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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미래 과학교육'이 지향하는 교실수업 수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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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인성 일깨우고 참여 북돋우는 교실수업
과학교육, 미래를 향해 혁신의 길 걷다


2015년 학교교육의 화두는 ‘혁신미래교육’이다. 이는 교육의 혁신을 통해 아이들의 미래를 열어가는 교육을 의미한다. 과도한 입시경쟁, 학교폭력, 자살문제, 학생들의 내면성 파괴 등으로 위기에 직면한 학교교육현장을 새로운 교육으로 혁신하여 학생들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역량과 협동하여 함께 살아가는 역량을 함께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 교육의 혁신을 위해서는 새로운 교육철학과 가치를 모색해야 한다. 무엇보다 자존감, 자율성, 창의성, 협동심이라는 가치를 교육의 중심에 두어야 한다.


글 | 편집부


우리의 미래를 짊어질 인재는 지성과 감성이 균형을 이루며 따뜻한 인성을 갖춘 사람이다. 따라서 혁신미래교육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만들어가면서 동시에 우리사회 공동체의 공공성에 기여할 수 있는 따뜻한 인재를 키워내고, 우리 사회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함께 만들어가는 인간으로 성장시키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타율과 통제의 교육이 아닌 자율과 창의성을 기르는 민주적 교육, 지성·감성·인성이 조화를 이루는 창의교육이 중시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창의적 인재로 성장하며 자신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하려면 과학교육현장에서는 어떤 교육이 이루어져야할까? 지성・감성・인성을 깨우는 창의교육, 학생과 교사가 주체가 되는 참여교육을 통해 한발 앞서 혁신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교사 3인의 교실수업 사례를 통해 혁신미래 과학교육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알아봤다.


인성교육위해 사육·재배 환경으로 꾸민 교실


면목초등학교 4학년 2반 교실에 들어서면 흡사 동식물원에 온 듯하다. 교실 뒤쪽에는 햄스터, 달팽이, 말벌, 금개구리 등 친숙한 동물부터 도심에서 접하기 힘든 동물들이 한자리씩 차지하고 있고 창가와 책장 위에는 할미꽃, 둥굴레, 콩자개, 물배추 등 각종 야생화와 다육식물들이 줄지어 늘어서있다. 그런가하면 사물함 위에는 각종 장난감과 과학도구들이 한 아름 놓여 있고 아이들이 만든 것으로 보이는 공작품들도 빼곡하다.


쉬는 시간이 되자 아이들은 일제히 교실 뒤쪽을 향한다. 동물에게 먹이를 주거나 꽃에 물을 주며 싱글벙글해하기도 하고 새끼를 갓 낳은 햄스터를 위해 일부러 근처를 피하는가 하면 꼼짝 않는 말벌이 아픈 것은 아닌지 걱정스런 눈길을 보내기도 한다. 몇몇은 빙 둘러 앉아 게임기를 가지고 신나게 놀고 어떤 아이들은 과학도구로 간단한 실험을 하느라 여념이 없다. 아이들에게 교실은 더 이상 지루하거나 답답한 곳이 아니었다. 즐거운 교실, 신나는 교실, 머물고 싶은 교실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을까?



평소 인성교육에 관심이 많았던 박용우 교사는 3월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교실을 사육·재배 환경으로 꾸몄다. 작은 동물 및 곤충 사육과 다양한 식물 재배가 아이들의 바른 인성 함양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과 곤충 사육이 어린이 정서와 인성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결과를 본 적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늘 동식물을 가까이 하며 사육과 재배를 통해 폭력적이거나 부적응한 대신 삐뚤어진 인성을 바로 잡고 양보와 배려의 미덕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했습니다.”


사육·재배 환경 조성을 위해 박 교사는 1인1연구교사제 사업 관련 학교 지원금으로 각종 사육상자 및 화분, 작은 동물들을 구입했다. 경제적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직접 곤충을 수집하거나 집에 있는 수족관을 가져와 설치하기도 하고 버려진 화분을 구해와 야생화를 심기도 하였다. 교실은 차츰 생동감 넘치는 교실로 바뀌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들에게서 변화가 나타났다. 계곡에서 잡은 물고기를 가져와 수족관을 채우는가 하면 집에서 가져온 먹이를 주며 동물 사육에 정성을 다했다. 화분을 가져와 직접 분갈이를 하기도 하였다. 아이들은 동물에게 먹이를 주고 돌봐주며 한층 동물들과 가까워졌고 자연스레 동물들의 습성과 특성을 알아갔다. 4학년 2반 강성일 학생은 “주변에서 접하기 어려운 동식물을 직접 보고 만질 수 있어 좋다”며 “서로 먹이를 주려고 경쟁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친구들과 더 친해졌다”고 말했다.


