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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로 확장되는 우리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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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상, 메타버스 시대의 도래

더 편하게, 더 많은 이들과 어울리기 위한 세계


컴퓨터, 인터넷, 스마트폰으로 이어지는 변화의 다음은 무엇일까? 이제‘메타버스’의 시대가 오고 있다. 메타버스는‘초월’을 뜻하는‘meta’와‘세상, 우주’를 뜻하는 ‘verse’의 합성어이다. 생소한 단어이지만 우리는 이미 일상에서 메타버스를 경험하고 있다. 온라인 게임, SNS, 플랫폼 서비스, 온라인지도&네비게이션 등 앞으로 이런 메타버스-디지털지구는 영역이 더욱 확장되고 우리 삶에서 뗄 수 없는 세계가 될 것이다. 메타버스는 현실을 벗어나기 위한 세계, 어울림을 피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더 편하게, 더 많이 이들과 어울리기 위한 세계가 곧 메타버스인 것이다. 우리는 메타버스 안에서 함께 지지고 볶으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야 한다.


무선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어느 곳에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졌다. 거리에서 잠시만 살펴봐도 분명 걷고 있지만 시선은 휴대폰을 향하고 있는 사람을 쉽게 찾을 수가 있다. 이들의 몸은 현실 세상 위를 걸어가고 있지만, 의식은 휴대폰 속 디지털 세상에 가 있다. 이처럼 우리는 벌써 디지털 세상과 현실 세상을 바삐 넘나들며 살아가고 있다. 메타버스란 용어는 초월을 뜻하는 ‘Meta’와 세계 및 우주를 뜻하는 ‘Universe’의 합성어로, 1992년 출간된 소설 ‘스노 크래시’속 세계의 사람들이 오가는 가상 세계 명칭인 ‘메타버스’에서 유래한다. 메타버스는 지금도 그 의미가 계속 진화하고 있는 상태로 단번에 정의하기는 어려우나 통상적으로 현실의 사회, 경제, 문화적 활동을 가상 세계로 확장시키는 것을 아울러 말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의한 팬데믹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일상이 되면서 인간에게 필요한 사회적 교류가 급격히 감소하게 되었다. 전시나 공연과 같은 문화적인 부분부터 회사 팀원들 간의 미팅 또는 학생들 간의 만남, 작은 소통까지 사람 사이의 만남과 활동이 제한받게 되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메타버스는 물리적인 접촉 없이도 사회적 교류를 가능케 하는 장점으로 다양한 분야에 매우 빠르게 확산하였다.


나는 가상의 아바타, 디지털 세계 속 새로운 자아




메타버스 세계에서 ‘나’는 가상의 ‘아바타’가 되어 디지털 세계 속 새로운 자아가 된다. 아바타의 범주는 가상 세계 속 3차원 캐릭터뿐만 아니라, 흔히 있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프로필 또한 ‘나’의 아바타로 볼 수 있다. 큰 범주에서 메타버스란, 아바타를 중심으로 한 현실과 디지털 세계 사이의 상호 작용이고 나아가, 그 속에서 경제 활동과 일상생활을 영위한다는 특징이 있다.

