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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체험 행사의 바람직한 방향 모색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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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교육은 미래 한국의 희망,
아이들의 과학 행복지수를 높여라


과학이 우리나라 발전의 가장 기초가 되는 과목임을 고려할 때, 학생들이 과학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각종 실험을 개념이 명확하게 이해되면서도 안전하게 설계하여 교육과정을 준비하는 것은 과학을 가르치는 사람들이 해야 할 몫이다. 또한 당장의 학업성취도 향상에만 관심을 갖지 말고, 아이가 조금은 느리더라도 스스로 탐구하고 학습하는 몇 년 이상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아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아이와 우리나라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법이 될 것이다.


2009개정 공통 교육과정에서 ‘과학’ 교과의 목표는 초등학교 3학년에서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모든 학생이 학습하는 교과로서, 과학의 기본 개념을 이해하고 과학 탐구 능력과 과학적 태도를 함양하여 창의적이고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과학적 소양을 기르기 위한 것으로 고시되었다(교육과학기술부 고시 제2011-361호).


여기에서 과학의 기본 개념을 이해하고 과학 탐구 능력과 과학적 태도를 함양한다는 말은 과학에 도입된 기본 지식을 잘 이해하고, 실제 수행능력인 탐구 능력을 키움과 동시에 과학에 대한 긍정적 태도도 함양하는 것을 말한다. 궁극적으로는 과학의 발달에 따라 변화하게 될 미래사회에서 잘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과학 탐구는 탐구 방법이 무엇인지에 따라 탐구 유형을 대략 다음과 같이 구분할 수 있다. 즉, ▲ 관찰 중심 탐구, ▲실험 중심 탐구, ▲조사 중심 탐구, ▲기르기 중심 탐구, ▲탐사ㆍ탐방 중심 탐구, ▲만들기 중심 탐구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2009개정 초등 과학과 지도서)


초등과정에서 뿐만 아니라 중등과정에서도 위의 탐구 유형을 교육과정 안에 많이 포함하고 있다. 다만, 한정된 수업시수와 예산으로 학생들에게 충분한 탐구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교육과정 외의 다양한 과학체험 행사 진행 중


교육과정 안에서 학생들이 충분하게 경험하지 못하는 과학 탐구 기회를 제공하고자, 여러 공공기관에서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연구하여 시행 중에 있다. 이와 같이 교육과정 안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공공적 성격을 띠고 있는 과학체험 행사에 대해 간략하게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학생들에게 자연관찰의 기회를 주고자 하는 과학 행사로 한국과학교육단체총연합회(이하 과교총)에서 주최하는 전국대회 규모의 자연관찰탐구대회를 들 수 있다. 학생들에게 자연을 관찰하게 하고 여기에서 느끼는 시사점을 보고서로 작성하게 해서 우수한 작품을 선정하는 행사이다. 이런 기회를 통하여 학생들은 지나치기 쉬운 우리 주변의 자연을 관찰함으로써 관찰력과 추리력 등을 키울 수 있다.


둘째, 학생들의 과학 탐구 능력을 신장시키기 위해 과교총에서 주최하는 대회 중 실험 위주의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는 과학탐구실험대회와 과학동아리발표대회를 들 수 있다. 또한 중앙과학관에서 주관하는 단위 학교 및 교육청 대회를 거쳐 전국 대회까지 이어지는 과학전람회와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주최하는 탐구발표대회도 있다.


셋째, 만들기 위주 대회로는 중앙과학관에서 주관하는 학생발명품 경진대회와 한국발명진흥회에서 주최하는 학생발명전시회를 예로 들 수 있다.


넷째, 학생들이 학교에서 체험하기 힘든 테마 위주의 탐구 체험도 있다. 우주 분야의 경우는 전남 고흥에 있는 국립고흥청소년우주체험센터가 가장 대표적이며,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주제의 과학전시관과 여러 체험 장소가 운영되고 있다.


다섯째, 여러 단체가 교육 기부 형태로 학생들에게 부스 형태의 과학 탐구 기회를 제공하는 행사도 있다. 과교총에서 주최하는 싹잔치를 예로 들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여러 가지 행사 및 경진대회의 개최 목적은 당연히 학생들에게 다양한 과학 탐구 기회를 제공하고 학생들의 탐구 능력과 과학적 태도를 신장시키는 것이다. 그렇지만 많은 기관에서 준비한 과학 활동이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다시 몇 가지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실험에 대한 충분한 숙지로 실험실 안전 최우선 고려


학생들이 조작을 통해 탐구를 수행함에 있어서 최우선적으로 실험실 안전이 고려되어야 한다. 그러나 초ㆍ중ㆍ고등학교의 실험 수업 중 각종 안전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화상사고는 2009년에 589건, 2010년에 632건이 일어난 것으로 조사되었다(학교안전공제중앙회, 2011). 2009년에는 실험 수업 중 알코올램프가 밀려서 떨어지면서 불이 붙어서 초등학교 3학년 학생 두 명이 얼굴에 중화상을 입었고, 2008년에는 4학년 열전도 실험 중 학생이 실수로 책상에 알코올을 쏟아 전신에 2도 화상을 입는 사고가 일어났다(학교안전공제중앙회, 2010). 이밖에도 실험을 하다보면 위험한 기구나 도구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런 도구를 사용해야 할 때는 학생들이 최대한 안전하게 기구를 다룰 수 있어야 하며, 사전에 충분히 실험 내용을 파악하여 만약의 실수가 안전사고로 이어지지 않게 하는 안전상의 조치가 필요하다. 실험실 사고는 자칫하면 학생들로 하여금 과학은 위험하고 어려운 것으로 인식하게 할 수 있다(이용민, 2012).


