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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향한 첫 걸음, 대한민국 달 탐사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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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을 현실로, 대한민국 우주강국 꿈꾸다

우리의 과학기술력 업그레이드 및 세계시장 입지 확보


45억 년 전,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던 원시 지구와 행성이 충돌했다. 이 충돌로 인해 수많은 파편들이 만들어지고 뭉치면서 지구와 가장 가까운 천체, 달이 생성되었다. 그 후 달은 수세기 동안 지구와 하늘을 경계 짓는 상징으로 여겨지며 문화와 과학을 넘나드는 호기심을 자극해왔다. 21세기, 달은 무한한 경제성을 지닌 천체로, 우주 기술의 시험장으로 재조명 되고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달 탐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지금, 대한민국도 이에 발맞춰 ‘2020년 달 탐사’를 목표로 다양한 연구 개발을 진행하고 있 다. 달을 놓고 벌이는 각국의 경쟁 속에서 한국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고, 그로인해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대한민국 달 탐사의 현재와 미래를 들여다본다.


우주 탐사, 달 탐사가 필요한가요?


1999년 제이크 질런할 주연, 조 존스턴 감독의 영화가 개봉되었습니다. 1957년 10월 4일 소련에서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Sputnik 1호를 발사했고 그 사실을 접한 미국 탄광지역 청소년들이 이에 자극받아로켓에 대한연구를 시작하고 과학경진대회에서 1등의 영예를 갖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단순하게 한 마디로 정리하면 탄광촌의 한 소년이 로켓을 연구하고 발사했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연구’는 이렇게 한 마디로 정리할 수 없죠. 수많은 시행착오는 기본이고 주위의 반대,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들 등등. 인류의 미래를 바꾸었던 대부분의 연구는 이와 같은 어려움을 이기고서야 가능했습니다. 우주 탐사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우주 탐사의 초창기에 많은 사람들은 “달에 사람을 보낸다고? 그거 정신 나간 행동 아니야!”라고 말했습니다.


소련은 Sputnik 1호 발사 후 연이어 최초의 우주인 배출(Yuri Gagarin, 1961년), 인류 최초의 우주유영(Spacewalk) 수행 (Aleksei Leonov, 1965년, 12분우주유영), 무인 탐사선 달 착륙(1966년 Luna 9호) 등을 수행해서 우주 탐사 경쟁에서 미국을 저 멀리 떨어뜨리고 앞서 나갑니다. Sputnik 1호 발사 이후 소련의 이와 같은 우주 탐사 성공은 당시 미국 및 서방 세계에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의 충격이었다고 하며 지금 생각해도 그들의 충격이 가늠됩니다. 그 이후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아폴로 11호의 성공으로 다행히도 미국은 최초로 인간이 지구 이외의 천체에 발을 딛는 임무를 수행합니다. 그리고 미국은 앞선 경제력에 기반하여 달 이외에 화성, 금성, 그리고, 더 멀리 있는 태양계 행성과 소행성, 혜성 등의 탐사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2000년 이후 우주 탐사는 몇 우주선진국 뿐만 아니라 가깝게는 일본을 위시하여 다수의 아시아 국가에 의해서 수행되고 있고 더욱 많은 국가가 우주 탐사를 계획하거나 수행 중입니다. 한마디로 지금 전 세계는 우주 탐사를 경쟁적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우주탐사는 언제부터 시작되었는가?


