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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좌담] 인공지능(AI)과 학교 과학교육과의 연계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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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인공지능(AI) 시대
과학교육의 본질과 목표 고민하며 교육현장의 변화 모색해야


본격적인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를 맞아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진 지금, 인공지능 시대에 걸맞게 과학교육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인공지능 시대가 다가옴에 따라 기존 암기 위주의 주입식 교육체계로는 미래 시대를 이끌어갈 인재를 배출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이에 ‘인공지능(AI)과 학교 과학교육과의 연계방안’을 주제로 하여 인공지능 시대 우리의 과학교육은 어떻게 달라져야하고 무엇을 준비해야하는지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 일 시

2017년 10월 27일 오후 4시
■ 장 소
서울특별시교육청과학전시관 회의실
■ 사회자
김규상 편집위원장(한성과학고 교감)
■ 참석자
김갑수 서울교육대학교 교수
임완철 성신여자대학교 교수
신동희 중앙대학교 교수
이종환 서울당서초등학교 교사
김재우 서운중학교 교사


스스로 판단하는 인공지능 이미 생활 곳곳에 자리


 사회자  요즘 인공지능과 관련해 우려 섞인 기사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안감 때문에 교육계 종사자나 전문가들이 이 변화에 높은 관심을 보이면서도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오늘 좌담에서는 전문가님들을 모시고 앞으로 과학교육이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하는지에 관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우선 인공지능의 개념을 살펴보고 실제 우리 생활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말씀 나누겠습니다.


 신동희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이라고 하니까 기존의 기술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기술로 여기고 환상적인 기대를 갖거나 과장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이런 기술은 10, 20년 전부터 계속 연구돼왔습니다. 먼저 관점을 정리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임완철  인공지능이란 용어를 사용하면 대화에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는 경우가 생겨서 저는 인공의 인지시스템이라는 용어를 대신 씁니다. IBM에서 왓슨을 설명할 때 쓴 용어인데 이 용어를 쓰면 인공지능과 관련된 연구가 오래 전부터 있었음에도 왜 요즘에 화두로 떠올랐는지에 관한 질문에 대답이 가능합니다. 인공의 인지시스템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인지능력을 갖춘 시스템을 의미합니다. 개인적으로 인공의 인지시스템에 대한 가장 놀랐던 경험은 3~4년 전 네비게이션 앱을 통해서였습니다. 막히지 않는 길을 알려주는 스마트폰 앱이 마치 저를 계속 생각해주는 것 같았죠. 생각해주는 존재를 경험한 건 그 때가 처음이었어요. 또 교육계 종사자들이 깜짝 놀랐던 사례로는 IBM 왓슨과 연결된 인공의 인지시스템 장난감을 들 수 있습니다. 아이와 질문하고 답하며 대화하는 장난감이었는데 교육계에 중요한 영향을 줄만한 사례라고 봅니다.



김규상 사회/편집위원장(한성과학고등학교 교감)

우리 교육현장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많이 바뀌긴 했지만 아직까지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질문하는 수업이 많이 안 이뤄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과학교육이 앞서 언급한 방향으로 가려면 교사와 학교, 교육계 전반적으로 바뀌어

야할 것 같습니다.

이종환 서울당서초등학교 교사

아이들을 가르칠 때 지식체계를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

지만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도록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므로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학생이 되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의미 있는 교육이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임완철 성신여자대학교 교수

창의성이나 스스로 새로운 생각을 이끌어내는 능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앞으로 몇 년간은 과학교육에서 인공지능 자체를 탐구의 대상으로 다루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공의 인지시스템이 건네는 시그널들을 의심해보는 것이죠.




 김갑수  현재 인공지능은 우리 생활의 너무나 많은 곳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음성인식, 자연언어 처리, 사물 인식, 음악, 미술 등 모든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실례로, 개인 비서, 인공지능 스피크, 인공지능 뉴스, 인공지능 채팅 붓, 구글 딥 드림, 구글 브레인, IBM 욋슨 등이 있지요. 제품이 인지작용을 거쳐 판단할 수 있고 결정할 수 있고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면 인공지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딥 러닝(Deep Learning) 기술을 기반으로 발전하면서 인간이 속성을 정의하지 않더라도 여러 다른 속성들을 찾아 분류하는 속성이 있습니다.


