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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화 서울특별시교육청과학전시관 종합발전계획 기획위원장, 창덕여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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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전시관은 미래 핵심가치 창조하는 과학교육 허브

기초·첨단과학 융합교육으로 미래인재 양성


지난 3월 창덕여중에 부임한 김영화 교장은 우리나라 과학교육에 관한 최고의 전략가이자 기획자다. 서울시교육청 재직 시절 인공지능, 융합교육, 정보교육, 생태전환교육, 메이커교육 등의 중장기계획이 그의 머리에서 나왔다. 탁월한 상상력과 거침없는 도전정신은 대한민국 미래 과학교육의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현재 서울특별시교육청과학전시관 종합발전계획 기획위원장으로도 활약 중이다. 내년부터 시작될 2022-2026 과학전시관 종합발전계획을 설계한 김영화 교장을 만나 미래 과학교육이 나아갈 길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1640571531.2927image.png서울 중구 정동길에 위치한 창덕여중은 2015년 ‘서울 1호 미래학교’로 선정된 대한민국 스마트교육의 전초 기지다. 지난해 8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학생들과 함께 증강현실(AR)을 활용한 과학 수업에 참여해 ‘그린스마트미래학교’의 모범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미래학교의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매년 이곳을 찾는 교육계 관계자만 1천 명이 넘는다.


김영화 교장은 부임 전부터 창덕여중과 인연이 깊었다. 서울시교육청 과학영재정보화교육팀 장학관으로 활동하면서 창덕여중을 직접 담당했고, 2014년 미래학교로 지정되어 발전하는 과정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봤다.


“세종과학고 교감을 마치고 장학관으로 부임했을 때 첫 미션이 혁신학교와 미래학교의 성과 종합해서 새로운 학교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었어요. ‘혁신미래학교’라는 용어도 그때 만들었고, 창덕여중의 성과를 일반화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새로운 역할모델 정립에 주력했죠. 그러다 올해 창덕여중을 책임지게 됐어요. 미래 과학교육에서 인공지능 기반 융합교육, 생태전환교육, 메이커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 세 가지 분야의 중장기계획을 수립한 이력을 학교현장에 접목해 미래학교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고 싶어요.”


탁월한 상상력과 거침없는 도전으로
활기 넘치는 학교현장 이끌어


부임 후 6개월 남짓한 짧은 기간이지만, 그의 열정과 경험은 많은 성과들을 이끌었다. 무엇보다 코로나19로 멈춰버린 학교 공동체를 다시 움직이게 했다.
“난생처음 겪는 코로나로 인해 작년에는 많이 위축돼 있었지만, 1년 동안 내성이 생겼으니까 올해는 다하자고 마음먹었어요. 방역지침 준수하고 거리두기를 철저히 지키면서 학년별로 강당에 모여 체육의날 활동을 했고요, 얼마 전에는 남산둘레길 걷기도 진행했어요. 학년별로 다른 장소에 모여 시차를 둬서 출발했죠. 또 네 명씩 한 팀을 이뤄 대형서점에 가서 책을 구입해 토론하는 독서의날 행사는 교보문고 한 곳에서 진행하던 것을 세 곳으로 나눠 진행했어요.”


1640571569.1251image.png역시 최고의 기획자다운 발상의 전환이며, 유연하고 참신한 해법이다. 교육전문직에서 검증된 탁월한 상상력과 거침없는 도전정신이 학교현장에서 큰 시너지를 낸 셈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텅 비어버린 아이들의 추억을 채우는 일에 교사들이 뜻을 모았고, 아이들은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는 법을 온몸으로 배웠다.


“뮤지컬 발표회도 했어요. 예정된 발표일을 앞두고 코로나가 심각해져서 원격수업으로 전환했는데, 선생님들께서 학기 초부터 열심히 뮤지컬 발표회 준비를 해온 아이들이 슬퍼한다고 걱정하더라고요. 결국 아이들의 바람과 선생님의 자발적 참여로 2학년만 출석해서 발표회를 진행했어요. 반별로 한 팀씩 강당에 들어가 공연한 후 온라인으로 무대 영상을 송출했죠. 사실 감염자가 생기면 어떡하나 걱정도 많았지만, 다행히 잘 마무리되었어요.”


코로나19로 인한 아이들의 사회성 결여, 학습 결손 문제에 직면할 때마다 그는 무척 아프다. 원격수업으로 대체된 공교육의 빈자리를 사교육이 메꾸고, 그로 인해 사설학원이 더 성황을 이룬다는 뉴스는 교육자인 그를 부끄럽게 한다.


“우리가 반성해야 할 부분이 분명 있어요. 공교육이 아이들의 학습 결손, 정서 문제를 해소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학교에서 상담교사, 진로교사, 담임교사가 문제해결을 위해 활발하게 노력하고 있지만, 코로나로 인해 잃어버린 아이들의 시간을 메꿀 수 있을지 미지수예요. 공교육이 이 부분에 대해 더 적극적인 해법을 찾아야 해요.”


과학전시관은 미래교육의 방향성 제시해야
과학적 소양 갖춘 미래 시민 양성 중요


김영화 교장은 지난 7월부터 서울특별시교육청과학전시관 종합발전계획 기획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실제적 계획을 세우는 역할이다. 그는 급변하는 시대에 걸맞은 과학전시관의 당위성, 책무성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시작했다.


