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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력과 포용 역량, 모두를 기르는 다문화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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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력과 포용 역량, 모두를 기르는 다문화교육


‘상자’ 속 갇힐 수 있는 ‘심리적 본질주의’ 탈피

함께 어우러져 창의성 키우는 ‘다문화 교육’ 필요


심리적 본질주의(psychological essentialism)는 사물, 동물, 인간 등 어떤 것이 본질적이고 고정된 내재적 특성이 있다고 믿는 경향을 말한다. 그리고 어떤 것의 기능이나 성격 등이 그들의 ‘본질’이나 ‘내재된 특성’에 근거한다고 믿는다. 심리적 본질주의적 관점에서 본성은 타고난 것으로 생각하고, 그것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본질주의적 생각을 하는 사람은 세계를 범주화하려고 하고, 각 범주 내에 다양성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고, 범주별 차이에만 관심이 있다. 최근에는 여러 이유로 다문화 사회가 되어가고 있는 우리 사회 속, 생각을 편협하게 가둬버릴 수 있는 심리적 본질주의를 탈피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다문화 사회가 되고 있는 요즈음은 더더욱 생각의 장벽을 낮추며 심리적 본질주의를 탈피할 수 있는 다문화 교육이 필요하다.


생각의 고착과 창의성


창의성과 관련된 인지편향으로 기능적 고착이 있다. 이 인지편향과 관련된 문제가 유명한 Duncker(1945)의 문제이다. 초와 압정이 담긴 상자를 주고, 벽에 초를 고정할 수 있는 방법을 묻는다. 정답은 압정을 담은 상자를 초를 받치는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다. 압정이 담긴 상자를 상자라는 기능에만 제한하여 생각하는지 아니면 초를 받치는 다른 용도로 생각해 낼 수 있는지를 묻는다. 다른 용도로 생각하는 역량은 융통성, 즉 창의성이며, 이런 생각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심리적 속성을 기능적 고착이라고 한다.


Adamson(1952)는 이 문제를 활용하여 실험 연구를 수행하였다. 한 집단의 사람들에게는 어떤 것이 담긴 상자를 보여주고, 다른 집단에게는 빈 상자를 보여주었다. 결과는 빈 상자를 본 집단은 상자의 용도를 더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었다. 어떤 것이 담긴 상자를 보면 상자의 용도를 물건을 담는 용도로 생각하게 만들고, 다양한 용도를 생각하지 못하게 한다. 이 연구는 우리의 인식이 보는 조건에 따라 달라지고, 그런 조건이 편향을 촉진하여 창의성을 막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창의성에 관한 재미있는 연구가 2013년에 발표되었다. 이스라엘, 싱가포르, 홍콩, 중국, 미국의 세계적인 대학의 연구자들이 수행한 실험 연구이다(Tadmor et al., 2013). 그들의 실험 연구는 인종적 고정관념이 창의적 사고를 방해한다는 내용이다. 인종 본질주의는 인종 집단이 변할 수 없는 특성과 능력에 관한 근본적인 본질을 가지고 있다는 견해이다. 이런 생각은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지만 과학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연구진은 인종 본질주의적 신념을 뒷받침하는 가상의 과학 연구와 반대로 인종 본질주의적 신념이 허구임을 뒷받침하는 가상의 연구를 실험 참가자에게 보여주고 그 이후 창의력 평가를 실시하였다. 그리고 인종 본질주의적 관점의 자료를 받은 참가자들이 그 이후 진행된 창의력 평가에서 더 낮은 점수를 받았다.


그들의 본질주의적 사고가 인종 본질주의 자료로 인해 활성화되고, 활성화된 본질주의적 사고가 그들의 생각을 닫게 만들어 결국 창의성을 방해한다고 해석하였다. 사물에 대한 고정된 인식이 창의성을 막는다는 Duncker(1945)의 연구, 인간에 대한 고정된 인식이 창의성을 막는다는 Tadmor et al.(2013)의 연구의 공통점은 본질에 대한 생각을 하면 생각이 닫히고, 열린 사고를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편향을 심리적 본질주의라고 한다.


