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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과학우수학교 서울중경고등학교 특별한 창의융합형 과학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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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보다 예쁜 실험실에서 과학이랑 신나게 놀아볼까?


첫인상은 무척 특별했다. 카페같은 아늑한 공간에 예쁜 색감이 눈길을 끌었다. 과학실답지 않은 파격적인 스타일이었다. 수업은 더 특별했다. 학생들은 태블릿 PC의 앱으로 3D 실내 디자인을 하고, SMILE이라는 스탠포드대학교 웹사이트를 이용해 과학적인 질문을 만들었다. 다른 수업에선 노래와 연극으로 결과물을 발표한다고 했다. 자유롭게 놀 수 있는 과학실 놀이터를 만들어주었더니 학생들이 행복하게 변했다.



웃음꽃이 활짝 피어나는 유쾌한 공간


여기가 진정 과학실인가! 신선한 충격이었다. 노랑, 파랑, 빨강의 대비가 시선을 확 끌었다. 복도 창문을 장식한 앙증맞은 핼러윈 장식들이 대롱대롱 매달려 반짝였고, 창문엔 알록달록 낙서들이 춤추고 있었다. 말리피센트와 드라큘라, 조커 그림도 눈에 띄었다. “여긴 아이들 낙서판이에요. 맘껏 그리고 쓸 수 있는 자유공간이죠. 덕분에 책상이 아주 깨끗합니다.” 정수아 과학교사가 환하게 웃으며 창문을 가리켰다. 인간의 낙서본능을 창의적으로 풀어냈더니 학생들의 행복지수가 껑충 뛰어올랐다.


최승규 교사는 창의융합형 과학실을 만든 일등공신으로 활약했다. 과학고에서 온 그는 다양한 현장경험과 뛰어난 소프트웨어 능력을 발휘해 혁신적인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열정지수 만랩인 정수아 교사는 지난해 중경고에 부임한 후 낙 후된 과학실을 바꾸기 위해 가장 먼저 팔을 걷어붙였다. 창문 낙서판과 핼러윈 장식은 학생들을 유난히 사랑하는 그의 아이 디어에서 나왔다.

오후 2시에 열릴 ‘2019년 창의융합형 과학실 모델학교 하반기 공개수업’을 맡은 최승규 교사는 수업준비를 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전국에서 공개수업 참관을 위해 올라온 과학교사들은 과학실 구석구석을 살펴보며 사진 찍기에 바빴다. 천장에서 콘센트가 쭉하고 내려오자 다들 신기해 했다. “기존의 과학실에 비해 파격적”이라는 평이 대부분이었다. 하나둘 학생들이 들어오고 드디어 수업이 시작되었다. 오늘 주제는 ‘자연재해에 안전한 집 만들기’로, 9월부터 진행된 ‘친환경 에너지 주택 설계하기’ 프로젝트 중 하나다. 지난 수업에선 태양열 에너지를 이용한 주택을 만들었다.


이번 미션은 아름답고 튼튼하고 높은 집을 만들어라! 과연 세 가지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 시킬 수 있을까, 내심 궁금증이 밀려왔다. 수업에 앞서 최 교사는 호응이 가장 높은 팀에게 ‘매점 아이스크림 교환권’을 주겠다는 깜짝 제안을 했다. 학생들의 눈빛이 반짝 빛났다. 학생들은 모니터로 태풍의 실제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보고, 스마일(SMILE)에 접속해 태풍에 견디는 조건은 무엇인지 자유롭게 적었다. 모둠별로 프로젝트에 대해 토의하고 기초 설계를 한 후 건축가, 기자, 사진기자로 역할을 정하고 작품 제작에 돌입했다. ‘튼튼하고 높은’ 건물을 만들기 위한 과학 원리에 대해 서로 이야기했고, ‘아름다움’을 위한 예술적 디자인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누었다. 무척 진지하고 유쾌했다. 학생들은 종이를 자르고 동그랗게 말고 높이 쌓아 올리면서 멋진 종 이 건물을 완성했다. 한 학생은 태블릿으로 촬영하느라 분주했다.


