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PEOPLE

권정환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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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실과 시민사회를 연결하는 소통창구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이 ‘환경’

과학은 현실 문제에 객관적 근거 제시하는 마지막 보루


권정환 교수의 전문 분야는 넓은 범위에서 바라보면 ‘환경화학’에 해당한다. 물론 환경화학에도 다양한 연구 분야가 있다. 그중에서도 권 교수는 생활환경과 자연환경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화학 평형과 속도론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인간이 활동하면서 환경으로 배출되는 물질 중 잔류성유기오염물질 역시 권 교수가 연구하는 분야 중 하나. 언뜻 어려운 용어처럼 여겨지지만, 이 같은 물질은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생활용품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렇기에 권정환 교수의 연구는 더욱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2011년에 표면화되었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우리 사회에서 무분별하게 사용되어 왔던 화학물질이 어떻게 우리 삶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지 확인할 수 있었던 일이었다. 이 사건에 관한 과학적 규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짧은 기간 내에 모든 논쟁의 결론이 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권정환 교수는 가습기 살균제로 사용된 성분에 대한 분석법과 이 물질이 생활환경에서 어떻게 움직이고 분해되는가에 관한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이처럼 권정환 교수와 같은 과학자들은 중요한 현실 문제에 객관적 근거를 제시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와 같은 존재다.


인류의 오랜 숙제, 환경문제


이상기후와 미세먼지 등의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과학에 관심이 없던 일반 시민들 도 환경 문제를 피부로 체감하고 있는 요즘 이다. 권정환 교수가 환경공학 분야에서 연구를 이어오면서 환경공학을 둘러싼 이슈도 계속해서 변화해 왔다. 과거 국내에서 환경공학은 오염물질 정화에 국한된 면이 강했다. 하수와 폐수 처리 과정에서 오염 물질을 처리하고, 공장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황이나 미세먼지 같은 오염물질 제거 기술을 개발하며, 중금속 및 유기용매 등으로 오염된 토양을 정화하는 기술들이 주를 이루었다. 이러한 기술을 총칭하는 말이 바로 종말처리기술. 이러한 기술의 중요성은 변함이 없지만, 이제 선진국에서 이 같은 기술은 완숙도가 높아져 실제 적용 과정에서의 경제성이 더욱 중요한 주제로 부상했다. “최근에는 종말처리기술보다는 오염물질의 발생 자체를 최소화하고, 지속가능한 공정을 연구하는 등 사전예방적 관점에서의 연구가 점점 더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제가 연구해 오고 있는 분야는화학물질의생활환 경과 자연환경에서의 거동에 관한 것인데요. 이를 통해 물질의 움직임을 예측하면 사전예방의 원리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사람은 환경이 최근 들어 문제가 된 것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권정환 교수는 “인류역사에서 환경 문제가 없었던 적은 거의 없다”고 말한다. 선진국의 경우에는 20세기 초·중반까지 환경문제가 심각했으며, 여전히 많은 개발도상국이 수인성 질병과 같은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많은 사람이 환경물질에 의한 문제가 주요 환경 문제라고 인식합니다. 하지만 바이러스나 미생물에 의한 오염은 인류역사에서 가장 중요하고 심각한 환경 문제였습니다. 사람의 질병 발생과 수명 감소를 환경오염의 결과로 바라보면, 지금 현대사회에서 일어나는 환경문제는 오히려 이전보다 개선된 상태라고 할 수 있어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현대사회의 환경문제가 심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요. 현대사회의 환경문제는 이전의 것과는 성격이 달라졌습니다.” 실제로 인간 활동은 전지구적인 변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남획 등으로 인한 종 다양성 감소, 기후변화와 그에 따른 해수면상승, 해양산성화, 오존층 고갈, 산성강우, 잔류성 유기화학물질의 생물 축적 등 성격이 다른 여러 문제가 산재해 있다. 과학자와 공학자들이 이러한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방식은 대상 문제마다 다르다. 그러나 문제 해결 파악과 경제성을 고려한 기술적인 해결책 제시, 기술적 해결책 적용 후 결과 모니터링 등의 순을 따른다. “환경공학이 워낙 넓은 분야이다 보니, 단편적인 정보 때문에 학문의 성격을 오해하는 분들도 종종 계십니다.


대체로 시민사회에서는 화학물질을 매우 해로운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한데요. 이 물질이 몸으로 들어오는 양이 얼마냐에 따라 위해성은 달라집니다. 유해성이 큰 물질이어도 체내 로 들어올 확률이 낮으면 위해성은 크지 않게 되거든요. 위해성 평가를 통해 이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게 되죠. 한편으로는 자연적인 것은 친환경적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인류 역사에서 가장 심각한 환경 위협은 대부분 자연 기원 물질이나 미생물 등이었습니다. 이를 적절하게 제어하면서 건강이 증진되고 수명이 늘어났죠. 환경 문제를 실용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중요한 것은 자연적이냐, 인위적이냐가 아니라 ‘어떤 물질이 얼마나 몸에 흡수되는가’입니다.” 과학은 연구실에서 이루어지는 성과도 중요하지만, 권정환 교수처럼 공익과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는 연구자의 경우 연구실과 시민사회의 소통창구 역할도 맡아야 한다. 언뜻 보기에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권 교수는 이를 부담으로 여기기보다 보람으로 받아들이며 자신의 길을 가고 있다.


