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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달탐사 - ‘다누리’ 발사 1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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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우주탐사의 첫발 딛고 미래로

달 향해 쏘아올려진 숱한 성과와 희망들


2022년 8월 5일 오전 8시 8분, 미국 플로리다의 케이프커내버럴 미우주군 기지에서 발사된 다누리는 목표로 했던 달까지의 전이궤적을 따라 순조롭게 항행 후, 2022년 12월 27일에 달 표면 100km 고도의 임무 궤도에 성공적으로 안착하여 달 탐사 임무를 시작했다. 2016년 1월부터 시작된 다누리 개발을 위한 7년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으며,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7번째로 달 탐사에 성공한 나라로 기록되는 영광스러운 순간이었다.


‘다누리’의 성공적인 발사, 우리나라가 이뤄온 수많은 성과들


다누리의 성공적인 개발과 임무 수행은 그동안 우리나라가 이뤄온 인공위성 개발 기술과 수많은 연구자들의 헌신 덕분에 가능했다. 지난 약 30년간, 우리나라는 지구 임무 궤도용 인공위성 개발을 통해 세계 수준의 위성 개발 기술을 확보하였으며, 이것을 기반으로 다누리의 설계 또한 수행될 수 있었다. 그러나 처음으로 지구 중력장을 넘어 다른 천체의 중력장에서 운영되는 달 탐사선을 개발하면서 설계중량 증가와 개발 기간 지연, 그리고 새로운 지구-달 전이궤적 설계와 같은 예상치 못한 어려움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자들의 지혜와 노력 덕분에 탐사선 설계 기술과 심우주 통신, 항행 기술과 같은 심우주 탐사를 위한 핵심 기술들을 자체로 개발할 수 있었다.


현재 다누리는 달 임무 궤도에서 목표한 1년 동안의 달 탐사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특히, 다누리에 탑재된 6개의 탑재체, 고해상도 카메라(한국항공우주연구원 개발–대한민국 달착륙선 착륙 후보지 촬영), 광시야편광카메라(한국천문연구원 개발–달 표면 입자 측정), 감마선분광기(한국지질자원연구원 개발–달 표면 원소 측정), 자기장측정기(경희대학교 개발–달 자기장 분포 측정), 우주인터넷검증기(한국전자통신연구원 개발–우주인터넷기술 검증), 그리고 영구음영카메라(미국 NASA/애리조나대학교 개발–북극과 남극의 얼음 탐색) 모두 각 탑재체 별로 계획된 달 탐사 및 기술검증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2023년 6월, 다누리의 잔여 연료량을 계산한 결과 다누리의 임무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판단되었다. 초기에 계획된 1년의 달 탐사 임무에 추가로 2년의 임무가 가능할 것으로 예측되어, 현재 목표 임무 기간이 2025년 12월까지 연장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다누리 발사, 전이궤적 항행, 그리고 임무운영 과정 등의 최적화를 통해 이루어진 또 다른 성과라 할 수 있겠다.


시대 흐름에 변화해 가는 ‘달’의 가치


인류의 달에 대한 평가는 시대의 흐름과 함께 그 가치에 대한 평가도 새롭게 진화해 왔다. 1950년대 들어 미국과 소련의 냉전 시대를 맞으면서 달은 양 국가의 체제 경쟁의 무대로 활용되었다. 1957년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Спутник)’ 발사와 1961년 최초의 유인 우주인 ‘유리 가가린’의 우주비행 성공을 통해 소련에게 ‘최초’라는 타이틀을 빼앗겨, 자존심이 상한 미국은 1969년 아폴로 11호를 통해 인류 최초로 유인 달착륙에 성공하게 된다. 이후 1972년 아폴로 17호까지 달 탐사를 연속으로 성공하지만,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달 탐사 사업에 대한 부정적 여론으로 달로 향한 도전은 주춤하게 된다. 2000년대를 들어서면서 달은 다양한 의미로 재평가되고 있으며, 많은 나라들의 달로 향한 새로운 러시(rush)가 숨 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의 달에 대한 평가는 크게 상업적 무대와 경제적 가치, 그리고 심우주 탐사를 위한 인류의 전초기지로서의 활용 등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첫 번째로, 지구 대기권 이내에서 존재하던 민간 우주산업은 이제 외기권을 벗어나 우주와 달을 그 상업적 무대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특히 정부 주도의 우주개발 구도에서 민간 주도의 우주산업 개발로 전환되면서 ‘뉴스페이스(New Space) 시대’라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대표적으로 ‘블루오리진(Blue Origin)’, ‘스페이스X(SpaceX)’, 그리고 ‘버진갤럭틱(Virgin Galactic)’ 등이 뉴스페이스 시대를 주도하는 민간기업들이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우주여행을 상업화하여 우주산업을 확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민간 주도의 우주산업 영역에서 달은 새로운 상업적 활동무대로 재평가받고 있다.


