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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수능 과목 구조 : 출제범위 포함될 통합과학과 제외될 과학Ⅱ에 대한 과학계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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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수능 과목 구조 : 출제범위 포함될 통합과학과 제외될 과학Ⅱ에 대한 과학계의 단상

마땅히 과학2 과목, 수능대상으로 포함해야


교육과정 개정과 더불어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을 포함한 대학입시제도 개편이 진행된다. 2015년 9월 23일 고시된 2015 개정 교육과정 도입에 따른 수능은 2022학년도 대입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2018년 6월초 현재 교육부에서 발표한 ‘대학입시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에 따르면 선발방법과 시기 등과 같은 대학입시제도와 관련된 주요 사항을 먼저 결정하고, 그 이후에 수능과목 구조와 관련된 추가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본 고에서는 이 중에서 수능 체제 중 수능과목 구조와 관련하여 과학계의 입장을 살펴보고자 한다. 2022학년도 과학과 수능과목 구조와 관련한 두 가지 이슈는 통합과학 및 과학Ⅱ 과목의 출제범위 포함여부이다. 차례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통합과학 수능포함 여부


2022 수능의 경우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출제범위 조정이 필요하며, 여기서 2015개정 교육과정에서 고등학교 공통필수 과목으로 도입된 통합과학 및 통합사회의 수능출제여부가 화두가 된다. 통합과학을 수능과목으로 포함하려는 근거는 “통합사회, 통합과학은 2015 교육과정에서 신설된 대표 교과이므로 수능 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고, 포함하지 않으려는 근거는 “통합사회, 통합과학은 융합 교과라는 성격상 객관식 수능 출제가 적합하지 않으며, 출제 시 학생의 학습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것이다(교육부, 2018). 2015개정 통합과학 교육과정의 정체성에 비추어 통합과학 수능과목 포함여부에 대한 과학계의 입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2015개정 교육과정 통합과학의 경우 통합사회와 마찬가지로 핵심역량을 반영한 교육과정을 특징으로 하면서, 과학내용 수준은 기존 중학교 3학년 수준을 약간 상회하는 것이어서 학생참여형의 과정중심 평가를 겨냥한 것이다. 따라서 실제 수업을 ‘과목 쪼개기’로 형태로 진행하기보다는 ‘과학(물리, 혹은 화학, 생물, 혹은 지구과학)’의 자격증을 가진 중등 과학교사 1인이 준비해서 가르칠 수 있는 수준이다. 통합과학 과목의 초점은 과학지식 전달과 습득이 아니라 ’과학지식과 태도를 향유하며 살아가는’ 과학소양 함양에 초점을 둔다. 특히 비판적 사고력, 과학탐구력 등과 같은 핵심역량을 기르기 위한 방편으로 과학지식을 도입하고 있다(한국과학창의재단, 2015).


통합과학의 경우 핵심역량 함양을 위해 학생참여형으로 탐구활동, 토론・발표, 프로젝트 등을 수행해야 하므로 학생이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 수행해야 할 역할이 늘어서 학습부담이 클 것이라는 진단은 곧이곧대로 수용하기는 어렵다. 지금까지 과학교사들은 교사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가르쳐왔다. 교사는 자신이 전해주고 싶은 과학내용과 방법을 학생들에게 강요하지 않는 방식으로 소통하려고 노력해왔지만, 이러한 교수학습 방법은 학생 스스로 무언가를 배울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다. 머지않아 우리 학생들은 ‘자신의 과학지식을 멋들어지게 전달하려는’ 교사에게 “선생님 과학 수업을 그렇게 하시면 곤란하다.”며 이의제기를 할 것이다. 교사로부터 완제품으로 전달받은 과학지식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통합과학을 배우는 학생들에게는 ‘모르는 것을 가르치는’ 교수학습 방법이 필요하다.