환경공학은 문제해결을 위한 학문


환경화학의 연구 주제는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데다 대중적인 관심도 크다. 하지만 교과 과정에서 접하는 과학은 역사적인 발견 중심으로 서술된 지식들이 많다. 권정환 교수는 “중등 교과 과정에 자연에서 쉽게 접하는 현상이나 생활 속의 예제 등을 보강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라는 나름의 생각을 전했다. “예를 들면 환경에서 매우 중요한 현상 중 하나가 지구온난화입니다. 이와 연결되는 일상의 예제들이 무척 많아요. 제가 청소년일 때는 실험실이 존재만 했을 뿐, 그 곳에서 정작 실험해본 기억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실험실 같은 하드웨어는 보강되었지만,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입시 위주 교육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거 같아요. 과학교육의 발전방안을 이야기하면, 어쩔 수 없이 본질적인 문제로 귀결됩니다.” 그렇다면 한창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는 청소년들이 환경공학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질문에 권정환 교수는 “모든 공학이 다 그렇듯 환경공학도 문제해결을 위한 학문”이라는 답을 먼저 내놓는다. “우리 주변의 사소한 것에 관심을 기울이는 습관을 가지는 게 좋습니다. 독서도 추천하고 싶어요. 기술 서적보다는 인문학적, 철학적 소양을 기를 수 있는 책을 권합니다. 문제해결을 하기 위한 진정한 힘은 사람에 대한 이해와 논리적인 사고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해요. 전문지식은 대학이나 대학원에 가서 배우면 되는 거니까요.” 권정환 교수는 “연구에서는 아흔아홉 번 틀리고 한 번만 성공해도 훌륭한 연구자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렇기에 지식을 축적하는 공부보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과감하게 갈 수 있는 자질과 가능성이 더 중요하다.



 MINI INTERVIEW 


"다양한 경험 쌓으며 자신의 잠재력 높여가세요"


환경공학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권정환 교수와 의미 있는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

강서고 1학년 학생 29명이 참여한 탐방단은 고등학교 선배이기도 한 권정환 교수에게 직접 질문을 던지며 궁금증에 대한 답변을 들었다.


구동환 학생 | 태안에서 발생한 유류 유출 사고와 관련한 연구를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이와 관련한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권정환 교수 | 2007년 12월경 태안에서 바지선이 충돌해 굉장히 많은 양의 기름이 유출되었습니다. 하지만 사실 2~3일 후에는 연안에 흡착된 기름 외에 바다에 떠있는 기름은 대부분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수준이었죠. 사실 자연에는 기름 성분이 조금씩 섞여 있습니다. 일상적으로 선박이 오가며 유출 되기도 하지만, 성분들이 대기를 떠다니다가 떨어지기도 합니다. 저는 태안 유류 유출 사고 후, 시간이 지나면서 기름 성분이 얼마나 빨리 물에 녹아들고 증발하며 생물에 흡수되는가에 관해 연구를 했습니다. 이러한 연구가 필요한 이유는 바로 ‘골든타임’ 때문입니다. 사고가 발생하면 자연적으로 물이 흘러가고 바람이 불면 오염물이 어느 정도 제거가 되거든요. 배를 띄워서 기름을 걷어내는 것이 경제성이 매우 떨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사고 발생 후 최초 어느 시간 내에 어느 정도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효과적인지 규명하기 위한 연구라고 할 수 있죠.


김나형 학생 | 배출된 미세플라스틱을 걷어내서 재활용할 방안은 없을까요?

권정환 교수 | 폴리에틸렌이나 폴리프로필렌 같은 플라스틱은 사람이 생산하기 전에는 자연에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자연에 없던 것이 사람에 의해 계속해서 증가한다는 점이 아주 개운한 일은 아니죠. 플라스틱을 쓰지 않으면 해결이 되겠지만, 반대로 이를 대체하기 위해 전 세계의 나무가 남아나지 않을 겁니다. 플라스틱 조각이 딱 하나만 버려져도 이것이 쪼개져 백만 개가 넘는 미세플라스틱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버려지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려면 잘 수거해야겠죠.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인 요인까지 생각해서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시형 학생 | 관련 학과에 진학하려면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할까요? 진로 설계에 도움이 되는 조언 부탁 드립니다.

권정환 교수 | 대학마다 기대하는 인재상이 있습니다만, 대부분 대학에 다니는 동안 더욱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학생을 선호합니다. 당장의 성적도 중요하지만 등급이 같다면 잠재력을 보게 됩니다. 그렇다면 잠재력이 높은 학생은 어떤 학생일까요? 스스로 생각해본 경험이 있는 학생입니다. 정답이 없는 문제를 던져주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말하라고 하면 다양한 관점에서 해답이 나오겠죠. 그런 답을 준비하려면 경험을 쌓아야 합니다. 직접 경험이 부족하다면 독서 등을 통한 간접 경험으로 보충해야 합니다. 교육적으로 가치가 있는 양질의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유튜브 채널이나 블로그 등을 구독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겠죠.


안희성 교사 | 요즘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합니다. 일각에서는 ‘편서풍이 불 때만 미세먼지가 발생하는 이유가 궁금하다’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어떤 연관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권정환 교수 | 미세먼지가 악화되는 조건은 공통적이지는 않습니다. 다만 한 가지 공통점은 공기가 수직적으로 순환이 안 될 때 미세먼지가 발생한다는 겁니다. 발생 원인이 외국에 있느냐, 국내에 있느냐는 부차적인 문제입니다. 공기가 수직으로 순환되면 공해 문제가 거의 생기지 않습니다. 하지만 공기의 흐름이나 위기 상황을 인간이 조절할 수는 없으므로 발생 원인을 정확하게 알아야겠죠. 국내에서는 대다수 화력발전소가 서해안에 집중되어 있고, 중국에서도 황해 주변으로 산업단지를 모으고 있습니다. 노후 경유차, 타이어 마찰, 도로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영향을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