바른 인성 이끄는 긍정적 변화


즐겁고 신나는 교실을 위해 박 교사는 다양한 창의성 계발 도구도 비치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면서도 교육적인 장난감, 게임기, 운동기구 등을 교실에 항상 비치하여 언제든지 가지고 놀며 실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교구는 본래 갖고 있던 것을 가져오거나 저렴한 것을 구매하여 채워나갔다. 아이들은 소리 나는 파이프, 매직카드, 공룡모형 표본도 등 다양한 도구를 통해 간단한 실험을 하거나 과학적 현상을 살펴보기도 하고 게임을 하며 선의의 경쟁을 벌였다. 박 교사는 “열악한 가정환경에서 자라 다양한 교구를 접하지 못한 아이들에게 정서적인 안정을 주고 학교가 즐겁고 오래 머물고 싶은 곳이라는 것을 일깨워주기 위한 시도였다”고 말했다.



수업시간도 인성교육의 장으로 활용했다. 창의적체험활동시간을 이용하여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학공작활동을 하였다. 과학공작활동은 재료비 부담이 크기 때문에 가급적 비용이 들지 않는 선에서 해결하려 노력했다. 과학실이나 학습준비실에 있는 재료를 이용하기도 하고 아이들이 직접 폐품을 가져오기도 하였다. 매주 이뤄지는 과학공작활동은 아이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간 만든 작품도 폐CD를 이용한 착시팽이, 부부젤라, 입체경, 간이분광기 등 20개가 넘는다. 아이들은 과학공작을 하며 과학적 원리를 익히고 직접 만든 공작물을 가지고 공정하게 시합하며 경쟁심을 키웠다.


교실을 사육·재배 환경으로 조성하고 창의성 계발 도구를 비치하고 과학공작활동을 하면서 박 교사는 지성과 인성이 균형을 이루는 긍정적인 효과를 얻었다고 확신한다. “과학에 흥미와 재미를 느끼는 아이들이 늘어났고 교사와 과학자를 꿈꾸는 아이들도 많아졌어요. 무엇보다 아이들의 인성에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다툼이나 왕따가 없어졌고 서로 양보하고 도와주며 배려하는 모습이 많이 발견됐죠.” 결석하는 아이도 없어졌고 등교 시간도 다른 반보다 월등히 빨라졌다. 박 교사는 그 이유로 “아이들이 학교 오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고 급우들과 학급생활하는데 만족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담임교사는 힘들고 신경 쓸 일이 많지만 아이들이 행복한 교실에서는 교사도 행복하다”며 “교사 개개인의 취향이나 장점을 살려 아이들의 성장발달에 도움을 주는 환경을 만들면 아이들의 바른 인성 형성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과학을 매개로 지성·감성·인성 기르는 창의교육


고무줄 비행기를 직접 조립하여 비행기 구조에 대해 알아보는 과학시간. 학생들의 책상에는 정형화된 비행기 조립세트 대신 발사대와 비행기 몸통만이 놓여 있다. 교사는 단지 고무줄의 늘어난 길이만 정해주며 날개를 마음대로 붙여 멀리 날아가는 비행기를 만들 것을 주문한다. 학생들은 몸통에 날개를 이리저리 붙이고 날리는 실험을 반복하며 왜 비행기의 날개가 현재와 같은 모양인지 알게 된다.


“교사의 안내된 과학활동은 한 가지 작품으로 결과물이 나오지만 대신 학생들이 자유롭게 탐구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 다양한 작품들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추론하며 자연스럽게 과학의 원리를 깨닫게 됩니다.”


불암중학교 백종민 과학수석교사는 혁신미래교육의 방향으로 지성·감성·인성을 기르는 창의교육을 제시하며 과학수업을 통해 학생들의 사고력과 창의력 증진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는 “과학수업은 창의교육과 매우 관련 깊다”며 “주의 깊게 관찰하고 다양하게 사고하고 추론하는 과정을 통해 과학적 결론을 얻는 과학적 탐구과정은 사고력과 문제해결력, 창의력을 키우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백 교사는 과학수업 시 창의력을 높이기 위해 반드시 브레인스토밍과 같은 창의력 훈련이 필요하지는 않다고 말한다. 대신 수업에서 창의성이 드러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학습 내용에 대해 학생들이 각자의 다양한 생각을 충분히 드러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자신과 타인의 생각이 다름을 알고 서로 다른 의견을 조정하여 새로운 결론을 얻는 과정이 바로 과학적 탐구과정이죠.”


