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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직업인이 들려주는 과학 그리고 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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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직업인이 들려주는 과학 그리고 직업

과학을 공부하면 미래직업이 보인다


세상은 넓고 할일은 많다. 그리고 과학을 공부하면 미래 직업이 보인다. 과학을 좋아해 열심히 공부한다고 해서 반드시 과학자나 발명가만 되리라는 법은 없다. 과학에 기반을 둔 직업의 종류는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세분화되고 다양해지고 있다. 여기 다양한 경력과 전문성을 갖춘 각 분야의 과학관련 전문직업인 6인이 무슨 일을 하고 있으며 직업을 갖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그들은 나만이 지닌 과학적 지식과 재능을 활용하면 누구나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과학이야기를 글로 들려주는 칼럼니스트 


“과학의 대중화에 관심 많다면 글 쓰는 과학자가 제격”


글 | 강석기(과학칼럼니스트)


오늘날 영어권 최고의 소설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이언 매큐언은 과학에서 소재를 얻는 경우가 많아 그의 책에는 과학자가 종종 등장한다. <뉴욕 타임스> ‘올해의 책’에 선정된 1997년 작 ‘이런 사랑’의 경우 과학자의 미련을 버리지 못한 과학작가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필자는 이 소설을 읽으며 여러 곳에서 공감할 수밖에 없었는데, 나 역시 과학자가 되지 못한 것을 늘 아쉬워하며 과학작가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대학원 석사를 마치고 기업체 연구소에서 5년 간 근무한 뒤 잠시 쉬면서 국내 박사과정이나 유학 가운데 하나로 진로를 택하려던 때 우연히 모 신문사의 과학기자 보조 아르바이트를 경험삼아 한 것이 이 길로 들어선 계기가 됐다. 5개월 간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제 갈 길을 가려는데 2000년 9월 동아일보 자회사로 독립한 ‘동아사이언스’에서 일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의해와 엉겁결에 과학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동아일보 과학면 담당을 거쳐 월간 과학동아 기자를 오래 했다. 그 사이 미련이 남아 2005년 뒤늦게 과학자로 돌아가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고 생명과학 박사과정에 들어갔지만 2년 만에 중퇴하고 다시 기자로 돌아왔다. 그리고 2012년 회사를 나와 지금까지 프리랜스 작가로 일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좋아하는 일과 잘 할 수 있는 일이 달랐던 것 같은데, 과학자의 일을 좋아했지만 결국은 과학기자의 일을 잘 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오지 않았나 싶다. 물론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한 건 아니다. 필자와는 달리 과거 직장 동료들을 보면 일찌감치 과학기자의 꿈을 안고 준비한 경우가 많았다. 이들을 예로 들어 설명하자면, 먼저 과학기자가 되고 싶다면 되도록 이공계 학과를 간 뒤 전공과 함께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과목을 듣고 대학의 신문사 기자로 활동하는 등 미리 준비를 하는 게 좋다. 또 과학사나 과학철학, 과학커뮤니케이션 분야의 대학원에 진학해 과학 전반에 대한 안목을 갖추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다만 아쉬운 건 국내의 과학기자 수요가 많지 않아 입사 경쟁이 치열하다는 점이다.


과학기자 대신 과학칼럼니스트가 되는 길도 있다. 이 경우 대부분은 과학대중화에 관심이 많은 과학자들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과학기자보다 과학자면서 과학칼럼니스트 또는 과학저자인 사람이 대중적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따라서 경쟁이 치열한 과학기자가 되려고 모험하기보다 과학자의 길을 가면서 취미 또는 부업으로 과학칼럼니스트로 활동하다가 정말 이게 내 길이다 싶으면 경력을 쌓은 후 전업작가로 변신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힘들게 과학기자나 과학칼럼니스트가 된 후에도 고충은 이어진다. 지금은 정보가 민주화된 시대이기 때문에 웬만한 뉴스는 인터넷에 다 공개돼 있어 차별화된 자신만의 컨텐츠를 만드는 일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따라서 과학기자나 과학칼럼니스트도 현장의 과학자와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새로운 과학성과를 공부하고 파악해야 한다. 한마디로 평생 공부가 필요하다.