다음은 강풍 테스트! 선풍기 바람에도 꿋꿋하게 견디는 종이 건물을 보며 학생들도 참관 교사들도 모두 한 마음으로 기뻐했다. 아름답고 스마트한 과학실에서 흘러나오는 에너지 덕분이었을까. 학생들은 즐겁게 몰입했고 자유롭게 토론했으며 창의적으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순간순간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열정과 사랑이 담긴 특별한 디테일


“우리나라의 과학은 세계적인 수준인데, 과학 실에 대한 학생들의 이미지가 노후하고 답답한 이미지로 남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카페 같은 과학실이면서도 첨단 과학을 이용한 활동을 통해 감성적인 체험이 가능한 공간, 학생들이 항상 찾아오고 싶은 과학실을 만들고 싶었어요.” 최 교사의 꿈은 지난 8월 26일 현실이 되었다. 낡은 과학실이 ‘창의융합형 과학실’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하게 된 것이다. 다양한 과학 현상에 대한 실험활동과 함께 실생활 문제를 첨단 과학기술을 활용해 협력적으로 해결하는 창의적 탐구 활동에 초점을 맞추었다.


특별한 창의융합형 과학실,
서울중경고등학교


또 주제별 연구, 프로젝트 수업에 최적화된 공간이자 학생 주도적이고 학생 참여적인 교수 학습이 이루어지도록 만들었다.
중경고의 창의융합형 과학실은 두 개로 나뉘어있다. 건식 실험실은 모둠 활동과 IoT 기기를 이용한 탐구활동에 최적화되었으며, 습식 실험실은 화학, 생물 실험 등 물을 사용하는 실험을 위해 디자인되었다.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더 놀랍다. 이 공간을 설계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최 교사의 설명을 들어보자.


    




“건식 과학실을 처음 보신 분들은 좀 당황하셨을 거예요. 저희 과학실은 중앙 집중형 수업이 불편한 공간이에요. 대신 모둠별로 다양한 상상을 하고 교류하고 창작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공간을 디자인하기 위해 해외 여러 사례들을 많이 비교하면서 연구했고요. 모둠 학생들을 보조하기 위한 철망 구조와 기둥 등의 구조물이 모둠 간의 활동에서 새로운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가만히 앉아 있는 모둠 활동이 아니라 일어서고 찾아갈 수 있도록 한 거죠. 또 스마트 TV, 천장에서 내려오는 전기 콘센트, 모둠별로 지원되는 최신 태블릿 PC, 토론 공간으로 만든 창문 칠판, 따뜻한 분위기의 잔디밭 등 다양한 디자인 요소들을 곳곳에 배치했어요. 모서리와 벽면 하나까지 그냥 버리기 싫어서 구상했던 아이디어를 최대한 알차게 반영했죠.”


물론 이런 혁신이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진 건 절대 아니다. 숱한 시행착오와 고된 노동을 이겨낸 열정적인 교사들과 교직원들이 있었다.
지난해 중경고로 전임한 정수아 교사는 낙후된 과학실을 보고 놀랐다. 안전장비가 미비해 실험을 할 수가 없었고, 40년이 넘은 낡은 기구들은 사용하기조차 힘들었다. 학생 들은 칙칙한 분위기의 과학실을 싫어했다. 열정 넘치는 그는 발뻗고 잘 수가 없었다. 과학실을 새롭게 꾸밀 수 있는 예산이 없을까 고민하다 행정실장과 고민을 나누었고, 뜻이 있는 곳에 길이 나타났다. 한국과학창의재단 지원금 4천 5백만 원을 마중물로 하여 발전기금 등 본교 지원금, 서울시교육청, 중부교육지원청, 용산구청 등에서 약 1억 4천만 원을 지원받게 되었다. 그는 몸으로 뛰는 행동대장으로, 최 교사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소프트웨어 역할로 손발을 맞췄다.


“보통 과학실 현대화는 겉치레가 많은 편인데, 저희는 선택과 집중을 잘했던 것 같아요. 예쁘고 화려하게 만들기보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 많은 아이들이 만족할만한 요소들에 집중했어요. 그리고 예산을 한 푼도 허투루 쓰지 않았어요. 인터넷 서핑을 하고 발품을 팔아 최대한 저렴한 물품들을 샀으니까요. 매주 회의를 하고 직접 공사현장을 관리 감독하느라 힘든 점도 많았지만, 지금은 너무 행복해요. 아이들의 만족도도 높고 자랑하고 싶은 과학실이 되었으니까요.”


정 교사의 말처럼, 과학실은 이제 학생들이 가장 사랑하는 공간이 되었다. 학생들은 쉬는 시간이 되면 후다닥 달려와 창문에 매달려 낙서를 하고, 폭신한 빨간 소파에 앉아 휴식을 즐기곤 한다.


