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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은 서울특별시교육청 융합과학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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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교육청융합과학교육원’으로 기관명칭 변경


이십 년간 이어온 숙원사업 해결
융합과학교육의 허브로 우뚝 설 것


얼마 전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마침내 ‘과학전시관’에서 ‘융합과학교육원’으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했다. 기관 명칭 변경은 이십여 년간 이어져 온 숙원사업이었다. ‘과학교육기관’이라는 본래 업무와 ‘과학전시관’이라는 명칭의 불일치가 여러 오해를 낳았고, ‘전시물 없는 전시관’이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역대 관장들이 나서서 기관 명칭을 바꾸려 애썼지만, 복잡한 행정 탓에 여러 차례 고배를 마셨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장을 내민 덕분에 지난 10월 5일 ‘서울특별시교육청융합과학교육원’이라는 새 이름표를 달았다. 이병은 원장의 온화한 진정성이 귀한 역할을 했다고, 많은 이들이 한목소리로 말했다.


알록달록 어여쁜 가을옷으로 갈아입은 관악산이 눈부셨다. 그러고 보니 딱 일 년만이다. 지난해 서울특별시교육청과학전시관 신임 관장으로 부임한 그를 인터뷰하러 가던 날도 이토록 아름다운 계절이었다. 기분 좋은 상념을 품고 똑똑 관장실 문을 두드렸다. 아니, 이젠 원장실이다. 그의 직함도 관장에서 원장으로 바뀌었다. “그동안 많은 관장님과 직원들이 노력해주신 덕분에 ‘서울특별시교육청융합과학교육원’으로 명칭 변경이 이뤄졌어요. 이십 년 동안 이어져 온 숙원사업이 해결되었죠. 이름 바뀌었다고 당장 큰 변화가 생기는 건 아니지만, 과학전시관이라는 명칭 탓에 생긴 오해를 해소하고 기관의 정체성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해요.”


‘기관 명칭 변경’ 마침내 이뤄내다


지난 2004년 남산에서 낙성대로 이전하면서 서울특별시교육청과학전시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본래 업무 형태가 “학생의 과학교육과 교원의 과학연수 및 연구 활동을 지원하는 과학교육기관”인데, 과학전시관이라는 이름 탓에 과학전시물의 전시·운영을 주로 하는 곳으로 인식되어 이용자들의 혼란과 불편을 초래하는 일이 적잖았다. ‘전시물 없는 전시관’이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이곳 부지가 공원녹지지역이라 도서관이나 전시관밖에 들어올 수 없었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과학전시관 명칭을 사용했던 거죠. 개관 때부터 업무 형태와 기관 명칭이 불일치한다는 지적이 있었고, 관계자들 사이에선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어요.” 신임 관장이 부임할 때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뛰었지만 복잡한 행정에 막혀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 경험을 나누고 노력을 쌓아갔다.


지난해 9월 1일 취임한 이병은 원장 역시 기관 명칭 변경을 우선순위에 두고 힘을 보탰다. “올해 1월 교육감님께 업무보고를 하는 자리에서 이야기를 드렸더니 긍정적으로 답변해 주셨어요. 다행히 실무를 담당하는 행정지원과 과장님도 적극적으로 나서 주셔서 조금씩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이병은 원장과 직원들은 몸과 마음을 하나로 모아 전력 질주했다. 2월에 추진 일정을 정하고 의견수렴 방법 등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 3월에는 새로운 기관 명칭에 대해 공모하고 학생, 학부모, 일반시민, 내부 직원을 대상으로 선호도를 조사했다. 4월에는 시의원 대상 홍보 자문회의를 실시하고, 시설 변경 없는 명칭 변경이 가능하다(구청 공원녹지과)는 답변을 받았다. 이후 기관 명칭 변경(안)을 제출, 8월에 조례가 개정되었다.


숨 돌릴 틈 없는 일정 속에서 예상치 못한 어려움도 있었다. “10월 1일 자로 대대적인 본청 조직개편 이 있었어요. 큰 변화가 있는 데다 워낙 중대한 사안이 많아서, 과학전시관 명칭 변경은 사소한 안건이니 임시회의로 미루는 게 좋겠다는 판단을 내렸어요. 그런데 본청 조직개편 끝나고 결재를 올렸더니 ‘어차피 교육청 산하기관 일인데 그때 한 번에 하지 왜 그랬냐’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잘못 생각했던 거였어요.” 이병은 원장은 곧바로 시의원들에게 직접 연락해 일일이 양해 를 구하고 진심을 전했다.


