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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좌담] 생성형 AI와 교실에 찾아온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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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에서 ‘대화’로… 이제 친구가 되다

든든한 조력자 AI 활용, 새로운 교육 기회 창출 가능


생성형 AI(Generative AI)인 챗GPT는 출시 두 달 만에 월 사용자 수 2억 명을 돌파했고, 이는 틱톡이나 인스타그램보다 압도적으로 빠른 속도이다. 이제는 챗GPT를 통해 혁신적인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데, 교육계도 이에 대한 대응을 빠르게 하고 있다. 우리 초중등 교육계에서도 학습과 평가에 이를 활용해야 하는지를 놓고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학교교육 현장에도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에 서울과학교육에서는 ‘생성형 AI와 교실에 찾아온 변화’라는 주제로 생성형 AI 도입과 학교 현장에서 생성형 AI 체험을 통해 교실에 찾아온 변화와 다양한 추진 사례, 교사의 역량 개발 방안, 새로운 수업 방향, 한계와 발전 방향 등을 탐색하고자 한다.


일 시│ 2023년 6월 5일 월요일 오후 5시

장 소│ 서울특별시교육청과학전시관 회의실

사 회│ 조영주 편집위원장(중경고등학교)

참석자│ 조헌국 교수(단국대학교), 박정희 장학사(서울시교육청), 김경상 교사(청량초등학교), 백종민 교사(석관중학교), 고준태 교사(용산고등학교)


생성형 AI, 학교 교육 활용은 고민 중 교사 업무에는 상당한 도움


사회자 생성형 AI는 이용자의 요구에 따라 텍스트, 이미지, 음악, 비디오 등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창작해 내는 인공지능 기술입니다. 챗GPT가 충격적인 이유는 사람처럼 말하고, 질문의 맥락을 이해하며, 복잡한 질문을 해도 논리 정연하게 대답한다는 점입니다.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생성형 AI에 대한 경험담을 말씀해 주십시오.


조헌국 저는 주로 텍스트 기반 AI와 관련된 연구를 하면서 챗GPT를 접하고 활용하고 있는데요. 최근에 챗GPT가 뜨면서 관련된 다양한 API들이 제공되고 있는데, 현재 사이트를 만들어서 거기에서 질문을 주고받고 하는 기록을 다시 분석해서 학생들이 뭘 궁금해 했는지를 선생님들께 피드백하고 있습니다.


박정희 저는 교육청에서 인공지능 교육 관련 업무를 합니다. 2월부터 챗GPT와 관련해 기자들의 전화가 엄청 늘어나면서, 심상치 않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한 주로 보도자료 초안을 작성하거나, PPT 자료 준비할 때 이미지 생성형 AI를 많이 활용하는 편이에요. 개인적으로는 업무 때문에라도 SNS에서 수많은 경험담을 찾아보면서 다양한 간접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조영주│편집위원장(중경고등학교)
교사 본연의 역할은 언제나 중요한 한편, 빠르 게 변하는
첨단 기술에 대한 유연한 태도를 갖 춰야 한다고 말하는
조영주 편집위원장

조헌국│단국대학교 교수

교육 현장에서 AI기술을 활용하는 것은 막을 수 없는

대세가 되었고, 이를 잘 활용하기 위해 서는 어떻게

컨트롤할 지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 능력, 관리 능력,

기획 능력들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조헌국 단국대학교 교수

 

박정희│서울시교육청 장학사

이미 생성형 AI 기술이 적용된 사회에서 학생 들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현재 AI 리터러시 교 육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하는

박정희 서울시 교육청 장학사


백종민 챗GPT 붐이 일면서 호기심에 간단한 질문하는 정도로 사용했는데요. 제가 느꼈던 점은 글을 쓸 때 필요한 자료를 잘 요약해줘서 꽤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유료 버전을 사용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학생들이 과제나 리포트 작성할 때 챗GPT에 물어본 내용을 그대로 쓰는 사례가 많다고 해서, 그 수준이 궁금해 챗GPT에 과학 탐구 주제를 줘봤어요. 예를 들어 ‘매미의 울음소리에 관한 탐구 보고서를 쓰려고 하는데 A4 분량 정도로 요약해 달라’고 했더니 고등학교 수준으로 정리를 해 주더라고요. 이렇게 기술이 발전하고 있는데, 이걸 어떻게 교육적으로 활용해야 할까 고민이 됐습니다.


