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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연구하는 기상학자 이명인 UNIST 도시환경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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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문명 위협하는 기후변화

변동의 원인 규명하고 과학적으로 예측


2018년 여름, 국민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폭염이었다. 7월 중순부터 한 달여 동안 연일 불볕더위가 이어졌고 일부 지역은 40도를 넘어서는 초유의 기록을 달성했다. 국가재난수준에 가까운 폭염으로 온열환자와 사망자가 속출하는 등 폭염으로 인한 인명 피해도 적지 않았다. 이러한 때 폭염 발생을 미리 예측할 수 있는 예보 기술 개발에 앞장서는 이가 있으니 이명인 울산과학기술원(UNIST) 도시 환경공학부 교수다. 이 교수는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도 유일무이한 폭염연구센터인 기상청 지정 폭염연구센터를 이끌고 있는 수장이기도 하다.


2018년 3월 이명인 교수는 서울 기상청에서 열린 ‘2018년 세계 기상의 날 기념식’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기상청은 매년 세계기상의 날을 맞아 기상연구와 기상업무 발전에 기여한 유공자에게 포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 교수는 기후변화와 기상재해 연구 분야의 전문가로서 국제적인 연구 업적을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에 선정됐다. 2010년부터 기상청, 한국연구재단 등이 지원하는 다수의 국가연구개발프로젝트에서 연구책임자를 맡고 있으며 한국기상학회, 과학기술한림원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날씨와 기후의 변동 원인 분석 및 예측 기술 개발


이명인 교수는 기후전문가다. 날씨와 기후의 변동 원인을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게 그가 하는 일이다. 이 교수는 “날씨와 기후 예측은 에너지, 질량, 운동량 등의 보존 법칙과 다양한 화학 반응 법칙들을 수식적으로 표현하고 이를 대형 컴퓨터를 이용해 수치적으로 시뮬레이션하는데 이러한 수치모델을 개발하고 개선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과학은 복잡하고 어려워 아직 인류가 완전히 정복하지 못한 난제들이 많은 어려운 학문이라고 이교수는 말한다. 기상예보의 정확률이 떨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금씩 자연의 신비를 밝혀내듯이 새로운 연구결과로 예측 기술이 발전하는데 기여하고 있으며 다양한 연구 성과들을 국제 학술지 등에 게재하고 있습니다.” 이 교수는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 기후변화 예측 기술을 개발하는 데 크고 작은 연구 성과들을 이뤘다. 최근에는 계절 예측 시스템의 토양수분 초기화 과정을 개발, 이를 통해 계절예보의 정확도가 향상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기상청은 기후예측의 정확성을 위해 이를 기후예측에 활용할 예정이다.


토양수분이 계절예보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대륙의 토양 내 있는 수분 분포에 따라 기후가 변동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토양수분의 정교한 관측 값을 계절예보에 활용하고 있는 연구기관은 소수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 교수의 연구가 더 빛나는 까닭이다. 폭염과 열대야에 관해서도 소기의 연구성과를 거뒀다. 한낮의 온도가 치솟는 폭염과 한밤의 온도가 내려가지 않는 열대야는 메커니즘이 서로 다르다. 폭염과 열대야가 덥다는 측면에서는 비슷한 현상이지만 공간별로 다르게 발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폭염은 구름이 적어 건조한 경상도나 내륙 지역, 열대야는 제주도나 해안지방처럼 수증기가 높거나 대도시 등에서 주로 발생한다.


정확한 폭염 예보 기술 개발해 인명피해 줄이고파


어릴 때부터 공학에 관심이 많았던 이 교수는 과학자를 꿈꿨다. 로켓이 하늘 높이 올라가는 영상을 보고 NASA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고등학교에 진학해선 지구과학과 기상학에 매력을 느꼈다. 2001년 서울대에서 지구환경과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미국으로 건너가 2010년까 지 NASA Goddard Space Flight Center에서 기후예측 및 기후모델을 개발하는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이후 2010년 귀국해 현재까지 UNIST 도시환경공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이 교수는 사실 폭염연구센터장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폭염연구센터가 개소된 때는 2017년. 근래 우리나라에 기후변화에 따른 폭염이 자주 발생해 폭염으로 인한 피해가 커지고 이것이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되면서 기상청에서는 폭염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센터를 공모했다. 이 때 이 교수가 몸담고 있는 UNIST가 주관연구기관으로 최종 선정됐고 이 교수가 폭염연구센터의 연구책임자를 맡았다.


폭염연구센터는 2025년까지 폭염 발생의 과학적 원리를 밝히고 장단기 폭염 예측 기술을 개발해 이를 기상청에 제공할 계획이다. 이 교수는 “폭염연구센터는 폭염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센터로는 전 세계에서 유일무이하다”면서 “폭염연구센터는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폭염과 열대야가 어떠한 기상조건에서 발생하는지 근원적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폭염 발생 2주 전까지 예측할 수 있는 예보 기술 개발을 목표 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가 폭염에 관심을 가진 것은 폭염이 가진 특수성 때문이다. “폭염은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기상재해 중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를 발생시키는 무서운 기상재해 임에도 예측이 매우 어렵습니다. 이에 폭염 발생의 근원적 원인을 규명하고 보다 과학 적인 예보를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폭염 예보 기술 개발은 쉽지 않은 여정이다.


여러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폭염을 발생시키는 까닭이다. 그럼에도 정확한 예보를 위해 연구에 매진하는 이유는 기후학자로서의 책임감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이 교수는 “정교한 폭염 예보 기술을 확보하면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수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며 “정확한 예보로 인명 피해를 막는 것이 기후 연구자로서의 꿈”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과거 기록적인 폭염 사례 등을 중심으로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 관점에서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한편 학술 발표회, 국회와 함께 폭염 토론회 등을 개최해 여러 전문가들과 폭염에 전문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후예보는 인류의 어려운 숙제… 끝까지 도전할 터


“지금까지 인류는 날씨와 기후를 정확하게 예측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제는 기후 변화에 따라 더 강력해질 수 있는 자연재해를 예측해야하는 단계에 와있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연구가 충분하지 않고 또 연구하는데 어려움도 많습니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현재 전 세계 기상학계에서도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기상재해를 예측하기 위한 기술을 앞 다투어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후를 예보하고 예측하는 일은 인류의 어려운 숙제지만 그는 계속해서 도전할 생각이다. 긴 미래의 기후를 정확하게 예측할수록 인류가 얻을 수 있는 기회비용이 커지면서 기후예보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은 엄청나게 발전했지만 날씨는 아직까지 정복되지 않았습니다. 그 만큼 날씨를 예측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이죠. 기후변화가 워낙 복잡한 과정을 거쳐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단기적인 목표는 폭염연구센터를 통해 체감할 수 있을 만큼 발전된 폭염의 예측기술을 만드는 것이다. 이 교수는 “폭염예보는 전 세계의 공통 관심사지만 날씨예측보다 더 어려운 것이 예보기술”이라며 “정확도 높은 예보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과학자로서 최선을 다하겠으니 이 문제를 풀 때까지 관심을 갖고 좀 더 응원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