한편 과학기자와 필자와 같은 전업 과학칼럼니스트는 경제적인 면에서 차이가 크다. 전업작가가 되면 생활의 자유로움을 얻는 대신 넉넉하지 않은 원고료와 인세가 수입의 전부이기 때문에 허리띠를 졸라맬 각오를 해야 한다. 필자의 경우도 스스로 다운시프트족(downshifter)이라고 위로하며 살고 있다. 물론 과학작가 가운데 매큐언의 소설 ‘어떤 사랑’의 주인공처럼 펴낸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이름을 얻고 경제적으로도 성공한 경우가 없지는 않다. 어떤 분야에서든 손꼽히는 실력자가 되면 많은 부분이 저절로 해결될 것이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과 함께 행운이 따라야 하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글 | 강석기(과학칼럼니스트)
강석기 컬럼리스트는 서울대학교 화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동아사이언스 《과학동아》와 《더사이언스》에서 과학전문기자로 일했다. 현재 과학칼럼니스트와 과학책 저술가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과학 한잔 하실래요?』(MID, 2012)가 있고 옮긴 책으로 『현대 과학의 이정표』(Gbrain, 2010, 공역)가 있다.



 방송으로 기상정보 전달하는 날씨전문가 


“과학은 물론 다양한 분야에 대한 호기심이 필요해요”


글 | 이문정 기상캐스터


“오늘 중부지방에서는 원주가 34.5도, 서울이 33.8도까지 치솟아 올 들어 가장 더웠고요. 남부지방도 전주 29.3도 등 어제보다 기온이 크게 높아졌습니다. 내일도 덥겠습니다. 곳곳에는 대기가 불안정해지면서 소나기성 비도 내리겠습니다. 날씨였습니다.”


방송에서 일기예보를 담당하는 기상캐스터가 나의 직업이다. 2005년 MBC 공채로 입사해 MBC뉴스투데이를 거쳐 2012년부터는 MBC뉴스데스크에서 기상예보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은 기상캐스터로서의 능력을 십분 인정받고 있지만 학창시절 나의 관심사는 통역이나 홍보였다. 그러다 우연히 대학생 때 학교 홍보활동으로 아나운서와 기자를 직접 만나 현장의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서 언론인의 꿈을 키우게 됐다. 특히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직업은 기상캐스터였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날마다 날씨라는 친근한 소재로 시청자를 만날 수 있고 전문직이면서도 틀에 얽매이지 않으며 나만의 색깔과 아이디어를 덧입힐 수 있다는 점이 꽤나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기상캐스터가 되기로 결심한 뒤 방송능력을 키우기 위해 꾸준히 연습에 매진했다. 방송에 맞는 어법과 어투를 익히고 조리 있게 말하는 연습을 많이 했다.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러운 표정과 제스처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또한 날씨 현상을 전문가적인 측면에서만 바라보기보다 쉽고 재미있게 접근하는 안목을 기르려 노력했다.


기상캐스터에 입문한지 9년차지만 나의 일과는 그 때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먼저 기상 실황과 기상청 예보를 분석한 후 추가로 통보관과 예보관에게 내용을 취재한다. 그리고 어떤 내용과 포맷, 순서로 방송할지 그래픽 내용을 정하고 디자이너에게 의뢰한다. 기상 자료를 컴퓨터 기기에 입력하고 멘트를 작성하는 것도 나의 몫이다. 프롬프터 없이 외워서 해야 하기에 철저한 연습은 필수다. 소품이나 생활관련 아이템은 없는지, 관련 기사는 없는지 시시각각 확인하는 작업도 빼놓지 않는다. 일반인들은 잘 알 수 없겠지만 1~2분의 일기예보를 위해 기상캐스터가 준비해야할 것은 생각보다 많다.


날씨를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해야하는 기상캐스터들에게 요즘처럼 예보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여름철은 가장 바쁘면서도 긴장되는 시기다.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에 예보가 빗나가기라도 하면 나는 마치 양치기 소년이 된 것 같아 밤잠을 이루지 못하기 일쑤다. 특히나 생업과 관련 있는 분들에게 항의 전화를 받을 때면 약간은 억울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그만큼 무거운 책임감도 느낀다.