자신의 불찰이라고 솔직히 이야기하고, 지금 안건을 올릴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열세 분의 시의원님과 일정을 조율하려니 많은 시간이 필요했어요. 다행히 다들 긍정적으로 들어주시고 이해해 주셨어요. 몇 분은 직접 과학전시관에 오셔서 시설을 둘러보며 경청해 주셨고, 일정을 내기 어려운 분들은 메일이나 전화로 소통해 주셨고요.” 우여곡절 끝에 지난 9월 15일 임시총회에서 시설 명칭 변경에 관한 조례가 최종 통과되었다. 이후 9월 25일 본회의 의결을 거쳐 10월 5일 본청에서 조례를 공표했다. 공표와 동시에 시행한다는 규정상, 10월 5일 서울특별시교육청과학전시관은 서울특별시교육청융합과학교육원으로 공식 명칭이 바뀌었다. “내가 있는 동안 완성됐다고 해서 내 업적이 아니라, 그동안 많은 분들이 해온 일들이 쌓이고 쌓여서 이룬 결과라고 생각해요. 어떤 일은 바로 그해에 이뤄지기도 하고, 이루지 못한 일이라도 계속 두드리다 보면 그다음 분들이 오셔서 완성해 나가는 거죠.”


남산 분원 재개관으로 과학 대중화 기여


기관 명칭 변경이라는 높은 벽을 넘자마자 ‘2023 서울융합과학·메이커 축제’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 지난 10월 27일부터 이틀간 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에서 열린 행사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융합형 인재 양성”이라는 취지에 걸맞게 기초부터 첨단까지 다양한 융합과학을 체험하고, 학생들 스스로 만든 창작물을 나눌 수 있는 장을 마련해 큰 호응을 얻었다. “아주 풍성하게, 성황리에 잘 끝났어요. 한 어머니는 운영 부스에 와서 ‘이런 기회를 줘서 너무 감사하다’며 울먹거리시더라고요. 축제를 준비하느라 굉장히 힘들고 업무가 많았지만, 음악가들이 무대에 오르듯 학생들이 우리가 만든 무대에 올라 꿈을 펼쳐 보이는 모습을 보니 정말 뿌듯하더라고요. 올림픽공원에 놀러 나온 가족들도 무척 좋아했어요. 어린아이들이 무대 앞으로 뛰어나와서 ‘저요, 저요’ 손을 번쩍 들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에 절로 가슴이 뭉클하더라고요.” 지난 4월 21일 과학의날에는 남산 분원 천체투영실을 재개관하는 경사도 있었다. 6개월여 간의 공사 끝에 1992년 설치된 구형 광학식 천체투영기를 세계 최고 기술력이 집약된 최신 하이브리드 플라네타리움 시스템으로 교체했다. “재개관 후에 관람객들이 부쩍 늘었어요. 남산에 단풍 구경 왔다가 천체투영실에 들르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만족도도 매우 높았고요. 앞으로도 첨단과학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시설을 꾸준히 만들어 학생들의 과학적 호기심과 창의성, 탐구 정신을 길러주고 동시에 과학 대중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도서관에서 책 읽듯 과학관에서 체험했으면


이병은 원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 융합인재를 키워내기 위해 과학관이 도서관처럼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집 근처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듯 아이들 가까이에 과학관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내용이 많지 않더라도, 이게 과학이구나, 이런 원리구나, 몸으로 직접 느낄 수 있는 체험을 단 30분이라도 할 수 있는 작은 과학관이면 좋을 것 같아요. 지금 서울시 공공도서관 수가 200여 개 된다는데, 과학관 수는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거든요.” 그는 ‘과학적 태도’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과학이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등을 지칭하는 좁은 의미의 교과목이 아니라 인문과학, 사회과학에서 두루 사용하는 것처럼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학문의 체계를 통칭하는 넓은 의미라고 힘주어 말했다. “제가 교사 시절에는 실험 실습 위주의 수업이었고, 대부분의 수업이 실험실에서 이루어졌어요.


실험하면서 결과가 좋지 않게 나와도 괜찮아요. 왜 실패했는지 그 원인을 찾기 위해서 공부하고, 그런 과정에서 많이 배우니까요. 저는 실패한 과정을 솔직하게 쓴 보고서에 가점을 줬어요. 실패를 받아들이고 다시 도전하는 노력의 과정이야말로 과학적 태도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요즘은 실험에 대한 위험부담 때문에 교과 과정이 매우 간단하게 바뀌면서, 너무 쉽게 결론을 내고 너무 쉽게 포기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게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 들어요.” 초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반세기 넘게 학교에 다닌 그는 내년 2월에 ‘진짜 졸업’을 할 예정이다. 졸업 이후의 계획을 묻자 “과학 쪽에서의 계획은 없다. 마음으로 엄청난 응원을 하겠다”며 활짝 웃었다.


이어 가을 햇살처럼 따사로운 미소를 머금고 덕담을 건넸다. “저보다 훨씬 유능한 후임자가 오셔서 제가 못다 이룬, 그동안 누적되었던 과제들을 많이 이루어주길, 그래서 융합과학교육원과 학생, 교원을 위한 좋은 일들이 더 많아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