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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과학전시관 개방형 실험실에서 첨단 과학 기자재 직접 활용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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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렇게 놀라운 첨단 기자재가 있다니!
학생들 창의력과 탐구력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한다


서울특별시과학전시관의 개방형 실험실은 초고속 카메라, UV분광광도계, 위상차 현미경, 전자현미경, 유전자 증폭기, 열화상카메라, 원심분리기, 망원경, 항온배양기, 3D 프린터, 순수·초순수 증류수 제조장치(1차·3차 증류수) 등과 같이 이름만 들어도 엄청난 고가가 예상되는 첨단기자재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실험실이다. 이곳에선 서울시교육청 소속 교사나 초·중·고등학생이라면 누구에게나 무료로 첨단 실험기자재의 사용을 개방하여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간단한 홈페이지 신청과 공문을 통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낙성대 지하철역에서 내려 서울에 이런 곳도 있구나 싶은 느낌을 물씬 주는 다소 한적한 풍광의 길을 20분 정도 걸어가면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과학전시관이 위치해 있다. 필자가 강서교육청에 위치한 중학교에 근무하던 시절에만 해도 과학전시관에 출장갈 일이 생기면 유배지에 가는 기분으로 먼 출장길을 계획했어야 했는데, 동작교육청으로 근무지를 옮기자 한결 거리가 가까워진 과학전시관은 교사들을 위한 각종 유익한 연수뿐만 아니라 영재교육원, 과학체험마당, 토요과학강연회, 체험학습장 운영 등 다양한 과학행사를 운영하고 있어 교사로서 나 자신의 과학에 대한 관심을 지속시키고 최신 과학 지식을 배우기 위해, 그리고 학생들과 함께하는 과학행사를 위해 이용하기에 매우 유용한 곳이 아닐 수 없다.


과학전시관에 갈 때마다 제일 먼저 눈길을 끄는 곳은 물놀이 체험마당이다. 잠시 여름철 아이들이 즐겁게 시원한 물놀이를 하면서 과학의 원리를 몸으로 배울 것을 상상하면서, 생태학습자료 재배단지에 심어져있는 상추 위로 시원하게 스프링클러가 돌아가면서 물을 뿌리는 모습을 여유롭게 바라본 후 도착한 곳은 연구실험동 건물 3층에 위치한 개방형 실험실(Open Lab)이다.


개방형 실험실은 어떤 곳인가?


개방형 실험실은 초고속 카메라, UV분광광도계, 위상차 현미경, 전자현미경, 유전자 증폭기, 열화상카메라, 원심분리기, 망원경, 항온배양기, 3D 프린터, 순수·초순수 증류수 제조장치(1차·3차 증류수) 등과 같이 이름만 들어도 엄청난 고가가 예상되는 첨단기자재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실험실이다. 교사들의 경우 이러한 첨단 기자재들을 첨단과학기자재 활용 직무연수를 통해, 고등학생들의 경우 개방형실험실 첨단기자재 활용 학생교육 프로그램이라는 명칭의 토요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선택한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전문위원들인 교사로부터 2시간 반 정도의 교육을 학교 단위로 신청하여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규 교육 프로그램에서 뿐만 아니라 개방형 실험실은 이름 그대로 서울시교육청 소속 교사나 초·중·고등학생이라면 누구에게나 무료로 첨단 실험기자재의 사용을 개방하여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간단한 홈페이지 신청과 공문을 통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선 학교에서는 예산상 갖추고 있기 어려운 이러한 고가의 첨단기자재들을 직접 둘러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평소 자신이 궁금했던 분야의 좀 더 심화된 전문적인 연구 활동까지 직접 실험해보고, 연구해볼 수 있다니! 학생들에게는 미래 과학자를 꿈꿀 수 있게 하고, 교사들에게는 과학탐구에 대한 열망을 지속시켜 보다 전문적인 교사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실험실이라 말할 수 있겠다. 개방형 실험실의 첨단기자재로는 어떤 실험을 할 수 있을까?


초고속 카메라를 이용한 다양한 영상촬영


우선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첨단기자재는 초고속 카메라를 이용한 영상촬영이다. 일반 카메라로 동영상을 찍는 원리는 보통 초당 10장의 사진을 찍은 후 1/10초마다 1장씩 사진을 순서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면 정지해있던 사진들이 움직이는 동영상처럼 보이게 된다. 그러나 개방형 실험실에서 보유하고 있는 초고속 카메라는 움직이는 장면을 초당 1000장의 사진으로 찍은 후 이것을 1초에 30장의 사진이 보이도록 컴퓨터로 조작한다. 이렇게 하면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의 움직임을 느린 속도로 움직이게 해 그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람의 눈으로는 알아챌 수 없는 찰나의 순간들을 포착할 수 있게 된다.


