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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학기 교수 아주대학교 신소재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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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도약을 시도한 재료공학의 매력
모두가 알고 있는 ‘흔함’ 속에서 미래 소재 찾기


글 | 편집부


류학기 교수는 포스텍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하며 재료표면역학 연구를 수행하였으며 현재 아주대학교 신소재공학과 교수로 8년간 재직 중이다. 현재는 다양한 반도체 신소재, 나노 소재, 유연 소재 등에 대한 연구와 소재 공정개선을 통한 성능 향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그 외 다양한 학회 및 산업체 연구 개발 및 평가위원으로 활동하며 국내 소재개발 및 소재연구 혁신에 대한 많은 자문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 인류에게 소재란 무엇인가?


“우리는 인류 문명의 태동에 따른 고고학적인 분류를 할 때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그리고 철기시대로 구분합니다. 분류 체계의 중심에 도구의 종류가 아니라 도구를 제작하는 데 사용되는 소재가 있습니다. 지구 지표면에 존재하는 원소는 산소(O)와 규소(Si, 실리콘)이 가장 많죠. 그 이유는 산소와 규소가 만난 화합물, 즉 산화규소가 바로 석기를 이루는 주성분인 이유와도 일맥상통합니다. 인류가 직립보행을 하며 처음 사용하게 된 소재가 석기가 된 이유는 바로 ‘흔함’ 때문입니다.”


보통 소재를 금속, 세라믹, 고분자 세 가지로 크게 구분을 할 수가 있다고 말하는 류학기 교수는 일차적으로 각종 소재의 물리적인 성질을 연구하고 구성 요소를 이용해 성질과 특징을 살려 소재간의 결합을 통해 기존 철강, 자동차, 선박, 기계 분야의 상품에 성능을 높여주는 학문을 신소재공학이라고 말하면서, 인류의 소재가 어떻게 발전을 거듭하고 있고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구리(Cu)가 다량 매장된 산에 번개나 매서운 바람이 이끌어내는 마찰로 큰 산불이 나고, 섭시 1,084도 이상의 온도에서 녹아져 내려온 구리가 주변 원소 주석(Sn)과 자연스럽게 합금이 되어 우연치 않게 발견된 청동(구리-주석 합금)은 강하지만 부서지지 않는 새로운 문명의 소재가 된다. 같은 원리로 녹는점이 구리보다 높은 철(Fe, 녹는점 섭씨1538도)은 청동기가 발견된 이후에 세상에 전해지며 오늘날까지 사용되는 문명의 중심에 있는 소재가 되고 있다. 이처럼 아주 오래전부터 소재는 계속 발전해오고 있고 앞으로 어떤 새로운 물건이 나오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새로운 소재 개발 위해 충분히 도전해도 좋을 시기


그렇다면 오늘날은 어떠한 시대인가? 철기시대인가, 아니면 초고속 정보통신, 반도체, 태양전지 등에 널리 쓰이는 실리콘(규소,Si)의 시대인가? 4차 산업혁명이 더욱 진행되고 있는 미래에는 어떤 소재의 시대가 될까? 이러한 의문은 소재를 잘 모르는 일반인들에게도 재미있는 관심거리가 될 만하다.


류학기 교수는 사실 우리는 아직 철기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한다. 철은 우리 산업에서 없어서는 안 될 소재이며 지구에 매장된 매장량 또한 무한하고, 재활용하여 사용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되어 있기 때문이란다. 물론 철기를 대체할 수 있는 소재에 대한 연구도 지난 100여 년간 많은 진전을 이루었지만, 철이 가지는 경제적 이점이 너무나 막대하여 철기를 대체하지는 못할 것으로 판단한다.


미래의 소재는 전혀 다른 새로운 소재의 개발을 기대할 수는 있겠지만, 방사선 동위원소인 84번 이상의 원소를 제외하고 일상생활에서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순수한 원소 자체로 새로운 소재를 찾을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서로 다른 원소를 섞어서 새로운 혼합물과 화합물의 소재를 찾을 수는 있겠지만 이 또한 기존 소재를 근본적으로 대체하리라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류학기 교수는 앞으로도 현재 인류가 사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소재를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전제한다. 다만,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소재의 물리적 구조를 개선하여 성능을 향상시킴으로써 보다 ‘고성능의 소재’를 가지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바로, 이것이 재료과학의 역할이라고 밝힌다.


재료과학은 영문으로 Materials Science & Engineering (MSE)라고 한다. 다른 공학과 달리 Science와 Engineering, 즉 과학과 공학의 시각을 모두 가지는 학문이라는 뜻이다. 소재에 대한 고체 물리학적 심도 있는 기초학문의 이해를 바탕으로 소재의 미세구조 및 물성을 제어하는 공학적 활용에 이르는 범주를 모두 소화하는 학문이다. 류학기 교수는 물리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며 실질적으로 대학에서도 신소재공학과의 70%는 거의 물리 수업이라고 말한다.