고준태 저는 주로 이미지 생성 AI 달리(DALL-E)나 고갱(GauGAN)같은 프로그램을 써봤고, 오픈AI 초기에 텍스트 형성 AI를 써봤습니다. 그리고 연구모임의 일종인 AI프렌즈에 가입해서 사람들의 활용 사례나 경험들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전 생성형 AI 기술에 대해 실망스러운 점이 큰데요. 보통 ‘보고서를 작성하라’고 하면 우리는 논리적인 순서에 따라 내용을 정리하는데, 생성형 AI는 언뜻 보면 말이 되는 것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맥락 없이 그럴듯한 문장으로 나열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그냥 재미로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김경상 저희 학교가 AI선도학교여서 생성형 AI에 대한 관심이 많은 편입니다. 그런데 챗GPT는 만 13세 미만은 사용하지 못하게 되어 있어요. 초등학교 교사로서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하다가, 제가 챗GPT를 이용해 만든 글과 아이들이 쓴 글을 익명으로 읽고서 그 글이 인공지능이 쓴 건지 친구들이 쓴 건지 구별하게끔 했어요. 사실 챗GPT가 작성한 글이 학생들의 글보다 어른스러워서 티가 났는데, 학생들의 글 중에서도 어른스럽게 쓴 글은 아이들이 챗GPT가 썼다고 판단하더라고요. 그리고 또 한 가지 놀라웠던 건 챗GPT에게 감정적인 질문을 던지면 감정을 잘 받아주는 것처럼 느껴지거든요. 사실 기술적으로 보면 제일 확률 높은 문장들을 이어서 얘기하는 것에 불과한데 사람이 느끼기에는 약간 감정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거예요. 그걸 모르고 봤을 때는, 그래서 감정을 완벽히 흉내 낼 수 있다면 ‘이것을 감정이 있는 것으로 봐야 하는가’라는 약간 철학적인 질문도 하게 되더라고요.


생성형 AI가 교육에 불러온 변화, 학습에 대한 개념을 바꾼 것


사회자 사실 저는 직접 활용할 기회는 없었지만, 어떤 분이 자신이 썼던 원고를 챗GPT로 문장 정서를 받는다고 해요. 교정 같은 거죠. 그런 쪽으로 활용하는 데 아주 도움이 많이 된다는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이처럼 생성형 AI의 등장은 개인의 삶과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교육계도 이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미 미국의 대학들은 강의계획서에 과제에 따른 챗GPT 사용 가능 유무를 적거나 평가 방식 변화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가 교육 현장에 가져올 변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백종민 우리가 지식을 구분할 때 낮은 차원의 정보 전달, 즉 실제적인 사실 전달에서 이를 개념화, 추상화시키고 여기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단계까지 구분합니다. 그런 면에서 사실적인 정보는 에듀테크나 과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교실에서 다루지 않더라도 학생들이 더 쉽게 접하고 배울 수 있게 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교실에서 무엇을 가르쳐야 될 것인가’라는 고민은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학교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란 과제로 주어진 것 같아요.


고준태 요즘은 기술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서 한 달만 놓쳐도 트렌드를 못 따라가겠다는 소리가 나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 메타버스니 메이커교육이니 했는데, 지금은 또 챗GPT가 열풍이잖아요. 결국 이런 기술을 통해 어떤 아이로 길러야 하느냐를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좀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챗GPT가 그럴듯한 글을 쓴다는 것에 놀랄 것이 아니라, 그 글을 보고 제대로 논리 전개가 이뤄졌는지, 혹은 정보 왜곡이나 오류는 없는지 학생들이 생각하고 자기가 스스로 글을 쓸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실제 산업 현장에서도 전체적인 업무를 명확하게 알고 있어야 정확하게 일을 시키거나 결과를 판단할 수 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현재 하고 있는 기본적인 교육이 오히려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경상│서울청량초등학교 교사
생성형 AI가 학생들의 교육뿐만 아니라, 교사들의
행정업무 경감에도 매우 효율적이라고 말하는
김경상 서울청량초등학교 교사

