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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학년도 문·이과 통합…과학과 교육과정 개선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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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과 칸막이 없애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


2018학년도부터 고교생은 현재의 문·이과 계열 구분없이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을 공통과목으로 배운다. 지금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개발은 학계 전반에 걸친 변화와 혁신의 바람을 몰고 올 뜨거운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로지 취업 준비를 위한 ‘스펙 쌓기’에 올인 하다시피 하던 대학 캠퍼스의 분위기는 인문학과 예술 그리고 경영과 기술이 함께 어우러져 통섭적으로 융합하는 가운데 보다 활기찬 소통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교육부는 2014년 업무보고 시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개발을 가시화하였다. 이후 공청회 등을 거쳐, 지난 해 9월 24일,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의 총론 주요사항’을 발표하였다. 이 글에서는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의 취지 및 과학과 교육과정 개정 방향과 관련하여 몇 가지 중요한 쟁점을 살펴보았다. 참고로, 본 원고는 2014년 6월 18일 서울교대에서 개최된 과학교육과정 포럼에 제출한 필자의 토론원고와 9월 23일 국회 토론회(이상민의원실 주최)에 제출한 필자의 원고를 편집 요약한 것임을 알려둔다.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의 취지 


교육부에서 제시한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의 기본 방향은 다음과 같다.


. 모든 학생이 인문, 사회, 과학에 관한 기초소양을 갖출 수 있도록 편성
. 미래사회에 필요한 역량 개발을 위하여 핵심 성취기준을 중심으로 교과별 학습량을 적정화하고 학생 참여형 수업 등이 가능한 여건 조성

. 꿈과 끼를 키워줄 수 있는 다양한 선택과목 및 진로과정 개설 검토


교육부는 2014년 2월 13일, 보도자료를 통하여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을 개발하여, 모든 학생이 최소한의 인문·사회·과학 교과를 학습하고 창의·융합형 인재로 자라도록 지원할 계획이며,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 창의성을 갖춘 인재로 키울 수 있도록 문․이과 칸막이를 없애는 새 교육과정을 개발하겠다’고 공표하였다. 2013.12 새 교육과정 개정을 착수하여 2014년 9월 총론 주요사항을 확정하고, 2015년 하반기에 새 교육과정을 최종 확정 고시하고 이에 따라 교과서를 개발하여 2018년에는 새 교육과정을 적용할 계획이다. 2014년 현재 초등학교 6학년인 학생을 최초 적용대상이며, 이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는 2018년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황규호 이화여대 교수는 한국교육과정학회 월례학술대회에서 ‘문·이과 폐지 담론은 일차적으로는 문과 과목과 이과 과목 사이의 장벽이나 편식을 문제로 삼으면서 균형 있는 이수를 강조하는 논의이기도 하지만, 이와 함께 인문계열 학생들이 수학과 과학을 소홀히 대하거나 또는 기피하는 현상, 더 나아가 자연계열의 학생들까지도 ‘선택’의 확대에 따라 수학 및 과학 분야의 기초지식을 충실하게 학습하지 않고 있다는 문제점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라고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의 개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이는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배경을 잘 드러낸 해석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교육철학이 아주 오래전부터 실천되는 사례가 있다. 현대 중국 문학의 창시자이자 사상가인 후스는 1928년 상하이의 명문 중국공학의 교장으로 부임한 이후 ‘문리의 소통’을 핵심 교육 철학으로 삼고 학생을 교육하였다.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소통은 학생들의 수준을 향상시킨다. 조기 전문교육은 지식의 폭을 좁게 만든다.’고 하면서 이과에 뜻을 둔 학생들에게 문학과 역사를 호되게 교육시켰고 인문학 전공자들도 자연과학 과목을 이수해야 졸업을 시켰다.고 한다.


 과학과 교육과정 개정 방향 


▪ 총론 측면에서
교육부가 발표한 2014.9.24. 교육과정 개정안에서는 고등학교 교과별 필수이수 단위수를 다음 표와 같이 제시하였다. 이는 현행 교육과정보다 대부분 교과(군)에서 필수이수 단위수를 줄인 것이다.

