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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가져올 미래교육의 변화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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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교육에 어떤 변화 가져올 수 있을까?

미래 사회 변화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전환해야


인공지능, 빅데이터,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은 사회와 경제, 문화, 교육 등 다양한 방면의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인공지능을 통해 인간의 고유한 능력으로 여겨지던 학습과 추론, 지각,언어 이해 등의 능력들이 프로그램으로 구현·대체되기 시작하였다. DNA에서 일어나는 교차나 변이, 대치가 일어나는 과정을 연산과 추리 과정에 그대로 적용한 유전 알고리즘은 개인별 맞춤형 학습인 적응 학습의 기본이 되며, 뇌의 다층적이고 복잡한 연결을 모형으로 한 딥러닝은 오늘날 얼굴 인식이나 자연어 처리 등 다양한 현상에 적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은 교육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인공지능, 머신러닝 그리고 딥러닝

 인공지능이란 인간의 사고나 행위를 모방해 수행하는 기계적인 알고리즘을 의미하며, 학습이나 추론, 시각이나 청각 등의 지각과 인식 역시 인공지능의 범주에 속한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사진 자료에서의 개체 인식이나 사람의 식별, 질문에 대해 자동으로 응답하는 챗봇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인공지능의 하위 갈래인 머신러닝 또는 기계학습은 주어진 경험들을 토대로 예측이나 분류를 하기 위한 컴퓨터 알고리즘을 말한다.

 머신러닝은 크게 지도학습, 비지도학습, 강화학습의 3가지로 분류된다. 지도학습은 이미 정답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주어진 데이터를 통해 규칙을 파악하는 것으로, 회귀를 통한 판별이나 분류에 해당한다. 비지도 학습은 정답을 알려주지 않거나 알려지지 않은 데이터를 대상으로 한 학습을 말한다. 작성된 텍스트에서 토픽을 추출하는 등의 군집이나 복잡한 변수 속에서 관련 있는 규칙들을 찾는 것들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강화학습은 정답은 모르지만 그 결과에 따라 보상과 손실을 부여함으로써 보상을 최대화하는 학습 방법으로 체스나 바둑 게임, 자율주행 기능 등이 이에 해당한다. 딥러닝 또는 심층학습은 머신러닝의 한 갈래 중 신경망을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으로부터 출발하였으며 신경망의 깊이가 깊어지고 차원이 높아질수록 성능이 높아지지만 컴퓨팅 기술의 한계로 구현될 수 없었다. 다차원의 행렬 연산을 말하며 최근에는 합성곱 신경망 등을 통해 자연어 처리나 사물 인식 등에 활용되고 있다.

인공지능이 가져올 교육에서의 변화

 교육에서 머신러닝 또는 딥러닝을 활용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학습자의 수준이나 성과를 진단하거나 예측하는 것이다. 특히, 대학과 같은 고등교육에서 MOOC, Moodle 등 온라인 기반 학습 플랫폼이 널리 보급되면서 학습자 정보 및 세션 관련 데이터를 통해 학습 성취를 예측하는 연구들이 2010년대 들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주로 학습성취가 부진하거나 학습을 이수하지 못하는 위험군에 대한 진단을 위해 지도학습 기반의 여러 알고리즘을 적용하여 정확도를 평가하고 있다. 학습자들의 과거 데이터를 토대로 임의 추출을 통해 훈련용 데이터 70%, 예측용 데이터 30%로 구분한 뒤 훈련용 데이터를 여러 종류의 지도 학습을 통해 훈련하고 그 모델을 예측용 데이터에 적용함으로써 그 적용 결과를 비교하는방식을 택하고있다. 이와같은 방법을 과학교육에 적용한다면 학습자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 예를 들면 성별과 나이, 학습 시간, 학습 양식과 성격, 접속 환경, 과제 수행 등의 다양한 피처를 통해 학습자의 성취 수준을 예측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학습자 수준에 맞는 과제나 학습 내용을 제공하거나, 기초 학력이 부족한 학습자에게 기초적인 물리 학습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학습 진단 및 예측을 위해서는 두 가지 과제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첫째는 학습자들의 과학 개념 이해 수준을 진단하기 위한 진단 체계와 도구를 개발하는 일이다. 그리고 진단 체계 개발에 필수적인, 학습에서의 진단 및 예측에 필요한 또 다른 과제가 과학 학습 수준 및 이수 체계를 구성하는 일이다. 초등학교에서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물리 학습 이해 수준의 위계를 조직하고 성취 수준을 상세화하는 체계 개발이 필요하다.