우주 탐사를 위해 개발된 기술의 상당수가 현재 우리 생활에 밀접하게 접목되어 있다는 사실은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이미 많이 알려져 있습다. 메모리폼을 이용한 베개와 침대, 전자레인지, 아기 이유식, 적외선 체온계, CMOS 이미지 센서 등. 그리고 앞으로 우주 탐사를 위해 개발되는 기술 역시 인간 생활에 적용될 것이고 우리의 삶을 전혀 다르게 만들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어떤 기술이 그렇게 되냐고요? 그것은 여러분들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우주 탐사는 언제부터 시작 되었을까요? 협소한 의미의 우주 탐사, 즉 지구를 벗어나 외계 천체의 탐사 목적을 고려하면 이제 막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 다. 그러나 넓은 의미의 우주 탐사, 곧 지구외 천체의 특성을 연구하고 우주의 섭리를 이해하는 것은 이미 과거 수천년 전부터 선조들에 의해서 진행되어 왔고 현재 진행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본격적인 우주 개발을 시작한 것은 1992년 우리별 1호를 발사한 시점부터입니다. 대개의 국가가 그렇듯이 우주 개발은 이어서 우주 탐사를 견인하게 됩니다. 지구라는 울타리에서의 활동은 당연히 제한되므로 끝이 없는 상상력이 갖고 있는 인간은 당연히 지구 밖을 꿈꾸게 되며 우리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다만, 경제적으로 힘들고 먹고 사는 문제가 제일 중요한 때에는 우주 개발, 우주 탐사는 잘 사는 나라에서만 있을 수 있는 일로 치부하고 있었죠. 그런데 이제 우리가 그러한 나라 중의 하나가 되었고 본격적인 우주 탐사를 시도할 수 있는 기초가 마련되었습니다. 30여 년 넘게 기성세대가 구축한 우주개발, 우주탐사의 토대 위에서 여러분들의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장(場)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의 대한민국은 여러분들의 꿈을 현실로 만드는 데 있어서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지구에게 아주 특별한 존재인 달에 대해


지구에게 달은 정말로 특별한 존재입니다. 개개인에게 ‘달 (Moon)’이라는 단어와 함께 떠 오르는 이미지는 다 다르겠지만 과학적, 서정적, 생산적 모든 면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학생 여러분들이 잘 알고 있는 ‘형설지공(螢雪之功)’을 살펴보면 단어자체는 반딧불이의 빛과 눈(雪)의 빛이지만 눈빛은 사실 달빛이 반사된 것이죠. 이 외에도 달 앞면의 거뭇거뭇한 지형, 실제로는 달의 바다를 보고 한국에서는 방아 찧는 토기, 서양에서는 게(crab)를 상상하기도 합니다. 연인들 간의 로맨스에 달은 때론 눈썹 같은 초승달로 때론 밝고 환한 보름달로 등장해서 때론 기쁜 마음을 때론 슬픈 마음을 그 자체로 전달하기도 합니다.


태양을 중심으로 8개 행성(2006년 태양계 행성의 위치에서 물러난 명왕성도 잠시 넣어줍시다)과 명왕성을 줄 세워서 보면 지구는 위성을 갖게 되는 첫 번째 행성이며 달은 태양계 행성의 위성 중 질량이 5번째로 큰 위성입니다. 이오, 유로파, 가니메데, 칼리스토 등 목성의 갈릴레오 위성이 태양계에서 질량이 가장 큰 위성들입니다. 다만, 달의 지구에 대한 질량비는 약 1.2%로 목성의 위성들 전체를 합한 값(약 0.2%)에 비해서 6배 이상입니다. 물론, 행성과 위성의 질량비를 말할 때 명왕성을 포함하게 되면 명왕성의 위성 카론의 질량비는 약 12%정도입니다. 정리해서 말하면 지구는 덩치에 비해 매우 큰 위성을 갖고 있습니다. 달은 자체 밀도(密度) 역시 목성에서 가장 가까워서 활발한 화산 활동을 보이고 있는 이오(Io) 위성 다음으로 큰 값을 갖고 있습니다. 달은 공전 주기와 자전 주기가 같은 값을 갖고 있기에 지구에서는 항상 같은 면만을 볼 수 있고 이를 우리는 달의 앞면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지구에서 영원히 볼수 없는 달의 뒷면과 관련된 많은 이야기들이 있죠. 볼 수 없으니 상상하기 나름입니다.