문․이과 벽을 깨뜨린다는 취지를 표방하면서도 필수 이수단위수 증가에 대한 부담을 피하기 위하여 필수이수 단위수를 축소한 것이다. 국가수준 교육과정에서 필수이수 단위수를 축소하면 실제로 학교에서는 국어, 수학, 영어와 같이 입시에 중요한 교과의 이수단위수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서울시교육청에서 2014학년도 신입생의 3년간 교육과정 편성 현황을 학교 유형별로 비교해 보았다.


□ 인문 과정


□ 자연 과정


자사고는 일반고에 비해 국어, 영어, 수학에 대한 편중 현상이 심하다. 그러나 보다 심각한 현상은 탐구영역에서 나타난다. 자사고 인문과정은 과학 이수단위수가 일반고보다 낮고, 자연과정은 사회 이수 단위수가 일반고보다 낮다. 인문, 자연 과정 간 과목 편식이 일반고보다 자사고에서 더 심각하게 나타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사고의 사례에서 보듯이 필수이수 단위를 줄이고 학교 자율선택권을 강화하면 고등학교 교육이 더욱 왜곡된다. 고등학교 교육목표 중 ‘성숙한 자아의식을 토대로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기능을 익혀 진로를 개척하며 평생학습의 기본 역량과 태도를 갖춘다’를 이루기 위해서는 국어, 영어, 수학의 편중 현상, 인문과정 진로를 선택하는 학생의 과학 이수 소홀, 자연과정 진로를 선택하는 학생의 사회 이수 소홀 문제를 우선 해소해야 한다.


아래 그림은 ‘식물의 생장은 가장 적은 양의 영양소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법칙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다. 채워지는 물의 높이는 가장 낮은 나무판의 높이에 의해 결정된다. 한 개의 나무판을 잘라서 물통을 만든다고 할 때, 물을 가장 많이 담기 위해서는 나무판의 높이를 가급적 비슷하게 잘라서 물통을 만들어야 물을 가장 많이 담을 수 있다. 이를 교육과정에 비추어서 생각해 보자. 교과군별 이수(각각의 나무판의 높이)가 균형적으로 이루어질 때, 학생들이 갖추게 될 기초 소양의 질(담기는 물의 양)이 높아진다.


자사고 사례와 위의 그림에서 보듯이, 인문학적 소양과 과학적 소양을 모두 갖춘 인재를 양성하려면 탐구영역(사회 및 과학) 교과군의 필수 이수단위수를 높여야 한다. 사회, 과학 교과군 필수 이수단위는 해당 분야를 전공하지 않을 학생들에게는 고교 3년 동안 이수할 최소 이수단위가 될 개연성이 높다. 특히 문과쪽 진로를 선택하는 학생들에게는 과학 소양을 함양할 수 있는 생애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학생들이 반드시 배워야 하면서도 입시제도 등의 영향으로 소홀히 배울 것이 우려되는 교과는 필수이수 단위수를 늘려야 한다. 학생들이 기초 소양을 골고루 충분히 갖추어야 향후 어떤 진로를 선택하더라도 보다 크게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수이수 단위수를 우선 채우고 나면 과목을 선택하여 이수하게 된다. 학생 선택을 다양하게 하기 위하여 문과와 이과를 좀 더 세분화하여 다양한 진로집중과정을 개설하는 학교들이 늘었다. 하지만 학생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학교가 진로에 따른 과정을 보다 세분화하여 제시하는 방식보다는 학생 스스로 과목을 선택하도록 하는 방식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균형있는 이수와 진로에 따른 선택학습이 모두 중요하므로 ‘탐구영역 필수이수 단위수 확대를 통한 교과군별 균형 이수’와 ‘선택과목 결정 방식을 학교의 과정 개설에서 학생의 과목 선택으로 전환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필요하다.