참여형이나 과정중심 수업을 통해 교사조차도 모르던 영역을 학생들과 함께 같이 공부하고 연구하는 수업 패러다임의 전환이 요청된다. 그러자면 교사도 학생도 ‘그동안 배웠던 것을 잊어버릴’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배운 습관으로부터 벗어나서, 가르치고 배우는 새로운 습관을 핵심역량의 형태로 다시 되살려야 한다. 핵심역량은 통합과학 교수학습의 결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통합과학을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에서 길러지는 것이며, ‘과학이라는 학문을 하는 방법(doing science)’이기도 하다. 여기서 과학교사의 역할은 학생들이 나름대로 과학지식과 텍스트를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으로 바뀐다.


이렇게 배운 통합과학은 과학소양을 기르기 위한 기초과목으로 장차 인문사회계열로 진학할 학생들(이하 문과생)에게는 그야말로 고등학교 졸업자격시험 과목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며, 이공계열로 진학하는 학생들(이하 이과생)에게는 과학과 선택과목 학습을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이다. 문과와 이과로 구분하여 통합과학 수능출제의 실효성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문과생들의 경우, 고등학교 졸업자격에 준하면서 동시에 대학수학능력에 필요한 기초 과학소양으로 통합과학을 수능을 통해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통합과학이 모든 학생들의 기초소양 함양을 위한 공통필수 과목임을 고려할 때 절대평가 체제가 적절할 것이다.


한편, 대학수학능력을 평가하는 수능의 경우 이과생들에게 향후 대학교육에서 전공할 진로적성 영역에 따라 점검받아야 할 대학수학능력 수준은 과학 Ⅰ, Ⅱ 과목이기 때문이다. 한편, 이과생들의 경우 대학에서 전공할 이공계열 진로적성에 따라 점검받아야 할 수능과목 수준으로 통합과학이 적절치 않을 뿐만 아니라, 과학탐구력과 같은 핵심역량을 특징으로 하는 통합과학을 객관식 수능으로 평가하기에도 부적절하다.


요약하면, 통합과학 수능포함 여부와 관련하여, 통합과학은 문과생들에게는 대학수학능력의 기초가 되는 과학소양 과목의 성격을 지니는 반면에, 장차 이공계열로 진학할 이과생들에게는 대학수학능력을 점검할 과목으로는 부적절하다. 따라서 교육부(2018)에서 제안한 수능과목 구조에 대한 절충안의 하나로 문과와 이과가 서로 주고받는 형태로 통합과학을 수능대상 과목에 포함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즉, 고등학교 기초소양 점검을 위해 장차 인문사회계열로 대학을 진학할 학생들은 수능대상 과목으로 통합과학을, 그리고 이공계열로 진학할 학생들은 통합사회를 수능시험을 통해 점검받을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과학내용이나 범위 측면에서 중3 수준에 준하는 통합과학을 이과생들을 위한 수능대상 과목으로 편성할 경우 이들에게는 잃어버린 8단위가 될 것이다. 비단 8단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고2~3학년에서도 시간표상으로는 과학Ⅰ・Ⅱ을 편성해놓고 통합과학을 복습하는 학교현장의 실태를 감안할 경우 더 많은 시간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또한 대학의 경우 통합과학만으로 이공계열 지원자들을 변별할 수가 없어서 평가 무용성이 대두될 수도 있다.


과학Ⅱ 수능포함 여부


과학계에서는 2018년도 2월에 2015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수능에서 이과생들이 주로 응시하는 수능과목으로 수학의 ‘기하’와 과학탐구의 ‘물리학・화학・생명과학・지구과학Ⅱ’ 과목(이하 과학Ⅱ 과목)이 제외되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적극적인 반대의견을 제기하였다. 여기서 과학Ⅱ 수능 출제 포함 여부를 모두를 위한 과학교육(Science for all)과 이공계열 진학생을 비롯한 이과생을 위한 과학으로 구분하여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이과생들을 위한 수능 출제범위에 과학Ⅱ를 포함해야 할 필요성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과학Ⅱ 과목은 대학수학능력을 점검하기 위한 수능대상 과목의 성격을 지닌다. 현재 과학Ⅱ 과목을 수능대상 과목에서 제외한다는 논의는 “2015 교육과정상 수능은 공통과목과 일반선택과목에서 출제한다는 원칙(교육부, 2017)”에 근거한 것이다. 하지만 2015개정 교육과정의 일반과 진로선택 과목 편제상의 문제점으로 인해, 이러한 주장은 그 기반을 잃게 된다.


