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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미래과학과 여성 과학자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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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orld needs science, and science needs women

세상은 과학을 필요로 하고, 과학은 여성을 필요로 한다


올해는 두 분의 여성 과학자가 과학 분야 노벨상을 수상했다. 고강도 레이저 분야 연 구에기여한캐나다워털루대의도나스트릭 랜드교수(Donna Strickland, 59세)와효소 의 유도 진화 연구에 기여한 미국 캘리포니 아공대의 프랜시스 아널드 교수(Frances Arnold, 62세)이다. 스트릭랜드 교수는 1903년 마리 퀴리, 1963년 마리아 괴퍼트- 메이어에 이어서 55년 만에 세 번째 여성 노 벨물리학상 수상자가 되었으며, 아널드 교 수는 마리 퀴리(1911년), 이렌 졸리오 퀴리 (1935년), 도로시호지킨(1964년), 아다요나 트(2009년)에 이어서 9년 만에 다섯 번째 여 성노벨화학상수상자가된것이다. 이번 노벨상 발표 이후 특히 세상 사람들 의 눈길을 끈 것은 스트릭랜드의‘부교수’ 라는 직함이다.


2002년부터 현재까지 계속 부교수직에 머물고 있다. 노벨상을 받을 만 한 능력있는 여성이 환갑이 가까운 나이에 아직도 부교수라니… 워털루대학과 스트릭 랜드 교수는‘정교수 승진을 신청한 적이 없다’고 발표했지만 과학계에서는 여러 가 지 추축이 난무했다. 스트릭랜드의‘부교 수’직함이 특히 주목 받은 이유는 노벨물 리학상이 발표되기 불과 사흘 전 이탈리아 출신의 한 물리학자가“물리학은 남성에 의 해 만들어졌으며, 여성은 교육과 취업 등에 서 능력 이상으로 우대받고 있다”는 망언을 남긴 직후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노벨물리학상은 그간 남성 과학 자들이 독차지해왔다. 지금까지 노벨물리 학상 수상자 210명 중 남성이 207명으로 98.5%에 달한다. 노벨과학상 전체로 봐도 1901년부터 2018년까지 여성이 수상한 것 이 총 20회(마리 퀴리 2회 포함)에 그쳤다. 이는 전체 수상자의 약 3%에 불과하다. 그 렇다고 하더라도 과연 과학이 남성들만의 전유물인가? 여성이 능력이상으로 우대 받 고 있단 말인가? 이를 계기로 여성들에게 주어진‘유리천장’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 하는 계기가 되었다. ‘유리천장’은‘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결 코 깨트릴 수 없는 장벽’이라는 의미를 갖 는 경제학 용어다.


여성이 남성과 비교해서 충분한 능력과 자격을 갖추었음에도 조직 내에 관행으로 굳어진 여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승진이 차단된 상황을 표현 하는 말로도 자주 쓰인다. 스트릭랜드가 승 진 신청을 하지 않았다는 언론 보도를 보고 고생물학자이자 환경생태 학자인 미국 위 스콘신대 재클린 질은 ”내적 외적인 편향으 로 인해 여성들이 승진을 좀 더 오래 기다린 다.”고 언급했다. 그렇다면, 여성이 처한 내 적외적인환경과문제, 편향된시각은어디 에서부터 비롯된 걸까?


과학 분야 여성에 대한 편향적 시각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여러문명의초기, 고대그리스의자연철 학 연구 및 근대 과학의 전단계라고 할 수있는 연금술에서는 과학에 대한 여성의 기 여가 확인되었다. 하지만 11세기 무렵 중세 대학들이 설립될 때 여성의 입학이 거부되 었다. 오랜 기간동안 교육조차 받지 못하도 록 제도가 막고 있었던 것이다. 19세기까지 도 대부분의 여성들은 정규 과학 교육에서 배재되었지만, 이 시기부터 여자대학교가 세워지면서 여성의 과학 교육에 대한 기틀 이 마련되었다. 소수이지만 여성 과학자들 에게도 안정적인 일자리가 제공되기 시작 했으며 점차 과학계에서 입지를 다지기 시 작했다. 마리 퀴리는 그 대표적인 예에 해당한다.