상자 안에 갇힌 ‘심리적 본질주의’, 그리고 다문화 교육


심리적 본질주의(psychological essentialism)는 사물, 동물, 인간 등 어떤 것이 본질적이고 고정된 내재적 특성이 있다고 믿는 경향을 말한다. 그리고 어떤 것의 기능이나 성격 등이 그들의 ‘본질’이나 ‘내재된 특성’에 근거한다고 믿는다. 심리적 본질주의적 관점에서 본성은 타고난 것으로 생각하고, 그것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본질주의적 생각을 하는 사람은 세계를 범주화하려고 하고, 각 범주 내에 다양성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고, 범주별 차이에만 관심이 있다. 세계적인 심리학자인 Susan Gelman은 심리적 본질주의가 편향임을 밝히며, 그것이 인간 추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어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생성한다고 강조하였다(Gelman, 2003).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어떤 아이가 귀가 긴 동물을 처음 보고 이 동물은 왜 귀가 긴지 물어보았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으로 ‘그건 그 동물이 토끼이기 때문이야. 토끼는 귀가 긴 동물이란다.’이라고 들었다. 이 추론은 논리적으로 오류이다. 귀가 긴 동물이 있었고 그 이후에 사람들이 그 동물들을 토끼라고 부르기로 했기 때문에 귀가 긴 토끼의 존재는 토끼라는 범주보다 선행된다. 모든 원인은 결과보다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토끼라는 범주는 긴 토끼 귀의 이유가 될 수 없다. 그리고 이 설명은 과학적으로도 오류이다. 귀가 긴 이유는 귀의 발달 과정에서 발생한 유전적 발현과 단백질 합성의 결과이지, 그 동물이 토끼라고 분류되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이와 같은 설명 방법의 더 큰 문제는 귀가 짧은 토끼도 분명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그런 토끼는 토끼가 아니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토끼의 유전자가 몇 개인지 모르지만, 적어도 몇만 개는 될 것이다.


토끼가 오직 귀의 길이로 그 존재가 결정되는, 그런 단순한 존재가 아니다. 이런 설명을 우리는 본질주의적 추론이라고 한다. 생각해 보면 이런 추론은 일상에서 정말 많이 사용되고 있다. 성별, 특정 지역, 특정 종교 등 한 사람의 일부 특성을 가지고 분류한 범주를 바탕으로 그 사람의 다른 성향을 추론하거나 원인을 찾는 행위가 모두 본질주의적 추론이다. 그리고 이런 추론으로 우리는 다양한 편견을 만들어 세상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조각내고 있다. 또한 특정 범주에 해당하는 사람을 전부 같은 사람으로 인식하거나, 여자 같은 남자, 남자 같은 여자 등과 같이 범주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을 이상하다고 인식하는 생각이 모두 심리적 본질주의의 나쁜 결과이다. 다시 인종 문제를 생각해 보자. 피부색은 단지 일부 유전자의 변이일 뿐 사람 종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우리는 이런 내용을 과학 시간에 배우지만 많은 사람들이 인종을 생물학적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다. 사람들은 인종에 대한 다양한 고정관념을 만들고(Donovan, 2017), 그런 고정관념에 근거하여 특정 인종을 일률적으로 규정하려 한다. 더 나아가 일부 사례로 해당 인종 전체에 대한 편견을 만들고, 근거없이 특정 인종의 사람에 대해 부정적인 차별을 정당화하려고 한다. 이런 편향은 다양한 편향과도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자기 집단에 더 우호적인 내집단 편애 편향(In-group bias; Aberson et al., 2000; Mullen et al., 1992)이 있다. 우리가 아프리카 사람을 보면 생김새가 다 비슷해 보이는 것은 외집단 동질성 편향(outgroup homogeneity bias; Ackerman et al., 2006; Judd et al., 2005)으로 불린다. 그리고 이런 편향들 모두 앞서 설명한 심리적 본질주의와 관련이 있다. 심리학자들은 심리적 본질주의 편향을 줄이는 방안도 많이 연구하고 있다. 일부 해답은 과학교육에서 찾고 있다. 예를 들어 종내(within species) 변이 개념에 대한 인식을 증가시킬 때 집단 내 다양성에 대한 인식을 키울 수 있고, 결국 본질주의적 사고를 감소할 수 있다(Emmons & Kelemen, 2015). Opfer et al.(2012)는 과학적 진화 개념이 본질주의적 사고를 대체하고 있음을 확인하면서, 아마도 진화 개념을 학습하면 본질주의적 사고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 추론하였다. 유전학 교육을 통한 유전적 본질주의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하는 연구도 상당하다(Donovan, 2022).