 이종환  최근 한 인력소싱업체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서비스를 광고하더군요.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일을 인공지능이 한다는 게 굉장히 아이러니했지만 개개인의 성향과 기업에서 요구하는 조건을 분석해 매칭해주는 건 인공지능이 훨씬 잘할 것 같습니다. 그 광고를 보면서 ‘이제 광고에서도 인공지능을 전면에 내세울 정도가 됐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공지능에 대한 우려와 관심 공존 환상 갖기보다 정확한 판단과 교육 필요


 사회자  일선 과학교육 현장에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도는 어떻습니까. 현재 인공지능과 관련된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지요.


 김재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라는 화두와 관련해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학부모들은 당장 아두이노나 소프트웨어 코딩교육을 해야 하는 게 아닌지 걱정을 많이 합니다. 반에서 1~2명은 코딩 교육을 받더군요. 또한 내년부터 중학교에 정보교과가 도입되는데 이를 대학입시와 연관 지어서 문의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임완철  교사연수에서 인공지능과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대개는 인공지능이 교사를 대체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그 시기가 언제 올지 궁금해 합니다. 일전에 수업시간에 ‘웨어러블 장치로 신체 정보를 측정한 값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관한 사례를 다룬 적이 있는데 굉장히 재밌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웨어러블 장치가 혈중산소포화도와 심장박동수, 혈압 등을 재서 수치를 보여주면 저마다 신기해하면서 그 정보를 해석하고 원인을 분석하는 것이었습니다. ‘왜 서로 심장박동수가 다를까. 나이 때문인가. 몸무게가 달라서일까’하는 식으로요.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는 빅데이터 사례가 있다면 아이들에게 제공해 해석하게 하고 토론의 여지가 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종환  미래에 없어질 직업을 보니 교사는 하위에 랭크돼 있더군요. 언젠가 많은 직업들이 인공지능으로 대체되고 새로운 직업이 나올 겁니다. 그렇다보니 학생도 학부모도 아이들의 진로와 관련해 인공지능에 아무래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신동희  흔히 우려하는 것처럼 인공지능이 많은 직업을 그렇게 빨리 대체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인공지능이 모든 걸 다하지는 못하기 때문이죠. 과학교육에 있어서도 인공지능이 만능이고 미래의 모든 것이 되고 우리 삶을 전부 책임져줄 거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인공지능에 대해 정확히 판단하고 교육을 통해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를 종합적인 관점에서 가르쳐야합니다. 대학 역시 인공지능이나 4차 산업혁명에 대해 관심이 높습니다. 이를테면 학과를 조정하고 창의융합공학과나 인공지능학과 식의 새로운 학과를 만들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런 시류를 너무 따라가기보다 좀 더 근본적으로 인간과 기술의 관계를 이해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할 것 같습니다.


창의적인 사고와 생각하는 힘 길러줘야 인공지능을 탐구 대상으로 다루는 경험도 중요

   
 사회자  인공지능과 연계한 학교 과학교육의 필요성을 살펴보고 현재 과학교육의 가장 큰 과제와 해결방안은 무엇인지 말씀 나누겠습니다. 아울러 바람직한 과학교육의 방향과 관련해 교육방법이나 교육 내용이 어떻게 바뀌어야하는지 제안해주십시오.


