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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미래의 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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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VS 기계의 이분법 넘어
더 크고 아름다운 새 시대를 개척하라


컴퓨터와 인터넷의 등장으로 인류 산업은 초고속 발전을 거듭했고, 무인 자동차, 청소 로봇, 기계 번역, 드론 등 인공지능은 우리가 미처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공지능 분야를 선도하는 나라들에 비해 아직 국내 연구 분야가 이루어낼 길은 멀고도 험하지만, 금번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전을 기점으로 하여 인공지능의 의미와 연구 분야를 돌아보고 향후 미래 과제를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지난 3월 많은 사람들이 숨죽이며 지켜보는 가운데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이 펼쳐졌다. 이미 지난 해 10월에 유럽 바둑 챔피언 판후이를 상대로 5:0 완승을 거둔 전적이 있는 알파고였지만, 많은 바둑 전문가들은 이세돌이 여유 있게 알파고를 꺾고 인간의 자존심을 지켜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결과는 4:1 이세돌 9단의 패배로 막을 내렸다. 인간과 기계의 대결이라는 관점으로 바라보던 언론과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고, 머지않아 영화에서처럼 기계에 지배당하는 세상이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지만 정작 이세돌 9단은 이렇게 말했다.


“이세돌이 진 것이지, 인간이 진 것이 아니다.”


알파고는 어떻게 이세돌을 이길 수 있었을까? 인공지능이 발전하게 되면 인간을 위협할 존재가 될 것인가? 인공지능은 우리 삶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이번 대국을 통해 사람들은 인공지능에 대해서 이런저런 관심과 궁금증을 가지게 되었고, 이런 궁금증들을 해결하려면 알파고와 인공지능에 대해 조금 알아볼 필요가 있다.


알파고(AlphaGo)는 구글의 딥마인드(DeepMind)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인데, ‘알파(Alpha)’와 ‘고(Go)’라는 두 개의 단어를 합쳐 이름이 붙여졌다. ‘알파’는 알파벳의 첫째 글자로 ‘최초, 처음, 첫째 가는 것’ 등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고’는 바둑을 뜻하는 한자인 ‘기(碁)’를 일본식으로 읽은 것이다. 일본은 서양을 상대로 제일 먼저 바둑을 보급했고, 이 때문에 영어에서도 바둑을 ‘The game Go(더 게임 고)’라고 부른다.(쌀국수를 베트남어인 ‘포' 라고 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알파고는 ‘바둑에서 첫째가는 것’이라는 이름을 가진 바둑 전용 인공지능인 것이다.

알파고는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 걸까?


알파고는 총 1202개의 중앙처리장치(CPU)와 176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는 최고급 컴퓨터 4000~5000대의 성능과 맞먹는다고 한다. 그 결과 눈 깜빡할 사이에 10만개에 이르는 경우의 수를 연산해 낼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 바둑은 19x19, 즉 361개의 착점을 순서대로 놓게 되므로, 경우의 수는 361!(팩토리얼, 361x360x359x358… )이며, 여기에 여러 가지 변수들이 작용하게 되면 그 경우의 수는 우주의 모든 원자 수(약 10의 80제곱)보다도 많다고 한다. 그러므로 빠른 연산 능력은 바둑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연산 능력만으로 바둑의 승패가 갈리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너무나 방대한 경우의 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직관과 경험을 통한 추상적인 전략이 바둑의 핵심으로 여겨졌다.


알파고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의 두뇌를 흉내 내기로 하였다. 바로 ‘신경망 구조'이다. 신경망 구조의 핵심은 중요한 것만 추려서 걸러내는 방법으로 효용성이 떨어지는 경우의 수를 빨리 제거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알파고는 모든 경우의 수를 연산하지 않고 가지치기를 통해 중요한 것만 걸러내어 효율을 극대화 하는데, 이는 인공지능 1세대라고 할 수 있는 IBM의 체스 전용 컴퓨터인 ‘딥블루'(1997)와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체스에서 모든 경우의 수를 연산하는 딥블루가 한 수마다 2억개의 수를 검토한 반면, 알파고는 한 수를 둘 때 겨우(?) 10만개의 수를 검토했다고 한다.