과학실의 혁신과 융합은 진화 중


사실 완성된 지 얼마 안된 공간이라 아직 다양한 수업을 진행하지는 못했다. 마치 처음 만난 전자기기를 써보면서 알아가는 것처럼 학생들과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하면서 배워 나가고 있는 중이다.


“지금 1학년 과학탐구실험 수업에서 태양광 주택 만들기를 하고 있는데요, 통합과학 수업시간에 배운 태양광의 원리를 직접 적용해 체험하고, 패널의 위치에 따라 발전량을 비교하고, 태블릿 PC의 앱을 이용해 3D 실내 디자인을 하고 있어요. SMILE이라는 스탠포드대학교 웹사이트를 이용해 과학적인 질문을 만드는 훈련도 하고 있고요. 이번 달에는 자연에서 발견되는 패턴을 수학적 관점과 예술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최 교사가 태양광 주택 만들기를 맡고 있다면, 생물 파트 담당자인 정 교사는 생태도시 만들기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문제제기를 하고 영상을 공유하고 자료 검색을 통해 자신이 생각하는 친환경적인 마을을 앱을 이용해 자유롭게 만든다. 모든 과정에서 최대한 자율성을 보장하는 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 개방성을 높인 결과는 창의성으로 이어졌다. 학생들은 과제 결과물을 빤한 보고서가 아닌 노래나 연극 등 다양한 방식으로 발표하게 되었다. 예술과 과학의 조합이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셈이다.


“과학에서 중요한 것이 창의적인 사고, 비판적인 사고, 협력하는 태도 등 다양한 역량을 기르는 것이라면 그것에 맞게 수업을 디자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학생들이 이런 수업 방식의 변화에 적응하기 힘들어했지만, 두 달이 지난 지금 각종 IoT 기기를 이용해 자연스럽게 활동하고 상호작용하고 더 아이디어를 내서 발전시키고 있는 것을 보면 보람을 느낍니다.”


최 교사의 말처럼, 창의융합형 과학실은 학생들을 창의융합형 인재로 변화시키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시작에 불과하다. 더욱 원대한 꿈이 기다리고 있다. 점점 많은 교사들이 과학실을 다른 학문과 연계하는 도구로 사용하고, 구글 클래스룸 등을 이용해 온·오프라인 수업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사람과 학문


이 융합했을 때 얼마나 많은 혁신이 탄생할까. 그 해답을 미래의 중경고가 보여줄 것이다.



 MINI INTERVIEW 서울중경고등학교 김승겸 교장선생님 
“품위와 품격 갖춘 창의·융합 인재 육성 목표”


지난 9월 1일 중경고등학교에 부임한 김승겸 교장은 18년 동안의 교사생활을 거쳐 서울시교육청 장학사, 교육부, 삼성고등학교 교감 등을 역임한 실력파다. 특히 탁월한 소통능력은 빼놓을 수 없는 장점으로 꼽힌다. “행복한 미래를 스스로 여는 품위와 품격을 갖춘 창의·융합 인재 육성이 교육 목표입니다. 아이들의 배움 과 학습이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학교,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학교, 아이들이 머물고 싶은 행복한 학교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의 의견을 경청하면서 다함께 만들어가는 민주적 운영방법을 실천할 계획입니다.”


현재 중경고는 고교학점제 선도학교이자 스팀 선도 학교로 지정되었다. 덕분에 김 교장은 과학 분야에 대한 관심이 각별하다.
“과학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는 미래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교육입니다. 지식을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식을 활용하고 융합해 자기만의 방식으로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무척 중요하죠. 앞으로 스팀교육을 통해 과학적 지식과 다양한 학문이 융합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일 생각입니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미래사회에서 새로운 사실을 습득하고 배우고 변화를 이끌어갈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고 싶습니다.”


김 교장은 취임 직후부터 어떻게 하면 학교 공간을 아이들이 좋아하고 유익한 공간으로 만들 수 있 까를 고민해 왔다. 열정만큼 결과는 빨리 도출되었다. 겨울방학 기간을 이용해 교실개선 사업을 실시하기로 결정한 것. 과학실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해 아이들이 장기간 생활하는 교실 환경을 바꿀 계획이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편안한 공간에서 창의적 생각을 가질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게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