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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라 바이러스 바로 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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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강타한 교활한 바이러스,
에볼라의 모든 것


에볼라가 서아프리카를 강타하고 있다. 지난 해 봄 기니를 시작으로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으로 에볼라가 전염된 뒤, 최근 교통의 중심지 나이지리아에서까지 환자가 발생했다. 2014년 12월 24일까지 환자(의심, 확진 모두 포함) 발생은 총 19,497명, 사망자는 7,588명이다. 이번 에볼라의 치사율은 54.6%로, 이전의 다른 에볼라 아웃브레이크에 비해 특별히 높지 않다. 그럼에도 희생자 숫자는 가장 많다. 이번 에볼라 비상사태는 어떻게 시작돼서 퍼진 걸까?


에볼라는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으로 에볼라 바이러스 병이라 불리운다. 약 40년전에 아프리카에서 처음 발견되었으며 숙주는 과일박쥐로 알려져 있고, 동물과 사람에게 감염될 수 있다. 아직까지 효과와 안전성을 모두 검증받은 치료제나 백신이 없다. 그러나 에볼라 바이러스는 증상이 나타난 이후에 전염되며 환자의 혈액이나 체액에 접촉한 경우에만 감염이 된다. 따라서 유행지역을 방문하였거나 접촉한 사람을 대상으로 발열감시와 함께 환자 격리를 철저히 시행한다면 유행 전파를 막을 수 있다. 또한 환자의 증상에 맞게 조기에 적극적인 치료를 하면 충분히 회복될 수 있다.


한국은 아직 에볼라 바이러스와 같은 질환에 적합한 격리병상이나 실험실 안전 4등급 시설이 없다. 이에 대한 대비를 빠른 시간에 마련하여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며,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서 막연한 불안과 두려움을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새로운 바이러스의 출현과 이에 의한 유행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항상 이러한 질환에 대해서도 미리 연구하고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WHO에서는 8월에 국제보건 긴급상황을 선포하였고 국제적인 공조를 요청하고 있다. 우리가 다 같이 힘을 합해 이번 서아프리카의 에볼라 유행을 종식시키지 못하면 전 세계가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에볼라는 바이러스 질환이다.


전에는 에볼라 출혈열(Ebola haemorrhagic fever)로 불렸으나 출혈이 없는 환자들도 있기 때문에 이제는 에볼라 바이러스병(Ebola virus disease, EVD)로 불리고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Ebolavirus)는 RNA 바이러스이고 Filoviridae family에 속한다.(그림 1) 현재 서아프리카에서 유행하는 에볼라 바이러스병은 자이레 에볼라 바이러스이다. 에볼라의 감염원(source of infection)은 무엇일까? 지금까지 유행에서 정확히 밝혀진 적은 없었다. 하지만 아프리카 지역의 과일박쥐 (Fruit bats, Pteropodidae, 그림 2)가 에볼라 바이러스의 자연 숙주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 원숭이, 고릴라, 침팬지 등을 통해서 전파된다고 한다.


증상 : 에볼라 바이러스 병의 증상으로 가장 흔한 것은 열과 두통이다. 그래서 질병 초기에는 아프리카에서 흔한 말라리아 같은 다른 발열질환과 구별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환자가 구토, 설사 등의 소화기 증상이 같이 동반되고 특징적인 출혈 증상(그림 3, 4)이 나타나면 에볼라를 의심하게 된다. 하지만 에볼라 환자와 접촉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초기 발열 증상이 나타날 때 바로 병원에 가서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출혈 증상까지 나타난 경우는 회복하기가 어렵다.


전파 : 에볼라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박쥐나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동물에서 사람으로 전파된다. 하지만 최초 환자에서 사람간 전파는 환자의 혈액이나 체액에 접촉했을 때 이루어진다. 따라서 인플루엔자같이 호흡기로 전파된다거나, 다른 설사질환(콜레라, 이질, 장티푸스 등)처럼 음식이나 물로 전파되지는 않는다. 또한 무증상 잠복기(환자가 감염된후 증상이 나타날때까지 기간, 에볼라는 2-21일) 동안 다른 사람을 감염시키지도 않는다. 따라서 에볼라 환자 접촉자나 의심 환자가 발열 증상을 보이면 즉각 격리하여 병원에서 치료, 관리한다면 유행이 퍼져나가지 않는다. 하지만 회복 후 환자의 체액에서는 한동안 바이러스가 발견된다고 한다.