지난해 세계적인 그룹인 방탄소년단(BTS)은 신곡 ‘다이너마이트’의 안무 버전 영상을 게임 플랫폼인 ‘포트나이트’에서 최초로 공개했다. 그리고 네이버에 입사한 신입사원들은 자사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연수를 진행했다. 이처럼 메타버스는 비대면 시대의 도래와 함께 빠르게 일상 속 곳곳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미국의 연구 단체인 ASF (Acceleration Studies Foundation)가 발표한 로드맵에서는, 메타버스를 각 특성에 따라 크게 네 가지 분류로 구분하였다. 이에 따르면 메타버스는 증강현실, 라이프로깅(Life-logging), 거울 세계, 가상 세계로 나누어 구분할 수 있다. 우선, 증강현실의 경우, 2016년에 전국적으로 유행했던 포켓몬Go가 그 대표적인 예시이다. 이 기술은 가상의 몬스터와 같은 대상을 실제 공간 위에 실감 나게 겹쳐 나타내는 것으로 현실 세계에 판타지적인 즐거움을 가져올 수 있었다. 앞서의 예시처럼 보이는 대부분의 영상 정보는 실제 환경에 기반 하면서 특정 2차원 및 3차원 물체가 더해진다는 것이 증강현실의 큰 특징이다. 이 외에도 증강현실은 고성능 자동차에 탑재되는 HUD (Head-Up Display)부터 디지털 교과서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가상을 현실 위에 접목하는 데 응용되고 있다. 라이프로깅의 경우 일상적인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으로 대중들에게 가장 가까운 형태의 메타버스 유형이다. 일상생활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나’는 실제의 ‘나’와 같지 않아도 되며, 이러한 디지털 자아는 아바타로 현실보다 더욱 자유로운 타인과 교류를 가능케 한다. 웨어러블 기기가 발달하면서 최근에는 개인의 활동 정보를 공유하는 일이 더욱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라이프로깅 메타버스의 예로 ‘나이키 플러스 러닝’은 자신이 뛰었던 경로와 기록을 소셜 네트워크 공간(SNS)에 공유하고 타인과 소통하는 활동을 할 수 있다.



거울 세계 메타버스는 현실의 세계를 가상의 세계로 복제하듯 가져온 것이다. Google Earth와 같은 온라인 지도와 배달 애플리케이션부터, 현실 세계를 모방한 게임 등 가상의 공간에 실제 있는 정보들을 확장한 것은 모두 거울 세계로 볼 수 있다. 비대면 시대로 접어들면서 보편적으로 사용하게 된 온라인 화상회의 및 협력 도구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거울 세계를 통해 우리는 현실 세계에서 진행하던 수업과 회의, 그리고 사회적인 교류를 가상공간 속에서 확장해 진행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상 세계는 현실과 연관성이 있는 앞의 세 가지 경우와 다르게, 현실과 다른 가상의 공간에서 진행하는 메타버스를 말한다. 사람들이 메타버스하면 가장 많이 떠올리는 방식으로 그동안 대부분 게임의 모습으로 발전되어 왔으나, 최근에는 소통을 목적으로 한 가상 세계도 다양하게 형성되어 가고 있다. 최종적으로는 실제와 구분되지 않는 가상 세계를 구현하는 것이 목표이며, 이에 따라 컴퓨터 3차원 그래픽 및 머리에 장착하는 형태의 디스플레이(Head-Mounted Display; HMD)와 같은 하드웨어 분야에서 폭넓은 연구가 진행되는 상황이다. 현재 시중에 나온 가상 세계를 위한 HMD는 장시간 착용이 어렵고, 단순한 형태의 인터페이스만을 사용한다는 한계가 있으나 꾸준한 기술연구로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다. 메타버스로 불리는 네 가지 유형들은 서로 독립적으로 발전하다 최근 상호작용하며 융·복합 형태로 진화하면서 그 경계가 점차 허물어졌다. 예를 들어, 실내에서 자전거를 타는데 가상 세계에서의 아바타도 운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자전거를 타고 있다면 라이프로깅과 가상 세계가 융합된 결과로 볼 수 있다.