생각의 벽 높이는 심리적 본질주의… 다양성에 대한 인식 확대와 역량 강화 필요


심리적 본질주의는 특정 범주에 포함된 다양한 개체가 공통된 본질적인 속성을 가질 것이라는 믿음이다. 한 범주에 포함된 다양한 개체들은 분명히 공통점이 많을 수 있다. 하지만 상당히 다양한 점도 많다. 집단의 본질이나 공통점에만 집중하게 되면 범주 내의 다양성에 대해 민감하지 못하게 된다. 집단 내 개체들이 모두 비슷할 것이라 믿고, 일부의 사례를 집단 내 전체에 적용하려고 하는 생각, 고정관념을 가지게 된다. 이와 같은 사고는 생각의 벽을 높여 기능적 고착, 고정관념, 내집단 편향과 같이 인간의 창의성과 포용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작용한다.


실제 본질주의 편향이 사람 집단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는 상당히 많다. 예를 들어 Zagefka et al.(2013)은 집단 내 본질주의에 대한 인식이 소수 구성원에 대한 편견을 증가시킴을 확인하였다. 자기 집단과 이민자 집단을 구분하려 하는 인간의 마음이 본질주의로 생겨난다고 주장하였다. Rangel & Keller(2011)는 본질주의 편향이 사회적인 관점에서 형성됨을 확인하였다. 개인은 집단 내 유사성이라는 본질을 근거로 타인을 이해하려고 하고, 그런 관점을 가지게 되면 타인은 항상 타인일 수밖에 없다.


Roets & Van Hiel(2011)도 인종적 편견의 기원이 본질주의적 실체성에 대한 신념이라고 하였다. 사람에 대한 편협한 마음들이 본질주의적 생각에서 기원한다는 것이다. 생각의 편협함을 극복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인식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사물이 가진 다양한 속성을 잘 인식하는 데 필요한 것은 해당 사물을 자주 관찰하는 것이다. 방목형 닭 농장을 상상해 보면 닭들이 전부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닭을 가까이에서 자세히 관찰하면 닭의 모양과 색깔이 상당히 다양하다는 사실에 놀란다. 닭의 모습뿐만 아니라 닭의 성격도 다양하다. 조심스럽게 걸어 다니는 닭도 있고, 씩씩하게 걸어 다니는 닭도 있다. 닭을 오랫동안 관찰한 닭장 주인은 닭을 구분할 수도 있고 어떤 닭이 어떤 성격을 가졌는지도 안다. 잦은 관찰은 집단 내 개체가 가진 다양한 면에 대한 인식을 넓혀주고 다양성에 대한 민감도를 높여준다. 그리고 그런 과정으로 심리적 본질주의가 줄어든다.


우리는 심리적 본질주의를 줄이고자 닭장에 닭을 관찰하거나, 다양한 조개 껍질을 관찰할 수도 있다. 하지만 더 좋은 방법이 있다. 자기 주변에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개개인의 특성을 면밀히 관찰하는 것이다. 이것이 다문화 교육이다. 어떤 나라의 사람들 중에는 나쁜 사람도 있지만 좋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이라고 모두 착하지 않고, 어떤 나라의 사람이라고 항상 더럽지도 않다. 다양한 사람들의 특성을 이해하는 그런 교육은 집단의 본질이 아닌 개개인의 다양성에 관심을 가지게 하고, 학생들이 생각의 장벽을 낮추어 심리적 본질주의를 줄일 수 있도록 해준다. 그리고 포용성과 창의성도 커질 것이다. 여러 이유로 우리 사회가 다문화 사회가 되고 있고, 다문화 교육이 필요해졌다. 하지만 이런 다문화 교육이 우리 학생들을 더 창의적으로, 더 포용적으로 만들 수 있다면 정말 반가운 일이다. 포용 역량과 창의성을 함께 키우는 좋은 방향으로 다문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생명과학 교육의 역할도 기대한다.


하민수 교수는 서울대학교 생물교육과에 재직 중이며, 생물교육 연구를 중심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한 자동평가, 인지편향과 창의성, 학습과 진로 동기 등에 관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해 왔다. 본 원고와 관련, 포용 역량과 관련된 인지편향에 관한 연구, 포용 교육을 위한 생물교육의 역할, 기능적 고착 편향과 발명 교육 등을 수행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