마치 인간의 직관을 프로그램을 통해 구현해 낸 것이다. 이러한 신경망 구조는 두 가지로 이루어지는데, ‘정책망’과 ‘가치망’으로 불리운다. 정책망(policy network)이란 프로 바둑 기사 또는 고수들의 바둑 기보를 통해 그들의 ‘다음 수'를 예측하는 능력을 학습하는 것이다. 알파고는 일류 프로 바둑 기사들의 과거 기보 3000만 수를 학습시킨 후, 이 바둑판의 상태를 추출해서 데이터로 사용했다고 한다. 그야말로 ‘빅데이터’인 것이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해서 12계층으로 이루어진 첫 번째 인공 신경망인 정책망이 만들어졌다. 가치망(value network)은 한 착점에 바둑돌을 놓았을 때의 승리 확률을 예측하는 신경망으로, 또 다른 알파고 프로그램과 10만 번 이상의 대국을 통해 얻어진 데이터를 통해 각 수들에 대한 가치를 분석하여 이루어 졌다고 한다. 이렇게 알파고는 최고의 한 수를 위해서 정책망과 가치망이라는 두 개의 신경망 구조를 활용하여 인간의 직관과 경험을 흉내 내는 것이다.


이처럼 뛰어난 연산 능력에 직관과 경험을 더한 알파고가 최고의 바둑을 두기 위해서는 추상적인 전략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 ‘딥 러닝(Deep learning)’ 이라는 방법이 사용되었다. 이것은 인간의 두뇌가 수많은 데이터 속에서 패턴을 찾아 사물을 구분하는 방식을 모방한 것으로, 우리가 개와 고양이를 어떤 식으로 구별하는지를 예로 들어 생각해 보자. 우리는 어떻게 거의 100%에 가까운 정확도로 개와 고양이를 구별할 수 있을까? 우리는 어릴 때 “이건 개고, 이건 고양이야” 라는 식으로 경험적인 가르침을 받았다. 이 때 우리 뇌는 개와 고양이의 모습에서 어떤 특징들을 추상적으로 학습하게 된다. 그래서 처음 보는 개나 고양이 일지라도 정확하게 구별해 낼 수 있는 것이다. 이 추상화 과정이 인간의 추론 능력인데, 이것은 바로 가르쳐주지 않은 것을 배우는 능력이다. 알파고도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앞서 이야기 한 정책망과 가치망을 통하여 직관과 경험, 나아가 추론 능력까지 흉내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비록 이 모든 것들이 인간의 능력을 흉내 낸 것이지만, 이번 대국을 통해서 인간의 능력을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기회가 되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이란 무엇일까?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이란 ‘특정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인간이 만든 지능적 시스템’을 뜻한다. 영국의 앨런 튜링이 인간의 뇌를 포
술을 ‘인공지능’이라고 명명한 것은 1955년. 그러니까 인공지능을 연구한 지 약 60년이 되는 올해,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와 그의 동료들은 4천년 동안 인류가 즐기고 기풍을 쌓았다는 바둑의 최고 고수에게 도전장을 내밀었고, 결국에 승리까지 거머쥔 것이다. 


인공지능은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 애플의 시리나 구글의 검색, 페이스북이 맞춤형 정보를 추천하는 것 또한 인공지능이라 볼 수 있다. 현재의 인공지능은 연구 초기단계를 이제 막 벗어난 수준이지만 기술의 발전이 그러하듯 매년 그 발전 속도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더구나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미디어의 보급에 힘입어 다양한 데이터들이 축적되는 속도는 점점 더 가속되고 있으며, 그렇게 축적된 엄청난 양의 데이터(빅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의 진화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2040년이면 인간의 판단능력과 거의 유사한 형태의 인공지능이 완성될 것이라고 한다. 앞으로의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어설 것이라는 말은 분명 사실이다. 단지 그것이 얼마나 걸리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는 산업 전반에 걸쳐 진행되고 있지만 특히 자동차 분야에서는 ‘자율주행자동차’를 얘기하는데 없어서는 안되는 부분이다. 알파고가 구글에 의해 만들어졌고 구글이 자율주행자동차를 개발 중이라는 점은 앞으로 구글이 선보일 인공지능 연구결과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하는 부분이다.