학생과 교사의 상호작용 통한 과학수업


“과학수업을 통해 미래 핵심역량이 강조하는 협업능력, 의사소통능력, 공감능력, 문제해결력, 비판적사고력 등의 가치를 익힐 수 있습니다.”


백 교사는 크게 3부분에 중점을 두고 창의 과학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첫째, 말하기와 발표하기다. 학습 주제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이 아닐 수 있다는 갈등사례를 제시하고 새로운 지식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 학습과정이라는 생각에서다. 그런 면에서 주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드러내는 과정은 학습의 출발점이 된다. 백 교사는 “말하기와 발표는 학습이 느린 아이들에게는 어려운 활동이기 때문에 교사의 많은 배려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먼저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한 두 문장으로 요약하여 노트에 적도록 한다. 학생이 쓰기를 어려워한다면 의견을 주고받으며 글 쓰는 것을 도와준다. 학생이 노트에 기록한 글을 읽는 것도 발표임을 인정해주고 수업에 참여한 것에 대해 칭찬하거나 참여점수를 부여한다. 이 때 발표할 학생은 손을 들게 하는 것보다 무작위로 선정하여 발표하도록 하면 거부감이 많이 줄어들어 수업 참여를 높일 수 있다. 혹시 선행학습을 한 학생이 바로 답을 말하거나 엉뚱한 답변을 한 경우 다른 학생들이 무시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를 통제하는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과학수업에서 다양한 의견 발표, 경청하기, 공감하기 등 미래 핵심역량을 충분히 키워줄 수 있는 수업분위기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둘째, 자유롭게 구성하기다. 백 교사는 “글쓰기는 학생들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개별적으로 글을 적는 자체가 학생의 두뇌 활동을 자극하는 행위이므로 과학주제와 연계된 글쓰기는 학생의 사고력 향상에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고 확장을 위해 백 교사가 주로 활용하는 방법은 ‘골드버그 장치를 이용하여 다양한 스토리텔링 만들기’다. 다양한 골드버그 그림을 퍼즐 형태로 만들어 학생들에게 제시한 뒤 에너지 전환의 관점에서 조각들을 움직이거나 이동시키면서 골드버그 장치가 작동하도록 스토리보드를 엮어나가게 하는 것이다. 백 교사는 “기존의 한 가지 흐름의 골드버그 장치도 학생들의 다양한 생각으로 여러 가지 스토리들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고 말했다.


세 번째는 학습이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학생의 사고 중간 중간에 징검다리 활동을 제공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볼록렌즈가 빛을 수렴한다는 과학지식을 학생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빛이 곧게 나아가는 레이저를 볼록렌즈 한 면에 비추어 빛이 안쪽으로 굽어지는 것을 관찰하도록 한 뒤 이를 그림으로 그리게 한다. 이후에는 학생들이 반대로 생각하도록 여지를 준 뒤 추론을 통하여 볼록렌즈는 빛을 수렴한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한다.


이러한 일련의 창의 과학교육의 특징은 학생과 교사의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이다. 백 교사는 “교사의 교수위주가 아닌 학생의 학습위주로 관점을 전환해야 한다”며 “교사는 학생에게 열린 마음으로 대하고 학생의 다양한 의견을 수용할 수 있으며 개방적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학생들의 사고력·창의력 훈련이 수업 속에서 많이 향상되기 때문에 학생의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과학적 지식에 대한 교육학적 교과전문성을 교사가 많이 축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학생과 교사가 함께 만드는 학생주도형 참여교육


경복고등학교 2학년 10반 강동호 학생은 수업 전 선생님이 웹에 미리 올려놓은 강의 동영상을 시청하며 수업내용을 미리 학습한다. 화학수업시간이 되자 같은 조 친구들과 토론을 벌이며 함께 과제의 답을 찾아낸다. 예습을 해온 까닭에 의견을 발표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토론하고 발표하는 사이 머릿속 지식들은 구체화·체계화되었고 수업 만족도와 학업 성취도는 더욱 향상됐다.


