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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성 서울특별시교육청과학전시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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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업융합으로 더 큰 그림 그린다

‘배우면서 성장하는 전시관’ 만들 것


과학교사로 시작해 교육부에서 10년간 몸담았다. 영재교육·교과서 검정 업무 등 다양한 업무를 맡았다. 경복고 교감·창덕여중 교장 등을 역임하며 학교 현장에서 변화를 이끌었고, 본청에서 장학관으로도 활동했다. 2018년부터 서울특별시교육청과학전시관 교육연수부장, 서울시교육청 교육정책과 중등교육과장으로 근무하다 2020년 9월 관장으로 선임되었다. 다양한 스펙트럼 속에서 쉼 없이 배웠고 자연스럽게 변화와 성장을 거듭했다. 소통과 학습을 일순위에 놓았고, 내적 동기와 즐거움을 소중히 여겼다. 무엇보다 협업과 융합을 통해‘뻔하지’않은 경험들을 과감하게 시도했다. 이화성 신임 관장이 걸어온 길이며, 그 길은 지금 과학전시관의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학습하는 공동체’로 서비스 역량 높인다

 “전시관은 서비스 기관이에요. 과학교육을 지원하는 곳이니까요. 서비스가 잘 이루어지려면 직원들 간에 소통이 잘되고, 마음이 통해야해요. 다양한 조직을 움직여보니까 모든게 나로부터 시작하더라고요. 즐겁게 일하려면 직원들 스스로 내적동기를 유발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해요. 공감대를 얻고 비전을 공유해야 성공할 수 있더라고요.” 사실 놀랐다. 많은 과학교육 전문가들을 접해봤지만 ‘서비스’라는 단어를 이렇게 자연스럽게 쓰는 이는 없었다. 이러한 마인드는 실제 그의 언행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언어는 편안했고 행동은 친근했다. 선뜻 다가가 말 걸고 싶은 기분 좋은 에너지가 인터뷰 내내 계속되었다. 그는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혼란스러운 시기에 서울특별시교육청과학전시관 관장으로 취임했다. 전시관 문은 굳게 닫혔고 모든 프로그램은 멈추었다.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에서 다들 우왕좌왕하느라 바빴다. 하지만 그는 특유의 긍정성으로 변화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한편으론 코로나 덕분에 외부 지원이 줄어서 시간이 좀 여유롭잖아요. 그래서 부서에도 자주 가고 직원들과 이야기 나눌 기회도 많이가졌어요. 열린 상태에서 다양한 의견을 주고 받으면서 위드 코로나 시대에 과학교육이 나아갈 방향이나 체험관의 발전적 해결 방안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하게되었죠.”

 그는 당장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했다. 거창한 목표를 세우기에 앞서 ‘학습하는 공동체’를 위한 기초 작업부터 시작했다.‘ 전문직을 전문직답게!’라는 모토로, 과학전문직들이 함께 배우고 경험하며 성장하기 위한 스터디를 만든 것이다. 물론 관장인 그도 함께한다. 시대적 흐름에 맞게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을 공부하며 과학교육의 비전을 세 우고 꿈을 나눌 계획이다. “무엇보다 ‘배우면서 성장하는 전시관’을 만들고 싶어요. 좋은 서비스를 위해서는 끊임없는 배움과 소통이 전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배움이 없으면 성장이 멈추거든요. 돌아보면 동료들과 함께 배우면서 성장할 때 가장 보람 있었던 것 같아요.”


아날로그와 테크놀로지 적절히 융합해야

 몇 차례 부침을 겪은 체험관 설립은 교육부의 중앙 투자 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내년을 다시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관장인 그에겐 쉽지 않은 숙제인 셈이다. 그렇다고 낙심할 이유도없다. 그는 보다 큰 그림을 그리며 체험관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관악구청에서 벤처밸리를 계획 중이고, 서울대학교는 관악산 캠퍼스부터 낙성대까지 AI밸리를 구상하고 있어요. 저희는 예산이 없지만 부지를 확보하고 있고요. 서울특별시교육청 과학전시관 이양기관의 큰계획 속에 맞물려 있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협업하느냐가 저희에게 던져진 숙제입니다.”

 그는 지역 사회와의 협업과 연대를 강조했다. 다양한 자원을 융합해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과학전시관의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정형화된 제2, 제3의 전시관을 비슷하게 만들어내는 것에도 반대한다. 기존에 없던 것을 만들어 과학의 범위를 확장하고 고정된 틀을 깨는 혁신이야 말로 그가 꿈꾸는 진정한 과학전시관의 모습이다.

