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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우 서울특별시교육청과학전시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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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지평을 넘어,
즐거움과 자신감 조화롭게 축적되는  과학 수업 바람직


글 | 서울특별시과학전시관 임용우 관장


‘우리나라의 초·중등 과학교육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현재 우리나라의 초·중등 과학교육에 어떤 문제점이 있다는 전제가 내재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현재의 문제점이 무엇인가를 분명히 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향을 제시하여야 할 것이다. 모든 문제점이 그렇듯이 우리 초·중등 과학교육의 문제점도 한두 가지가 아니고 이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어 어떤 하나의 문제점이 다른 문제점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관점이나 방법에 따라서 문제점을 다르게 인식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역사적 맥락에서 우리나라 초·중등 과학교육의 문제점을 찾아보고 발전적 변화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리나라의 초·중등 과학교육은 어떻게 변화되었나?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1949년 교육법이 제정되고 1954년 제1차 교육과정이 공포되면서 우리나라의 초·중등 교육은 체계를 갖추기 시작하였다. 정부는 1962년부터 장기경제개발계획을 수립·추진하였다. 공업 생산품 제조와 수출 중심의 경제 정책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룩한다는 전략이었다. 이 전략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면 과학기술 분야의 인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였다. 이런 배경 하에 정부는 1967년에 과학교육진흥법을 제정한 후 과학교육을 집중적으로 육성하였다. 1973년 학문 중심의 제3차 교육과정이 공포되면서 과학교육이 강화되었고 1984년에는 과학교육기금이 조성되었다. 그러나 점점 우리나라의 경제가 거대화, 국제화, 다양화되면서 정부가 주도하는 경제성장의 전략은 한계에 부딪혔고 이에 따라 초·중등 과학교육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었다. 1997년 외환위기(IMF구제금융) 이후에 과학교육기금 폐지(1999년)와 과학교육심의회 폐지(2010년)가 이어졌고 이후 우리나라 초·중등 과학교육은 새로운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나라 초·중등 과학교육의 성찰과 반성


- 10개의 과학교육 종합계획으로부터 추출한 시사점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1960년대부터 정부는 경제성장을 견인하기 위한 인재양성이라는 측면에서 초·중등 과학교육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정책을 개발·적용하였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정책들을 개별적으로 집행한 것이 아니라 초·중등 과학교육의 개선과 발전을 위한 종합계획으로 묶어서 수립·추진한 것이다. 초·중등 과학교육에 대한 당면한 지침과 다양한 방안을 필요에 따라 개별적으로 집행하는 것에서 벗어나 이들을 종합하여 체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초·중등 과학교육에 대한 비전과 목표를 설정하고 관련 정책을 전략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였다. 우리나라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 과학 분야에서 최상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그동안 양성된 과학기술 분야의 인재가 경제성장을 견인하여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발 돋음 하였다. 이와 같은 성과 달성에는 초·중등 과학교육 발전을 위한 종합계획을 전략적으로 추진한 것이 상당히 기여한 것으로 생각한다.


한편 지금까지 확인할 수 있는 10개의 초·중등 과학교육 발전을 위한 종합계획을 살펴보면 각각의 종합계획은 그것이 수립될 당시의 초·중등 과학교육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제시하였지만 그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고 비슷하였다. 이것은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고 반복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가장 높은 빈도로 반복된 문제점은 우리나라 초·중등학교에서 과학 수업이 주로 이론 중심의 주입식 강의 형태로 이루어진다는 점이었다. 또한 대학입시를 포함한 평가체제가 주로 지식 위주로 과학을 평가하기 때문에 탐구형 과학 수업으로의 전환을 저해한다는 점도 자주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과학 수업을 탐구·실험 중심이 아니라 이론 중심의 주입식 강의 위주로 진행하는 것은 학생의 흥미를 유발하지 못한다. OECD PISA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학생들은 과학 학업성취도는 상위권이지만 과학에 대한 흥미 등의 태도는 매우 낮아 최하위권이다. ‘과학을 좋아하지 않고 흥미도 없는데 과학에 대한 학업성취도는 매우 높다’라는 모순적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필자는 이것을 우리 초·중등 과학교육이 갖는 가장 심각한 문제점으로 생각한다. 지금까지 어떻게 과학을 가르쳤기에 이렇게 되었는지 자문해본다. 반성한다. 지나치게 학문 중심의 이론 위주로 가르치지 않았는가? 과학을 다른 분야와 단절된 학문적 영역에만 가두어 가르치지 않았는가? 과학적 소양 증진보다 전문가 양성에 치중하지 않았는가?


과학교육 행정 담당자가 본 또 다른 문제점


이번에는 필자가 과학 교사로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또는 과학교육 담당 교육전문직원으로서 과학교육 행정을 담당하면서 느꼈던 문제점을 말하고자 한다.


