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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우 염광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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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와 의미 모두 잡은 과학수업

일방향 아닌 양방향 소통으로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과학공부


귀에 쏙쏙 들어오는 정확한 발음에 저도 모르게 이야기에 집중하게 된다. 실제로 박근우 교사의 이력은 상당히 이색적이다. 젊은 시절, 목소리로 연기하는 성우는 물론 방송을 진행하는 아나운서,실제 방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방송국 프로듀서까지 다양한 경험을 쌓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경험은 흥미로운 과학수업을 완성해가는 훌륭한 자산이 되었다.




 팔방미인이라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걸까. 박근우 교사의 이력을 듣고 있으면 절로 호기 심이 생긴다. 젊은 날, 방송을 향한 관심으로 객원성우로 1년 정도 활동했다. 이후에는 방송국 시험에 합격해 아나운서 겸 프로듀서로 근무하며 다양한 프로그램 제작에 직접 참여했 다. 많은 이가 선망하는 일이었고, 스스로도 오랫동안 관심을 두었던 분야였기에 즐겁게 직 장생활을 했다. 하지만 가슴 한편에 남아 있는 전공에 대한 열망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대학 전공이 물리교육학이었습니다. 전공을 살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공부를하고 싶어 석사과정까지 마쳤는데 박사과정에 진학하고 싶은 겁니다. 그런데 방송국에서 근무하 면 밤새는 일이 정말 많거든요. 공부와 일을 병행할 수 없을 테니, 양자택일을 해야 했지요.” 그렇게 시작한 교사생활. 20년이상과학 교사로 지내면서 그는 학생들과 과학을 공부하는 재미를 매일 느끼고 있다. 5년정도 방송국에서 근무했던 기억은 이제 아주 오래전 일이 되었지만, 박근우 교사는 그 시절 경험을 살려 색다른 교육적 시도를 이어가는 중이다.



재미있는 수업으로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공부

 코로나19 확산으로 전례 없는 온라인 개학이 이루어졌다. 난생 처음 맞이하는 온라인 개학이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 교사들의 고민도 커졌다. 교실 밖에 있는 학생들을 어떻게 수업 에 집중시켜야 할지 방법적인 문제도 떠올랐다. 교사마다 각 교과의 특성대로 준비한 수업 을 온라인으로 전달해도 되지만, 이왕이면 학생들이 좀 더 흥미롭게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교사들이 많다. 그래서일까. 지난 5월 5일, 박근우 교사를 비롯한 염광중학교 교사들의 이색 온라인 수업이 KBS 뉴스에서 소개되었다. 박근우 교사는 하얀 가운에 콧수염 분장을 하고 시사 프로그램인 <그것이 알고 싶다>를 패러디해 <그것을 알려줄까?>라는 콘 셉트로 과학 수업을 진행했다. 학교 수업이라고 하기에는 꽤 파격적인 시도다. “학생들이 온라인 수업을 하면서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는 날이 많아요. 어차피 온라인으로 수업을 해야 한다면, 아이들에게 좀 더 즐겁고 재미있는 경험을 선사하고 싶었습 니다. 그래서 <그것이 알고 싶다>라는 프로그램의 포맷에서 힌트를 얻어서 새로운 형식으로 콘텐츠를 만들었어요.”


교사의 권위를 내려놓고 화면 앞에서 색 다른모습을선보인것만으로학생들이온라 인 수업에 집중하지는 않는다. 박근우 교사 는 여기에 덧붙여 온라인 수업의 강점을 최 대한 살려 실시간 쌍방향 소통을 이어갔다. “라이브 스트리밍의 경우, 학생들이 실시 간으로 댓글을 달 수 있어요. 학생들이 댓글 을 달면 저는 말로 답변을 해줍니다. 학생들 도 수업을 들으면서 상호작용을 기대하는 데, 이렇게 소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진도를 잘 따라오고 있는지 확 인하는 절차도 있다.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 수업 자료를 전송하면 학생들이 각자 자신의 컴퓨터에서 답안을 작성해 다시 박근우 교사에게 회신한다. 그러면 박근우 교사는 각각의 답변을 화면에 띄워 학생들의 답 안에 피드백을 해준다. 교실 수업과는 방식이 다소 다르기는 하지만, 수업 시간에 바로 질문과 답변이 오가기 때문에 학생들이 좀 더 수업 내용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 카메라를 앞에 두고 기존 방식대로 수업 하는 것도 분명 의미가 있다. 그래도 박근우 교사는 색다른 방식으로 온라인 수업을 풀어나갈 수 있는 또 하나의 예시를 만들고 싶었다.