 둘째, 교육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학습자 이해 수준에 따른 맞춤형 학습의 구현이다. 현재 과학교육이 당면한 과제 중 하나는 과학에서의 기초 학력 수준 저하와 흥미에 대한 감소이다. 이러한 문제 는 대학에서의 기초수학능력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교실 내에서 학생들의 서로 다른 이해 수준의 차이는 최근 코로나 19로 인해 비대면 수업이 확대되면서 학습 격차 심화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학습자의 다양한 수준에 대해 1명의 교사가 모두 대응하기는 쉽지 않으며 이로 인해 새롭게 대두되는 교수학습 방법이 적응 학습이다. 적응 학습이란 학습자의 수준이나 태도, 요구, 학습 양식 등에 따라 학습 자료나 과제 등을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것을 말하며, 시스템을구축하여 학습정보와 학습 이력, 성취 등을 기록하고 관리함으로써 학습자 별로 맞춤형 학습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 초기 적응 학습은 규칙을 기반으로 학습 과제나 자료를 제시했지만 최근 유전 알고리즘을 활용한 적응 학습 시스템이 개발되면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맞춤형 학습이 이뤄지고 있다. McGraw-Hill 출판사에서 개 발한 수학 교과 중심의 ALEKS나 Wiley 출 판사에서 개발한 Knewton 등이 바로 이러한 예에 해당한다. 주로 수학과 영어 등 선다형 또는 단답형의 문제 풀이를 중심으로 한 적응 학습시스템이 개발되고 있으나, 물리 학습을 위한 시스템이나 학습 환경 개발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적응 학습을 위한 설계는 크게 교육과정의 설계와 교육 내용의 조직으로 구분할 수 있다. 교육 내용의 조직은 학습해야 할 내용을 추출한 뒤 이를 개념도를 통해 체계화하며, 그리고 학습자에게 제시할 개념 순서를 만든다. 교육과정에 대한 설계는 이러한 개념도 및 개념 순서에 따라 학습자의 수준에 맞게 학습 내용이 전달되도록 하며, 이 과정에서 적응 학습을 위한 알고리즘에 따라 학습 성 과 및 정보를 토대로 제시하게 된다. 최초 학습자 수준에 대한 진단이 이뤄지면 그에 따라 학습 내용이 제공되며 퀴즈나 문제 풀이, 과제 수행 등 학습자의 성과를 통해 학습자가 다음에 학습할 내용을 피드백하게 된다. 적응형 학습 시스템의 구축과 개발은 체계화되고 조직화된 교육과정과 내용의 설계, 그에 따른 문항 개발 및 알고리즘 설계가 필요하며, 이를 고려할때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① 초·중등학교 및 대학교의 교과서와 교육과정 분석을 통한 학습 진전 체계와 개 념 체계 구축