마리 퀴리는 1903년 물리학 발전의 공로가 인정되어 여성으로는 최초로 노벨물리학상 을, 1911년에는 다시 노벨화학상을 수상하 게 되었다. 하지만 마리 퀴리도 1903년도 초기 노벨상 수상자 명단에는 오르지 못했 고 남편 피에르 퀴리의 적극적 요구가 없었 다면 노벨상을 수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다른 여성과학자들은 마리 퀴리와 같은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아일린 폴락 미시간 대 교수의 자전적 저서 <평행우주속의 소 녀>(2015년 여성과총에서 번역 출간)를 보 면 이러한 여성과학자들의 실태를 더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아일린은 예일대 물리학과 에 입학했지만 학창시절부터 여성이라는 이유로 다양한 차별과 편견을 겪었고, 우수 한 성적으로 졸업했지만 물리학자의 꿈을 포기하고 결국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이 책에는 다양한 차별과 편견에 의해 과학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폴락과 같은 사람들 이 여럿 등장한다. 여성과학자들은 능력이 출중함에도 불구 하고 친족등용금지법 때문에 과학자인 남 편과 함께 같은 대학에 고용되지 못했다. MIT 물리연구소의 밀드레드 드레셀하우 스, 브룩헤이븐 국립연구소의 게르트루드 샤프 골드하버, 1959년 노벨생리의학상 수 상자인 아더 콘버그의 부인인 실비 콘버그 와 1987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도널드 크 램의 아내 제인 크램이 그 예이다. 이들은 모두 재능이 많은 영재 과학자였음에도 불 구하고 남편의 연구에 무보수로 또는 임시 직으로 일하면서도 수많은 우수한 연구업 적들을 남겼고, 그녀들은 내조와 함께 중요 한 과학적 업적으로 남편들에게 영광(노벨 상 수상 등)을 안겨주었다. 또한, 여성이좋은직장을얻고좋은성과 를 거두었더라도 결실의 기회를 얻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1985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제롬 칼의 아내 이사벨라 칼은 정규직을 얻 었지만 남편과 함께 일했고, 제롬의 이론이 빛을 볼 수 있도록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노 벨상에서는 배제되었다. 리제 마이트너와 로잘린드 프랭클린의 이야기도 여성들이 능력 이상으로 우대받지 못했다는 것을 보 여주는좋은 예가된다.


리제마이트너는핵 분열 현상을 발견해 독일의 마리 퀴리로 불 릴 정도로 많은 연구자들의 인정을 받았지 만 자신이 고용한 남성 연구원 오토 한에게 1944년 노벨화학상 수상의 영광을 빼앗겼 고, 프랭클린은 DNA의 X선 회절 사진을 찍어DNA 구조규명에결정적인역할을했 음에도 불구하고, 왓슨, 크릭, 윌킨스에게 1962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의 영광이 돌 아갔다. 이외에도 여성에게 주어진 생물학적인 역할, 즉출산과양육에대한부담은여성의 고등 교육과 사회진출 기회를 가로막았다. 석·박사 과정 이후의 여성 과학자 수가 급 격히 감소한 이유는 바로 출산 및 육아가 과 학 연구와 병행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과학이 필요로 하는 여성과학자 육성 및 지원


“The world needs science, and science needs women(세상은 과학을 필 요로 하고 과학은 여성을 필요로 한다)”이 것은 국제적 기업인 로레알(L’OREAL)이 유네스코(UNESCO)와 함께 1998년 <로레 알-유네스코 세계여성과학자상>을 제정하 면서 내놓은 슬로건이다. 유네스코 사무총 장인 이리나 보쿠바가 2017년 제 3차 세계 여성과학기술혁신 총회에서 다시 언급하면 서 전 세계에서 과학진보를 위한 여성과학 자의 역할과 기여를 더욱 강조하게 되었다. 21세기에는 그 어느 때보다 과학의 진보가 필요하고 과학기술의 경쟁력이 바로 국가 경쟁력인 시대가 되었다. 일부 선진국에서 는 국가발전의 원동력이자 창의력과 다양 성의 신규 공급원으로서 여성인력의 잠재 력을 인식하고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여성과 학자 인력 양성과 활용에 투자해왔다. 특히, 우리나라는 심각한 저출산과 인구 고령화 문제로 인해 더욱 더 여성의 과학기 술계 진출과 기여를 필요로 하고 있다.