백종민│석관중학교 수석교사

챗GPT 활용할 때 어떤 과제를 맡겨서 결과물을 얻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학생의 추론 능력을 어떻게

기를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는 백종민 석관중학교 교사

 

고준태│용산고등학교 교사

챗GPT같은 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기본을 가르치고, 그 위에 학생 스스로 원하는 것을 배우고 쌓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고준태 용산고등학교 교사



김경상 교사들이 행정업무를 할 때 생성형 AI를 이용하면 굉장히 효율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학부모가 자주 문의하는 것은 챗봇 형태로 만들어서 바로 답변하도록 한다거나, 챗GPT를 활용해서 학부모 상담 자료를 분기에 한 번씩 요약해 보내주는 시스템을 만든다면 교사들의 업무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겁니다. 학생들 학습에 대해서도 개개인 맞춤학습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일례로 챗GPT 모델을 활용한 뤼튼 트레이닝이란 프로그램은 글쓰기를 단계별로 제시해줘요. 학생들이 키워드를 입력하면 뭘 더 추가하면 좋을지 조언해 줍니다. 원래는 교사가 할 일이죠. 그런데 현실적으로 교사가 모든 학생들에게 일일이 다 해 줄 수 없는 상황에서, 이런 기술을 활용한다면 개별 맞춤 교육 지도도 가능하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헌국 거시적 관점에서 보면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 세상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기술이 있어요. 쉽게 생각해서 스마트폰 같은 기술은 이 세상에 비가역적 변화를 일으켰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더 이상 스마트폰이 없는 세상을 상상하지 못해요. 그런 기술 중 하나가 바로 생성형 AI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이 기술은 우리 삶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앞으로 안 쓰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AI기술이 어떤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냐는 질문에서 저는 ‘학습에 대한 개념을 바꾼 것’이라고 보거든요. 기존의 학습이란 ‘지식을 생물학적인 뇌 안에 얼마나 잘 저장시키고 인식하게 하느냐’였거든요. 그런데 스마트폰이 가져온 혁명은 바로 그 인지 기능을 기계가 일부 대신해주는 거예요. 게다가 AI는 내가 이해하는 방식으로 질문을 던져도 답을 주는 조력자, 쉽게 말하자면 영화 아이언맨의 인공지능 비서 ‘자비스’같은 어드바이저가 된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가 일할 때 머릿속에 모든 걸 기억하면서 하지 않잖아요. 클라우드 쓰고 여러 앱도 쓰는데, 그게 어쩌면 학생들한테 일이 벌어진 거고 교육 현장에서도 그걸 막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AI로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떻게 컨트롤할지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 능력, 관리 능력, 기획 능력들이 중요해질 것입니다.


