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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와 과학 커뮤니케이터를 통한 과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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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가까워진 ‘과학 이야기’

새로운 발상의 발판 되기를


“어떻게 지평좌표계로 고정을 하셨죠?” 최근 지인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이 말은 ‘안될과학’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과학 전문 유튜버 궤도가 귀신에 대해 과학적으로 설명하며 유명해진 말이다. 질량이 없어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여겨지는 귀신이 평균 29.76km/s 속도로 공전하는 지구에서 지박령 행세를 하는 모순을 풍자한 것이다. 그는 귀신을 만나면 당황하지 말고 꼭 이렇게 물어보라고 조언한다. 소위 이과식 농담이라 치부할 만하지만, 과학적으로 틀린 주장은 아니므로 나 역시 웃으면서 절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이 이야기를 전해준 지인은 해당 채널을 통해 과학에 흥미가 생겼다며, 나에게도 그런 유튜버가 되어보지 않겠냐며 진지하게 권하기까지 했다. 그동안 과학교육을 전공하고 오래도록 학생들을 지도한 경험을 활용해 보라는 것이었다. 유튜버라고? 사실 나 역시 이따금씩 내 취미와 추억을 영상으로 기록해 온 나름 유튜버(?)이긴 하다. 하지만 성공적인 유튜버, 특히 과학을 전문으로 다루는 유튜버라면 특별한 능력과 노력이 필요하므로 나는 자격미달이라고 딱 잘라 말해줬다.


일반 대중과 더욱 밀접해진 과학…

과학 유튜버와 커뮤니케이터의 등장


필자는 2016년 석사학위 연구를 통해 일반인 과학책읽기모임을 살펴본 바 있다. 해당 연구에서는 학교생활에서 과학에 흥미를 느끼지는 못했지만, 성인이 된 후 과학의 모습을 잘 드러내는 좋은 책을 읽고 과학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깊어지는 일반인들을 소개했다. 이 사례는 과학 학습이 학교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다양한 경로와 메신저를 통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학창시절에는 어렵고 따분하다고 여겼던 과학을, 마치 미술서적을 읽고 콘서트홀을 찾아다니듯 과학을 공부하고 과학 문화를 향유하는 성인들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다. 정규수업이 아니더라도 과학과 관련한 다양한 학습 경험과 활동을 통해 일반인의 과학적 소양이 향상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였다.


과학을 공부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시민과학 기반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하는 시민들도 있다. 일례로 소수의 과학자들이 수집하기 어려운 각 지역의 대기, 수질, 천문, 동식물의 생태 등과 관련한 실시간 데이터들을 수집하는 데 동참하는 것이다. 이 경험은 책임감, 참여의식 및 환경에 대한 관심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되며, 이러한 시민 과학 프로젝트들은 과학의 대중화와 학교 과학 탐구 교육의 확장으로서 또한 그 의미가 강조되고 있다(Karolina et al., 2018). GLOBE program은 1994년 NOAA, NASA, NSF, EPA의 지원을 받아 시작되었으며 과학자뿐만 아니라 시민, 학생, 정책입안자들이 함께 참여하여 지역 곳곳의 대기, 수질, 토양, 생태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공유하며, 수집된 데이터를 연구, 교육 및 정책 입안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대표적인 국제 협력 프로그램이다.


요즘은 유튜브나 대중강연 등을 통해서도 일반인들이 다양한 과학 컨텐츠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유튜브에는 온갖 과학전문가들의 강연 영상이나 전문 과학유튜버들의 설명영상들로 가득하다. 특히 과학커뮤니케이터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활약도 눈여겨볼 만하다. 과학커뮤니케이터는 대중에게 과학을 쉽게 전달해주는 사람들을 뜻하는 포괄적 개념이다. 보통 과학은 어렵고 전문가의 영역으로만 여겨지기 쉽지만, 과학커뮤니케이터들은 강연, 토크쇼, 공연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과학의 대중화를 이끄는 역할을 한다.


외국의 경우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이나 그의 후계자 닐 디그래스 타이슨 등 오래 전부터 대중에게 과학을 알기 쉽게 전달해온 전문가들이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근래 매체에 등장하는 과학자들이 늘어나고 있고, 최근에는 많은 유튜버와 커뮤니케이터가 등장하는 등 과학 커뮤니케이션 분야가 발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사물궁이 잡학지식>, <리뷰엉이>, <긱블>, <과학드림>, <1분과학> 등 과학을 전문으로 다루는 유튜브 채널이 다수 존재하며, 유튜브 채널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자 하는 과학 관련 공공기관도 늘고 있다.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는 <과학문화 전문인력>이란 이름으로 강연, 공연, 크리에이터, 저널리스트 등의 분야에서 과학 지식과 문화를 전파하는 인력을 양성하기도 한다.