그림 1. 여성과학기술인 정책의 발전 과정


그림 2. 여성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의 주요 사업

이러 한 시대적 요구에 따라 2001부터 여성과학 기술인을 위한 정책이 수립되어 발전해 오 고 있다. 2001년에는 여성과기인 육성지원을 위 한 과학기술기본법이 제정되었고, 그 다음 해인 2002년에 여성과학기술인 육성 및 지 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으며, 여성과학 기술인 육성·지원 기본계획수립이 2004 년 제1차에서 2014년 제3차까지 이어졌다 (그림 1). 2011년에는 여성과학기술인지원 센터가 출범하면서 다양한 정책들이 실현 되고 있다. 한편, 2003년에 양성평등적인 개념에 입 각한 여성과학기술자의 자질 함양 및 고용 평등을 통해 국가 과학기술 역량을 높이자 는 목적으로 여성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여성과총)가 설립되었다. 처음엔 여성생명 과학기술포럼을 비롯한 4개 단체의 연합으 로 시작하여 2018년 현재는 63개 단체가 모 여 차세대 여성과학 인력의 양성, 멘토링, 사회공헌활동, 학문적 융합사업 개발, 네트 워킹, 리더십 강화, 과학 커뮤니케이션 사 업, 포럼 사업, 출판사업, 사회공헌사업, 국 제협력 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다(그림 2). 최근에 주요 이슈가 되고 있는 <젠더혁신연 구>는‘남녀 모두를 위한 과학기술’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과학기술분야별 사 례연구 및 데이터 축적, 가이드라인 작성, 젠더혁신기반 정책 연구 및 제안 등의 연구 를 수행하고 있다.


여성과학의 문제 극복방안 및 과학혁신에서 여성의 역할


아직도 우리 사회 속 깊이 뿌리 박혀있는 편견과 차별은 하루아침에 없앨 수 있는 것 이 아니다. 여성과학자들, 여성관련 단체 들, 교육기관, 정부, 그리고 각계각층에서 모두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먼저, 여성 이 갖는 생물학적 특성인 출산과 육아의 문 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출산 및 육아 휴직 제도의 확대, 교육기관 및 직장의 보육시설 증대, 출산과 양육을 마친 경력단절여성의 재취업 기회 확산, 시간 선택제 및 유연 근 무제, 일·가정 양립을 위한 지원 등의 정책 들이 필요하다. 다음은 유리천장 지수를 높이는 일이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유리천장 지수가 4 년 연속 최하위다. 2017년도 2월에는 600 여개의 과학기술단체가 소속된 거대한 조 직인 한국 과총의 첫 여성 회장(김명자)이 나왔다.


그림 3.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과 초연결 초지능화 정보사회

과총역사상 50년 만에 첫 여성 회 장인 것이다. 김명자 회장은 과학기술계 ‘유리천장’을 깬 대표적인 여성으로인정되 고 있다. 이를 계기로 더 많은 여성과학기술 자가 유리천장을 뚫고 올라가서 대한민국 의 과학진보에 크게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 한다. 현 정부도 내각에 여성 장관을 다수 발탁하고 있으며, 정부의 각종 위원회에서 40% 이상을 여성으로 채우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도 여성과학계에는 고무적인 현상 이다. 21세기는 대변혁의 시대이며, 이러한 시 대적 변화를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이라 규정 하고 있다. 제조 및 서비스업의 혁신을 넘어 서 글로벌 경제, 사회 및 문화, 고용 및 노동 시스템, 생활형태 및 교육 시스템 전반에서 변혁이 일어난다. 미래 산업의 주요 기술은 물리적 기술(무인 운송수단, 3D 프린팅, 로 봇 공학, 신소재), 디지털 기술(사물 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생물학 기술(합성생 물학, 유전공학, 스마트 의료)로 구분되며, 4차 산업혁명은 이러한 다양한 기술을 융· 복합하여 초연결, 초지능화 정보사회로 만 든다(그림 3). 이러한 미래사회에서 여성과학자의 역할 은 무엇인가?


지능정보사회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풍부한 감수성과 소통 능력을 갖춘 여성인재가 필수적이다. 또한 여성의 융·복합적 사고와 문제해결 능력, 젠더혁신의 개념도 절실히 필요하게 된다. 이 시대에는 인력활용의 다양성에 대한 가 치가 더 많이 요구되고 전략적으로 여성과 학기술인의 활용에 주목하게 될 것이다. 세 계경제포럼 아젠다에서는“성격차를 줄이 는 국가가 경쟁력이 있을 것이다.”고 말하 였고, 영국 이코노미스트에서도“여성인력 을 활용하지 못하는 나라는 경제발전도 이 룰 수 없다.”고 경고하였다. 미래 사회에는 단순한 양성평등의 가치 차원이 아니라 인 적 자원 개념을 포함한 인력다양성으로 접 근해야 할 것이다.



여의주 교수님은 서울대학교를 나와, 동 대학원에서 효소생화학을 전공 이 학석사를 받고 미국 Vanderbilt 대학 에서 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Vanderbilt 의과대학 박사후 연구원, Howard Hughes 의학연구소 연구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조교수(기금), 제 주대학교 의과대학 조교수 등을 거쳐 현재 가천대학교 의 과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