박정희 지금 여러분의 말씀을 듣다보니 두 가지 이슈가 있는 것 같아요. 하나는 전통적인 방식의 지식 교육이 필요한가, 두 번째는 AI에 대한 교육이 전방위적으로 필요한가에 대한 논의가 이어져 온 것 같습니다. 우선 첫 번째 주제에서 챗GPT를 활용할 때 질문이 중요하잖아요. 그런데 질문을 잘 하려면 많이 알고 있어야 해요. 또 내가 무엇을 하고 모르는지를 알고 있어야 질문을 할 수 있고요. 그래서 저는 지식 교육이 더 중요해지겠다 생각했습니다. 저희가 프로젝트 수업을 하려해도 관련된 개념을 세우는 단계가 반드시 필요하거든요. 저는 그게 교사의 교육 활동에서 분리될 수 있는 것인지, AI에 전적으로 위임할 수 있는지를 생각했을 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챗GPT를 활용할 때 학생을 코칭해주는 식으로 발전한다면 학생 개별화 맞춤형 교육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기는 해요. 그렇더라도 전적으로 AI에 위임할 수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학생들이 자기주도학습 능력이 굉장히 뛰어나면 잘 활용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학생들은 활용을 못하거든요. 그러면 거기서 생기는 격차도 클 것입니다. 두 번째는 AI에 대한 교육인데요. 챗GPT가 등장하면서 인공지능 기술이 녹아있는 제품의 소비자이면서 동시에 누구나 생산자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어요. 학생들도 관심만 있으면 무엇이든 만들 수 있거든요. 이처럼 생성형 AI 기술이 사회로 스며들 때 학생들이 이 기술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모르고 그 사회를 살아갈 수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인공지능 기술의 원리를 알고 인공지능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이를 알고 잘 활용하는 AI 리터러시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자 선생님 말씀을 듣다 보니 개인적으로 많은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학습과 교육이 같은가? 라고 했을 때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 합니다. 이 AI를 활용하는 교육이 학습은 아주 잘 시켜주는데, 우리가 얘기하는 교육 즉 AI가 교사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현재까지는 부정적인 의견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럼 다음 주제로 넘어가서 생성형 AI의 빠른 발전이 우리 교육의 패러다임을 많이 바꾸고 있고, 영향력 또한 갈수록 강력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교육 현장에서 생성형 AI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국내외 다양한 사례들을 알아보고 이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김경상 교육용 계정을 무료로 제공하는 네이버 웨일 스페이스에서 이미 교육용 AI서비스들이 제휴 서비스로 많이 제공되고 있더라고요. 뤼튼 트레이닝, 스마트올, Engram 등 에듀테크 기업들이 발빠르게 AI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움직임이 많았습니다. 학습평가 쪽에서도 생성형 AI를 도입해 피드백하는 것들이 있고요. 아직은 그 사례가 많지 않지만, 울프람알파 같은 챗GPT를 이용한 교육용 플러그인들이 곧 쏟아져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백종민 사실 활용 사례보다는 하나 건의를 하고 싶은 게 생성형 AI를 교과 수업에 활용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 때 전문 교사들과 긴밀한 협업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학교 수업에서 각 교과들이 추구하는 교육목표가 있는데, 이를 이루기 위한 방법을 가장 잘 아는 전문가가 바로 교사니까요. 그런 프로그램들이 많이 개발되어야 각 교과가 추구하는 쪽으로 좀 많이 활용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면 챗GPT에 ‘원어민 교사’ 역할을 주고, 학습자는 ‘영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초등학생’으로 설정을 한 뒤, 실제로 원어민과 대화하듯이 영어를 익히는 것을 봤는데 상당히 흥미롭더라고요. 이런 방법들이 교과가 추구하는 방향과 매칭된다면 학교 현장에서 좀 많이 활용되리라 생각합니다.


박정희 저는 챗GPT-4를 이용해서 과학 논문을 검토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문을 봤는데, 체크리스트를 주면 그걸 검증한다거나 논문 전체 내용 중에 오류가 있는지 검증을 굉장히 잘 해냈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어요. 사실 저희가 연구를 하거나 논문을 쓸 때, 선행 연구를 찾아보는 게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챗GPT같은 언어 모델을 활용하면 많은 양의 논문들을 단시간 안에 요약할 수 있는데, 이게 연구 분야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탐구 활동을 할 때도 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헌국 국내 에듀테크 스타트업 같은 경우를 살펴보면 대부분 기존에 개발된 라이브러리나 모델을 이용해서 쓰고 있어요. 그렇게 보면 사실 제일 큰 학습 플랫폼으로는 인공지능 튜터 산타토익이 있고, 성인들을 위한 학습 사이트들이 몇 개 있어요. 그런데 제가 알기로 인공지능을 교육에 적용하는 게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제일 빨라요. 아직까진 해외에서는 교육에 적용시키는 것에 관심이 많이 없어요. 그래서 다른 나라 사람들이 우리나라가 어떻게 하는지 보고 그다음 판단할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우리가 쓰는 게 제대로 쓰는 건지, 혹은 다른 문제는 없는지 검토해가며 나아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생성형 AI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리터러시 교육 필수


