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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력을 길러주는 체험학습, 메이커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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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교육 트렌드는 창의력과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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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커 교육은 무엇일까? 서울시교육청을 필두로 메이커 교육이 화제다. 단순히 교육청에서 주창하기 때문에 메이커 교육이 화제가 되었다고 하기에는 생각보다 그 파급력이 크다. 많은 돈이 걸려 있고, 기관, 기업, 공교육 종사자, 사교육 업계 등 많은 종류의 관계자들이 서로 자신이 주장하는 바가 진정한 메이커 교육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코딩을 해야 한다고, 어떤 사람들은 VR, AR을 해야 한다고, 어떤 사람들은 드론을 할 줄 알아야 진정한 메이커라고 주장한다. 아두이노와 3D 프린팅을 빼 놓으면 그 쪽 업계도 또 서운할테다. 그렇다면 진정 메이커 교육은 무엇일까?


메이커 교육에 대해 이야기 하기 전에 먼저 메이커 운동(Maker Movement)에 대해 언급하고 넘어가도록 하겠다. 메이커 운동에 대해 Makezine의 창간자 데일 도허티(Dale Dougherty)는 ‘스스로 필요한 것을 만드는 사람들 즉, 메이커(Maker)가 만드는 법을 공유하고 발전시키는 흐름’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지금은 사라졌지만, 한 때 민간 메이커 스페이스의 롤 모델 역할을 하던 Techshop의 CEO 마크해치는 그의 저서 ‘메이커 운동 선언(The Maker Movement Manifesto)를 통해 메이커 운동에서 중요한 요소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


그는 메이커 운동에서 메이커들은 도구와 메이커 스페이스 등을 통해 스스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 한다. 그들은 또한 무엇인가를 만드는 것(Make)을 근본적인 행위라 생각하며, 공유정신(Share), 기여(Participate), 지지(Support), 배움(Learn), 변화의 수용(Embrace Change), 베품(Give), 공구 준비(Tool Up) 등을 통해 이를 실천한다.


메이커 운동에서 시작된 메이커 교육


여러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 필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메이커 운동의 한 가지 중요한 점은 ‘가르침(Teach)’ 대신 ‘배움(Learn)’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바로 이부분이 기존의 교육 시스템과 가장 큰 차이점을 가진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교육 시스템을 한 번 되돌아보자. 학생부 종합 전형의 비중이 늘기는 했지만, 여전히 수능을 통한 정시 입학 비중은 무시할 수 없을만한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수능 시험이 생긴 이후 25년 간의 교실 수업에서 ‘배움’은 존재하지 않았다.


메아리 없는 교사의 일방적인 ‘가르침’과 EBS 문제 풀이라는 극단적인 형태의 주입식 교육을 통해 배출된 학생들은 진리를 탐구한다는 대학에 가서도, 군대에 가서도, 회사에 들어가서도 누군가가 자신에게 무엇인가를 주입시켜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주입된 무엇인가는 곧 소멸되고 만다. 우리는 말로만 ‘노벨상이 안나온다’고 이야기 하고 있지 실상은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 스스로 노벨상이 안나올 시스템을 철옹성 같이 보호하고 있다.


교육을 하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한 두번은 보았을 아래 그림을 한 번 살펴보자. 어떠한가? 우리는 교육학 수업을 통해 아래 그림을 분명히 보았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학생들에게 교육이라는 미명하에 5%의 평균 기억율을 보이는 ‘수업듣기’를 학생들에게 끊임없이 강요하고 있는가? 교사들의 ‘가르치기’라는 활동을 통해서는 결국 학생들의 기억율을 높이기 보다는 교사의 기억율을 높이는데 일조할 수 있을 뿐이다.


수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은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엄청난 재화와 시간, 노력을 쏟아붙고 있지만, 결국 대부분은 ‘수업듣기’의 반복으로 인한 피로감의 누적으로 마무리되곤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가지 해결책이 있겠지만, 메이커 교육의 관점에서 볼 때 이러한 상황을 실질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해결책은 결국 학생들이 스스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수많은 시도와 실패를 하고, 결국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연습(Practice)’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으로 갈음한다.


메이커 교육에서는 이것을 ‘틴커링(Tinkering)’이라고 하고, 사회에서는 이것을 흔히 ‘1만 시간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한 가지 덧붙일 것이 있다면, 기본 가정 상 이러한 활동은 어른에 의해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퍼실리테이팅(Facilitating) 만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메이커 교육을 과학교육에 어떻게 적용시킬 것인가


오만가지 종류의 학생들이 가는 길은 오만가지 갈래로 갈라지는 것이 당연한 것이지만, 가르치는것에 익숙한 교사는 자신의 프레임을 결코 쉽게 깨지 못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나는 그 이유를 교사 스스로 ‘잘 가르치는 것’이 자신의 힘이라고 느끼고 있고, 그 구도가 깨어지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세상은 변했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배우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을 훨씬 더 정확하고 정교하게 인터넷(구글링, 유튜브)을 통해 스스로 배우고 있다. 이 흐름은 불가역적이다. 그렇다면 교사로써 우리가 학생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 해줘야 하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또한 우리는 어떻게 교사의 ‘가르치기’ 대신 학생이 스스로 ‘가르치기(Teaching Others)’라는 활동을 통해 자신의 배움을 타인과 공유하게 할 수 있을까?