실험실 안전사고의 발생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예를 들어, 화기를 사용해야 하는 실험의 경우에는 실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 최소한의 화력을 갖는 열원을 사용해야 한다. 아래 왼쪽의 그림은 2007 개정 과학과 교육과정에서 열전도 현상을 관찰하기 위해 제시된 실험으로, 알루미늄 접시 위에 촛농을 떨어뜨려서 알코올램프로 가열하는 실험이다(교육과학기술부, 2010). 그리고 가운데의 그림은 2009 개정 과학과 교육과정에서 구리판을 가열하는 실험의 열원으로 알코올램프를 이용하는 대신 티 라이트를 사용한 경우이고(교육부a, 2015), 오른쪽의 그림은 구리판에 티라이트를 가열하는 실험이다. 이 실험에서는 삼발이 대신 나무토막을 사용하여서 구리판이 바닥에 거의 닿아 있다(이용민과 박일우, 2012). 알루미늄 접시에 촛농을 떨어뜨리고 알코올램프로 가열하는 실험에 비해 티 라이트를 사용하는 실험에서는 화상의 위험을 현저히 줄였으며, 삼발이와 스탠드 대신 나무토막을 사용하면 실험 장치의 높이를 줄여서 학생들이 더 안전하게 탐구할 수 있는 실험으로 볼 수 있다.


또한, 학생들이 학교 안에서 체험하기 어려운 탐구 기회를 제공하고자 개최하는 대회에 참가하는 목적의 변질도 우려할만한 수준이다. 대회 참가를 통하여 학생의 탐구 능력의 발전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상급학교 진학에 도움이 되는 수상실적에만 관심이 있는 등, 과정보다 결과만 중요시하는 모습이 장기적 관점에서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학생 자신의 자기주도적 탐구 능력 신장은 장기적으로 학생의 실험 설계 능력을 키워줄 뿐만 아니라, 창의력 신장 및 문제해결력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당장의 수상 결과에만 급급하여 학부모 및 사교육 기관이 과도하게 개입하여 학생이 탐구하는 과정에서 지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게 되는 안타까운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진학 우선 탈피, 지덕체 함양하는 현장 교육으로 전환


우리나라 학부모의 교육열은 이미 세계적으로 잘 알려졌다고 볼 수 있다. 과거 부모 세대와 다른 점은, 아이가 초등학생과 같이 어릴 때에는 과하게 외부에서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여 자연이나 휴양지 또는 과학관과 같은 많은 장소를 방문하는데 비해, 중고등학생이 되면 과학관이나 체험학습 장소를 방문하는 데는 인색하고 오로지 진학만을 생각하여 당장의 성적 향상에만 관심을 갖고 지덕체를 동시에 함양할 수 있는 현장학습 기회는 가능한 지양하는 데에 있다.


우리나라 교육의 큰 문제라고도 볼 수 있다. 우리나라 과학관 등에서 운영하는 각종 과학체험 행사에서 초중고 학생들의 참여도가 나이에 역비례하는 것이 이런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즉, 어려운 과학적 현상을 쉽게 설명해주고 체험할 수 있는 장치가 있는 과학관이나 체험센터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초등학생의 경우는 참가신청이 너무 많아서 수용이 힘든 반면, 고등학생의 경우는 참가 신청이 매우 저조한 현상이 나타난다.


과학이 우리나라 발전의 가장 기초가 되는 과목임을 고려할 때, 학생들이 과학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각종 실험을 개념이 명확하게 이해되면서도 안전하게 설계하여 교육과정을 준비하는 것은 과학을 가르치는 사람들이 해야 할 몫이다. 그리고 가정에서도 아이가 초중고 과정을 마치고 성인이 된 후에도 창의성과 문제해결력을 갖춘 인재로 성장하기를 희망한다면, 너무 근시안적으로 아이를 바라보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당장의 학업성취도 향상에만 관심을 갖지 말고, 아이가 조금은 느리더라도 스스로 탐구하고 학습하는 몇 년 이상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아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아이와 우리나라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법이 될 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의 고민이 쌓이고 수많은 시도와 실패를 거쳐서야 비로소 창의적 산출물이 탄생하기 때문이다.


글 | 박일우 교수(서울교육대학교 초등과학교육과)
박일우 교수는 고려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실험고체물리학으로 이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일본 이화학연구소 반도체공학연구실 방문연구원과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책임연구원, 과학기술부 국가지정연구실 연구책임자 등을 역임한 바 있다. 2005년 서울교육대학교 교수로 부임한 이후, 과학교육과 주임교수와 과학영재교육원 원장을 거쳐 현재 기초과학교육연구원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