사회자 교수님 말씀대로 생성형 AI에 대해 굉장히 민감하고 빠르게 반응하고 있는 현재 우리의 실정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논의나 공론화가 더 많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처럼 생성형 AI의 영향력과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고, 또 여러 가지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클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술형 과제, 수행평가 등을 챗GPT로 작성 후 제출하는 부정행위가 만연하거나, 학생들의 생성형 AI에 대한 의존성 등 그 부작용이나 한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큽니다. 이에 대한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고준태 글쓰기는 사실 생각하는 과정이 있잖아요. 일례로 과학적인 글쓰기의 경우 어떤 데이터에 대해 설명하고 주장을 제시하는 과정이 필요한 데 생성형 AI에 의존하게 되면 그런 능력을 키울 수가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자기의 의견을 펼 수 있는 학생으로 기르는 것과 생성형 AI를 이용해서 뭔가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기르는 것, 이 두 과제를 어떻게 조화롭게 만들지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백종민 챗GPT를 활용할 때 어떤 과제를 맡겨서 결과물을 얻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학생의 추론 능력을 어떻게 기를 것인가가 더 중요합니다. 즉, 챗GPT를 학습 도구로써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를 가장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실제로 챗GPT로 글쓰기부터 시작해야 챗GPT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을지 고민이 생기고, 어떻게 교육적 활용을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이 나올 것 같거든요. 최근 정부나 관련 기관에서 챗GPT와 관련해 부정행위나 저작권 문제와 관련해 강의하는데, 그보다는 실제 교과 학습에서부터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지 점검한 다음 부작용이든 활용 방법이든 그에 대한 논의가 이어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정희 기존 자료검색 방식은 키워드를 넣고 여러 사이트나 자료가 뜨면 신뢰할 만한 내용을 하나씩 찾아서 우리가 직접 정리하잖아요. 반면 챗GPT는 문장으로 싹 정리해 주는 게 굉장히 매력적인 거거든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저희가 왜 검색할 때도 추천 알고리즘을 얘기 많이 하잖아요. 선호하는 쪽으로 자꾸 정보를 주고 그렇지 않은 건 차단하는데, 챗GTP를 활용하면 학생들은 챗GPT의 답변 말고 다른 의견은 아예 접할 수 없거든요. 문제는 챗GPT가 제공하는 정보가 왜곡되어 있거나 편향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데, 학생들이 문제의식 없이 받아들일수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생성형 AI의 특징, 특히 언어 모델인 챗GPT의 특징에 대해 사람들이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늘 오전에도 제가 ‘세종과학고가 어디에 있어?’ 하면 정말 다른 얘기를 하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은 챗GPT가 정답을 말해주길 기대해요. 챗GPT가 원래 정답을 이야기 하는 게 아니거든요. 인터넷에 있는 정보를 수집해서 선별해서 알려주는 것이어서, 사람들이 그것만 알아도 챗GPT를 훨씬 잘 쓸 수가 있어요. 그래서 이런 기술의 특징도 잘 알아야 하고, 이것을 의도하지 않은 상태에서 잘못 쓸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게 필요합니다.