기상예보와 과학은 연관성이 꽤 많다. 계절별로 다른 기압배치, 한반도 기후와 지형적인 특징은 물론, 최근 주목받는 엘니뇨나 이상기후를 유발하는 요인들은 모두 날씨와 관련이 깊은 과학적 원리들이다. 과학에의 지식이 깊을수록 도움이 많이 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전문적이면서 순발력이 필요하고 동시에 무한경쟁에 놓인 직업이 기상캐스터가 아닌가 생각한다. ‘왜 하고 싶은가’에 대한 답이 서있어야 헤매지 않고 나갈 수 있다. 날씨도 결국은 사람 이야기니만큼 과학은 물론 평소 다양한 분야에 호기심을 갖고 이야기를 많이 축적해둔다면 분명 기상캐스터의 꿈에 한 발자국 더 다가설 것이다.


글 | 이문정 기상캐스터
이문정 기상캐스터는 서울여자대학교에서 아동학을 공부했으며, 2005년 MBC-TV 기상캐스터 공채로 입사했다. 206년 4월부터 MBC 뉴스투데이에 이어, 2012년 10월부터 방송사 메인 프로인 MBC 뉴스데스크에서 기상예보를 진행하고 있다. 기상에 대한 자상한 정보와 편안한 미소로 시청자로부터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자동차 지식으로 똘똘 뭉친 자동차박사 


손기술과 융합형 지식이 뛰어나다면 도전해볼만하죠”


글 | 이일권 자동차기능장 (대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


“킁킁킁”

어린 시절부터 나는 유난히도 자동차를 좋아했다. 오죽하면 자동차에서 나오는 배기가스 냄새마저도 좋아 버스 배기구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다가 버스 기사아저씨에게 혼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자동차를 타면 기분이 좋았고 상하로 흔들릴 때면 마치 말을 타는 것 같아 그렇게 재미있을 수 없었다. 나의 고향은 강원도 영월의 마차라는 이름의 광산촌이었는데 차의 초기 모델이 마차였으니 내가 지금 자동차 관련 직업을 선택한 것은 운명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지금은 대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에 있지만 원래는 자동차회사 직원이었다. 현대자동차에서 자동차 품질업무를 비롯해 다양한 자동차를 도로에서 시운전하고 성능도 시험하고 고장 난 부분을 점검 수리하는 일을 했다. 이러한 다양한 실무경험은 훗날 자동차 엔진 관련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교수가 되어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큰 도움이 됐다.


내가 어렸을 때만해도 자동차는 기계적인 작동원리에 의해 연료를 연소시켜 엔진으로부터 힘을 얻어 움직이는 귀하디귀한 공산품으로, 연료가 타서 힘을 내는 기계적인 시스템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전기전자 시스템의 적용으로 제어 기술이 발달했고 이를 적용하여 전자제어 시스템이 융합되면서 쉽고 편리한 종합기계로 변모했다. 이러한 변화로 대량생산시스템의 적용과 관련된 산업이 급속히 발전했고 경제의 규모가 커지면서 수요가 증가하여 대중의 필수 공산품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미래의 자동차는 우리나라의 중요한 먹거리로 자리 잡을 것이다. 지금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연료전지 자동차, 수소 자동차와 이를 제어하고 인간의 삶을 좀 더 안전하고 편리하게 하는 다양한 기술이 탄생할 것이다.


자동차 산업이 꽃피우면서 관련 전공과 직업도 환영받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는 기계식 자동차 제어 시스템에서 전자제어식 자동차 시스템으로 변화하는 시점에 대학에 자동차관련 학과가 개설되면서 인기학과로 자리 잡았다. 자동차관련 학과를 전공하면 진출할 수 있는 분야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국내외 자동차 완성업체는 물론, 부품 및 시스템 생산업체, 파생상품인 보험 및 마케팅관련 업체, 신차 및 중고차의 영업과 정비관련 업체, 인증 및 특허와 관련된 변리사 및 자동차 관련 다양한 법리적 문제를 다루는 변호사까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 뿐인가. 경험을 살려 관련 업종에 창업할 수도 있다. 결국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분야의 일을 하면 신명날 것이고 다양한 융합기술과 자기개발을 한다면 틀림없이 자동차 최고 전문가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과학 특히 자동차에 관심이 많아 자동차와 관련된 직업이나 전공을 택하려는 학생들이 많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적성과 다양한 융합형 사고능력이다. 다른 학과보다 기본적으로 손기술과 융합형 지식이 많이 필요한 분야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을 지켜본 결과 적성에 맞고 좋아해서 입학한 학생이 그렇지 못한 학생보다 학교생활에 더 긍정적이었고 교육효과도 높았다. 내가 좋아하는지, 나의 적성에 맞는지를 정확하게 판단하여 자동차관련 학과를 선택한다면 아마도 최상의 선택이 되지 않을까.