인공지능을 누가 통제할 것인가


이러한 인공지능은 그간 수 많은 영화에 등장해 왔는데, SF영화의 고전인 ‘2001 :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HAL에서 부터 최신 영화 ‘아이언맨'의 자비스까지 일일이 손꼽기 어려울 정도이다. 그런데 그 모든 영화에서 보여주는 인공지능과 함깨하는 우리의 모습이 언제나 장밋빛은 아니었다. 인간(엄마)에 대한 맹목적인 애정을 보여주었던 ‘AI’의 데이빗도 있었지만, ‘썸머워즈'의 러브머신,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 ‘매트릭스'의 스미스나 ‘어벤저스’의 울트론 처럼 인간과 적대적인 위치에서 묘사되는 경우가 오히려 더 많았다. 이것은 인공지능에 대한 사람들의 시각이 긍정적인 측면 보다 부정적인 측면이 많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의 위험성에 대해서 노벨상 수상자와 컴퓨터 기업 창업자, 미래과학 사업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좀 이상할 정도로 동시에), 스티븐 호킹, 빌게이츠와 스티브 워즈니악, 엘런 머스크 등이다. 이들은 인간이 인공지능에 대한 통제력을 잃으면서 인공지능에 의해 통제되거나 말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런 과학적인 불안감은 영화 속에서나 묘사되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에서 그것도 과학의 최전선에 있다는 사람들이 이런 주장을 하고 나선 것이다.


새로운 기술은 언제나 그랬듯이 긴장과 불안을 동반해 왔다. 하지만 이처럼 첨단 분야에서 이름을 알린 사람들이 입을 모은 일은 없었다. 그 중에서, 인공지능을 누가 통제할 것인가가 단기적으로는 중요한 일이라고 스티븐 호킹은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인공지능이 과연 통제가 가능한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단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인공지능은 두 가지 기능을 한꺼번에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라고 암시했다. 즉, 좋은 점과 나쁜 점을 함께 지녔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과거 원자력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원자력 발전이라는 고효율 에너지가 개발된 반면, 인류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핵폭탄 개발도 함께 이루어 졌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나마 원자력의 경우 스스로 작동하지는 않기 때문에, 지금까지 어느 정도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경우도 그럴 수 있을까? 현재 시점에서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더욱 그들의 경고에 귀를 기울이고 조심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국내외의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높아짐에 따라, 우리나라도 인공지능 개발을 위한 대규모의 예산 정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정말로 중요한 것은 이처럼 시류에 편승하여 막연하게 내어 놓는 정책 보다는, 미래 사회를 살아갈 학생들부터 제대로 가르쳐 나가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2018년부터는 정규 교육과정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을 실시한다고 한다. 단순히 소프트웨어를 잘 이해하는 프로그래머를 길러내는 교육이 되기보다는, 인공지능이 미래의 꽃으로 활짝 피었을 때, 그 꽃이 진달래인지 철쭉인지를 구별해 낼 줄 아는 능력을 길러줄 수 있는 교육이 되기를 바래본다.


글 | 이종환 교사(서울당서초등학교)

이종환 선생님은 서울교육대학교 과학교육과와 단국대학교 대학원 생물교육과를 졸업하고 서울당산초등학교에 재직 중이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의 로봇교육 컨텐츠 개발에 참여하였으며, 로봇활용교육 연구교사와 KOICA 교육분야 자문위원을 역임한 바 있다. 현재 (사)한국과학발명놀이연구회 사무총장과 서울과학전시관의 <서울과학교육> 편집위원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