조헌국 챗GPT나 혹은 그 외에 여러 모델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나 단점은 아마 다 공감하실 것 같습니다. 교육의 맥락에서 보면 사실은 몇 가지 구분해야 될 것 같아요. 일단은 원래 챗GPT 등장할 때는 사실 나이 제한이 없었어요. 3월 14일 오픈AI사가 챗GPT를 업데이트하면서 13세 미만 사용 금지를 걸었거든요. 챗GPT를 개발한 개발자들도 저 연령층이 챗GPT를 사용할 때의 부작용을 예상하지 못한 거죠. 실제로 제가 중학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플랫폼의 로그를 보면 이상한 질문이 많아요. 그래서 연령에 관한 부분도 고려해야 하고, 또 생성형 AI를 통해서 학생들을 어떻게 측정하고 뭘 기대하는가, 이 학생들이 뭘 어떻게 기대하는가라는 부분을 같이 고민해야 될 것 같아요.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굉장히 반성했던 게 뭐냐면 아이들의 능력을 우리는 지금까지 어떻게 판단했을까. 평가자가 평가하기 쉬운 방식으로 뭔가를 던져주고, 그것을 우리가 학생 능력이라고 불러왔던 게 아닌가. 그래서 ‘부작용이 있으니까 못 쓰게 합시다’가 아니라 기존에 하지 못했던 혹은 하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서 좀 더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리고 현장에서 생성형 AI를 쓸 때 선생님들이 가이드라인을 정해서 아이들이 그에 맞춰서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경상 올해 학기 초에 있었던 일인데, 제가 애들한테 챗GPT가 작성한 글을 구분하는 프로젝트를 한 다음 국어 교과의 토론 수업을 진행했거든요. 보통은 토론 자료를 준비하라고 하면 애들이 인터넷 검색 엔진 통해서 자료를 조사했는데, 올해는 갑자기 어떤 애가 선생님 제 챗GPT 써도 되죠? 하면서 로그인 좀 해달라는 거예요. 이번 토론 주제를 보니까 딱 우리반 애들이 생각나더라고요. 물론 이러한 부정행위를 감지하는 AI가 개발되어 결국 기술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긴 하지만, 의존성 문제는 AI리터러시 교육이 잘 이뤄져야 되고, 그래서 초등학생 아이들에게도 이 기술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간단하게라도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결국 어떤 내용을 리터러시 교육으로 해야 할지 논의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생성형 AI는 하나의 도구, 교사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더욱 커질 터


사회자 지금까지 AI에 초점을 두고 우리가 쭉 얘기를 해봤는데요. 교육 현장에서 챗 GPT를 비롯한 생성형 AI를 생산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학생들이 갖춰야 할 자질이나 역량은 무엇일까요? 또 이를 위해 교사들은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이제 초점을 학생과 교사, 즉 사용자의 자질과 역량으로 옮겨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백종민 여태까지 논의됐던 이야기 흐름 속에 어느 정도 다 나온 것 같습니다. 일단 학생들의 경우 미래 역량을 강조하는 학생 주도성, 일단 자기 의지가 조금 필요한 것 같고요. 그다음에 이제 챗GPT가 가진 그런 특성 때문에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기본 지식이 필요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어느 정도 지식 교육이 필요하다는 점, 그 다음 여러 자원을 활용해서 검증할 수 있는 비판적 사고 능력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경상 제가 초등학교 때 세진컴퓨터라고 MS도스를 가르치는 컴퓨터 교실을 다녔는데, 무슨 내용인지 하나도 모르겠어서 정말 엉엉 울었던 기억이 아직도 있거든요. 고등학교 때는 컴퓨터 언어를 배우다가 어려워서 덮었는데, 파이썬이라는 언어가 나오면서 코딩이 엄청 쉬워진 거예요. 그런데 이제는 AI가 코드도 일정 부분을 또 짜주는 거예요. 이처럼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용하는 게 점점 쉬워지기 때문에 뭔가 기술에 대한 방법론적인 지식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어요. 그러면 뭐가 필요할까 고민했는데 ‘내게 주어진 것은 무엇이 있는지, 그것을 통해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이용해야 되는지’ 이런 것들을 생각하는 게 중요하더라구요. 그래서 이런 기술을 잘 활용하려면 진짜 메타인지라는 게 중요할 수밖에 없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교사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이 뭐가 있는지, 교육에 적합한 모델인지를 판단할 줄 알아야 되고, 어떤 목적을 위해서 어떤 학습활동을 애들한테 적용할지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정희 생성형 AI는 진짜 하나의 도구거든요. 저는 선생님들이 생성형 AI 사용 여부에 부담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전문가 교사로서 내 수업을 위해서 이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판단하셔서 교육적으로 활용하시면 충분하다 생각해요. 다만,이게 사회를 계속 바꿔 나갈 거기 때문에 학생들이 기술적으로 활용하는 걸 넘어서, 이 기술이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그런 것을 볼 수 있는 시각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보통 과학 교육의 목적으로 창의적 문제 해결력을 가진 그런 인재를 이야기하잖아요. 챗GPT는 주어진 질문에 답을 잘하지만, 혼자서 새로운 문제나 새로운 것을 생각해내지는 못하거든요. 기후문제 같은 인류가 닥친 문제나, 빅 아이디어들은 사람만 만들 수 있어요. 그래서 그런 문제나 아이디어를 생각할 수 있도록 학생들에게 자극을 주고, AI는 그것을 해결하는 도구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조헌국 코로나 시국에 학생들의 학습부진이나 학습 격차가 커지는 문제가 등장하기 시작했잖아요. 사실 메타버스도 그런 이유로 등장했지만, 막상 코로나 상황이 정리된 이후에도 여전히 문제가 심각했죠. 온라인 학습 어디에 문제가 있었냐면 동기에 문제가 있었어요. 학습에 대한 동기를 줄 수 있느냐의 문제인데, AI도 똑같은 문제를 갖고 있다고 보거든요. 아무리 신기해 보여도 결국 그 동기를 도구 자체가 주지 않는다는 거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하기 싫은 일을 하고, 그것을 버터내야 얻을 수 있거든요. 어떻게 보면 선생님들이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이 바로 이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또 언제 어디서나 쉽게, 그리고 넘치는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시대에서 선생님은 가디언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챗GPT가 정확하냐 선생님이 정확하냐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챗GPT는 그냥 알려주지만 선생님은 학생들을 고민하게 만드는구나. 내가 정말 다른 사람이 될 수 있게 그런 관점에서 선생님들이 하실 일이 더 많아질 것입니다.


