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INSIDE

생생 과학수업 노하우 말하는 수업 만들기 프로젝트 듣는 수업? No!

페이지 정보

본문

친구의 수다처럼 수업이 재미있으려면

청자(聽者)가 아닌 화자(話者)여야


우리 아이들의 하루를 상상해보자. 딱딱한 의자에 앉아 재미있지도 않고 하물며 이해가 잘 가지도 않는 어려운 이야기를 하루 종일 6시간 이상씩 일방적으로 들어야 한다고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생각해보면 학교에서 수업을 듣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중노동일지 상상이 잘 가지 않는다. 우리 학생들이 수업에서 느끼는 즐거움과 흥미의 감소가 이러한 상황과 무관하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수업이 친구와의 수다와 같이 재미있게 느껴지려면 아이들도 단순한 청자(聽者)가 아니라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화자(話者)여야 한다.



30년 전과 지금의 변화를 사진으로 비교하면 무전기 같은 핸드폰에서 내 손안의 pc 스마트 폰으로, 석유 곤로와 연탄 보일러가 차지하던 공간에 인덕션과 천연가스 보일러가 차지하고 있는 등 우리의 생활은 크게 변하였다. 하지만 우리 인생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교실의 모습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선생님은 교탁 앞에 서 있고, 아이들은 일렬로 앉아 선생님을 바라보는 일방향의 구도는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인 것이다. 우리 학생들이 수업에서 느끼는 즐거움과 흥미의 감소가 이러한 상황과 무관하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수업이 친구와의 수다와 같이 재미있게 느껴지려면 아이들도 단순한 청자(聽者)가 아니라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화자(話者)여야 한다.



미션을 제시하라!


수업에서 학생이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도록 수업을 구성한다. 일단 수업은 모둠으로 진행하고 교사는 모둠이 함께 해결해야 하는 미션을 제시하여 모둠 안에서 활발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서의 문제는 정말 다양하게 제시할 수 있다. 먼저 가장 손쉬운 방법은 교과서에 있는 토론 문제나 탐구 문제들을 그대로 모둠 문제에 활용할 수 있다. “~ 생각을 적어보자. 왜 그런지 이유를 적어보자.” 등 개인이 생각할 문제들을 모둠의 문제로 돌리고 학생들이 논의를 거쳐 모둠 칠판에 적게 한 후 칠판에 붙이도록 한다. 칠판에 모둠 칠판을 붙일 때는 정말 잘 적은 답, 약간 부족한 답, 특이한 답 등 다양한 카테고리별로 붙여 학생들의 선생님의 의도를 맞추게 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학생들은 타인의 이야기를 자세히 읽고 판단하는 능력을 키울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 풀기를 재미있게!


두 번째는 오늘 수업해야 하는 내용을 먼저 간단하게 가르치고 선생님이 수업한 내용과 책등을 참고하여 문제를 모둠별로 풀도록 하는 경우이다. 이때 학습 내용의 난이도가 높다면 교사가 직접 알아야 하는 부분이 담긴 몇 가지 문제를 제시하는 것이 좋고 학습 내용의 난이도가 낮다면 학생들이 모둠별로 직접 문제를 만들어 다른 모둠에게 퀴즈를 내게 할 수도 있다. 교사가 주도적으로 설명을 했다면 중요한 내용들이라도 학생들은 그냥 흘려들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문제를 후에 풀어야 한다는 것을 알면, 또는 문제를 본인들이 직접 만들기도 하고 맞추기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나면 교사의 짧은 설명을 집중해서 들으려고 노력하고 후에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같은 모둠원들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설명해주기도 하며, 주도적으로 책을 찾는 등 적극적으로 수업에 임하게 된다.


학생들이 좋아하는 도구 사용하기!