글 | 이일권 자동차기능장 (대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
이일권 교수는 국립 부산기계공업고등학교((현 마이스터 교) 기계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기계공학과 및 동대학원에서 공학박사를 취득했다. 기술표준원 연구원과 현대자동차 과장으로 근무한 바 있으며, 현재 대림대학교 자동차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에 있다.



 과학 다큐멘터리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연출가 


“과학을 매개체로 시청자와 소통하는 직업 어때요?”


글 | 이치훈 과학다큐 PD(KBS 기획국)


언젠가 수십 시간동안 헬기를 타고 다니며 전국을 누빈 적이 있다. 하늘에서 본 대한민국의 새로운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베테랑 조종사들도 힘들어하는 비행을 하며 그 누구도 볼 수 없었던 영상을 카메라에 담아냈다. 과학 다큐멘터리를 만들다보면 그 어떤 고난도 마다하지 않는 용기와 열정이 세상을 바꾸기도 하고 인류를 성장시키기도 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그래서 나는 그런 용기와 열정을 경험하게 해준 PD라는 직업이 정말 마음에 든다.


학창시절 나의 꿈은 수시로 변했다.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화가가 꿈이었다가 고등학교와 대학 때는 신문기자로 바뀌었다. 한 사회가 공공의 선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사회 구성원들의 이해와 공감을 도모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 선택한 직업은 언론인이었다. 취업할 즈음 방송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방송 통신위성인 무궁화 1호 위성을 발사하는 장면을 보며 문득 방송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이 의미 있고 흥미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방송사 시험 볼 때 기자가 아닌 방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PD를 선택했다.


PD가 된 후 주로 제작한 프로그램은 과학 다큐멘터리다. 역사나 과학 등 전문영역의 다큐들은 기획 단계부터 상당한 지식과 정보가 필요하다. 나 역시 과학 다큐를 기획할 때마다 과학 기술 용어에 대한 이해와 기본 상식을 갖추기 위해 공부하고 과학 분야의 최신 뉴스와 이슈들을 파악하기 위해 외국의 저널과 잡지들을 읽는데 게을리 하지 않는다.


과학 프로그램을 제작하는데 PD 자신이 재미와 흥미를 갖고 있지 않다면 좋은 프로그램이 나오기 힘들다. 다행히도 내 취미는 인공위성, 우주선, 로켓 모형 등을 수집하는 것으로, 가끔은 무선 조종 자동차나 실제 움직이는 로봇을 만들기도 한다. 이런 취미활동을 통해 기계와 도구들의 원리를 이해하기도 하고 머릿속에서만이 아닌 손과 발이 움직이는 현실 속에서 과학과 기술을 경험한다. 때로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만나게 되는 과학자들과 소통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다른 프로그램도 마찬가지겠지만 과학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작업은 특히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기에 힘든 점이 많다. 가장 큰 어려움은 과학적 주제나 소재를 일반 시청자들과 어떻게 소통할 것이냐다. 과학 프로그램은 보통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접하지 않는 주제나 세계를 다루거나 전문적이고 깊이 있는 내용을 소개한다. 때문에 시청자들이 흥미를 잃지 않고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어려운 내용을 쉽게 전달하기 위해 첨단 그래픽과 다양한 촬영기법을 활용하고 우리 눈으로 직접 볼 수 없는 세계를 표현하기 위해 고민도 많이 한다. 또한 어렵고 생소한 용어들을 쉽게 표현하기 위해 전문가들과 토론도 하고 꼭 이해해야할 정보와 이야기들을 흥미롭게 전달하기 위해 구성안도 수시로 바꾼다.


아직 우리나라는 과학 다큐멘터리 제작이 그리 활성화되지 못했다. 많은 시간과 돈 그리고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더 많은 성장과 발전 가능성이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어려운 만큼 도전할 가치는 충분히 있다. ‘왜 피디가 되고 싶은가’에 대한 대답이 분명하다면 준비와 노력, 용기와 의지를 갖고 도전해보는 것도 좋겠다.