또한 화학공학이 기초과학 학문인 화학의 범주에서 태동한 공학이라면, 재료공학은 물리학 범주에서 태동한 공학이라고 이해해도 무방하다고 본다. 이러한 학문적 특성으로 인해, 최근 젊은 세대들에게 각광받고 있는 ‘벤처’를 도전하기 어려운 한계도 따른다. 소재의 물성을 이해하고 새로운 물성을 가지는 소재 설계를 하는 일은 컴퓨터 프로그래밍이나 간단한 기계 제작만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고도의 분석 장비와 고가의 소재 공정 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물리적 특성을 가지는 소재의 개발은 인류가 생존하는 한 지속적으로 연구되고 개발되어야 하는 사회적 요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며, 류학기 교수는 최근 국내 소재 산업 육성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노력과 사회적인 관심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인 만큼 ‘새로운 소재’ 개발을 위해 충분히 도전해도 좋을 시기이며 그 매력을 찾을 길은 많다고 조언한다.


흔하고 익숙하지만 새로운 소재, ‘소금’에 대한 이야기


류학기 교수는 근래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3년간 진행한 ‘흔하고 익숙하지만 새로운 소재’에 대해 소개했다. 바닷물에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으며 우리가 매일 섭취하고 땀을 통해 배출하기도 하는 인류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소재, 바로 소금 (NaCl: 염화나트륨)이다. 류학기 교수는 이 소금을 소재로 한 연구가 앞으로 유연소자, 플렉시블 소자로서 인류에게 보다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며 이동성을 획기적으로 증가시켜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대부분의 디스플레이는 유리다. 하지만 유리는 휘거나 접는 것에 한계가 있다. 금속은 구부릴 수 있지만 불투명해서 빛이 통과를 못하고 전기가 너무 잘 통해서 제어가 힘들다. 플라스틱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만들기에 가장 좋은 재료이긴 하지만 기판에 제작되는 다양한 트렌지스터나 발광소자 등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고온공정이 필요한데 고온에 취약한 문제가 있다. 때문에 플라스틱을 바로 직접 사용할 수가 없다. 그래서 류학기 교수는 다른 데서 만들어서 옮기는 방법을 선택해야 했다고 한다.


“디바이스와 기판을 쉽게 분리하기 위해서 물에 잘 녹는 재료가 필요했어요. 그때 우연히 소금이 물에 매우 용해가 잘 되는 소재이며 녹는점이 섭씨 801도로 상당히 높은 편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새로운 응용에 적용하게 되었죠. 사실 소금도 꽃소금, 맛소금, 핑크소금, 천일염 등 종류가 다양하잖아요. 물론 이 모든 소금으로 연구를 할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고순도 소금을 이용하여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류학기 교수와 연구진들은 기존에 사용하는 유리 기판에 소금을 진공 증착장비를 활용하여 수백나노 두께로 얇게 필름을 만들고 그 상부에 고온공정이 필요한 공정을 기존 방법대로 진행하고 최종적으로 플라스틱을 소자 상부에 접착시킨 후 물을 통해 소금 필름 층을 녹여내어 유리 기판과 분리시키는 과정을 통해 소자를 플라스틱 기판으로 전사(transfer) 시키는 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하였다. 섭씨 801도에서 녹는 소금의 특성으로 고온 공정이 가능하였고, 물이라는 친환경 용액을 통해 손쉽게 소금 층을 녹여내는 기술로 기술 발표 시 다양한 연구팀에서 많은 관심을 보였으며, 현재 다양한 소자 전사 기술에 적용하기 위한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새로운 소재는 원소를 조합해서 전에 없던 새로운 화합물을 만드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소재, 어쩌면 매일 접하고 있는 소재의 구조를 제어하여 새로운 물성을 부여하고 이를 산업 현장에 응용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새로운 소재’ 기술이 될 수 있다. 류학기 교수는 소금으로 연구를 진행을 할 때 우연히 여름의 습한 기온 때문에 소금막이 망가지는 현상을 경험하고 난감했던 적이 있었는데 이는 또 다른 소재의 방향으로 생각해볼 수 있던 계기가 되기도 했다. 앞으로 4차 산업 혁명과 함께 새롭게 도래하는 미래의 시대에는 보다 다양한 물리적 특성이 요구되는 ‘새로운 소재’를 요구할 수 있으며 재료과학, 재료공학에 대한 흥미가 있다면 누구든 도전해 볼 만한 매력적인 일이 될 것이다.


신소재공학을 전공하고 싶은 학생들에게


류학기 교수는 신소재공학을 전공하고 싶은 학생들에게 첫 번째로 당부 하고 싶은 말은 먼저 신소재공학에 대한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신소재공학 자체는 앞서 말했듯이 물리과에서 파생된 공학적 마인드가 요구되기 때문에 화학, 생물처럼 단적인 지식 전문화가 아닌 과학 전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대로 된 전공을 살리기 위해서는 대학원 공부까지 길게 생각하고 와야 한다는 것이다. 신소재공학과에서 배우고 다루는 것들은 소비자와 바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학부만 마치고 무언가를 하기는 사실 어렵다고 한다. 류학기 교수는 신소재공학과에 진학 후 정말 전공을 살리고 싶다면 석사, 박사 과정까지 장기적으로 고려해 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새로운 물리적 특성을 가지는 소재의 개발은 인류가 생존하는 한 지속적으로 연구되고 개발되어야 하는 사회적 요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류학기 교수는 최근 국내 소재 산업 육성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노력과 사회적인 관심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인 만큼 ‘새로운 소재’ 개발을 위해 충분히 도전해도 좋을 시기이며 그 매력을 찾을 길은 많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