광고에서 보았던 잔잔한 우유 표면에 우유 한 방울이 떨어지면서 예쁜 왕관을 만든 장면이나, 물풍선을 바늘로 찔러 터지는 장면을 느린 속도로 보면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볼 수 있는 것, 빗물이 나뭇잎에 떨어질 때 빗물이 흩어지는 모습을 포착하는 것 등은 초고속 카메라를 이용해 순간적으로 일어난 움직임을 느린 속도로 움직이게 해 맨 눈으로는 알아볼 수 없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이라고 할 수 있겠다. 초기에는 초고속 카메라가 국방군사 분야, 스포츠, 자동차, 전기, 전자 등의 역학 연구용으로 많이 사용되었지만,


최근에는 예술, 방송 및 영화에 이르기까지 그 사용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물풍선을 바늘로 찔러 터지는 모습, 모래 위에 쇠구슬을 떨어뜨려 모래가 퍼지는 모습, 용수철이 진동하면서 파동을 만드는 모습 등은 개방형 실험실에서 많은 학생들이 촬영해 보는 장면들이다. 이외에도 만약 학생들이 빠르게 움직이는 장면을 천천히 보고 싶은 장면이 있다면 영화를 찍을 때처럼 미리 콘티를 작성한 후 개방형 실험실에 계시는 과학체험교육 실무자의 도움을 받아 재료를 준비한 후 학생들 스스로 감독, 조명, 연출, 카메라 찍기 등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직접 초고속 카메라로 동영상을 찍은 후 순간의 장면들을 확인해 볼 수 있다.

<그림 1> 개방형 실험실에서 보유하고 있는 초고속 카메라와 조명장치
<그림 2> 초고속카메라를 이용하여 물풍선이 터지는 순간을 촬영한 영상 캡쳐 사진









화상 카메라 활용, 우리 눈으로 온도를 본다


학생들에게 인기있는 기자재로 열화상 카메라도 꼽을 수 있다. 열화상 카메라는 물체에서 방출하는 적외선을 전기적 신호로 바꾸어 온도에 따라 다른 색으로 표현하여 우리 눈으로 물체의 온도를 볼 수 있게 하는 장치이다. 최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이 유행하자 기차역이나 공항 등에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해 발열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이 유입되고 있는지 알아보는데 사용되기도 했으며, 어두운 산 속에서 조난된 사람이나 화재 현장에 갇힌 사람을 찾을 때 이용되기도 한다. 또한 어두운 밤에 박쥐를 찍으면 박쥐의 움직임이나 이동 경로를 쉽게 알 수 있다. 아래 사진은 수조의 왼쪽에 뜨거운 물, 오른쪽에 찬 물을 넣은 후 칸막이를 제거해 찬 물과 더운 물이 섞이는 모습을 통해 밀도 차이를 확인해 보는 모습을 열화상카메라를 이용하여 촬영한 영상이다.



이 외에도 나무를 사포로 문지른 후 혹은 망치로 못을 박은 후 열화상카메라로 어느 부분의 온도가 올라갔는지 알아보기, 종이에 손바닥을 대었다 땐 후 손바닥의 열에너지가 종이에 얼마나 전달되었는지 알아보기, 금속마다 열전도도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 보기, 발열반응과 흡열반응, 중화실험에서의 온도변화 등은 열화상카메라를 이용하여 직접해 볼 수 있는 실험들이다.




<그림 3> 개방형 실험실에서 보유하고 있는 열화상 카메라
<그림 4> 찬물과 더운물의 밀도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 열화상 카메라를 이용하여 촬영한 영상


첨단 전자현미경으로 미세 구조 관찰


2층으로 이동하면 전자현미경(SEM, Scanning Electron Microscope)을 이용할 수 있는 실험실이 있다. 과학전시관에서 보유하고 있는 전자현미경은 주사형 전자현미경으로 생물의 미세구조를 살펴보하거나, 생물표본이나 무기물의 표면을 관찰하는데 사용되는 현미경이다. 주사형 전자현미경은 관찰하고자 하는 시료 표면에 전자빔을 쏜 후 표면에서 나오는 전자를 검파기로 수집하여 이를 컴퓨터 영상으로 전환한다. 따라서 시료에 전자빔을 쏜 후 다시 전자가 표면에서 나오게 하기 위해 관찰하고자 하는 대상을 백금이나 금으로 코팅해야한다.