문과와 이과로 암묵적으로 진로진학지도를 하고 있는 고등학교 실태를 고려할 때 현재 2015개정 교육과정의 일반선택과 진로선택 구분은 일관성을 찾아보기 어려운, 임의적이고 자의적인 구분이다. 예컨대 과학탐구의 짝꿍에 해당하는 사회탐구의 일반과 진로 선택과목 편성을 보면 과학탐구의 과학Ⅱ과목에 사회탐구의 여행지리에 버금가도록 분류되어 있다. 반면에 사회탐구의 일반선택 과목들을 살펴보면 일반의 기초소양 및 진로 안내를 위한 과목들이 섞여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과학Ⅱ 과목의 경우 해당 진로적성으로 대학을 진학할 경우, 대학공부의 전제가 되는 과목이라는 점이다. 2015개정 과학과 선택과목 교육과정 개발에 참여한 연구진에 따르면 물리학Ⅰ과 물리학Ⅱ 혹은 화학Ⅰ과 화학Ⅱ를 합해야 대학수학능력 준비 성격을 지닌 고등학교 물리학 혹은 화학이라는 완전체가 된다고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2015개정 교육과정의 일반과 진로 선택의 구분 오류를 차치하고라도, 이공계열을 진학하는 학생들의 대학공부를 위한 수학능력을 점검하는 수능시험이라면 과학Ⅱ 과목을 마땅히 수능에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물론 장차 대학에서 공부하기 위해 필요한 수학능력을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통해 굳이 갖추지 않더라도, 대학에 진학해서 이를 보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주어진 대학졸업학점 범위에서 이전 단계에서 배우고 왔어야 할 내용을 보완할 경우 그만큼 대학공부에서 결손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고등학교 과학Ⅰ・Ⅱ 과목이 장차 해당 진로의 대학공부에 전제가 되는 과목이라면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통해 이를 이수하고, 수능에서 평가하는 것이 옳다. 따라서 획일성과 동일성의 원칙으로 국어, 수학, 탐구 등의 수능대상 과목편제를 들여다보기보다는, 각 영역별 맥락을 고려하여 수능대상 과목을 선정할 필요가 있다.


둘째, 수학의 기하와 과학Ⅱ 선택과목을 분리하여 논의할 필요가 있다. 현재 교육부의 2022 수능개편안에서 진로선택이라는 이유로 과학Ⅱ를 수능대상 과목에서 제외하려는 주요 이유 중 하나는 “공통과목과 일반선택과목에서만” 수능을 출제한다는 원칙을 허물 경우 수학의 진로선택 과목인 ‘기하’가 출제대상에 포함되어 ‘수포자’를 양산할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학습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즉, 수학의 ‘기하’가 수능대상 과목에 들어오는 것을 염려하여 과학Ⅱ 과목의 수능포함 여부를 원천적으로 배제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앞서 논의한 것처럼 똑같은 진로선택과목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수학의 ‘기하’와 과학Ⅱ 과목은 그 성격이 다르다. 장차 이공계열로 대학을 진학할 학생들이 과학Ⅰ만으로 대학수학능력 여부를 점검받는 것은 반쪽짜리 고등학교 물리학・화학・생명과학・지구과학 교육과정 이수가 된다. 무엇보다도 이런저런 이유로 고등학교에서 과학Ⅱ를 배우지 않고 이공계열 관련 학과로 진학한 학생들이 대학공부는 물론 취업에서도 어려움을 겪는다는 실증적 자료들을 보더라도 고등학교에서 이수한 과학Ⅱ를 대상으로 한 대학수학능력 점검이 필요하다.