이들은 과학적 지식을 재미있고 쉽게 전달하며 대중의 과학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복잡한 과학적 개념과 연구 결과를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번역하고, 다양한 형식(영상, 오디오, 글 등)으로 제공함으로써, 대중이 과학적 지식을 쉽게 이해하고 흡수할 수 있게 돕는다. 일종의 선생님 역할을 대신해 주는 것이다. Bromme & Goldman (2014)의 연구에 따르면, 일반 대중의 과학에 대한 지식은 제한적이지만, 과학 교육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이를 극복할 수 있다. 유튜버와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은 과학적 원리와 개념을 시각적이고 직관적인 방식으로 설명하며, 학생들의 호기심과 관심을 끌어내고 과학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형성하게 한다. 또한, 이들은 과학 거부와 유사과학(psudo science)에 대항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Lewandowsky & Oberauer (2016)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의 가치관과 세계관이 과학적 증거를 수용하거나 거부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유튜버와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은 과학적 사고와 비판적 사고를 촉진함으로써, 대중이 유사과학을 구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Lobato & Zimmerman, 2018).


과학 전문 유튜버와 커뮤니케이터는 과학적 방법론의 중요성을 강조하여 과학 거부와 유사과학에 대항한다. 과학적 방법론은 가설 설정, 실험 설계, 데이터 수집 및 분석, 그리고 결과 해석 등의 과정을 포함하므로, 이러한 과정들은 과학적 지식의 타당성을 확보하며 과학적 사고를 촉진하고 유사과학을 방지할 수 있다. 과학 커뮤니케이션은 과학에 대한 신뢰와 이해를 높이는 데도 도움을 준다. Hendricks, Kienhues, & Bromme (2016)의 연구는 과학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는 요인들을 분석하며, 과학 커뮤니케이션의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전략을 제시하였다. 과학 전문 유튜버와 커뮤니케이터는 과학자와 대중 간의 소통을 촉진함으로써 과학에 대한 신뢰를 증진한다. 그들은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대중에게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고, 대중의 질문이나 우려를 과학자에게 전달함으로써 양방향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이를 통해 과학에 대한 대중의 신뢰와 참여를 증진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과학에 대한 신뢰는 과학의 사회적 영향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일반인들의 과학적 소양과 비판적 사고를 발전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유튜브 속 과학콘텐츠를 이용한 교육적 활용 사례


필자 역시도 교사나 학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과학콘텐츠를 제공하고 학교밖 과학교육을 이루어내기 위해 유튜브를 적극 활용해 왔다. 2020년 경기도융합과학교육원에서 교육연구원으로 근무하던 당시 [융과원TV]라는 채널을 만들어 여러 동료들과 함께 경기도융합과학교육원의 대표채널로 성장시켰다. 이 채널은 과학교육 관련 교육영상 제공, 영재교육원 교육자료 축적, 탐구대회 설명자료 안내, 각종 과학교육 홍보 등 다양한 공익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융과원TV]에는 내가 직접 제작한 영상(40여 개)을 비롯 300여 개의 영상이 업로드되어 있는데, 현재 많은 사랑을 받으며 과학문화 확산에 이바지하고 있다(구독자 3,500명) 이상. 자체 보유한 천문관측시설을 활용한 월식, 혜성 관측라이브 행사 등은 특히 전국적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재교육원에서 산출물 연구 과정을 지도하다 보면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이 연구 주제를 선정하는 일이다.



학생들은 너무 거창한 주제를 가져올 때가 많은데, 연구 주제를 고르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나면 정작 연구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는 원인이 된다. 또는 학생의 능력이나 여건에 알맞은 주제를 정한 이후에도 실험을 수행하고 결과를 정리하는 데 서투른 학생이 많다. 이때마다 나는 과학유튜버들의 다소 엉뚱한 실험 영상을 보여주곤 한다. 유튜브 영상은 실제 연구 사례나 보고서보다 학생들로 하여금 연구 과정에 쉽게 다가서게 하는 데 효과적이다. 최근 초등학교 5,6학년 영재교육원 학생들에게 긱블이라는 과학유튜버의 “고기가 익을 때까지 때려봤습니다”라는 영상을 소개했다. 이 영상은 닭고기를 23,034번 때리면 구울 수 있다는 ‘말도 안 되는’ 밈을 소재로 실제 고기를 때려보는 실험을 진행한 과정을 담은 것인데, 때릴 때의 운동에너지가 열로 전환되면 때려서 굽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물음에서 출발한 실험이다. 긱블은 실험을 위해 관련 지식을 살펴보고, 협업을 통해 필요한 도구를 직접 만들기도 한다. 본격적인 실험이 시작된 후 때리는 만큼 고기 온도가 올라감으로써 실험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하지만 실내온도가 고기 온도보다 원래 높았기 때문에 가만두어도 어차피 열평형을 위해 고기 온도는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발견한 채 실험은 종료된다. 단지 재미를 위해 만들어진 영상일 뿐이지만, 이 실험 영상에는 ‘주제 선정’, ‘연구 방법’, ‘변인통제’, ‘실험 설계 및 수행’ 등 영재교육원에서 학생들이 수행하는 산출물 연구의 모든 과정이 담겨 있다. 구체적으로는 본격 실험에 앞선 파일럿 테스트 과정이나, 실험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처하는 과정도 자세히 엿볼 수 있다. 최종적으로 원하는 실험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 단지 ‘실패’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향후 새로운 연구 계획을 수립하는 밑천으로 삼는 과정도 들어 있다. 이처럼 유튜브는 단순히 흥미거리를 넘어 얼마든지 교육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필자는 수도권 한 기초단체에서 주최하는 과학축제의 추진위원을 맡고 있는데, 이곳에서는 행사의 흥행을 위해 잘 알려진 과학 전문 유튜버와 커뮤니케이터를 활용하기도 한다.