글 | 이치훈 과학다큐 PD(KBS 기획국)
이치훈 PD는 한국방송공사(KBS) 기획국 프로듀서로 입사한 이후, <환경스페셜> <사이언스21> <과학카페> <2013 스페이스 오디세이 외계생명체> 등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주로 제작 연출했다. 2011년에는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주관하는 올해의 대한민국과학문화상을 수상한 바 있다.



 회계 감사 업무부터 법률 계약까지~ 만능 회계사 


“이공계 출신도 얼마든지 유능한 회계사가 될 수 있어요”


글 | 김석준 회계사 (바이오테크닉)


30여 년 전 고등학생 시절, 나는 소위 말하는 ‘물화생지’ 네 과목 중에서 물리를, 전체 과목을 통틀어서는 수학을 가장 좋아했다. 하지만 대학 때 선택한 전공은 생물교육학이었다. 좋아하는 과목을 제쳐두고 생물을 선택한 것은 ‘생물학에 비전이 있다’는 선생님의 역설(力說)에 넘어갔기(?) 때문이었다. 적성을 따지지만 않는다면 잘한 선택이었다. 유전공학 기술이 소개되면서 다른 어떤 분야의 학문보다도 비약적 발전을 이뤘기 때문이다.


대학 4학년 때 생물학이 적성에 맞는지를 잠깐 고민하며 다른 학과로의 편입을 알아보기 위해 공대의 어느 교수 연구실을 무턱대고 방문한 적이 있다. 그 때 교수님은 ‘내가 지금 자네 나이라면 생물학을 전공하고 싶네.’라고 말했고 나는 그 말 한마디에 다니던 학과로 다시 돌아와 대학원에 진학하여 2년을 더 공부한 후 대기업의 연구원으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그 때의 업무는 대학원에서 전공한 분자유전학 기술을 발휘하여 빈혈치료에 사용되는 의약품을 개발하는 일이었다. 유전공학을 이용한 의약품으로는 단연 세계 최대 블록버스터급이었기에 연구에 박차를 가했고 마침내 국산화에 성공하여 보건복지부의 허가를 얻고 상품화까지 진행했다. 하지만 이미 선진국의 다국적기업이 판매 중인 품목이어서 특허 침해 문제가 걸림돌로 남아 있었다. 나는 개발을 마치고 곧바로 특허를 전담하는 지적재산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다루는 내용은 기술이었지만 이 기술을 지적재산화하기 위한 법률과 관련이 깊은 업무여서 때로는 특허권 침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송도 진행해야 했다. 한번은 특허법원에 출석하여 판사를 앞에 두고 상대편 회사와 논쟁을 벌인 적이 있었는데 상대방 변리사가 대학원 시절 관악산 기슭의 한 강의실에서 함께 수업을 들었던 동기여서 놀랐던 적이 있다.


몇 년 후 회사 동료가 벤처 창업을 하려는데 동참하지 않겠느냐며 제의를 해왔다. 2000년 말은 이미 벤처 열풍이 한 풀 꺾인 무렵이었지만 나는 과감하게도 그 다음 날 동참 의사를 밝혔다. 회사 설립과정 중에 필요한 기술 개발, 라이센싱, 계약, 지적재산권의 확보 등과 더불어 회사의 주식 사무, 회계, 재무 업무가 나의 할일이었다.


전공과 일치하지 않는 일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내가 하는 일은 오로지 회계업무만이 아니다. 연구원들이 개발한 기술의 특허 출원을 함께 검토하고 법률 계약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며 투자자들에게 투자를 권유하기도 한다. 또한 회사의 자금을 효율적으로 확보하고 지출할지 최선의 방법을 모색한다. 회사의 중요한 사업내용을 주주들에게 알리는 공시책임자의 역할도 맡고 있다. 어떻게 보면 대학 및 대학원에서의 전공, 연구소에서의 개발경험, 법무팀에서 쌓은 법률지식 그리고 현재 회사에서의 회계업무 경험이 모두 지금의 업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데 적잖은 도움을 주게 된 것이다.