평소 대비 4배 이상 드는 온라인 수업 준비

낯설어도 색다른 교육적 도전 중요

 사실 초반에는 걱정하는 마음도 컸다. 방송 경력이 있는 그와 달리 대다수 교사들에게 온라인 콘텐츠 제작은 매우 낯설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제 아내도 교사인데요. 아내가‘당신이니까 이렇게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것’이 라면서 ‘다른 선생님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고 걱정을 하더라고요. 저 역시 그 말도 일리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학생들을 위해서 좀 더 효과적인 수업 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마음이 더 컸습니다.”

 박근우 교사가 등장한 KBS 뉴스 보도를 다룬 인터넷 기사에“ 이런 선생님을 대부분의 교사들이 싫어합니다”라는 댓글이 실제로 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모두가 비슷한 방식으로 수업을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 다. 누군가 도전하지 않으면 변화는 없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염광중학교 교사들 중 에는그와생각이같은사람이많다. 현재 염광중학교의 여러 교사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흥미로운 온라인 수업을 이어가고 있다.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면서 평소보다 수업 준비에 4배 이상 시간을 쓰고 있어요. 이미 포맷을 정했으니 그 안에서 새로운 주제를 계속해서 떠올리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언제쯤 잠잠해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지금, 언제까지 원격 수업을 해야 하는지는 교사들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박근우 교사의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한 교실에 카메라를 두고 과목별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는 방식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유튜브 활용 수업

 2011년부터 시도 박근우 교사의 이색 수업 실험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유튜브가 요즘처럼 활성화 되지 않았던 2011년에 이미 그는 유튜브를 활용해 수업을 진행해왔다.

 “유튜브가 나오기 전에도 야후나 드림위즈, 프리챌 같은 포털사이트를 활용해서 수업을 진행해왔습니다. 유튜브가 등장했을 때는 영상을 좀 더 원활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 반가웠지요. 그때부터 학생들이 콘텐츠를 직접 만들어서 친구들과 학습공유를 해왔습니다.”

 실제로 박근우 교사는 학생들과 함께 과학적 원리를 노래로 만들어 유튜브에 업로드해서 공유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렇게 만든 노래로 전국 청소년 과학송 경연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학생들 역시 자신들이 직접 만든 과학송으로 더욱더 재미있게 과학적 원리를 이해할 수 있었다.

 유튜브를 활용하기 시작했던 초창기에는 별종 교사로 인식되기도 했다. 하지만 박근우 교사는 학생들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계속해서 유튜브를 활용해왔다.

 지난 6월 18일에는 서울특별시 전체 중학교에 공문을 보내 유튜브 활용 온라인 실시간 수업을 공개수업으로 진행했다. 부족하지만 새로운 방법과 시각을 제시해 함께 더 나은 수업을 고민해보자는 취지였다. 올해는 10회의 온·오프라인 공개수업 계획을 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4회로 줄일 수 밖에 없었다. 박근우 교사는 과학은 제대로 깨달아야 하는 과목이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언어유희를 활용해 매일 집에 가서 ‘천장에 깨를 달아야 한다’고 얘기 한다. 그러면 온 집안이 고소한 향기가 난다고. 이렇듯 과학 수업을 준비하는 그의 기준은 ‘재미’에 방점이 찍혀 있다. 중견교사가 된 지금, 학생들과 눈높이를 맞추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 격차를 줄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 중이다.

 “과학은 재미있고 멋진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지요. 교단에 서는 동안 학생들에게 ‘과학은 저 선생님 덕분에 재미있게 공부한 다’는 느낌을 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