두 번째로, 달에 존재하는 자원에 대한 경제적 가치에 대한 평가이다. 지구는 두꺼운 대기권과 강한 자기장 층이 존재하여 태양풍으로부터 보호받는 환경이지만, 달은 대기권이 없고 매우 약한 자기장 층의 환경조건으로써 태양풍에 바로 노출되어 있다. 이러한 환경조건의 차이로 인해 지구에서는 희박한 헬륨-3(He-3)와 희토류 등이 달에는 오랜 기간 동안 다량으로 누적되어 있다. 헬륨-3의 경우 인류의 미래 에너지원으로 평가되며, 인공태양인 핵융합 에너지의 원료로서, 이를 통해 70억 인류가 1만 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자원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러한 달 자원의 경제적 가치만으로도 달은 새로운 도전의 땅으로 평가받기 충분하다.


세 번째로, 달은 화성 등 다른 행성에서의 인류 거주를 위한 전초기지로 평가되고 있다. 아폴로 사업 이후 1970년대 초 주춤해진 미국의 달 탐사 사업은 최근 인류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유인 달 탐사 프로그램인 ‘아르테미스(Artemis)’ 사업을 통해 다시 불붙고 있다. 아르테미스 사업은 인류를 최초로 달에 거주시키고 더 나아가 화성에 인류가 거주하기 위해 시작되었으며, 2022년 무인 달 궤도선을 시작으로, 2025년에 유인 달착륙과 2028년 달 기지 건설을 목표로 진행 중인 달 유인 프로젝트이다. 우주 환경에서 인류 거주를 위한 필수 기술들이 달에서 검증될 것이며, 이를 통해 화성 등 심우주로의 인류 거주가 현실화 되는 전초기지로서 달이 재평가되고 있다.


아직 미지의 세계인 ‘우주’ 이를 향한 우리의 끝없는 도전


지난 해 다누리를 통해 달 탐사에 성공한 대한민국은 2032년까지 우리 발사체로 자체 개발한 달 착륙선을 보낼 계획이며, 광복 100주년을 맞이하는 2045년에는 달을 넘어 화성에 착륙선을 보낼 예정이다. 이처럼 대한민국은 우주탐사를 위한 장기적 계획을 통해 계속해서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본인이 지난 몇 년간 달 탐사 개발사업을 수행하면서 가장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는 “왜 우리는 달을 포함한 우주탐사를 해야 하는지”이다. 이것은 본인에게 가장 익숙하면서도 어려운 질문 중 하나로 생각한다.


정말로 우리는 왜 우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답을 찾기 위해 지금도 계속 노력 중이다.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으로,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달에 대한 새로운 가치 평가를 제시하곤 한다. 다시 말해, 달은 민간기업의 상업적 무대, 달 자원의 경제적 가치, 심우주 탐사를 위한 전초기지의 역할로 중요성을 얻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더 근본적으로, 우리가 준비하고 있는 우주탐사의 목적을 설명하는 데 부족함을 느끼기도 한다. 사람들은 언젠가는 인류가 우주의 기원과 신비를 밝혀낼 것이라고 믿고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우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고, 얼마나 모르고 있는지를 아직 모른다는 것이다. 코끼리 등에 있는 작은 개미는 자기가 속해있는 코끼리의 전체 모습이 어떤지 알 수 있을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코끼리 등에서 내려 최대한 멀리서 코끼리를 관찰해야 할 것이다. 15∼17세기 유럽의 대항해 시대에 범선을 타고 대규모 해양 탐험을 나선 유럽 국가들이 이러한 항해를 시도하지 않았다면,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항로 개척을 포함한 신대륙 발견이 가능했을까? 지금은 우주를 향한 대항해 시대이며, 우리가 지구를 벗어나 우주로 항해를 시도하지 않는다면 우주의 상업적, 경제적, 과학적 및 미래적 가치에 대해 이해할 기회마저 놓칠 것이다. 달 탐사를 포함한 우주탐사는 짧게는 10년에서 30년 이상, 먼 경우에는 100년 이상이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이다. 지금 우리가 준비하는 우주 대항해시대 도전은 현재 세대를 위한 것이 아닌 다음 세대가 누릴 기회를 위해 준비하는 것이다. 따라서, 보다 구체적이고 장기적이며 지속 가능한 우주개발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우주탐사는 미래를 위한 인류의 도전이자 다음 세대를 위해 준비해야 하는 우리의 의무인 것이다. 세계적으로 달을 향한 경쟁이 진행 중인 지금의 우주 시대에서 대한민국은 다누리의 성공을 통해 세계 7번째 달 탐사국으로 합류하였다. 어찌 보면 기적과도 같은 다누리의 성공은 대한민국 우주탐사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성과이다. 나머지 계획된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여, 다음 세대를 위해 우리가 준비해야 하는 대한민국 우주 대항해시대를 구축하는 중요한 초석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대관 박사는 현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미래혁신연구센터장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과학기술연합대학교대학원 항공우주시스템공학 교수로도 재직 중이다. 2020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탐사사업단에 합류한 뒤 단장을 맡아 다누리 개발을 이끌었다. 김대관 센터장에게 달은 즐거움이자 무대고, 직장이다. 다누리 이전에는 멀게만 느껴졌던 달이 지금은 자신의 분신이 맴돌고 있다는 생각에 친숙하다고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