▪ 교과 교육과정 측면에서


(1) 과목 편성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이라고 해서 반드시 통합과학을 신설할 필요는 없다. 중학교에서 과학(통합)으로 배우고 진학하므로 고등학교에서는 굳이 과학(통합)을 다시 배우기 보다는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으로 나누어 배우는 것이 타당하다. 현재 과목명을 유지하되, 내용 체계를 과학적 소양을 기르는 방향으로 재정비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다. 현재의 물리1, 화학1, 생명과학1, 지구과학1을 과학적 소양을 중심으로 재정비한 후 모든 학생들이 필수로 이수하도록 하고, 이후에는 학생들이 진로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되 소수의 과목을 계열성 있게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2) 과학적 소양(scientific literacy)를 높이는 방향으로
교육과정 개편을 할 때마다 교과목별 필수이수 단위수를 둘러싸고 치열한 다툼이 있었다. 필수이수 단위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은 하였지만(총론), 결과적으로 확보된 수업시수를 어떻게 채울 것인가에 대한 논의(각론)는 충분하지 않았다. 수업시수 확보도 중요하지만 해당 교과를 이수한 학생들이 해당 분야 교과에 대한 소양을 갖추는 데 충분하도록 교과 교육과정을 잘 편성하여야 하고, 해당 분야를 이수함으로써 관련 분야로 진로 선택하는 학생들이 늘어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잘 편성해야 한다.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던 ‘광우병 파동’ 등의 사례를 보더라도 시민의 과학적 소양은 매우 중요하다. 과학적 소양이 부족하게 되면 중요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 자율적인 판단이 불가능하고 정치적, 정략적 선동에 쉽게 넘어갈 수 있게 되므로 위험하다.


교과 교육과정 편성 시 핵심 성취기준을 중심으로 편성해야 한다. 핵심 성취기준 중심으로 교과 교육과정을 편성해야 하는 취지는 첫째, 향후 학생이 어떤 진로를 선택하더라도 해당 분야에 대한 소양을 갖추는 데 부족함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이며, 둘째, 확대된 필수이수 단위수 때문에 학습량이 과도해지거나 내용이 어려워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학생들은 향후 과학 분야로 진로를 정할 수도 있지만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과학이 과학에 대한 기초소양의 전부일 수도 있다. 따라서 필수이수로서 배우는 과학이 더 많은 학생들에게 과학 분야의 진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하고, 필수이수 교과만 배워도 민주시민으로서 사회를 살아가는 데 기초적인 과학 소양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에 따른 수능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대학 입시 제도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지금과 같이 과학탐구 영역에서 세부 과목을 정해 놓고 OO과목 중 O과목을 선택하도록 하는 현행 수능방식으로는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의 취지를 살릴 수 없다.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에 따른 수능은 필수이수 과목을 출제 범위로 하는 것이 좋겠다. 모든 응시생들이 공통으로 보는 수능에서는 일부 과목을 선택하여 응시하도록 하지 않고 과학 과목을 통합하여 문제를 출제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예를 들어 과학탐구 영역에서는 특히 어느 과목에만 속한 문제보다는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의 개념을 복합적으로 다루는 문제를 출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박성현(2014)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도 ‘2021년 수능시험부터 문과와 이과의 구분이 없는 시험이 치러질 것이다.


교과목 개발의 중요한 원칙으로는 과목을 너무 세분화하지 않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과학이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으로 나뉘어 있고 사회도 한국사, 동아시아사, 세계사, 한국지리, 세계지리 등으로 세분되어 있는데 이를 통합과학, 통합사회 등으로 해서 단순화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고 하였다. 토론자는 이를 국가 수준 교육과정에서 통합과학, 통합사회과 같은 과목을 신설하라는 뜻으로 보다는 수능 출제를 ‘통합과학’, ‘통합사회’처럼 통합적으로 하라는 의미로 해석하고 싶다.


글 | 이화성 교장(창덕여자중학교 교장
이화성 교장은 서울시교육청에서 장학관(교원정책과, 미래인재교육과, 교육과정정책과, 학교혁신과 등) 재직 중 교육과정, 혁신학교, 교과교실제, 영재교육, 교육공무원 인사업무 등을 담당한 바 있다. 이후 교육부 교육연구사, 교육연구관(교육과정정책과, 교과서기획과 등)을 맡아 교육과정 및 교과서 업무를 추진했으며, 현재 창덕여자중학교 교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