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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관련 진로교육 우수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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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진로 탐색 돕고, 학생 직업 역량 강화


과학진로 교육의 핵심은 ‘즐거운 경험’ 유무
과학에 대한 흥미와 삶의 지혜 일깨우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세계는 인공지능과 메타버스를 중심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빠르게 변해 가고 있다. 이는 직업과 일자리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사회 변화에 따라 직업 세계 또한 빠르게 변화하는 중이다. 자동화, 글로벌화, 인구 구조의 감소로 일자리는 감소하며, 과학기술의 발달로 새로운 직업이 탄생하고 있다. ‘평생 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복잡하고 불투명한 미래 사회를 대비하기 위한 역량 교육이 절실해지고 있다.


미래 사회에 필요한 역량은 무엇일까? 현재 초등학생이 성인이 되었을 때 가질 수 있는 일자리는 현재 우리가 아는 일자리가 아닐 확률이 65%라고 말하는 보고서도 있다. 이런 변화의 흐름에서 요구되는 능력은 지식을 소유하는 것이 아닌, 지식을 활용하고 실제적인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이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역량으로 비판적 사고 능력, 창의성, 의사소통 능력, 협업 능력을 꼽는다. 그렇다면 이러한 역량을 키우는 교육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를 스스로 선택하고 실천할 수 있는 진로교육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2022 개정교육과정은 학습자 주도성을 강화하고, 진로 연계 교육과정 운영 및 고교학점제 등 모든 학생의 개별 성장 맞춤형 교육과정을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학교 현장에서도 학생들이 관심을 두는 분야, 새로운 첨단 분야 등 보다 다양한 체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 교사가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수업이 아닌, 협업과 의사소통 능력, 그리고 문제해결 능력을 기를 수 있는 프로젝트 수업이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학생들의 진로 탐색을 돕고, 직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교육현장 두 곳을 소개한다.


다양한 교구재 활용으로
체험하고 즐기는 과학적 교육 환경 구축


교실 중앙엔 지상용 로봇 드론 대여섯 대가 출발점에 서 있다. 서너 명씩 팀을 이룬 학생들이 선생님의 ‘출발’ 소리에 맞춰 일제히 태블릿을 조작하자 로봇이 교실과 복도를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미션은 가장 먼저 결승선에 들어오는 것이다. 레이싱 대결에서 일찍 들어온 팀은 환호하고, 늦게 들어온 팀은 아쉬운 탄성은 내뱉는다. 상도초등학교 스마트스페이스 AI교육실에서 이뤄진 6학년 실과의 ‘로봇’ 단원 수업의 한 장면이다. 이날 수업에 사용된 로봇은 코딩용 AI 드론으로 초등학교 코딩 교육의 일환이다.


상도초등학교에서 5~6학년 실과 수업을 담당하는 김상용 정보과학부장은 다양한 AI 및 IoT 융합 교육이 가능한 지능형 정보화 교실을 구축하고, 코딩용 드론 및 로봇을 비롯해 콘덴서 자동차 트랙, 로봇 축구장, 3D프린터‧3D스캐너‧3D펜, 레고블럭 등 첨단 교구재를 활용한 소프트웨어 및 AI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비단 로봇 코딩뿐만 아니라 3D 펜과 IoT 기술을 활용한 LED 무드등 만들기, 스마트팜 기술을 활용한 식물 키우기 등 다양한 활동이 이뤄진다.


김상용 교사가 과학적 수업 환경 구축에 이처럼 정성을 들이는 이유는 과학 수업이 책으로 배우는 지식 전달 수업이 아니라 온몸으로 체험하고, 만들어보는 체험 수업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에서는 2019학년도부터 실과 교육과정에 SW 교육을 시작했습니다. 소프트웨어나 코딩교육을 할 때 PC만 이용하는 수업은 집중도가 떨어지기 마련이에요. 하지만 오늘 수업처럼 직접 로봇이나 드론을 만져보고, 직접 만져보게 되면 정말 재밌게 수업에 참여해요. 이런 활동을 통해서 쉽게 과학에 흥미를 갖고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울과학축전, 메이커괴짜축제 등

매년 5~6학년 전원 과학 행사 참여


김상용 교사는 초등학교 과학진로 교육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즐거운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직접 만들어보고 체험하게 해야 한다. 실과 교과에 나오는 풍선자동차를 만들 때 자동차가 실제로 움직이지 않아도 상관없다. 모양이 어설프고,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자신이 만들었다는 것에 뿌듯해하며 자연스럽게 과학 분야에 관심을 두게 된다.


