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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사회를 준비하는 과학교육과 교사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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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역량 길러주기 위한 목표 : OECD 교육 2030 프로젝트
교사, 상호작용과 협력 이끌어내는 학생 역량 성장의 중요한 열쇠


글 | 김은영 박사(한국교육개발원)


OECD의 다양한 교육 프로젝트와 성과물은 OECD 회원국뿐만 아니라 다수 국가의 교육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끼쳐왔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10년 동안 OECD 교육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과학교육 전문가는 아니지만 교육과 교사의 역할에 대한 생각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미래사회를 위해 한국 과학교육이 가야 할 방향과 교사의 바람직한 역할이라는 원고제목을 받고 떠오른 두 가지 OECD 성과물이 있었다. 하나는 미래의 학교 교육에 대한 시나리오를 구성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OECD 교육 2030 프로젝트이다.


미래에 가능한 시나리오 별 학교의 특징


OECD는 2020년에 “Back to the Future of Education: Four OECD Scenarios for Schooling”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하였다. 2001년에 발간된 OECD 보고서의 미래 학교교육 시나리오를 기초로 구성된 이 보고서는 전략적 추측이라는 방법론을 활용하여 미래학교를 구상한 것이다. “Back to the Future of Education: Four OECD Scenarios for Schooling” 에는 1) 학교교육의 확대(Schooling Extended), 2) 교육의 아웃소싱(Education Outsourced), 3) 학습 허브로서의 학교(Schools as Learning Hubs), 4) 시·공간이 자유로운 학습 (Learn-as-you-go) 등이 제시되었다. 아래 표는 미래학교 시나리오별로 특징과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위에 제시한 미래학교의 네 가지 시나리오에는 학교의 목적과 기능이 전통적인 방식부터 기존의 학교 개념과 완전히 다른 공간과 시간의 제한이 대폭 사라지는 새로운 유형의 교육 가능성까지를 제시하고 있다.


위 네 가지 시나리오가 모두 미래학교로서의 가능성이 있듯이 우리나라에서 운영되는 미래학교 역시 단 하나의 유형이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기 보다는 이들 네 가지가 혼재하는 방식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도 위에서 설명하는 특성을 지닌 학습형태가 학교 안팎에서 실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다가오는 미래 사회에서의 교육을 생각할 때 조직이나 체계, 학습 방법 등의 변화와 상관없는 교육의 근본적인 측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학습이나 교육이 실행되는 형식의 변화로 인해 범위와 깊이에서의 변동은 있을 수 있지만 교육의 목표나 기능적 측면에서 교육의 본질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래를 위한 교육을 준비할 때 특정 역량이나 지식에 관심을 두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OECD 교육 2030의 교육 목표와
국내 과학교육과정에서 제시한 교육 목표


OECD 교육 2030 프로젝트는 출범 당시 만 15세 중등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시기인 2030년을 상정하고 미래 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길러주기 위해 학교 교육은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 것인가에 주목하였다. OECD 교육 2030은 교육을 통해 길러지는 역량이 지향하는 바를 개인과 사회의 웰빙에 두었다. 이를 위해 미래사회의 주역들이 당면한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가며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것을 강조하였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OECD 교육 2030이 강조하는 학생의 ‘변혁적 역량’이라는 특성이다. 길러진 역량을 통해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측면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가 요구하는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고 보다, 나은 방향으로 사회를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학생들의 책임의식과 주체성이 반드시 필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사회문제 해결과 개선을 위해서는 지식, 기능, 태도, 가치관 등이 모두 활용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들 요소들을 모두 미래에 필요한 역량 속에 포함시키고 있다.


인류 사회가 처한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고 개선하는 것을 교육목표로 삼는 것은 우리나라 교육과정에서 제시하고 있는 과학교육의 목표에도 드러나 있다. 현재 우리나라 교육과정에서 제시하고 있는 과학교육의 목표는 ‘모든 학생이 과학의 개념을 이해하고 과학적 탐구 능력과 태도를 함양하여 개인과 사회의 문제를 과학적이고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과학적 소양을 기르는 것’이라고 제시되어 있다. OECD 교육 2030에서 제시한 교육목표와 우리나라의 과학교육 목표에 제시된 ‘개인과 사회의 문제를 과학적이고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소양을 기르는 것’은 서로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OECD 교육 2030은 역량의 기본으로서 지식과 태도를 강조하고 있다. 이점 역시 과학의 개념과 탐구 능력과 태도 함양을 명시한 우리나라의 과학교육 목표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된다.