치료 : 에볼라 바이러스를 죽일 수 있는 항바이러스제나 질병을 예방하는 백신은 없다. 현재 여러 제약회사들이 개발 중이지만 아직까지 효과와 안전성을 검증 받은 제품은 없다. 그러나 에볼라 환자들의 사망하는 이유는 다량의 수분과 혈액손실에 의한 것이므로 초기에 적극적인 수액치료를 하면 사망을 막을 수 있다. 최근에 아프리카에서도 에볼라 바이러스 병의 치명률이 초기에 80%에 이르던 것이 최근에는 30%대로 감소하였다.


1976년 첫 에볼라, 영악하게 진화하다


첫 에볼라 환자로 알려진 사람은 자이레(현재 콩고민주공화국 Democratic Republic of Congo, 이하 DRC) 북쪽 지방에서 학교건축을 관리하던 44세 남자이다. 그는 1976년 8월 26일 열이 나서 병원에 갔고 말라리아 치료를 받았고 이후 4일간은 열도 내리고 괜찮다가 6일째에 다시 39.2도까지 열이 오르면서 출혈증상이 나타났고 14일째인 9월 8일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이후 10월말까지 2달동안 유행이 발생하여 총 318명의 환자가 발생하였고 이중에 280명이 사망하였다.


특히 첫 환자를 치료하였던 병원에서는 병원직원 17명이 모두 환자와 접촉하였는데 13명이 질병에 걸렸고 그 중 11명이 사망했다. 그런데 318명 환자의 감염 경로를 살펴보면 26.7%인 85명이 병원에서 주사를 맞았고 그 당시 주사기는 하루에 한번만 가열소독을 하였으며 중간에는 단순히 세척만 하였다고 한다. 또한 감염 경로별로 살펴본 결과 불행히도 이렇게 오염된 주사에 의해 감염된 환자들 중에서 생존자는 없었다.


그럼 첫 환자는 어떻게 감염이 된 것일까? 그 당시 유행 역학조사 결과를 보면 이 환자의 감염 전 행동은 특별한 것이 없었다. 야생동물(영양)을 사다 요리하여 먹었지만 이 동물을 만지고 요리하거나 같이 먹었던 다른 모든 사람들은 발병하지 않았다. 그런데 역학자들이 1976년 1월부터 병원의 모든 환자 기록을 살펴본 결과 단 한명의 환자만이 에볼라와 유사한 증상을 보였다. 이 환자는 ‘코피와 설사’로 입원한 성인 남자 환자로 8월 20일부터 30일까지 입원 치료를 받고 퇴원하였다. 안타깝게도 이 환자에 대한 추적조사는 이루어지지 못하여서 이 환자가 에볼라에 감염되었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같은 기간 입원하였던 첫 번째 환자가 이 환자에게 사용되었던 주사를 맞았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후 38년 동안 아프리카에서는 에볼라 유행이 때때로 발생하였다. 같은 해 수단에서 유행이 있었고(자이레보다 조금 먼저 발생하였다고 한다), 콩고민주공화국(1977, 1995, 2007, 2008, 2012), 수단 (1976, 1979, 2004), 가봉(1994, 1996, 2001, 2002), 우간다(2000, 2007, 2012), 콩고(2001-2002, 2003년 2회, 2005) 등으로 주로 중앙아프리카에서 발생하였다. 19번의 이 유행 동안 총 2,403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이중에 66.3%인 1,594명이 사망하였다. 치명률은 유행마다, 국가마다, 시기별로 다르지만 가장 최근 2012년 콩고민주공화국유행에서는 46.8%로 초기 유행보다는 감소하였다.


최근 에볼라 쇼크, 어떻게 시작됐나?