메이커 교육에서는 이러한 것을 Give, OPP(Open Portfolio Project)라는 용어로 갈음하고 있다. ‘베품(Give)’은 이타주의를 이야기 한다. 결국 자신이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은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타인을 향할 때 그 가치가 배가되고, 결국 이것은 자신의 이타주의적 영혼이 퍼지게 되어 나중에 자신에게 다시 돌아 온다. 따라서 교사는 매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발표나 피드백을 통해 자신의 것을 다른 친구들에게 주는 연습(Give)을 하게 유도하거나, 또는 온라인을 통해 공개(OPP)하도록 해야 한다. 자신의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온라인에 공개함으로써 오픈 소스 문화의 생태계 조성에 기여(Participate)를 하게 하고, 이를 통해 자신이 혼자가 아닌 세계 속의 세계시민으로써 존재함을 느끼게 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은 이러한 활동을 통해 협업(Collaboration)과 의사소통(Communication)의 중요성을 느끼게 된다.


기존의 전통적인 교육 시스템에 이러한 새로운 가치를 투영할 수 있게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기술민주주의’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불과 십수년 전만해도 기술의 많은 부분이 기술을 가진 사람들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나 3D모델링, 프린팅을 할 수 있고, 누구나 앱을 만들 수 있으며, 누구나 피지컬 컴퓨팅 도구를 배워 하드웨어를 제어할 수 있다. 또한 메이커 스페이스의 구축이 활성화 되면서 고가의 디지털 장비도 무료 또는 저렴한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결국 개인이 발견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개인이나 작은 팀이 해결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고, 개인이나 작은 팀은 기술민주주의에 의해 실제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게 되었다. 밑바탕은 칠해져 있으니 우리는 학생들로 하여금 ‘진짜 문제’를 발견하게 할 기회를 제공해야 하고(Critical Thinking), 발견된 ‘진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학생들에게 기회와 시간을 주어야 한다.(Creativity) 이러한 문제의 발견과 해결책의 도출은 대부분 사회공헌(Social Impact)으로 이어진다.


혁신적으로 바뀐 영등포고 2018년형 메이커 교육


그렇다면 우리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학생들의 배움을 강화할 것인가?
나는 2015, 2016, 2017년에 걸친 메이커 교육 경험을 통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었다.
• 교사가 짠 커리큘럼은 큰 흐름을 다잡는 모형 수준이면 된다.
• 학생 개개인 또는 팀의 개별화 교육을 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거꾸로 수업, 퍼실리테이터로써의 교사의 역할 등) 
• 교사가 모든 내용을 학습해서 가르칠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 그럼에도, 교사는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
• 문제의 발견과 해결, 기록과 공유 활동을 모두 학생이 주도한다.
• Social Impact’라는 구심점을 통해 다 함께 잘 살아감의 가치를 느끼도록 안내한다.(https://goo.gl/REmWEX)


그리고, 그 결론을 바탕으로 또 한 번 혁신적으로 바뀐 2018년형 메이커 교육을 준비하고 있다. 아래 그림은 영등포고등학교에서 올해 진행될 메이커 교육 모형이다. 기본적으로 이 모형에는 아두이노, 라즈베리파이, 마이크로 비트, 3D 모델링, 3D 프린팅 등의 메이킹 툴은 안내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마저도 학생들이 스스로 발견한 진짜 문제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 발산 및 수렴, 해결책 제시 단계 이후에 진행되며 메이킹 툴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커리큘럼을 구성하여 가르치는 부분이 전혀 없다. 공유와 협업을 위한 디지털 리터러시 툴 또한 제안만 할 뿐 모든 수업에서 스스로 학습하고, 발표를 통해 공유하고, 피드백을 받아 수정한다. 그 다음으로 실제로 문제 해결활동을 통해 빠른 실패를 경험하고, 지속적인 개선 작업을 통해 프로젝트의 완성도를 높인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진행됐던 내용을 온라인에 기록, 공유해 오픈 소스화 함으로써 세상에 기여한다.


애초에 메이커 교육의 뿌리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존 듀이(John Dewey)의 ‘Learning by Doing’, 시모어 페퍼트(Seymour Papert)의 ‘Mindstorms’를 뿌리에 두고 있고, 미치 레스닉(Mitch Resnick), 조이 이토(Joi Ito)로 이어지는 MIT Media Lab의 핵심가치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바로, 아이들이 존재(전자 거북)를 만들면서 행동하거나 사고하도록 가르치는 경험을 통해 아이들 스스로 자신의 행동이나 사고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시모어 페퍼트는 컴퓨터를 통해서 아이들이 이러한 경험을 할 수 있음을 이야기 하였지만, 메이커 교육에서는 꼭 컴퓨터에서만이 아니라 Tinkering, Learn, Make, Share(OPP) 활동을 통해서 학생들 스스로 자신의 행동이나 사고를 발전시킬 수 있으며, 핵심역량 4C(Creativity, Critical Thinking, Collaboration, Communication)를 기를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학생들에게 한 가지만 물어보자. ‘Why Do You Make?’


김주현 선생님은 현재 영등포고등학교 기술교사로 재직하고 있으 며, 2015년부터 현재까지 메이커 교육 실천에 앞장서고 있다. 자신 의 손으로 사물을 제어하고 싶었던 개인적인 욕구가 메이커 교육 의 실천까지 이어졌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