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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은 서울특별시교육청과학전시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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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 이끄는 과학교육 메카로 자리매김

지속가능한 미래 위한 생태전환교육 지원


글·사진 | 편집부


지난 3년간 코로나 팬데믹으로 우리 일상이 멈추었지만, 새로운 시대를 향한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멀게만 느껴졌던 4차산업혁명은 사회 모든 분야에 빠르게 이식되어 디지털 대전환을 이뤄냈다. 과학교육 역시 새로운 담론과 연구, 실행을 거듭하며 진화해왔다. 지금 학교 현장은 원격과 대면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브랜딩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교육의 시공간이 확대되면서 언제 어디서든 교사와 학생의 소통이 가능한 세상이 되었다. 위기를 기회로 잘 이용한 값진 결과물이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 누구보다 긍정적이고 포용적인 이병은 관장이 서울특별시교육청과학전시관을 이끌게 된 것은 참 행운이다. 많은 이들이 “적임자가 왔다”고 평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9월 1일부로 부임했으니 이병은 관장의 업무 기간은 3개월 남짓 흘렀다. 오자마자 시의원의 기관 방문이 있었고, 10월에는 올림픽공원에서 서울융합과학·메이커 축제를 치르느라 분주한 나날을 보냈다. 얼마 전 행정사무감사까지 마치고 나니 ‘기말고사 치른 느낌’이라며 환히 웃었다.


서울특별시교육청과학전시관은 그에게 특별한 공간이다. 2007년 9월 1일 연구장학사의 첫 단추를 끼고 4년간 몸담았던 곳, 바로 15년 전 일이다. 워낙 애정이 깊었던 터라, 다른 기관을 전전하면서도 언젠가 다시 한번 이곳에 근무하면 좋겠다는 꿈을 내내 품었었다. 그리고 마침내 꿈이 이루어졌다.


“감회가 새로워요. 그때는 과학전시관이 남산 분관만 있었는데, 2011년 조직개편이 되면서 동부 분관, 남부 분관이 생겼어요. 본관인 이곳이 지역적으로 외진 곳에 있어 접근성이 어려웠는데, 다른 분관이 보완해줘서 좋은 것 같아요. 이전보다 업무분장이 더 잘되어서 그동안 눈에 보이지 않는 발전이 이루어졌고요. 물론 해결되지 않는 문제도 있었고, 수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여전히 수많은 장벽이 존재하지만, 모두의 노력이 쌓이고 쌓여 이만큼 발전할 수 있었다는 게 중요해요. 십여 년이 지나 다시 오니 그런 변화가 눈에 보여 뿌듯하고 행복하네요.”
긍정적·포용적 마인드로 위기를 이겨내다


이병은 관장은 1984년 서울대 생물교육과 졸업하고 곧바로 과학교사 생활을 시작해 23년 6개월간 아이들을 가르쳤다. 이후 과학전시관 교육연구사, 과학담당 장학사, 동부교육지원청 중등교육지원과장, 교장·교감, 동부교육지원국장 등을 거쳤다. 40여 년에 이르는 장대한 시간 동안 대한민국 과학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과학교육 최전방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정책을 만들어온 당사자로서 큰 자부심을 가져도 좋으련만, 그는 부화뇌동하는 법이 없다.


“모든 정책이 그렇듯 정부에서 얼마만큼 관심을 가지느냐에 따라 더디기도 하고 생각보다 빠르기도 하잖아요. 어찌 되었건 과학은 그 나라의 발전을 주도하는 가장 기본 분야니까, 누가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학생과 교사들이 시류 타지 않고 자신의 역할을 열심히 노력하면, 눈에 띄지는 않아도 쌓이고 쌓여 누군가의 큰 성과로 나타나고, 더불어 우리나라 과학교육 발전에 보탬이 되는 게 아닌가 생각해요.”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를 부단한 인내심으로 책임감 있게 관찰하는, 생물학자의 성정(性情)이 엿보였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4차산업혁명 시대, 부화뇌동(附和雷同)으로 변덕스럽고 요란한 현 상황에서 이병은 관장의 화이부동(和而不同)한 자세는 분명 큰 강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19로 학교 현장이 많이 변했어요. 처음에는 구글 줌을 쓰다가 서울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에서 서울 원격수업 지원 플랫폼 ‘뉴쌤’을 자체 개발했고요. 이젠 원격과 대면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브랜딩 수업이 이루어져서 방과 후에도 소통이 가능해졌어요. 코로나 팬데믹이 우리 일상을 멈추고 많은 부분에서 힘들게 했지만, 또 많은 발전이 있는 것 같아요.”
위기를 기회로 생각하는 이 관장의 긍정적이고 포용적인 마인드가 돋보였다. 대전환의 시대를 이끌어갈 리더로서 중요한 자질이다.