경복고 전화영 수석교사는 학기 초부터 2학년 3개 학급을 대상으로 ‘거꾸로 교실’과 ‘조별 협동수업’을 운영하여 학생들의 적극적인 수업 참여를 이끌고 있다. 거꾸로 교실은 전날 교사가 올린 동영상 자료를 통해 학생이 미리 수업내용을 예습하고 교실에서는 그와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하며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공부의 흥미, 개념형성 등을 증대시키는 수업이다. 학교에서 수업하고 집에서 숙제하는 기존의 개념을 뒤집은 수업방식이기에 거꾸로 교실이라 부른다. 전 교사는 수업시간에 일방적인 강의를 하는 대신 학생들이 친구들과 조를 이루고 토론을 통해 협업하여 과제의 답을 찾아내도록 이끈다. 학생들은 집에서 미리 지식을 기억하고 이해한 덕분에 학교에서 지식을 적용하고 분석하는 등의 보다 고차원적인 사고능력을 펼칠 수 있다.


여태껏 우리에게 익숙한 교실 풍경은 조용한 분위기에서 선생님이 학습내용을 설명하면 학생들은 이를 노트에 필기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전통적 교육방식인 주입식 교육의 폐단이 지적되면서 이를 개선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 교사는 그 대안으로 거꾸로 교실과 같은 학생주도형 참여수업을 제안한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과 교사, 학생과 학생 간의 다양한 상호작용 속에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수업을 이끌어가도록 하는 것이다. 전 교사는 “주입식 교육은 당장은 대학진학 등에 도움이 될지 몰라도 미래사회에서 의미 있는 창조활동을 하는 데는 도움이 전혀 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미래 이끄는 혁신교육, 희망 주는 참여교육


거꾸로 교실과 토론을 바탕으로 한 조별 협동수업의 가장 큰 장점은 자기주도학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수업에 흥미를 가지고 적극 참여한다. 또한 지식을 단순히 습득하는데 그치지 않고 토론 주제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고 이를 말로 정리하면서 지식을 보다 체계화한다. 또한 친구들과 의견을 주고받으며 몰랐던 부분에 대해 상세히 알기도 한다. 2학년 10반 권일혁 학생은 “친구들과 협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하다 보니 수업준비를 더 열심히 하게 된다”며 “선생님에게 직접적으로 묻기 어려운 질문도 친구들끼리 편히 물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같은 반 강동호 학생은 “토론수업은 메타인지 효과가 있기 때문에 강의식 수업보다 학습 탐구하는 능력을 키우는데 더 적합하다”고 전했다.


물론 학생들의 반응이 처음부터 호의적이지는 않았다. 귀찮다거나 화학에 시간을 더 투자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동영상을 안보고 오는가 하면, 진도가 느리다고 투덜대는 학생도 적지 않았다. 특히 상위권 학생들은 같은 팀원을 가르치며 조별 토론수업을 하는 방식에 불만을 표출하기도 하였다. “즐겁고 효과적으로 수업하기 위해 26년 동안 고수해온 수업방식을 버리고 어렵사리 새로운 교육법을 시도했는데 일부 학생들의 불만이 상당해 마음고생이 심했죠. 다시 강의식 수업을 해달라는 요구를 받을 때면 맥이 탁 풀렸어요.”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던 건 “뚝심을 가지고 밀고나가시라”고 말해준 학생들의 응원덕분이었다. 다행히 선생님을 믿고 열심히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의 시험성적도 서서히 오르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점차 수업방식에 호의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예습과 복습할 때는 물론 시험을 앞두고 동영상을 계속 돌려보는가 하면 동영상을 올리자마자 영상을 봤다는 인증댓글을 실시간으로 올리기도 했다.


처음 시도한 수업방식이었기에 교사의 어려움도 많았다. 수업 전 예습 동영상을 미리 찍어 올려야하기 때문에 교사의 수업준비시간이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또 학생들의 흥미를 북돋우기 위해 다양한 동영상 제작방법을 모색해야 했다. 시간과 노력이 배로 들기 때문에 교사의 열정과 헌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전 교사는 혁신적인 수업방식 도입에 앞서 학생들과의 관계형성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학생과 교사 간 상호신뢰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수업방식을 도입할 경우 아이들의 반발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전 교사는 “교사가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있고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학생들이 교사를 신뢰하게 되면서 이상적인 과학수업을 원활히 이룰 수 있다”고 당부했다. “지난해는 어려움도 많았고 마음고생도 했지만 실패로 끝나지 않은 의미 있는 도전”이었다고 말하는 전 교사는 “앞으로도 미래사회에 대비할 수 있도록 모두가 주인이 되고 자기주도적인 학습이 가능한 수업을 계속 이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