셋째, 수능에서 평가 여부에 따라 상당수 학생들의 과학Ⅱ 이수 충실도가 달라진다. 일부에서는 학생부종합전형에서 과학Ⅱ 이수 여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이공계열로 진학하는 학생들은 과학Ⅱ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으며, 오히려 수능에 과학Ⅱ를 포함시킬 경우 문제풀이와 성적 올리기 위주로 수업이 전개되므로 차라리 학생부종합전형을 통해 과학Ⅱ 이수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과학Ⅱ 수업의 내실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주장의 경우 이공계열로 진학할 이과 학생들과, 고등학교 이후에 과학과 다소 무관하게 살아갈 상당수의 학생들로 구분하여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과 학생들 중 상위권 학생들은 학생부종합전형에 대비하여, 대학수학능력을 위한 디딤돌로 고등학교 3년의 교육과정을 이수할 것이다. 반면에 자유학기제 운영에도 불구하고 ‘꿈도 진로도 미정인’ 잠재성의 영역에 머물고 있는 상당수의 학생들에게는 수능대상 과목이 고등학교 공부의 방향타가 된다. 즉 수능포함 여부에 따라 이들의 이수과목 선택은 물론 과목이수 충실도가 달라진다. 과학Ⅱ가 수능에 포함되면 비록 문제풀이식일지라도 학원에라도 가서 성적을 올려야 하는 과목이 되는 것이다. 수많은 잠재성의 바다에서 뒤늦게라도 자신의 진로적성을 발견할 학생들에게 과학Ⅱ 공부는 무언가를 가능케 하는 소중한 자원이 되어줄 것이다. 또한, 과학Ⅱ를 선택하고 수능에 대비하여 공부하지 않을 경우, 추구할 수 있는 직업군이 확연히 달라진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굳이 미래 국가경쟁력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이과 학생이 치르는 수능대상 과목에 과학Ⅱ를 반드시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과학과 과목편성부터 수능까지
학생에 다가서는 목숨 건 도약 절실


우리나라 초중등 교육을 통해 과학교육에서 긍정경험을 충분히 제공하지 못한 까닭에 이공계열로 진학하는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적고, 따라서 한국사회에서 과학기술계는 굉장히 작은 집단이어서 그들의 목소리는 쉽게 외면당한다. 하지만, 대학수학능력 여부를 점검하는 수능의 취지, 대학공부가 가능한 역량과 기초배경지식을 제공하는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목적 등에 비추어 볼 때 마땅히 과학Ⅱ 과목을 수능대상으로 포함해야 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고등학교 과학교육 정상화 및 고등학교 교육과정 이수를 통한 대학수학능력 점검이라는 수능의 취지를 고려할 때, 고등학교 과학과 과목편성에서 현행과 같은 과학Ⅰ・Ⅱ 구분을 탈피해야 한다. 현재와 같은 과학Ⅰ・Ⅱ 체제로는 문과생들에게는 선택하고 싶은 과목을 찾기 어렵고, 이과생들에게는 진로적성 맞춤형 선택과목 구성이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차기 교육과정 개정에서는 과학과 선택과목을 사회탐구의 선택과목들처럼 진로적성에 따라 세분하거나, 물리학 혹은 지구과학이라는 과목명으로 물리학이나 지구과학의 모든 구성영역을 꾸러미로 묶어서 안기는 과목구성을 지양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별은 더 공부하고 싶은데 돌은 싫은 학생들을 위해 일부 지구과학 선택과목을 우주과학, 유체지구, 고체지구 등으로 구성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과학교육의 명운은 지금 이대로는 과학Ⅱ라는 상품을 팔수가 없다는 것을 알기에, 상품을 팔기 위해 사람을 찾아가야 하는 맹목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갈 학생들이 고등학교 과학교육 경험을 잃어버린 시간이었다고 후회하지 않도록, 과학과 과목편성에서부터 수능에 이르기까지 학생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목숨을 건 도약이 필요하다.


곽영순 교수는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지구과학교육과를 나와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미국 The Ohio State University(2001)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교 교사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선임연구위원 등을 거쳐 현재 한국교원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