지역청 과학센터와 연계해 과학문화 확산


이병은 관장은 40여 년간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서울특별시교육청과학전시관을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하는 교원교육, 학생교육의 메카로 만들어갈 생각이다. 서울교육의 디지털 전환교육(디벗활용교육)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AI 활용 맞춤형 수업콘텐츠를 개발·보급하고, 4차산업혁명의 사회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미래역량 제고를 위해 다양한 교육 지원 활동도 펼칠 계획이다. 기후위기 시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생태전환교육도 그가 각별하게 애정을 기울이는 부분이다.


아울러 과학전시관 낙성대 본관-남산 분관-동부 분관-남부 분관의 유기적 역할 분담을 통해 서울 어디에서나 첨단 융합과학교육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시공간 활용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권역별 현장으로 직접 찾아가는 학생교육과 교사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학교 현장의 요청에 따른 융합교육 시스템 지원 및 과학시설, 첨단기자재 활용수업을 적극 지원하고자 한다.
“본청과 지역청에 두루 있어 보니까 본청과 지역청, 본청과 전시관 소통은 잘되고 있는데, 지역청과 전시관은 애매한 부분이 있더라고요. 중복된 부분은 생략하고, 지역청 과학센터와 연계해 학생·교사 교육을 정립하면 좋을 것 같아요. 서울시 11개 지역교육청 과학교육센터, 발명센터, 메이커스페이스센터와 연계해 마을과 함께하는 과학 나눔이나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해 과학문화 확산에도 주력할 생각이에요. ”


과학전시관의 오랜 숙원사업인 미래융합교육관(가칭) 역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만큼 윈윈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 서울특별시교육청과학전시관은 1998년 남산의 과학교육관이 낙성대로 이전해 신축공사를 진행했으나 IMF로 공사가 중단되었다가 2004년 연구실험동만 개관한 이후 현재까지 탐구전시동 부지가 공터로 남아있다. 이후 서울시, 환경부, 기업체 등과 연계해 탐구전시동 건립 계획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고, 2017년 이후에는 미래교육융합체험관 건립에 전력했다. 2021년 5월 덕수고 부지를 활용한 미래융합교육관 건립 방안이 논의되면서 2022년 3월 ‘덕수고 이전적지 활용 미래융합교육관 건립 기본계획’ 연구 용역에 착수, 현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덕수고 부지에 건립하면 서울의 중심지에 위치해 접근성이 편하고 한양대, 성동4차산업혁명센터, 서울숲, 한강변체육공원 등 지역자산을 연계하기에도 좋아요. 신속하게 미래융합교육관 건립을 추진해 서울특별시교육청과학전시관이 대한민국 혁신 미래인재 육성의 허브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공터로 남아있는 이곳 탐구전시동 부지는 미래융합관과 주제를 달리해서 기후위기나 생태전환 등 우리나라에 필요한 체험관으로 건립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는 미래융합교육관 건립 추진과 별도로 기존 연구동의 실험실 일부를 리모델링해 AI 체험실과 AI교육실을 설치할 계획이다. 또 서울대 인공지능대학원과 연계한 ‘원데이클래스’를 운영해 과학교사의 AI 역량을 강화하고, 낙성대AI밸리와 연계해 학생들에게 창업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노력할 생각이다.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새로운 길’


“사회도 변하고 아이들도 변해요. 달라진 부분을 교육자들이 받아들여서 요즘 아이들에 맞춰가야 해요. 아이들의 순수함은 변함이 없어요. 특별한 교육 철학은 없지만 ‘친구 같은 선생님’이 되고 싶었어요. 제 수업 시간엔 아이들이 자유롭게 많이 떠들고 했어요. 이후 교장·교감으로 있을 때도 ‘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한 도움을 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살려고 노력해왔어요.”


2019년 9월 1일부로 아주중학교 교장으로 부임한 그는 이듬해 코로나19로 모든 교육 일정이 중단되는 사태를 겪었다. 졸업식·입학식도 못 했고, 4월 말 온라인수업을 시작하고 5월부터 등교를 시작했다. 당시 개인 숟가락 지참을 규정으로 정했는데, 안 가져오는 아이들을 위해 그는 매일 급식실로 가서 숟가락 나눠주는 일을 했다.


“몇 달이 지났는데, 제가 늘 나오니까 ‘선생님은 무슨 과목 가르치세요?’ 하고 한 학생이 묻더라고요. 옆에 있던 영양사 선생님이 교장선생님이라고 얘기해주니까, ‘교장선생님이 숟가락을 나눠준 거예요?’ 하며 깜짝 놀라는 거예요. 그 후론 아이들이 인사도 더 잘하고, 좋아하더라고요.”


그는 매일 아침 가을빛으로 곱게 물든 관악산을 바라보며 행복하게 집무실로 발길을 옮긴다. 대자연이 주는 힐링을 맘껏 누릴 수 있어 더없이 행복하다. “적임자가 왔다”고 생각해주는 이들이 곁에 있어 힘이 난다. 그는 행복과 감사를 가슴속에 소중히 안고, 1년 반 동안 주어진 길을 묵묵히 걸어가려 한다. 그 발자국이 차곡차곡 쌓여 행복한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늘 그랬던 것처럼.
이병은 관장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 윤동주의 시 ‘새로운 길’이 떠올랐다.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