특정 학과목 교육이건 포괄적인 교육과정이건 우리가 교육을 바라보는 시각과 기대하는 바는 시간, 지역적 맥락을 초월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교육의 목표나 기능은 앞에서 제시한 네 가지 미래학교 시나리오의 어느 유형에서도 크게 달라질 수 없는 것이라고 본다. 강조점이나 내용 구성에서의 변화는 있을지라도 교육의 본질적인 목표는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미래를 준비하는 교사의 역할


그렇다면 OECD 교육 2030이나 우리나라의 국가 교육과정에서 제시한 교육목표에 부합하는 교육이 실천되는 과정에서 교사의 역할은 무엇일까? 교육이 단순히 지식을 배우는 과정이라면 교사의 역할은 위에 제시된 모든 미래학교 시나리오 상황에서 대치 불가능한 요소는 아닐 수 있다. 기술 발전으로 인해 지식과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과 기회가 훨씬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과 태도,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나 가치관을 기르는 과정에서의 교사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교육현장에서 교육과정을 창의적으로 해석·적용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주요 주체가 교사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요 주체’라는 표현을 사용한 이유는 OECD 교육 2030에서 바라보는 학습의 주체는 교사, 학생, 가족과 그들이 속한 커뮤니티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서로 상호작용과 협력을 통해서 학습에 영향을 미치고, 학생들이 공동의 가치와 목표를 향해 성장하고 발전하는 과정에서 작용하는 협력적인 주체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교사를 학습과정에서의 주요 주체라 보았다.


학생의 성장과 발전을 돕는 교사는 학생의 흥미를 유발하고, 학생의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연결지을 수 있는 역량을 키워나가도록 돕는 조력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학생들이 사회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여, 자신이 배운 지식과 길러온 능력이 개인이나 사회가 처한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일깨워 주는 역할도 필요할 것이다.


나는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를 거치며 자연, 생물, 지구과학, 물리, 화학 등 다수 영역의 과학 과목을 이수하였다. 전형적인 문과생이었던 나는 과학을 좋아하는 학생이 아니었다. 세포 그림을 그리고, 개구리와 물고기, 대합을 해부하며 이런저런 명칭과 기능을 배우고, 화학식을 외워야 하는 것에 대한 동기부여가 학교 시험 외에는 없었다. 따라서 내게 과학은 재미없고 의미없는 지식을 끊임없이 외워야하는 과목 이상의 것은 될 수 없었다. 그러나 발명가 에디슨, TV를 최초로 발명한 존 베어드, 만유인력을 발견하고 증기기관차 발명에 영향을 미친 뉴튼, 피뢰침을 발명한 프랭클린, 유전학의 멘델과 같은 과학자나 발명가의 위인전은 매우 좋아해서 집과 학교 도서관의 책을 모조리 때로는 반복해서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 다수의 위인전 마지막에는 이들 과학자의 업적이 이후 다양한 학문 분야, 산업계에 미친 영향을 설명하며 끝맺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의 위인전을 읽으며 내가 감동했던 포인트는 그들의 남다른 탐구정신이나 독특한 성향도 있었지만, 그들이 발견하고 개발한 과학지식과 기술에 의해서 인간 사회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한 걸음씩 진보해 나가는 과정이었다. 이때의 과학자는 지루하고 단편적인 지식이 아닌 우리 인간 생활과 생생하게 연결지어진 생생하게 살아있는 존재였고, 관련된 과학 지식 역시 훨씬 의미 있게 다가왔었다. 시험준비를 하며 억지로 머릿속에 집어넣은 과학지식은 시험이 끝나면 머릿속을 떠났고, 이미 오랜 세월이 지나서이기도 하겠지만 지금 내게 남아 있는 과학의 지식은 상식 에도 못 미치는 수준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교사가 세계적으로 수준 높은 자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교육여건이 훨씬 좋아진 요즘 학생들은 내가 경험한 것과는 다른 과학수업을 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여전히 개선될 여지는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OECD에서 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인 TALIS(Teaching and Learning International Survey) 2018 결과에 따르면 한국 교사들의 혁신적 교수활동 전문성 개발 필요 인식은 높은 편이었으나, 비판적 사고를 요구하는 과제를 학생들에게 제공하거나,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과제 수행을 학생에게 하도록 하는 혁신적 교수활동 실천 영역에서는 다른 OECD 회원국의 교수에 비해 저조한 수치를 보이고 있다 (이동엽 외, 2019). 과학교육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교과교육이 학생들에게 의미 있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단순한 학과목 지식을 익히는 것을 넘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와 연결 지어져 그 의미를 알도록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러한 방향으로 교육이 실천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열쇠를 쥐고 있는 주체가 교사라고 본다.


김은영 박사는 현재 한국교육개발원 (KEDI) 연구위원으로 재직하면서, 글로벌협력실 실장 직을 맡고 있다. 김 박사는 미래를 살아갈 모든 학습자들이 더나은 배움,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도록 교육과 학습체제를 바꾸어 나아가는 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