해마다 유명 유튜버나 커뮤니케이터를 초청하여 이들의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행사 기간 중 축제 붐을 조성하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이들의 공연과 강연 등은 해마다 관람자들로부터 높은 만족도를 얻기도 했다. 올해는 대중강연 활동을 주로 하는 로봇과학자를 초청한다고 한다. 일상에서 유튜버와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이 제공하는 콘텐츠를 잘 선택하고 활용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자신이나 학생들이 관심 있는 과학 주제를 찾아본다. 유튜브에는 다양한 과학 분야에 대한 영상들이 존재하므로, 다양한 주제를 탐색하며 적합한 콘텐츠를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콘텐츠를 활용하여 집이나 학교에서 과학 관련 토론을 진행해 볼 수도 있다. 학생들이나 가족 구성원들과 영상을 시청한 후 의견을 나누고, 과학적 원리나 현상에 대해 논의해 보기 바란다. 이 과정에서 궁금증이 생기면, 함께 연구하고 탐색함으로써 지식을 확장시킬 수 있다. 유튜버와 과학 커뮤니케이터들 역시 정보의 정확성과 품질에 신경을 써야 한다.


유튜버나 과학 커뮤니케이터는 모든 과학 분야의 전문가일 수 없기 때문에, 과학자들과 협력하여 전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신뢰할 수 있는 출처를 기반으로 문제를 피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를 계기로 과학 커뮤니케이션의 질을 높이고 컨텐츠의 다양성을 확보함으로써, 대중에게 더욱 유익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MZ세대의 진취적 접근방식, 새로운 기회와 도전되길


과학 전문 유튜버와 커뮤니케이터들의 성장은 과학교육계에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인기와 영향력은 과학교육에 다양한 방법으로 적용될 수 있다. 우선 상호 협력을 통하여 과학교육 내용을 제공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과학 교육자들은 유튜버 또는 커뮤니케이터들의 동영상이나 자료를 교실에서 사용하거나, 그들과 함께 교육 활동이나 자료를 제작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복잡한 과학적 개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새로운 방법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과학 전문 유튜버와 커뮤니케이터들은 과학교육과 관련하여 중요한 역할모델이 될 수 있다. 교육자들은 그들이 대중을 상대로 구사하는 전략과 방식을 자신의 교육 방법에 적용할 수 있다.


학교 교육과정과 환경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웠던 주제나 소재, 방법을 적용한 새로운 접근 방식이 가능해질 것이며, 이는 학생들의 과학에 대한 이해를 향상시키고 과학에 대한 흥미를 증진시키는 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 기관 역시 단순히 볼거리를 제공하는 수준에서만 컨텐츠를 소비하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기존 교육 방식을 개선하고 과학교육에 혁신적인 방법을 도입할 수 있는 지원을 해야 한다. 또한 자질과 능력을 갖춘 과학자, 교육자들이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진출할 수 있는 지원 방안도 다양하게 모색할 필요가 있다.


논리적인 자주적 사고 요구되는 현대사회… 성숙한 시민 성장에 도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시민은 다양한 의사결정에 참여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에너지, 의료, 식품 문제 등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위해 과학 정보와 과학적 사고방식을 필요로 하는 문제는 날로 늘어나고 있다. 민주 사회에서 과학은 과학자의 전유물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가 갖춰야 할 기본 상식이라고 보아야 하는 것이다. 이제는 성숙한 시민으로서 과학기술과 관련된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합리적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는 과학적 사고방식과 과학의 한계 등에 대해 기본 이해를 갖출 필요가 있다.


이종선 선생님

이종선 선생님(안양신기초등학교)은 경인교육대학교 초등교육과(학사), 서울대학교 물리교육과(석사졸, 박사수료)에서 수학하였으며, 지난해까지 경기도융합과학교육원 교육연구원으로 재직하며 부설영재교육원을 운영한 바 있다. 국정교과서 집필, 교육대학교 출강 등 연구 및 교육 활동을 병행하고 있으며, 카메라와 각종 전자기기에 진심인 반려인이다. ‘라떼아범 한량쌤 TV’, ‘신기한 TV 우주최강 4학년 3반’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