그렇기에 초등학교 단계에서는 여러 다양한 과학적 체험을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김상용 교사는 매년 전세버스를 동원해 5~6학년 학생 전원을 메이커괴짜축제, 서울과학축전 등 과학 관련 체험 행사에 참여하게 한다. 빠르게 발전하는 과학기술을 교사 혼자서 전부 알려줄 수 없기 때문이다. 또 과학에 관심을 가진 학생들을 선발해 과학 부스를 직접 운영하도록 하면서 해당 과정을 깊이 있게 이해하게 된다.


“메이커괴짜축제 같은 경우 학생들의 창작물을 전시하고, 관람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부스가 200여 개 이상입니다. 현장에 도착한 아이들은 누구의 지도 없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흥미가 생기는 전시 부스에 가서 직접 체험하고, 질문하고, 경험합니다. 이를 통해서 몰랐던 자신의 관심사나 주제를 발견하고, 나중에 그에 관련된 진로를 정하는 경우도 있구요.”


실제로 2019년에 메이커괴짜축제에 드론군집쇼를 주제로 참여한 학생들이 부스 운영 우수 사례로 선발돼 해외 연수를 다녀왔다. 이를 계기로 참여했던 학생들은 일찍부터 자신의 진로를 과학 분야로 정하고 과학고에 진학했다.


“교사는 코트 위 감독이 되어야 합니다. 학생들 스스로 학습 계획을 세우고 수행하는 과정에서 성취감이나 자기성찰의 기회를 얻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교사는 단지 아이들과 함께 뛰며 나아가야 할 방향과 목표를 제시해 줄 뿐입니다.”


김상용 교사는 교사의 역할에 대해 지도하는 사람이 아니라 안내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즉, 초등학생의 진로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스스로 흥미가 있는지 또는 소질이 있는지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안내하는 것이다. 김상용 교사가 ‘‘대한민국 교육박람회’ ‘에듀테크 코리아페어’ 같은 교육 관련 전시회를 다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루가 다르게 신기술이 나오고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상황에서 교사가 먼저 접해야 가장 최신의 흐름을 아이들에게 알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열정 덕분에 STEAM 교육, 메이커 교육, ICT 활용 교육, AR-VR 활용 교육, SW 교육, AI 교육 등 다양한 과학교육 프로그램들을 운영해왔다. 요즘은 메타버스나 IoT 활용 교육에 관심을 두고 배우는 중이다.



협업 및 자기 주도성 강화하는
진로교육 프로그램 운영


과학중점학교를 운영 중인 잠신고등학교는 수학과 과학 분야의 융복합 프로그램을 통해 진로탐색 기회를 제공하고, 협업 능력과 자기 주도성을 강화하는 진로교육을 수행하고 있다.


잠신고등학교 이재부 과학교육부장은 학생들의 진학 지도를 위해 이공계 분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진로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전한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는 이공계 융합 아카데미, 과학캠프 및 상설 과학 실험반 운영, STEAM 프로젝트와 연계한 동아리 활동, 다수의 융합형 수학 및 과학대회 등을 진행한다.


특히 1~2학년 창의적 체험활동 수업과 연계해 운영하는 ‘이공계 융합아카데미는’ 여러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전문가를 초청해 강의를 듣는 프로그램으로, 꽤 난이도 있는 강의임에도 학생들에게 인기 많다. 특히 강의가 끝난 후 강사와 이어지는 질의문답 시간을 통해 이공계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진로 정보와 탐색의 기회를 제공한다.