“과학전시관은 미래교육의 방향성을 제시해야 해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메타버스 등을 융합한 미래 과학교육이 전시관 안에서 이뤄져야 해요. 그에 대한 교사 전문성도 키워야겠죠. ‘이렇게 방대한 내용을 과학전시관에서 어떻게 다 실현하지’라는 우려도 있지만, 힘들어도 가야 할 길이라 생각합니다.”


그는 과학전시관의 2022-2026 종합발전계획을 설계하면서 비전을 “기초와 첨단과학으로 미래의 핵심가치를 창조하는 과학교육 허브”로 정했다. 목표는 “기초와 첨단과학 기반 융합과학교육으로 과학적 소양과 감성을 갖춘 미래인재 양성”이다. 추진전략으로는 △모든 학생의 과학 소양을 기르는 기초과학교육 △지능정보사회 소양을 기반으로 첨단을 누리는 과학교육 △소통·나눔·협력으로 미래를 이끄는 과학교육을 제시했다.


“과학전시관에서는 미래의 과학자를 키우는 동시에 과학적 소양을 갖춘 미래 시민도 함께 길러야 하는 책무가 있어요. 첨단과학기술 기반의 미래사회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과학적 소양은 무엇보다 중요한 덕목이죠. 예를 들어 냉동실은 온도가 낮아서 습도도 낮아요. 그래서 승화되어 부피가 작아지죠. 냉동실에 음식을 넣을 때 제대로 포장을 안 하면 탈수현상이 일어나 말라비틀어져요. 요리에도 다 과학원리가 들어가 있어요. 라면을 끓일 때 스프를 먼저 넣으면 끓는점이 올라가 더 잘 익힌 라면을 먹을 수 있답니다.”


그는 일상 속 재미있고 유익한 사례를 들어가며 과학적 소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교육 선진국의 노하우로 국제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며, 서울시교육청 정보화 담당 장학관 재직 시절의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연한이 지나 폐기처분 대상인 학교 사무용 컴퓨터와 노트북을 수거해 재활용 업체에 전달했고, 업체에선 컴퓨터 부속품을 되살려 얻은 이익을 새 컴퓨터로 교환해주었단다. 이때 받은 컴퓨터 300대는 우즈베키스탄과 몽골에 보내졌다. 현지 교사 15명 내외를 우리나라에 초빙해 정보화 연수도 시키고, 직접 현지로 가서 사후연수도 실시해 큰 호응을 얻었단다. 20년 동안 지속해온 글로벌 과학협력을 더 발전시켜 나가는 역할을 과학전시관이 맡았으면 하는 의견도 제시했다.


“앞으로 건립될 미래융합교육관은 인공지능, 메타버스, 빅데이터 등 미래 콘셉트에 맞춰 아이들이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관 형태로 운영돼야 하지 않을까요. 오랜 기간 검토 중인 미래융합과학관이 하루빨리 건립되어 미래 과학교육을 이끌어가길 바랍니다. 그리고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교육이 가능하도록 학교현장에 과학실험실 현대화사업 관련 예산이 편성돼 있는데, 학교가 방향을 못 잡을 수 있어요. 과학전시관에서 모델 역할을 해주고, 교사 연수를 통해 제대로 된 컨설팅을 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생태전환교육은 가장 중요한 이슈
에듀테크 기반 맞춤 교육으로 나아가야


1640571637.4661image.png지난 8월 31일 교육기본법 제22조의2(기후변화 환경교육)에 ‘국가와 지자체는 모든 국민이 기후변화 등에 대응하기 위해 생태전환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 실시해야 함’이라는 문구가 추가됐다. 교육기본법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생태전환교육’이라는 용어는 그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현재 지구의 기후변화가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잖아요. 2050년까지 평균온도 상승률을 1.5도 이내에서 멈추지 않으면, 북극 남극의 빙하 녹아 지구가 멸망할지 모른다는 과학자들도 있고요. 서울은 벌써 1.5도가 넘었다는 얘기도 나오죠. 사람들의 인식과 가치관이 행동을 지배하는데 지금까지의 생태환경교육으로는 안 되겠다,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전환’이라는 단어를 넣었어요. 당시만 해도 학계가 인정한 용어가 아니라는 이유로 반대의견도 많았어요. 하지만 담당 장학관으로서 확신이 있었기에 설득해 나갔죠. 생태전환교육은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에 미래 과학교육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정부는 내년까지 전국 모든 초·중·고 교실에 무선 인터넷을 구축할 예정이다. 노후한 PC와 노트북 20만 대를 교체하고 1200개 학교에 교육용 태블릿 PC 24만 대를 지원한다. 이를 통해 학교 내 모든 공간 및 집에서도 온라인 원격수업이 가능해진다.


“코로나19로 인해 학교현장에 아주 급격하게 에듀테크 기반의 환경이 구축되었어요. 내년부터는 모든 학교가 1인 1디바이스 체제로 전환될 예정이에요. 이제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한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일대일 개인별 맞춤 교육으로 가야 해요. 현재 창덕여중은 유클래스(U-Class) 프로그램을 사용해 학교 내에서 개별화 맞춤형 교육이 이뤄지고 있어요. 앞으로는 학교 밖까지 확대하는 문제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김영화 교장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막연했던 미래 과학교육의 큰 그림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가 촘촘하게 설계한 서울특별시교육청과학전시관의 미래가 조만간 행복한 현실로 마주할 수 있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