현재는 생성형 AI에 적용해 가는 단계,

검증되지 않는 상황에 대한 관찰 필요


사회자  지금까지 생성형 AI가 가져올 교육 현장의 변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챗GPT를 비롯한 다양한 생성형 AI가 병존하는 시대,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한 말씀씩 부탁드립니다.


김경상 저는 이런 기술의 발전이 교육의 질적 향상을 가져온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를 잘 활용을 해서 우리 교육이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는 그런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조헌국 저는 우리나라가 가진 장점 중 하나가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한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단점은 그 변화의 방향을 한쪽으로 몰고 간다는 거에요. 지금 저희 안에서도 생각이 다 다른 것 같은데, 이 다름은 존중하고 한 방향으로 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게 첫 번째고요. 두 번째는 교육 현장에서 생성형 AI를 활용하다보면 검증되지 않은 다양한 문제들이 나타날 수 있어요. 인공지능하고 계속 의사소통을 할 때, 이 대상을 학습자가 어떻게 바라보는지, 혹은 이것에 대한 친밀도를 어떻게 느끼는지를 살펴보는 게 필요합니다. 실제로 다른 학생과의 사적인 의사소통에 오히려 이게 장애가 될 수도 있어요. 인공지능과의 대화는 편하게 여기면서 사람과 의사소통을 거부할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실제로 이걸 썼을 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관찰해야 할 것입니다.


고준태 기술의 변화는 몇 주 만에도 계속 바뀌더라고요. 그러면 학생들한테 뭘 가르쳐야 되나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학생들이 사회에 나왔을 때는 또 다른 것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수학, 비판적인 사고, 글쓰기 능력 같은 기본을 가르치고, 그 위에 학생 스스로 원하는 것을 배우고 쌓아갈 수 있도록 하는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박종민 우리의 과학 교육이 어떤 방향으로 이뤄져야 하나 생각하면 항상 과학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앞으로 자신이 살아갈 공간인 미래의 지구, 아니면 지속 가능한 삶, 이런 부분과 결합시켜서 끊임없이 고민을 해야만 어떤 분야에서 활동하든 올바른 길을 만들어갈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과학교육이 과학 콘텐츠에서 과학과 사회, 또는 과학의 사회적 영향에 대한 성찰로 이뤄지면 AI 기술과 인간도 같이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회자 결국 교사 본연의 역할은 언제나 중요한 것 같습니다. 더불어 첨단 기술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며 유연한 마인드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일단 주어진 6개의 주제를 가지고 우리가 다 같이 얘기했습니다. 오늘 장시간 많은 이야기 들려주신 여러 위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