② 개념별 학습자 진단을 위한 문항 개발 및 모형 연구

③ 적응형 학습 시스템 설계를 위한 학습 설계 모형 및 문제 풀이에 영향을 미치는 변인 탐색

④ 학습자 수준에 맞는 학습 내용 제시를 위한 알고리즘 구현 및 최적화

⑤ 적응형 학습 시스템 설계를 위한 데이터 베이스 및 아키텍처 설계와 구현과 피드백


 셋째, 자연어 처리를 활용한 기술을 통해 학습자의 이해와 응답을분석할 수 있다. 대규모 텍스트 데이터의 경우, 분석의 어려움 때문에 리커트 척도의 설문을 활용해 왔다. 그러나 자동화된 텍스트 요약 기능을 통해 1~2개의 간단한 문장으로 주요 내용을 요약해 살펴볼수 있다. 텍스트 요약은 텍스트 중 중요한 문장을 선택해 보여주는 선택적 텍스트 요약과 전체 내용을 토대로 새롭게 구성해 문장을 구성하는 추상적 텍스트 요약으로 구분되는데, 최근 한국어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셋과 양방향 모델(BERT)이 공개되면서 임베딩 품질이 더욱 향상되었다. 텍스트 요약 기술을 활용하면 학생들의 수행 평가나 물리에 대한 인식이나 태도 등을 쉽게 조사하거나 이해할 수 있다. 또한 토픽 모형을 활용하면 텍스트 데이터를 통해 학습자의 응답 유형을 분류할 수 있어 전반적인 경향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자연어 처리를 활용한 또다른 예는 자동화된 질문의 생성과 평가이다. 다양한 초·중등 과학 교과서와 대학 과학 교재의 텍스트 데이터 훈련을 거치면 학생들의 간단한 개념이나 지식을 확인할 수 있는 질문과 모범답안을 생성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과학에 대한 빅데 이터의 분석 과정을 통해 형태소 사전을 보완함으로써 과학과 관련된 질의응답과 자연어 이해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질문 생성 외에도 학습자의 질문 자체를 평가할 수도 있는데 이는 고차원적 사고의 수준을 평가하고, 탐구 기능에서 문제 발견과 관련되는 중요한 작업에 해당한다.



인공지능에 관한 기술과 방법 제안 

 본 연구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인공지능에 관한 기술과 방법을 현재 또는 가까운 미래에 과학교육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제안하고자 하였다. 학습자의 판별 예측 과 적응 학습, 자연어 처리, 컴퓨터 비전을 토대로 과학 교수학습에서 겪는 어려움을 해소할수 있는방안을 제시하였다. 판별예측을 활용한 과학학습 성과에 대한 사전 진단은 잠재적으로 과학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미리 파악해서 대처할 수 있으며, 과학학습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 중 무엇이 더 큰 효과를 미치는지 파악할 수 있다. 유전 알고리즘을 기초로 여러 방법을 혼합한 적응 학습은 다양한 콘텐츠와 플랫폼을 활용해 개인별 맞춤형 학습을 통해 우수한 학생뿐만 아니라 과학의 기초가 부족한 학생에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학습 격차 문제를 해소하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자연어 처리를 활용한 학습자의 응답에 대한 분석은 선다형 문제가 가지는 학습자의 이해와 사고의 제한적 평가 문제를 해결하고, 과정중심 평가가보다 현장 속에서 자리잡을 수 있게 하는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컴퓨터 비전과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교육은 온라인에서의 주의결핍이나 집중력 저하 문제를 해결하고, 학교에서의 실험 부족과 추상적 물리 개념 이해를 돕는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제가 실행되기 위해서는 과학교육의 여러 주체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과제는 단순히 더나은 미래를 위한 물리교육의 과제가 아니라 교육 자체가 글로벌 경쟁 시대에 돌입했음을 의미한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교육콘텐츠와 방법은 이미 사교육을 중심으로 서서히 도입되고 있으며, 다국적IT 기업과 국제적 수준의 과학출판 기업들의 인공지능을 활용한 플랫폼들이 국내 시장에 진출하게 될 경우, 국내 사교육 시장의 재편 뿐만 아니라 학교교육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기계번역의 발전속도가 급속해지고 있어서 교육에서의 언어적 장벽은 빠른 시일내에 극복될 수 있으며, 온라인 및 모바일 기기를 활용한 교육이 더욱 활성화될수록 한 명의 교사와 다수 학생간의 전달형 수업 효율의 격차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과학교육 전문가의 상세화되고 체계적인 학습 체계의 마련, 콘텐츠 전문가로서의 교사 및 전문가, 문항 설계 및 피드백 등을 위한 평가 및 시스템 전문가의 참여 등 공동 협력이 필요하다. 이와 같이 다수가 참여해서 이뤄지는 과제들은 개인 단위의 접근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정부 부처나 재단 등의 대규모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이러한 협력을 통해 미래 사회의 변화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전환시킬 수 있기를 소원한다.



조헌국 교수는 단국대학교 인공지능융합교육 주임교수로 머신러닝·딥러닝과 관련한 교육과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현재 <한국연구재단>, <한국과학창 의재단>의 다년과제를 수행하고 있으며 교과부·과기정통부의 수학·과학교육 발전협의체 위원, 한국물리학회 평의원, 한국과학교육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