 “과천과학관이든 서울 민간 체험관이든 시민들이 잘 쓰면 되지 않을까요. 굳이 공공이냐 민간이냐 구별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요. 서울 전체를 바라보고 낙성대 과학전 시관의 방향성을 고민해야 합니다. 남산 분 관은 시설이 낙후되었지만 전시물은 정말 훌륭하거든요. 잘 유지·보수해서 매력적인 장소를 만들어야죠. 또 여기저기 흩어진 전시관 인프라를 잘 안내하고 홍보하는 역할도 중요하고요. 그러한 일들을 앞으로 더욱 공격적으로 해나갈 계획입니다.”

 그는 고정된 형태의 전시, 고전적인 전시 물로는 한계가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학생 들을 장기적인 인재로 키우기 위해서는 미래지향적인 첨단과학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날로그와 테크놀로지 를 적절하게 융합할 때, 테크놀로지를 좋은 수단으로써 적극적으로 활용할 때 배움의 방식, 사고의 확장이 일어난다는 것을 그는 창덕중 미래학교를 통해 배웠다.

 “미래학교는 교육과정, 환경, 생태, 시설, 테크놀로지, 일하는 방식, 교사문화, 공간 등 모든 것을 바꾼 혁신이었어요. 4년간의 경험은 테크놀로지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주었어요. 교육은 미래 사업이며, 미래를 살 아갈 우리 학생들이 20~30년 후에 필요한 역량을 키워주는게 교육의 역할이죠. 그런데 그동안 테크놀로지를 잘 활용하고 모범적인 사례를 보여주는 논의가 부족하지 않 았나 생각해요.”

 그는 위드 코로나 시대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대면과 비대면을 분절적으로 사고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소규모 오프라인 모임을 테크놀로지를 활용해 온라인으로 공유하는 방식 등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앞으로 연수나 회의 시스템을 바꾸는것부터 전시관 서비스까지, 모든 것을 다 열어놓고 융합할 생각이다.



저성장시대 과학교육의 방향성을 제시하다

 제120회 노벨상 수상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IT 강국인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때가 되었다고들 하는데, 이화성 관장의 시각은 달랐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업성취도(인지적 측면)는 최상위예요. 반면 자신감이나 호기심 등 정의적 측면은 최하위예요. 대부분의 나라는 간극이 크지 않은데, 우린 너무 커요. 사실 노벨상은 오랫동안 연구해야 하고, 계속 잘해야 받을 수 있어요. 즐거움과 내적 동기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죠. 그런데 우린 입시나 성적, 부모의 요구 등 외적동기에서 움직여왔기 때문에 금방 시들어요. 이러한 간극이 줄어들지 않으면 노벨상은 어렵다고 생각해요.”

 그러하기에 학생들이 과학을 더 좋아할 수 있는 전시관을 만들도록 고민해야 하며, 교사들이 내적동기를 느낄 수 있도록 더욱 촘촘하고 예민하게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눈에 띄는 거창한 결과물보다 자발성과 자율성에 기초한 즐거움을 만들어내는 일에 그는 안테나를 세우고 있다.

 “학교, 가정, 사회, 국가등모든영역에서 장기적으로 투자하고 기다려주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아요. 100%를 주고 80%를 기대하면 120%를 받는데, 우린 80%를 주고 120%를 기대해서 실패하죠. 기다려주면 호기심도 생기고 자기주도적으로 찾아가는 방식의 즐거움도 깨닫는데, 익기도 전에 따 려고 하는 조급함이 안타까워요. 바야흐로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시대로 접어들었어 요. 성장 위주의 패러다임은 이제 맞지 않죠. 기다림의 미학이 우리 사회의 문화로 정 착되길 바랍니다.”

 그는 과학 오피니언 리더가 좀 더 많아져서 우리나라가 보다 합리적인 사회로 나아가는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험실에 갇혀 있을게 아니라 중요한 이슈가 있을 때 세상 밖으로 나와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이야기다. 과학영재 커리큘럼도 글쓰기와 사회참여로 확장해야 한다고 했다. 과학이 사회와 시민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반성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다양한 경험과 역할을 제대로 배우고 즐 긴 자의 내공 탓일까. 한 마디 한 마디가 넓고 깊었고, 사회 전체를 아우르는 통찰력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화성 관장의 특기인 융합과 협업이 만들어낼 과학전시관의 미래가 유난히 기대되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