▪ 1/n의 논리 : 이것은 과학 이외의 교과에서 주장하는 논리이다. 왜 과학교육에만 예산 등의 자원을 더 많이 투입해야 하는가? 한정된 자원을 과학교육에 더 많이 투입하면 다른 교과에 투입되는 자원이 줄어드니까 당연히 그렇게 주장한다. 다른 교과와 똑같이 자원을 1/n로 분배하는 것이 형평성에 부합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탐구·실험 위주의 제대로 된 과학 수업을 하려면 다른 교과에 비하여 돈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이것은 과학교육의 입장에서는 매우 불리한 현실이다. 그렇지만 이것은 과학교육이 본래부터 갖고 있는 특성이기 때문에, 자원을 1/n로 분배한다면 과학교육은 어려워지고 그 결과는 전혀 형평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다.


▪ 시간 부족의 논리 : 과학교육이 예산 등의 자원 분배에서 불이익을 받는 것은 교육행정이나 다른 교과의 시각으로부터 기인한 것이다. 한편 제대로 된 과학 수업을 하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는 과학교육의 본래적 특성은 과학교육 내부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하여 탐구·실험 위주의 과학 수업을 저해하기도 한다. 1차시의 실험 수업을 위하여 본시 진행 이외에 준비와 마무리에 추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과학교육의 발전적 변화에 대한 생각


위에서 열거한 우리나라 초·중등 과학교육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발전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필자도 그 답을 정확하게 확신할 수 없다. 여러 개의 답이 있을 수 있고 여러 분야가 협력해야 할 것이다. 이글에서는 과학 수업에 초점을 맞추어 해결 방법과 발전 방향을 탐색하고자 한다.
▪ 바람직한 과학 수업 : 우리나라의 초·중등학교 학생에게 바람직한 과학 수업은 과학에 대한 흥미와 과학 학습자로서의 개인의 신념이 향상되는 수업이다. 과학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과학에 대한 즐거움과 자신감이 조화롭게 축적되는 과학 수업이 바람직하다. 과학 수업을 담당하고 있는 교사에게 바람직한 과학 수업은 교사 본인이 자신의 수업에 대하여 만족하는 수업이다. 수업을 의도한대로 만족스럽게 끝낸다면 그 교사는 행복해진다.
이것은 우리나라 초·중등 과학교육의 발전 방향을 수업방법과 평가방법의 개선에서 우선 찾을 수 있다는 뜻이다. 수업·평가방법의 개선은 정책연구나 교사 자신의 노력과 같은 부단한 연구·개발을 토대로 한다. 이를 통해 다양한 수업·평가방법이 모색되고 적용되어야 한다. 교육전문직원과 교사에 대한 연수가 활발하게 운영되면서 수업·평가방법의 보급과 적용이 일어나고 이를 위한 장학 협의와 지원 또한 필수적이다.
▪ 바람직한 과학 수업을 위한 재료들(예시)

‘과학 수업·평가방법의 개선을 통해 학생에게는 과학의 지식뿐만 아니라 과학에 대한 흥미와 신념의 향상을 기대하고, 과학 교사에게는 높아진 수업 만족도로부터 행복감을 기대한다.’는 것이 지금까지 주장한 내용의 요점이다. 그러면 실제로 이를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 여기에서는 이러한 주장을 실행할 가능성이 높은 여러 가지 재료들을 소개해 본다. 이 재료들을 구슬이라고 한다면 이것을 꿰어서 초·중등 과학교육 발전이라는 빛나는 목걸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재료들에 독자들의 훌륭한 상상력이 보태져서 초·중등 과학교육이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초·중등 과학교육 발전의 재료들을 제시하면서 글을 맺는다.


- 과학적 소양 증진과 통합교육 : 과학 인재 양성보다는 모든 이의 과학적 소양 증진에 초점을 맞추고, 과학이 다른 분야와 상호작용을 통해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한다는 과학의 본성을 과학의 수업과 평가에 적극 반영한다.(통합적 시각을 과학 수업의 내용과 소재, 방법에 반영)


- 스토리텔링 : 소재와 내용을 통합하여 이야기 형식으로 교과서를 기술한다.(종전의 STS는 그저 교과서에 ‘읽을거리’ 수준으로 그친 경향이 강함)


- Flipped learning : 토론과 질문 중심의 자기주도적 탐구활동을 촉진시킬 수 있다.(실험 시간의 제약을 극복하고 실험평가방법을 실험보고서 중심에서 탐구능력 중심으로 바꿀 수 있음)


- 협동학습 : 조별 활동을 통해 실험수업을 협동성 증진과 접목한다.(협동은 과학의 본성 중의 하나이다.)


- 학교 밖 과학교육 : 학교 밖 과학교육을 학교의 과학교육과 접목하여 탐구·실험활동의 시간적 제약 극복할 수 있다.(과학전시관, 과학교사 단체 등과 연계하여 학교의 교육과정으로는 부족한 학생 체험 활동 시간을 보완)


-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curriculum : 문제 발굴과 해결 능력, 독창적인 사고와 비판적인 능력을 배양할 수 있다.


[임용우 관장 프로필]

.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생물교육과 졸업
. 서울대학교 대학원 과학교육과 생물 전공 교육학 석‧박사
. 서울특별시동작교육청 중등교육과 장학사
. 서울특별시교육청 과학교육활성화추진단 장학사
. 구정고등학교 교감
. 교육과학기술부 교육연구관
. 인헌중학교 교장
. 서울특별시과학전시관 교육연수부장
. 현재 서울특별시과학전시관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