메타버스 활용, 다양한 산업에서 급격하게 확장


다양성과 유연성을 갖춘 메타버스가 활용될 수 있는 분야는 어느 하나로 구분하여 말할 수 없을 만큼 짧은 시간 동안 급격히 넓어졌다. 현재는 게임 및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넘어 의료, 교육, 쇼핑, 제조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되고 있다. 우선 가장 유명한 것으로 엄청난 수의 사용자를 보유한 메타버스 기반의 게임 ‘로블록스’가 있다. 로블록스에서 사용자는 자신만의 아바타를 만들어 가상 세계에서 다양한 체험을 경험할 수 있다. 기존의 온라인 게임에서도 가능했던 소통 기능에 더해, 현실 세계와 같은 경제 및 취미 활동을 구현해낸 덕분에 지루할 틈 없이 가상 세계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지난 3분기 기준 일일 사용자는 4730만 명에 달하며, 이 가운데 약 절반이 13세 미만의 사용자들이다. 이와 같은 새로운 세대의 열렬한 호응과 함께 로블록스는 게임을 넘어 교육과 광고, 쇼핑에까지 영향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처럼 단순히 한 분야를 넘어 다양한 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메타버스가 갖는 무한한 잠재력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메타버스 가상 세계에서 현실과 같이 자신의 아바타로 참여하는 입학식을 하거나, 팬 사인회, 또는 공연 참석까지 하는 활동들이 이제는 어색하지 않은 모습이 되었다. 정치계에서도 가상 세계에서 메타버스의 주요 이용자인 MZ세대를 대상으로 다양한 홍보를 하고 있으며, 한국의 연예 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는 메타버스에 앞장서 실제 아이돌 멤버와 가상의 아바타가 공존하는 개념의 걸 그룹 ‘에스파’를 선보였다. 기존에 없던 방식이지만 어릴 때부터 자유롭게 인터넷을 접하며 가상 세계에 대한 거부감이 적은 MZ세대에게는 메타버스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를 잡고 있다. 한편, 메타버스 기술의 수준이 고도화되고 실제와 같은 느낌을 제공할 수 있게 되면서 이를 교육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다각도로 연구되고 있다. 기존의 단순한 평면적인 배움을 넘어 원하는 것을 가상의 3차원적인 정보로 학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가상 세계를 통해 교육적으로 의미가 있는 차별화된 경험 가치를 얻을 수 있고, 훈련 측면에서도 목적에 따라 필요한 능력을 체득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모의 수술 훈련은 의료 사고의 위험을 줄여줄 수 있고, 가상 세계에서 진행하는 비행 조종은 높은 훈련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궁극적인 메타버스 세계는 3차원으로 구현된 공간의 개념이 강해 종래의 평면 디스플레이로는 충분한 몰입감을 제공할 수 없다. 현재의 메타버스는 다소 커다란 하드웨어를 머리에 착용하여 입체적인 감각을 경험한다. 하지만 이러한 HMD 기기는 현재 광학적, 이미지 처리, 사용자와의 상호 작용 등 여러 개선되어야 할 문제들을 가진다. 우선, HMD에는 눈 가까이에 위치한 디스플레이를 광학적으로 크게 확대하기 위한 렌즈가 사용된다. 때문에, 렌즈와 디스플레이 사이의 적정한 거리가 필요해서 부피가 크고 무겁다는 광학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에 더해 대체로 시야각이 제한되며, 특정한 시청 영역 (eye box) 내에서만 제대로 된 이미지를 관측할 수 있다. 또한, 원리적으로 눈모임 거리와 초점거리 간의 불일치가 발생하여 오랜 시간 사용하는 것이 어렵고 어지러움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한계를 완화하기 위해서, 대부분의 가상 세계를 위한 HMD는 두꺼운 렌즈 대신 가볍고 얇은 플라스틱을 식각하여 만든 렌즈를 사용하고 있다. 더 나아가, 나노구조를 통해 자연에 없는 성질을 갖는 메타표면 렌즈를 통해 HMD의 부피를 더욱 줄이거나 시야각을 넓게 하는 기술이 연구실 단계에서 개발되었고, 좁은 시청 가능한 영역과 초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앞에서 설명한 광학적인 문제 외에도 메타버스를 실시간으로 랜더링 하는 이미지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연도 어지러움을 일으키는 큰 문제이다. 사용자가 불편을 느끼지 않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움직임을 감지하여 화면의 영상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해야 하는데, 이 모든 지연 시간이 아주 짧은 20ms 이내로 들어와야 한다. 이의 일환으로 엔비디아(NVIDIA)에서는 사람이 집중적으로 보는 부분에서만 이미지를 고해상도로 랜더링 하는 기술을 개발하여 지연 시간을 획기적으로 경감시킨 연구가 발표되었다. 그 외에 디스플레이 해상도가 현재보다 훨씬 높아야 한다는 것과 같이, 장기적으로 개선해야 할 다양한 이슈들이 있다.


