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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휴성 서울특별시과학전시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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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교육, 무엇보다 재미가 있어야 합니다


과학을 포기하고자 하는 학생들의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재미가 없어서입니다. 어릴 때, 초등학교 때는 즐거운 것으로 인식되던 과학이 왜 중학교, 고등학교로 갈수록 힘든 괴물이 될까요. 과학은 재미있으면 어려워도 도전하게 됩니다. 재미있으니까요. 과학은 미래를 여는 빛입니다. 그 빛을 밝힐 수 있게 에너지를 공급해주는 존재는 과학 선생님들입니다. 재미있게 과학을 가르쳐 주시며 서울의 과학교육을 이끌어 주시는 과학 선생님들의 재미있는 수업을 응원합니다.


‘깨진 관계 박물관’이라는 곳을 아십니까?


크로아티아의 자그레브에는 ‘깨진 관계 박물관(Museum of Broken Relationships)’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그곳에는 슬프게 안타깝게 잘못 끝나버린 사랑의 잔해물들이 가득 전시돼 있습니다. 버림받은 연인이 상대방의 가구를 부수는데 사용했던 도끼, 행복에 겨워 주고받았던 곰돌이 인형들, 사랑의 밀어를 나눴던 낙서장, 유리병에 든 찢겨진 연애편지, 깨진 유리액자에 든 사랑의 편지들, 그리고 웨딩드레스들까지 모두 찢어진 아픔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어떤 관람객은 그것들을 보고 자신의 이별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가 하면, 어떤 연인들은 헤어지지 말자는 약속을 하고 서로를 안은 채 떠나기도 합니다. 요즘처럼 소통이 부족하고 관계의 친밀성을 유지하기가 힘든 시기에 많은 생각을 떠올리게 합니다.


거기에 전시된 많은 물건들은 묵직하게 말을 던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서로를 사랑했었음을요. 하지만 그 사랑이 끝났을 때는 박제된 사랑처럼 시간이 멈춥니다. 그 말들은 무겁기도 하지만 공허하기도 합니다. 이미 지나간 시간들이기 때문입니다.


미래 세대에 과학을 잘 가르칠 수 있는 방법


과학이 발달하고 교수학습방법도 발전하고 거기에 맞춰 다양한 학습모형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과학 선생님들도 거기에 발맞춰 새로운 교수법을 적용하여 효과적인 수업을 하고자 많은 연수도 받고 있고 연구모임도 만들어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열린 교육, 수준별 교육, ICT 활용교육, 융합교육, 스마트교육, 거꾸로 교실, 질문이 있는 교실 등 열거하지 못한 교수 방법도 많습니다. 이 모든 수업의 궁극적인 목적은 우리의 미래세대에게 과학을 잘 가르치자는 것입니다. 다만, 여기에서 절대 빠져서는 안 될 것이 있습니다. 반드시 포함을 해야 하는 것이지요. 아니, 좀 과장해서, 어떤 형태의 수업이든지 이것 하나만 있으면 그 과학수업은 성공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재미’입니다. 아무리 치밀하고 세밀하고 빈틈없이 설계된 융합수업도, 아무리 현란한 최첨단 기기를 활용한 스마트수업도, 아무리 교사가 잘 준비한 동영상 등의 콘텐츠가 있는 거꾸로 교실도, 폭 넓게 준비되고 사고를 키워주는 질문이 있는 교실도 결국은 ‘재미’가 없으면 학생들로부터 외면 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연애할 때 느끼는 그 설렘이 있는 ‘재미’, 친구들끼리 마음에 맞아 함께 행하는 일이나 도전과 모험에 대한 ‘재미’같이 재미있었던 과거는 잊혀 지지 않는 기억으로 존재합니다. 거기서 배운 지혜와 지식은 의식의 기저에 자리 잡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하게 만듭니다. 마음을 열어주게 만듭니다. 그 재미있던 경험이 계기가 되어 삶이 더 긍정적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과학수업, 재미가 있으면 도전하게 됩니다


과학을 포기하고자 하는 학생들의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재미가 없어서입니다. 어릴 때, 초등학교 때는 즐거운 것으로 인식되던 과학이 왜 중학교, 고등학교로 갈수록 힘든 괴물이 될까요. 과학은 재미있으면 어려워도 도전하게 됩니다. 재미있으니까요.


깨진 관계 박물관에 놓여 있는 전시물 중에 과학 교과서가 놓이지 않을까 걱정 아닌 걱정을 했습니다. 어린 시절과 초등학교시절 그렇게 재미있고 행복하게 관계를 유지했던 과학과의 관계가 깨진 다는 것은 참으로 가슴 아린 현실로 다가올 것입니다.


과학을 가르치는 사람들은 우리 미래의 동량들이 과학과의 관계를 마음속의 ‘깨진 관계 박물관’으로 보내게 만드는 슬픈 일은 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과학교과서가 슬프게 안타깝게 잘못 끝나버린 애증의 잔해물이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깨진 관계가 아니라 더욱더 굳게, 단단하게 엮이는 아주 밀접하고 즐거운 관계가 지속되게 하면 좋겠습니다.

과학은 미래를 여는 빛입니다. 그 빛을 밝힐 수 있게 에너지를 공급해주는 존재는 과학 선생님들입니다. 재미있게 과학을 가르쳐 주시며 서울의 과학교육을 이끌어 주시는 과학 선생님들의 재미있는 수업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