어느 대학, 어떤 학과에 진학할 것인지는 대학 진학을 앞둔 학생이라면 누구나 할 수 밖에 없는 고민이다. 매우 중요한 순간이므로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는 것은 틀림없다. 다만 결정을 내릴 때 전공의 선택이 향후 직업을 확정짓는 것은 아니라는 것 그리고 똑같은 전공을 이수하더라도 다양한 직업선택의 길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


글 | 김석준 회계사 (바이오테크닉)
내가 하는 일은 오로지 회계업무만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대학 및 대학원에서의 전공, 연구소에서의 개발경험, 법무팀에서 쌓은 법률지식 그리고 현재 회사에서의 회계업무 경험이 모두 지금의 업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데 적잖은 도움을 주게 된 것이다.




 새로운 기술의 특허권 취득을 대행하는 변리사 


“연구개발이 아닌 글과 말로 과학기술 발전에 일조합니다”


글 | 신윤숙 과학전문변리사 (리인터내셔날 특허법률사무소)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으며 그리고 그것이 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 중 마지막 단락이다. 나는 이 시를 읽을 때마다 오늘 어떻게 이 자리에 있게 되었는지를 생각하며 시인의 저 마지막 고백에 동의하고 만다. 미래에 대한 아무런 대책 없이 대학을 마친 뒤 4년의 공부로는 부족함을 느껴 대학원을 진학했고 졸업할 무렵, 프로스트 시인이 말한 두 갈래 길을 만났다. 두 길 중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인, 그 당시 이름도 생소했던 변리사의 길을 택했고 그것이 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변리사의 길을 선택한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하나는 내가 실험실에서 인고의 노력 끝에 세상을 바꿀 놀라운 발명이나 발견을 할 만한 재목이 되지 않을 것임을 알았고 또 하나는 연구 개발에 몰두하기보다는 개발된 기술을 글이나 말로 옮겨서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 역할을 할 수 있는 재주나마 가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새로운 발명을 글로 옮겨 발명자나 창작자들이 자신의 발명이나 창작에 대한 보상으로 권리를 가질 수 있는 절차를 대리하는 것이 변리사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이다. 또한 지적 재산권을 가진 사람들 또는 이를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다툼이 생길 때 권리의 유∙무효 또는 권리 침해의 여부에 대하여 당사자들을 자문하고, 권리의 유∙무효 또는 권리 침해의 여부를 가리는 특허심판원이나 법원의 절차에서 각 당사자를 대리하는 일도 한다.


변리사로서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해내려면 가장 먼저 기술의 이해가 필요하다. 대학에서 자연과학이나 공학 전공이 필수일 뿐만 아니라 자신의 기술 분야에서 석사 또는 박사학위 취득을 통하여 연구∙개발의 경험을 쌓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특허법 등 지적 재산권법의 이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기술에 법리를 적용하여 자신이 대리하는 당사자의 이익을 확보하려면 법률의 이해에 근거한 논리적 사고와 이를 글과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언어적인 표현 능력이 필수다. 나아가 지적 재산권은 다른 어떤 법률 분야보다도 국제적인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에 외국어의 이해 및 구사 능력도 필요하다. 특허의 경우 한 국가에서 발명을 하더라도 제품의 시장이 되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권리를 얻어야 하므로 외국의 특허청과 같은 기관이나 이를 대리하는 외국의 대리인들과 소통해야 하기 때문에 영어 또는 일본어와 같은 외국어의 이해와 구사는 변리사로서 빼놓을 수 없는 능력이다.


변리사는 이렇듯 다양한 측면의 능력을 갖추어야하기 때문에 변리사 시험에 합격하여 변리사가 된 후에도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항상 새로운 기술에의 이해가 업무의 출발점이기 때문에 항상 새로운 것을 배우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러한 요구가 직업인으로서의 변리사에게 끊임없는 도전 정신을 갖도록 하는 원동력이라 생각한다.


17년간 변리사로서 산 삶을 돌이켜 보면, 연구∙개발에 몰두하는 대신 기술과 법 사이에서 또는 권리자와 침해자 사이에서 중간자 역할을 하며 인류의 과학기술 발전에 미력이나마 보탤 수 있다는 점이 변리사로서의 자긍심을 느끼게 한다.


글 | 신윤숙 과학전문변리사 (리인터내셔날 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로서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해내려면 가장 먼저 기술의 이해가 필요하다. 대학에서 자연과학이나 공학 전공이 필수일 뿐만 아니라 자신의 기술 분야에서 석사 또는 박사학위 취득을 통하여 연구∙개발의 경험을 쌓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