메타버스의 밝은 면 밖에는 어두운 문제도 존재


하드웨어의 개선과 함께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가상 세계와 현실과의 상호 작용을 만드는 인터페이스의 개발이다. 메타버스에서 실제와 같은 존재감을 느끼기 위해선 사용자의 행동을 아바타에 반영하는 것과 반대로, 아바타의 상황을 사용자에게 잘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국내외에서 직접적인 접촉 없이 물체의 질감을 느낄 수 있도록 압전센서를 이용한 햅틱 기술이 개발되었고, 미국의 Meta(전 Facebook) Reality Labs에서는 공기의 압력을 이용하는 가벼운 햅틱 장갑과 같은 장치들이 활발히 개발 중이다. 이러한 촉감과 움직임 외에도 가상공간 내에서 자유로이 이동할 수 있는 해결책이 현실 세계에서 필요하다. 일반적으로는 컨트롤러를 통해 가상 세계의 이동이 가능하지만 이때의 사용자가 느끼는 몰입도는 상대적으로 낮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360도 이동 가능한 걷기, 뛰기, 앉기 및 뛰는 동작을 감지하는 트레드밀을 사용하여 가상 세계 내에서의 이동하는 기술이 개발되었다. 하지만, 아직은 내구성 문제와 비용적, 공간적인 한계가 있다. 그 외에도 VR 신발, VR 의자 등 가상 세계에서의 이동을 위한 장치와 XR 장갑, 햅틱 수트 외에도 후각을 사용자의 감각으로 전달하는 하드웨어 등 전방위적으로 가상 세계를 위한 장치들이 개발 중이다. 앞으로도 사용자의 몰입감과 메타버스 내에서의 감각의 동기화를 위한 여러 수단이 개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메타버스의 밝은 면 밖에는 어두운 사회적인 문제도 존재한다. 개인 정보가 실시간으로 수집되어 생길 수 있는 사생활 침해, 가상공간에서의 익명성과 높은 자유도로 인하여 신종 범죄 가능성, 실사화 되어 가는 메타버스 세계로 인하여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를 혼동하여 과몰입 하는 사람들이 증가하여 일명 ‘메타폐인’을 양산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대부분 10대인 메타버스 세대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가 필요하며,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메타버스 시장에 대한 과도한 관심도 문제시되고 있다. 정교한 메타버스 구현을 위한 기술적인 문제 해결과 개선에 대해 집중하기보다는, 메타버스라는 추상적 개념에만 시장이 관심을 두는 모습이 보인다. 현재 시장은 메타버스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정의하기조차 쉽지 않지만, 과도한 홍보는 과학 기술에 대한 불신을 야기할 수 있다.


메타버스가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최신 트렌드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영향력 또한 고려한 애플리케이션 및 컨텐츠 개발이 필요해 보인다. 동시에 가상자산 탈취나 해킹 등 많은 윤리적 문제와 저작권 문제도 해결해야 할 것이다. 메타버스의 상용화 측면에서는 현재의 무거운 하드웨어와 초점 문제 등이 우선적으로 사용자가 불편함을 느끼지 않게끔 해결되어야 한다. 아직은 현실을 초월한 가상공간에 대한 한계가 분명 존재하지만, 관심과 연구 및 지원을 지속한다면 우리가 상상하는 메타버스 세계로의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이병호 교수(서울대 공과대학 학장)는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 학사(1987년), 석사(1989년), 그리고 University of California at Berkeley의 EECS 박사(1993년) 학위를 받았다. 1994년 9월부터 서울대학교에 전임교수, 조교수, 부교수, 정교수 등으로 재직해 오고 있으며, 최근 서울대학교 공대 학장으로 선출되었다. 연구 분야는 3D 디스플레이, AR, VR 디스플레이, 메타표면 렌즈 등이며, 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이용할 것인가에 주목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