는 100여 명의 교육자원봉사(멘토)를 모집하고 10개 거점지역(메이커 교실)에서 16주간의 메이커 교육을 실시했다. 나이와 성별이 다른 500여 명의 아이들이 각 거점지역에 토요일마다 모여 3시간동안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었다. 모토는 하나, ‘아이들 스스로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게 하자’는 것이었다.
프로젝트 기획부터 설계, 연구방법, 규칙 등 모든 것을 아이들이 스스로 정하고 수행하도록 했다.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본 경험이 없는 아이들은 처음에는 힘들어했지만 이내 다른 친구들과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협력하며 결과물을 완성해나갔다.


결과는 놀라웠다. 500여 명의 프로젝트 참가자들은 한 명의 포기 없이 저마다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냈다. “메이커 교육은 과정 중심의 교육이라 결과물의 완성도는 큰 의미가 없어요.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하죠. 사고방식을 바꿔 스스로 공부하고 만들고 협업하도록 하는 게 프로젝트의 목표였습니다. 아이들이 무언가를 만드는 과정을 통해 창의적 사고력과 문제해결력, 협업과 공유의 즐거움을 얻었다는 게 가장 큰 성과죠.”


과학교육, 상상력과 창의성을 고민해야


이 교수는 우리나라 교육은 심각한 수준이며 미래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교육 분야에서 창의적 인재라는 말을 많이 하지만 아직 개념이 안 잡혀있는 게 사실입니다. 교육에 대한 기본 철학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못 따라가고 있는 상황이죠. 일례로 과학교육계를 보면 과학영재학교가 있지만 메이커 교육에서는 영재의 개념도 리더십의 개념도 없어요. 오히려 협업을 중시하기 때문에 세계시민교육이라는 용어를 더 많이 사용합니다. 이제는 글로벌화가 됐기 때문에 세계를 위한 공동의 목표를 위해 살아야하고 그러려면 공유나 협업이 꼭 필요합니다. 교육도 그런 방향으로 가야하죠.”


특히 이 교수는 정형화된 지식 습득을 강조하는 과학교육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과학은 새로운 것을 만들고 탐구하는 학문임에도 우리나라 과학교육이 상상력과 창의성을 고민하지 않는 것은 큰 문제라는 것이다. “메이커 교육에 참가한 한 중학생이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으로 구현하는 일에 쩔쩔매더군요. 발명교실에 다니며 상까지 받았지만 정작 무언가를 만들어본 적은 없다는 거예요. 이론 중심의 교육은 의미가 없다는 걸 잘 보여주는 사례죠.”


메이커 교육 통해 교육 변화 이룰 것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교육은 어떻게 달라져야하고 학생들은 어떤 역량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할까. 이에 대해 이 교수는 “미래사회에선 공동체 의식이 굉장히 중요해지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오픈과 공유, 협업을 통해 가치와 변화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길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메이커 교육을 그 해답으로 제안한다. 기획·제작·완성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학생들이 주도하면서 스스로 문제 해결 방법을 찾고 작품을 보완하면서 창의력과 도전 정신,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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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의수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한다면 의수 키트를 주고 똑같이 만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물건을 옮길 때 팔 역할을 대신해줄 자신만의 의수를 만들어보라고 주제만 던져준다. 소재도, 만드는 방법도 본인 스스로 탐험해야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자연히 창의적으로 접근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다른 이와 지식을 공유하거나 협업하기도 한다. 이 때 교사는 지식을 전달하는 역할이 아닌 조력자 역할을 할 뿐이다. 이 교수는 “스스로 할 수 있고 변화할 수 있고 협업할 수 있다는 사고의 전환이 바로 메이커 교육이 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의 목표는 메이커 교육에 대한 개념을 확산시켜 교육의 변화를 이루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각종 강연과 워크숍에 참석해 메이커 교육의 중요성을 알리는 한편, 많은 사람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메이커교육실천의 모든 활동을 온라인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지식을 응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창의적인 인재가 필요합니다. 창의적인 인재를 키우려면 학생들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죠. 자율성이 강조되고 아이들이 즐겁게 프로젝트를 수행하다보면 아이의 전문성은 저절로 향상됩니다.”
정형화된 지식 습득을 강조하는 과학교육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지선 교수. 과학은 새로운 것을 만들고 탐구하는 학문임에도 우리나라 과학교육이 상상력과 창의성을 고민하지 않는 것이 큰 문제라고 말한다.
이지선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교육으로 메이커 교육을 제안한다. 기획·제작·완성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학생들이 주도하면서 스스로 문제 해결 방법을 찾고 작품을 보완하면서 창의력과 도전 정신,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2016년 20여 명의 영메이커들을 대상으로 6주간 진행된 영메이커 프로젝트 시즌 1 활동 모습. 이지선 교수는 메이커 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고 말한다.  지난해 7월 영메이커들의 작품 전시회인 영메이커 페어 2017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 앞서 전국 각 지역의 초·중·고등학생 500여 명은 16주 동안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만드는 과정을 통해 협업과 공유의 가치를 이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