달의 앞면과 뒷면은 단지 지구에서 볼 수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 뿐만 아니라 매우 다른 현상이 보입니다.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달의 앞면에는 과거 화산활동과 관련된 바다가 전체 면적의 약 30%를 차지하는 반면 달의 뒷면에는 표면적의 고작 1% 정도만이 바다라고 정의할 수 있는 곳입니다. 대신 달의 뒷면에는 엄청나게 많은 수의 운석 충돌 흔적, 크레이터(Crater)가 있습니다. 아직도 우리는 이와 같은 명확한 차이를 잘 설명하고 있지 못합니다. 지속적인 달 탐사를 통해서 해결 가능할 것으로 생각되며 여러분들에게 남겨진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달의 존재하기에 지구에 조석력을 작용하여 밀물과 썰물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일 년에 몇 차례 서해안에 바닷길이 열리고 저도 아이와 함께 그 동안 숨어 있던 조개를 캐곤 했습니다. 심한 조수 간만의 차로 인해 도움을 받을 때도 있죠. 세계 곳곳에서는 조력 발전으로 전기를 생산해서 이미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구, 달, 태양의 세 천체로 인해 우리는 가끔 놀랄만한 우주 현상을 보게 됩니다. 매년 한 두 차례 보름달이 뜰 때 지구 그림자에 보름달이 가려져서 달이 보이지 않는 월식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아주 가끔 달이 태양을 가려서 보이지 않는 일식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 모든 현상은 우연이 아니고 지구에서 태양과 달까지의 거리, 달과 태양의 크기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입니다. 달이 현재보다 매우 먼 거리에서 공전하거나 달의 크기가 현저히 작으면 개기일식과 같은 장엄한 우주 현상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태양계 행성 중 이와 같은 현상은 오로지 지구에서만 관측 가능합니다. 우리는 정말로 특별한 ‘달’을 갖고 있습니다.


우주탐사의 본질, 대한민국의 달 탐사


1969년 아폴로 11호의 달착륙은 단지 인간이 도달한 첫 외계 천체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당시의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각계각층으로 하여금 인류가 도달할 수 없는 불가능이 있는가 하는 근본적인 물음을 하게 된 것입니다. 즉, 사람이 달에 가는 마당에 불가능한 게 있을까? 하는 지극히 당연한 생각입니다. 과학과 기술에서의 획기적 전환점은 단지 과학 기술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의 정신세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단초가 되기도 하죠. 대한민국의 달 탐사, 우주 탐사는 어떠한 의미를 갖고 있을까요? 누군가는 “다른 나라에서 이미 다 한 거 따라하는 거 아닌가요?”라고 할 수도 있고 “시작이 반이라고 했으니 우리도 곧 우주 강국이 될 수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겠죠. 대한민국 우주 탐사의 목표가 미국 및 여타 국가의 그것과 같을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전혀 다를 수도 없습니다. 우주의 기원과 진화, 인류의 미래, 외계 생명체 등 가장 근원적인 질문에 답하고 싶은 욕망은 모두에게 공통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해답을 자신의 손으로 이루고 싶은 것은 어느 국가나 마찬가지입니다.




아폴로 11호의 성공 이후 미국은 아폴로 13호를 제외하고 아폴로 17호까지 총 6차례 달 착륙을 성공시켰고 약 400kg의 월석을 지구로 운반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인간의 달 착륙은 더 이상 없습니다. 아폴로 미션 성공 이후 많은 사람들은 “이제 달에 대해서는 모든 것을 알게 되었다”라고 생각했고 그러한 여파로 달 착륙 미션은 2000년까지 거의 수행되지 않았고 2000년 이후 새로운 목적의 달 탐사가 세계 각국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달에 대해서 거의 대부분 알게 되었다는 생각이 얼마나 틀린 것인지를 30년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제 달은 단지 달로서가 아니라 다른 이유 ‘화성 탐사의 전진 기지, 우주 탐사의 토대’로서도 매우 중요한 대상이 되었습니다. 과학연구는 일회성이 아닙니다. 누군가가 한 번 살펴본 대상이라 할지라도 내가 보게 되면 다른 관점, 다른 목적, 그리고 결국에는 다른 결과가 도출됩니다. 달 탐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미국, 소련, 유럽, 일본, 중국, 인도 등이 달에 탐사선을 보내서 연구를 수행하였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아마 모든 국가에서 저마다의 목표를 갖고 있을 것입니다. 대한민국 달 탐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만의 목표가 있고 그 목표는 단지 일회성이 아니라 장대한 대한민국 우주 탐사 물줄기의 한 부분입니다. 대한민국 우주 탐사의 물줄기는 달에 머물지 않고 화성, 태양계 끝부분, 그리고 더 나아가 그 너머의 우주, 다른 은하계로 나아갈 것입니다. 그리고 그 물줄기의 방향과 우주 탐사에 꼭 포함되어야 할 내용이 무엇인지, 이제 여러분들의 손으로 이루어야 할 내용입니다.


김은혁 박사님은 서울대학교 대학원 천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하버드 스미소니언 천체물리연구소 연구원,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연구원, 연세대 연구교수 등을 거쳐 현재 한국항공 우주연구원 달탐사사업단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