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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배 서울특별시교육청과학전시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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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 역량과 첨단 에듀테크의융합

미래형 과학교육 기반 구축에 힘 쏟아야


 전시관 입구에 들어서자 알록달록 꽃들이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꽃밭을 둘러싸고 있는 푸르른 나무들이 맑은 공기를 선물했 다. 최첨단 과학시설과 자연의 어우러짐이 무척 보기 좋았다. “식목일에 꽃도 심고 텃밭에 감자, 고추, 상추 등 작물도 심었어요. 하루 한두 번은 생태학습장에 들러 공작비둘기가 잘 크는 지 살펴보고, 숲길을 걸으며 야생화도 보고 이런저런 사색을 하고 있어요. 자연은 마음 을 편하게 해줘서 좋아요.” 김연배 관장이 첫인사를 건넸다. 전시관 입구를 환하게 밝힌 꽃들이 그와 직원들 손 길에서 비롯되었다니, 그 정성이 참 어여쁘다 싶었다. 본격적인인터뷰에 앞서 그가 에피소드 하나를 들려주었다. “왕십리 동마중학교 교장을 할 때였어요. 교사 앞 꽃잔디가 예쁘게 피어서 교감선생님한테 ‘우리 학교 꽃 참 예뻐요’ 했더니 그 분이 ‘밖보다 안이 더 예뻐요’하는 거예요. 무슨 말인가 해서 ‘뭐가 더 예쁘죠?’ 물었더니 ‘사람들이 예뻐요’ 대답하더라고요. 여기 와서 생활해보니 꽃도 나무도 더없이 아름답지만, 그분 말처럼 사람이 더 예뻐요. 함께 일하는 직원들도, 이곳을 찾는 교사, 학생, 지역주민 모두 말이에요.” 정감 어린 말투와 선한 눈빛에서 특유의 행복 에너지가 넘쳐났다. 그러고 보니 전시관 분위기가 한결 밝아졌고, 직원들의 웃음 소리도 더 활기차게 느껴졌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말이 절로 떠올랐다.



미래융합교육관 건립,

새 희망을 만들어가다

 김연배 관장은 지난 3월 1일 제24대 서울 특별시교육청과학전시관 관장으로 취임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 모든시스템이 급격한 변화를 겪은지 만 1년 된 시점이었다. “지난해에는 가보지 않은 길을 갔어요. 학교도 과학관도 힘들고 혼란스러웠죠. 이제 코로나19는 지나온 길, 경험한 길, 현재 가고 있는 길이 되었어요.” 지나온 길에서 얻은 교훈을 디딤돌 삼아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김 관장은 취임 직후부터 바쁘게 움직였다. 4차 과학교육 종합계획(2020~2024), 과학교육 중장기 발전계획(2021~2025), AI 기반 융합 혁신 미래교육 중장기 발전계획 등 주요 국가 정 책들을 면밀하게 살펴보며 과학교육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다각도로 고민했다. 무엇 보다 과학전시관의 숙원사업인 체험관 건립을 위해 열과 성을 다했다. “개인적으로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 되겠다는 절실함이 있었어요. 창의융합이 미래 역량인 시대에, 아이들이 맘껏 활동할 공간이 필요해요. 이 중요한 시기에 못만들어주면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한거죠. 빨리 건립 해야 하는데, 어깨가 무겁네요.” 40여 년간 교직생활을 해온 그 이기에 아이들 얼굴이 더 아른거렸으리라. 여러 차례 부침을 겪어온 체험관 건립은 2019년 교육 부의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지난 해 다시 자체투자심사를 진행했지만, 또 다시 보류 결정이 내려졌다. 다른 과학관과의 차별성과 재원확보 문제가 그 이유였다. 하지만 김 관장 취임 후 체험관 건립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최근 서울과학전시관 내 체험관 건립을 위한 기초연구를 진행, 정책 연구가 마무리되면서 희망이 보이고 있다. “우선 체험관 이름을 ‘미래융합교육관’으로 통일했어요. 그동안 여러 명칭으로 불 렸는데, 우리의 지향점을 보다 명징하게 표 현한 거죠. 미래융합교육관은 창의융합 공간, 배움과 실천을 위한 참여 공간, 지역사 회와 함께하는 협력 공간 등 세개의 공간으로 구성할 계획이에요. 그리고 나(자신)와 의 만남, 사람과의 만남, 기술과의 만남, 사회와의 만남, 배움과의 만남 등‘ 만남’을 주제로 다양한 내용을 채울 생각이에요.”

 김 관장은 중요한 키워드를 살리고 핵심 역량에 집중하면서 타 과학전시관과의 차별성을 강화했다. 그 다음 재원 문제를 해결 하기위해 직접 발로 뛰었다. 낙성벤처밸리, 서울대 AI지원센터, 지방자치단체 담당자를 수차례 만나 머리를 맞댔고, 인터넷 플랫폼 기업을 찾아가 미래세대를 위한 협력을 부탁했다. 본청과 긴밀한 실무적 업무협의도 지속해왔다.