만약 학생들이 전자현미경을 이용해 초파리를 관찰하고 싶다면, 과학전시관에서 미리 약품으로 마취시켜 놓은 파리 혹은 얼려 놓은 파리를 이온코팅기를 이용하여 파리 표면을 금으로 코팅한 후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하면 파리의 미세구조를 확대시켜 관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각 부분의 길이, 굴곡의 각도, 시료의 성분 원소 등도 컴퓨터로 분석 가능하다. 파리 외에도 좀 더 재미있는 실험을 해보고 싶을 경우에는 머리카락의 표면이나 머리카락의 잘려진 면을 관찰해볼 수도 있다. 머리카락을 가위로 자른 경우와 손으로 끊었을 때 잘라진 면의 비교, 샴푸로 머리를 감은 경우와 비누로 감은 경우, 염색한 머리카락과 염색하지 않은 머리카락을 비교해보면 그 차이를 확실히 알 수 있다. 남학생과 여학생의 머리카락을 전자현미경으로 보면 대부분의 남학생은 머리카락이 손상되어 있지 않으나, 여학생의 경우 표면이 손상되어 있거나 표면에 이물질이 붙어있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고 한다. 또 머리카락의 성분을 분석했을 때 드물게 중금속이 검출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머리카락뿐만 아니라 자신이 입은 옷의 섬유 조직을 확대해 관찰하거고, 자신의 발바닥 각질을 관찰해보는 재미있는 학생들도 있다고 한다.


<그림 5> 전자현미경으로 찍은 파리 및 머리카락 사진


개방형 실험실을 방문했을 때 우연히 어떤 학부모님께서 전날 중학생 자녀와 함께 개방형 실험실을 방문해서 실험했던 결과물을 배양기에서 꺼내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이들이 실험한 내용은 생수병에 든 생수를 입을 대고 마신 후 상온에 하루 동안 방치했을 경우 생수에 얼마나 많은 세균이 증식했는지를 알아보는 것이었다. 입을 대고 물을 마신 생수병을 상온에 보관한 경우, 냉장고에 보관한 경우, 락스나 식초 혹은 레몬즙 등과 섞은 경우 등을 비교하기 위해 이들 생수를 배양 필름(페트리 필름)에 묻혀 배양기에 세균을 증식시켰더니 락스와 섞은 생수를 묻힌 배양 필름에는 전혀 세균이 검출되지 않았지만, 이를 제외한 모든 생수, 심지어 냉장고에 보관한 생수에도 많은 세균이 증식한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 실험을 본 후 화장실에서 보관하고 있는 칫솔에 얼마나 많은 세균이 있을지 배양기에 넣어 관찰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 6> 병에 입을 대고 마신 생수를 하루 동안 보관한 후 여러 액체들과 섞어 페트리 필름에 배양시킨 결과물


고압멸균기, 유전자 증폭기, 원심분리기, 3D 프린터 등


이 외에도 121℃에서 15분간 물을 끓여 고압증기로 멸균시키는 장비로 실험기구들을 멸균 처리할 때 주로 사용되는 고압멸균기, 적은 양의 유전자를 얻었을 때 이를 증폭시킬 수 있는 유전자 증폭기, 원심분리기, 3D 프린터 등 다양한 첨단과학기자재들을 개방형 실험실에서 사용할 수 있다. 다음 표는 개방형 실험실에서 보유하고 있는 첨단 과학기자재의 목록이다. 과학전시관 홈페이지(http://ssp.re.kr)에서 Open Lab 운영을 클릭해보면 각 기자재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실험 내용, 첨단과학기자재를 활용한 수업자료 등이 탑재되어 있다. 또한 홈페이지를 통해 개방형 실험실 사용을 예약하여(그림 7~8) 직접 방문하면 과학체험교육실무사의 도움을 받아 자신이 원하는 실험을 직접 해볼 수도 있다.


개방형 실험실은 월요일과 일요일은 휴무이며, 학기 중에는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13:00~20:00, 토요일은 09:30~17:00까지 이용할 수 있으며, 방학 중에는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09:30~17:00 이용가능하다. 고가의 실험 재료의 경우 일부 사용자가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원칙적으로 기자재 사용은 무료로 이용 가능하며, 과학동아리 뿐만 아니라 일반 학생들까지 모두 이용 가능하다(그림 3)


또한 새로운 첨단과학기자재들은 필요에 따라 계속 구입할 계획을 가지고 있어, 이용자들이 구입을 원하는 실험장비가 있을 경우 전문위원들의 검토 후 구입해 줄 수도 있다고 한다. 필자도 과학전시관의 개방형 실험실을 직접 방문해보니 과학 동아리 학생들과 함께 개방형 실험실을 다시 방문해 평소 궁금해 하던 실험들을 직접 해보면서 학생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들의 창의력과 놀라운 탐구력을 보며 나 또한 즐거워질 수 있을 테니까.


글 l 장현숙 교사(국사봉중학교)
장현숙 교사는 현재 국사봉중학교에 근무하고 있으며, 가치를 꿈꾸는 과학교사 모임에서 활동 중이다. 「과학, 일시 정지」(양철북), 「정답을 넘어서는 토론학교, 과학」(우리학교) 등을 공동집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