과학 실험도 변하고 있다. 과학실험을 생각하면 비커, 알코올 램프, 망원경 등등 핸즈온을 기반으로 한 여러 가지 실험 기구가 생각날 것이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과 패러다임의 변화는 과학 실험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사이언스 레벨업(http://sciencelevelup.kofac.re.kr/)이라는 사이트에는 여러 가지 과학관련 게임이나 AR, VR 컨텐츠들이 포함되어 있다. 다양한 주제별 과학 퀴즈나 초성퀴즈(심지어 우리가 문제를 바꿀 수도 있다!) 도 학생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들을 귀엽게 활용하여 업로드 되어 있어 재미있게 복습을 할 수 있다. 학교 자체에 태블릿 PC가 없고, 와이파이가 되지 않아도 가능하다. 학생들에게 와이파이가 되는 곳에서 관련 앱을 다운받아 오라고 한 후 앱을 구동하는 동안에는 데이터가 필요없으므로 수업 시간에 모둠별로 한 두 대의 스마트폰을 가지고 AR, VR 실험을 실시하면 된다. 혹시나 와이파이가 학교내에서 잡힌다면 금상첨화로 여러 가지 조사 활동도 지도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줄 경우 학생들이 집중하지 못할까봐 염려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단 모둠별로 한 대 정도의 스마트폰만 허용하고 검색하는 시간을 너무 느슨하지 않게 주면 가능하다. 단, 교사는 미리 검색해보고 검색이 쉬운지, 검색이 어렵다면 어떤 핵심 단어를 줘야할지 고민해야 한다. 또한 게임을 활용할 수도 있다. 게임은 난이도에 따라 STAGE 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미리 STAGE를 화면 캡쳐하여 모둠별로 나눠주고 모둠 논의를 거친 조부터 와서 실제로 프로그램을 실행시켜 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여기에 경쟁 모드로 사탕이라도 걸면 학생들은 정말 열심히 ‘덤빈다.’ 예를 들어 도구의 활용을 배운 후 관련된 게임을 STAGE 별로 화면 캡쳐하여 제시하거나 빛의 반사를 배우면서 ‘거울 반사’ 게임을 진행하는 것이다. 수업을 마친 학생들은 신나게 놀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빛의 반사 법칙을 이미 체득한 것이다.


모둠 구성은 이렇게


이러한 수업을 하면서 가장 고민이 되는 것은 모둠 구성 부분이다. 현재는 다양한 성적의 학생들이 한 모둠에 구성되어 있고 중간 고사와 기말고사 끝나고 나면 이 모둠을 성적을 바탕으로 바꾼다. 그리고 틈틈이 학생들에게 이러한 모둠 수업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곤 한다. 멘토 역할을 하는 학생들이 귀찮아 할 때는 21세기 핵심역량 중 하나인 공감, 경청 등의 의사소통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가장 좋은 수업방법이면서 누군가에게 나의 지식을 나누어주고, 도울 수 있는 가장 보람된 기회가 아니냐고 아이들을 설득하곤 한다. 모둠원에 싫어하는 학생이 포함되어 있을 경우 모둠 활동을 잘 하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도 역시 설득하곤 한다. 일주일을 시간으로 환산하면 168시간, 그 시간 중 우리는 45분 씩 2번을 만난다. 약 1/168이 좀 넘는 것 같지만 방학, 체험활동 등을 고려한다면 아마도 1/168 보다도 적은 그 시간동안 누군가를 미워하며 누군가에게는 상처를 주며 그렇게 싫은 티를 내는 것이 과연 옳은 행동일지, 스스로에게 떳떳한 행동인지 생각해봐 달라고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우리가 가르치는 99%의 여전히 순수한 아이들은 그 진심을 받아들이고 열심히 하려고 노력해준다. 혹여 그 학급에 왕따나 장애를 가진 학생이 있다면 인성이 훌륭한 학생들이 많이 모인 모둠으로 배정하고 모둠장을 미리 불러 이야기를 나눈다. 이렇게 하다 보니 학생들이 모둠 수업으로 만나는 짝에 대해서는 별로 불만을 이야기하지 않고 나름 열심히 참여하려고 한다.


2011년부터 지금까지 STEAM 교육, 2015년부터는 게이미피케이션 교육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수업 자료를 개발하고 교사를 위한 가이드북을 제작하였습니다. 지금은 학생능동참여수업과 자유학기제 활동에까지 관심 영역이 넓어져 학생들이 꿈과 끼를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학생들과 함께 ‘노는’ 수업을 추구하며 2016년 올해의 과학교사상, 자유학기제 교사동아리 최우수 장관상을 수상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