 올 하반기 외부기관에 타당성조사를 의뢰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다시 자체투자심사와 중앙투자심사에 도전할 계획이다. 행복 에너지를 가득 채운 그의 발걸음이 미래 융합교육관 건립이라는 행복한 결말을 향해 힘차게 달려가고 있다.


과학교육의 비전은 ‘기초’와 ‘첨단’의 융합

 “과학자의 성공과 실패는 철학에 있어요. 과학이나 과학교육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느냐가 중요하죠. 안타깝게도 지금 과학을 바라보는 인식에서 긍정적인 부분이 부족한 것 같아요. 지능정보화시대에 과학기술이 중요하다는 전제에는 다 동의하면서, 막상 투자를 결정하는 과정을 보면 우선순위에서 밀릴 때가 많거든요. 다들 발등의 불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죠. 이러한 철학의 부재가 백신개발 등 기초과학 경쟁력에서 밀리는 상황을 만들고 있지 않나 싶어요.” 김 관장은 2018년 국가종합순위평가에서 과학교과 기초학력이 평균보다 낮은 것으로 나왔다며, 기초과학 역량을 키우기 위한 과학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기초과학 역량은 과학에 있어 근력과 같다는게 김 관장의 평소 지론이다.

 “우리나라 과학교육의 비전이자 나아갈 방향은 ‘기초’와 ‘첨단’의 융합이라고 생각해요. 기초과학 역량을 끌어올리려면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한 맞춤형 과학교육이 이루어져야 해요. 과학을 어려워하는 이유가 학문적 위계질서가 있기 때문인데요, 개별 학생의 수준과 필요에 맞는 과학교육을 해야 시너지가 생겨요. 지능정보화시대의 핵심인 DNA(Data, Network, AI) 등 첨단 에듀테크를 활용해 미래형 과학교육 기반을 구축하는 것 또한 시급한 과제입니다.

 과학전시관은 교육과정과 연계한 AI, DATA 등 첨단 기자재 연수를 통해 전문 역 량을 키우는 일을 계속해왔다. 아울러 지능 정보화시대의 중심인 AI를 과학교육에 접 목하기 위해 AI 원격수업 태스크포스(TF) 를 만들어 제작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방정환 선생님이‘아이들은 어른보다 한 시대가 새로운 사람이다’라고 말씀하셨대요. 한 시대를 앞서는 아이들에게 AI는 인류에게 불의 발견이나 전기 공급보다 더 영향력이 클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한국과학기 술평가원 발표를 보면, 코로나 이후 ST EAM(Science, Technology, Enginee ring, Arts&Mathematics) 관련 일자리가 굉장히 늘어났거든요. 앞으로 인간 중심의 AI가 삶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꿀 수 있어요. 그런 세상에서 살아갈 아이들에게 첨단 과학기술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거죠.”

 과학전시관에는 160개 프로그램이 운영 되고 있고, 연 참여인원이 46만 명에 달한다(2019년 기준). 최근에 열린 시민 대상 가족과학교실, 가족생태환경교실은 1분 만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과학전시관이 학교 교육을 지원하는 플랫폼 역할뿐 아니라 시민과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과학교 육에도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다.

 앞으로 과학교육에 대한 수요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단순히 프로그램 수나 대상 을 확대하는 차원이 아닌, 첨단과학기술이 모든 이들의 일상 속에 더 쉽고 재미있게 스며들 수 있도록 과학교육의 혁신을 이끌어야 한다. “과학은 전시가 아니라 탐구예요. 아이들 스스로 기획하고 만들고 활용하는 일련의 과정이 과학이죠. AI, VR 환경에서 직접 과학 도구를 만들고 실험할 수 있는 ‘온라인 과학탐구관’을 만든다면 모든 아이들이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즐겁게 과학을 탐구할 수 있을 거예요. 정부에서 적극 검토했으면 합니다.”


 지난 3월 과학전시관에서는 배추흰나비 알을 직접 재배해 각 학교로 보냈다. 퇴직 교사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자원봉사를 자처한 퇴직교사들은 생 태자연학습장 투어를 진행하며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과학의 즐거움을 전하고 있다. 현역교사들은 첨단 기자재 연수를 위해 먼 길 마다않고 과학전시관으로 달려온다. 바쁜 일과 중에도 연수에 빠지는 교사가 없다. 미래의 아이들이 더 행복한 미래를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과학교육 공동체’는 우리 사회의 희망이며, 과학전시관의 존재 기반이다. 김 관장은 과학교육 공동체의 선한 영향력과 손잡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해 행복하게 나아가려 한다. 꽃과 나무, 웃음과 칭찬, 공작비둘기, 숲길과 사색…… 이 모든 것들을 소중히 품고 인간과 자연, 첨단과학기술의 아름다운 조화를 꿈꾸며 쉼 없이 공부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꽃을 가꾸고 숲길을 걸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