이번 에볼라 유행은 그동안 중앙아프리카에서 주로 발생하던 양상에서 처음으로 서아프리카에서 나타난 유행이다. 2013년 12월, 기니에서 처음 시작하여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나이지리아로 확산되면서 지금까지의 에볼라 유행 중에 가장 큰 규모로 기록되고 있다. 2014년 12월 24일까지 환자(의심, 확진 모두 포함) 발생은 총 19,497명, 사망자는 7,588명이다. 국가별로는 기니,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에서 큰 유행이 있었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그림 5, 6, 7, 8) 그 외에 나이지리아는 1명의 환자가 유입된 후 20명까지 확산되었으나 더 이상의 감염 전파 없이 유행이 종료되었다. 세네갈과 스페인은 각각 1명의 환자 유입 후 유행이 확산되지 않았고, 말리는 8명, 미국은 4명의 환자 발생이 있었다.


기니의 첫 환자는 2세 남자아이로 2013년 12월 2일에 증상이 시작되어 6일에 사망하였다. 이후 이 아이의 가족(3세 누나, 엄마, 할머니)과 의료진(간호사, 마을 조산사)이 에볼라로 사망하였고 조산사의 가족, 장례 참석자, 같은 지역병원 보건요원 등 14명이 사망하였으며, 지역병원 보건요원을 돌보던 가족과 같은 병원의 의료진을 통해서 질병이 증폭 확산되었다. 그런데 에볼라를 의심하여 보고하고 확인이 이루어진 것은 3월 중순이 넘어서였다. 이때는 이미 첫번째 유행 파도의 정점을 지나고 있던 시점이었다. 이후 5월부터 2차 유행파도가 시작되었고 이번에는 인근 지역이었던 시에라리온과 라이베리아에서도 유행 파도가 시작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에서 9개월 동안 유행이 지속되어 커진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초기에 에볼라를 의심하지 못하고 유행을 키운 것이 첫 번 째 원인이 될 것이고, 두 번 째는 의료시스템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아 병원을 통해서 오히려 유행을 확산시킨 것이 될 것이며, 세 번 째는 이번 유행 발생 지역이 이전 유행과 달리 3개국의 접경 지역이었고, 이후 3개국의 수도로 전파되면서 유행 속도가 커진 것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아프리카의 전통 장례 방식(조문객이 시신을 만지는)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 WHO의 보고에 의하면 전통적인 방법으로 장례를 치르면서 많은 친지들, 친구들의 감염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특히 기니는 환자의 60%가 이러한 장례와 연관되어 있다고 한다.


진정 두려운 것은 적을 알지 못하기 때문


한국에는 국가 지정 격리병상을 운영하는 병원이 17개 있지만 인플루엔자 같은 호흡기 감염병을 가정하고 만든 것이어서 에볼라처럼 혈액, 체액 등으로 전파되는 경우를 고려하여 모든 검사 시료까지 격리된 곳에서 한 번에 다룰 수 있도록 설계된 병원은 아직 없다. 또한 에볼라 바이러스는 가장 높은 단계인 생물안전 4등급(Bio-safety level4, BL4)에서 다루어야 한다. BL4 실험실은 별도로 설계된 건물로 샤워실이 필요하고 방호복이 없으면 입실할 수 없다. 또한 별도의 공기튜브가 옷에 연결되어 있어 호흡하도록 되어있다.


한국에는 올해 말에 BL4 실험실을 오송에 완공할 예정이다. 하지만 실제 가동이 되려면 1년정도 시험운영이 필요하다. 따라서 현재 상황에서는 이보다 낮은 단계인 BL3 실험실을 이용하여야 한다. 그렇다면 BL3를 이용하되 최대한 실험자의 안전을 보장하고 에볼라 바이러스를 다룰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빠른 시간 내에 국가지정 격리병상 중에 검체 격리까지 가능한 병상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이러한 모든 상황과 대처에 대하여 국민들에게 실시간으로 솔직히 알리는 소통이 필요하다. 제대로 된 의사소통, 질병에 대한 이해는 불필요한 불안, 두려움, 과잉 반응을 막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안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진정 두려운 것은 적을 알지 못하는 데서 오기 때문이다.


글 | 기모란 교수(국제암대학원대학교)
기모란 교수는 한양대학교 의대를 나와 서울대에서 석사, 그리고 한양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8년부터 을지대학교 의과대학에서 15년간 교수로 재직하였고, 2014년부터는 새로 개교한 국립암센터의 국제암대학원대학교에서 한국학생뿐 아니라 외국학생들을 대상으로 국제보건과 역학을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