“사실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 환경을 제공하려면 전문성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게 의지만 있다고 되는 건 아니잖아요. 특히 요즘에는 정보 수요가 많아서, 학생들이 좀 더 세분화된 전공과 지식을 갖고 있어요. 그런 경우 사실상 선생님들이 답을 해주기 어려운 부분이 많죠. 그렇기에 여러 분야의 전문가를 강사로 초청해 소통하는 기회를 마련해주고자 노력합니다.”


잠신고가 자랑하는 또 하나의 강점은 학생들의 동아리 활동이다. 영역별로 세분화된 10개 동아리로 구성되어 학생들의 자율탐구 활동을 증진시킨다. 학생 스스로 탐구 주제를 설정한 뒤 3년간 활동 계획을 순차적이고 유기적으로 구성해 학생들의 흥미를 높이고, 입학사정관제에도 대비할 수 있도록 운영한다. 협업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연구 주제를 확장해 다른 동아리와 연계해 하나의 커다란 프로젝트를 운영하도록 유도한다. 예를 들어 그 과정에서 다른 전문성을 가진 아이들과 소통하고, 산출된 결과와 활동 내용을 책으로 만들거나, 과학탐구 토론 대회나 발표회 등 다양한 과학 행사에 참여한다.


“동아리끼리 연계해 활동하면서 다른 전문성을 가진 아이들이 소통하고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을 장기간에 걸쳐서 진행합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아이들은 다른 분야에 대해 이해하고, 토론하고, 이견을 조율하면서 의사소통 능력, 협업 능력, 창의성 등이 자연스럽게 향상됩니다. 결국, 이 모든 과정이 진로교육의 일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양한 비전 제시,
성장 단계에 맞춘 진로교육 필요


잠신고등학교가 시행한 다양한 진로교육 프로그램은 학생들이나 외부 평가에서 모두 좋은 반응을 얻고 있지만, 안훈 교장은 학교장으로서 여전히 우리나라 진로교육에 문제의식을 느낀다고 말한다. 아직은 학교 현장에서의 진로교육이 너무 수동적이라는 것이다. 기존 진로 지도 방식은 체험학습이나 외부 강사 초청 강연 같은 진로 정보 제공하는 데에만 머무른 것이 현실이다.
“수학경시대회에서 일등 한 학생을 면담한 적이 있는데, 의대가 아니라 카이스트에 가겠다는 것입니다. 기특해서 카이스트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연구자가 되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물어보니 잘 모르는 겁니다. 그 학생이 카이스트에 가고 싶다고 말한 것은 막연하게 요즘 세태와 다른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일 겁니다. 즉, 그동안 제공된 진로교육이 학생의 진로를 구체적으로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하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진로를 보다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구체적으로 진로계획을 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진정한 진로교육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안훈 교장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년부터 단계별 진로‧진학 멘토링을 도입할 계획이다. 예를 들면 1단계는 탐색단계로 자신이 생각하는 인생을 설계하고 관심 있는 직업군을 정하면,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해당 직업을 조사하도록 하는 것이다. 2단계에서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나 직업인의 특강이나 멘토링을 통해 안내를 받고, 3단계에서 현장을 방문해 실제로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삶을 사는지 확인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단계를 다 거치면 해당 체험을 통해 무엇을 느꼈는지 정리할 수 있도록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진로교육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는 바로 다양한 전망을 제시하는 것다. 이를 위해 안훈 교장이 추진하려는 프로그램은 사이언스 오디세이다. 7~8명의 학생을 모아서 각자 관심 분야의 토픽을 하나씩 정한 뒤 디비피아에 게재된 논문이나 과학잡지를 읽고 서로 토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서로 관심 분야가 다른 친구들이 선정한 주제에 대해 심도 있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다양한 과학 분야를 접하면서 학생들 시야도 커지고, 그만큼 진로 선택의 폭도 넓어질 것이다. 안 훈 교장은 11월에서 중순부터 12월까지 파일럿으로 진행하고,내년에 런칭할 계획이다.
안훈 교장은 진로교육이 중요한 이유로 “진로교육을 계기로 비로소 학생들이 자신의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라면서, 그렇기에 “학교는 다양한 비전을 제시해 줄 수 있어야 하며, 학생이 선택한 진로를 충실히 지원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