 이종환  학생을 가르칠 때 사람보다 인공의 인지시스템이 잘 할 수 있는 부분도 굉장히 많은 것 같습니다. 인공지능의 한 형태인 검색엔진은 학습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효과적으로 찾으면서 학습의 효율적인 자료를 제공해주는 도구로서 충분히 활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우리가 아이들을 가르칠 때 지식체계를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도록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므로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학생이 되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의미 있는 교육이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재우  지금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쳐야할 것은 결국 생각하는 힘, 질문하는 힘이 아닐까요. 앞으로 교육현장에 어떤 형태의 인지시스템이 들어올지 모르지만 무슨 질문을 하고 어떤 답변을 얻어내느냐 하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인지시스템에게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면 그에 맞는 데이터를 제공해줄 텐데요. 과학교육에선 그런 식으로 인지시스템이 활용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신동희 중앙대학교 교수

과학교육에 있어서도 인공지능이 만능이고 미래의

모든 것이 되고 우리 삶을 전부 책임져줄 거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인공지능에 대해 정확히 판단하고

교육을 통해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를 종합적인

관점에서 가르쳐야합니다.


김갑수 서울교육대학교 교수

인공지능은 딥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발전하며 인간이

속성을 정의하지 않더라도 여러 다른 속성들을 찾아 분류합니다. 따라서 과학교육의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경우의 수를 많이 만들어내는 창의적인 생각을 많이 하는 게 중요합니다.

 

김재우 서운중학교 교사

지금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쳐야할 것은 결국 생각하는 힘, 질문하는 힘이 아닐까요. 앞으로 교육현장에 어떤 형태의 인지시스템이 들어올지 모르지만 무슨 질문을 하고 어떤 답변을 얻어내느냐 하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김갑수  인공지능은 딥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발전하며 인간이 속성을 정의하지 않더라도 여러 다른 속성들을 찾아 분류합니다. 따라서 과학교육의 패러다임도 바뀌어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주어진 속성에 값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속성을 찾아 내는 방법이나, 경우의 수를 많이 만들어내는 창의적인 생각을 많이 하는 게 중요합니다.


 임완철  창의성이나 스스로 새로운 생각을 이끌어내는 능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앞으로 몇 년간은 과학교육에서 인공지능 자체를 탐구의 대상으로 다루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공의 인지시스템이 건네는 시그널들을 의심해보는 것이죠. 사실 창의적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없습니다. 어떤 메시지가 한 커뮤니티에서 창의적이라고 평가받아도 그 커뮤니티를 벗어나면 어떤 평가가 나올지 알 수 없습니다. 예컨대 인공의 인지지스템과 인간이 바둑을 둘 때 인공지능이 10년 전의 기보를 학습한 뒤 두는 수를 가리켜 인간은 창의적인 수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기억하고 있는 데이터 총량이 서로 다른데 인공의 인지시스템이 의사결정을 했을 때 인간 커뮤니티에서 그걸 창의적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을까요. 창의적인 사고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게 어폐가 있어 보입니다. 지금은 생각하는 사물이 보내는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한 훈련과 경험이 필요합니다.


 신동희  한국학생과 미국학생의 차이점이 뭐냐면 한국학생들은 수학 수준이 높아 수학을 굉장히 잘하지만 미국학생들은 중학생 때까지도 구구단을 못 외웁니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난 뒤에는 미국학생들이 더 창의적인 면을 보이죠. 발표할 때 미국학생들은 자신의 생각을 굉장히 잘 가공하고 표현하며 설득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문제풀이만 잘할 뿐이어서 ‘왜’라는 물음에 상당히 약하기 때문이죠. 미국은 교육의 전반적인 과정이 지식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서로 토론하고 합의하는 식으로 이뤄집니다.


인공지능 교사 도입, 부작용 고려해야 교사 역량 개발 및 시설 개선 시급


 사회자  마지막으로 인공지능 시대에 맞춰 교사, 학교, 관계기관의 역할은 무엇이고 과학교육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기 위해 어떤 인프라를 갖춰야하는지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임완철  인공지능을 활용한 미래교실에서 인공지능이 아이들에게 필요한 지식을 정확히 전달해주고 잘 지도하고 필요한 자료를 제공해준다면 교사는 무슨 역할을 할까요. 흔히 과학교사의 첫 번째 역량은 과학지식을 전달하는 것이고 그 다음이 인성교육이라고 하는데, 인공지능이 지식 정보를 커뮤니케이션할 능력이 더 뛰어나다는 게 확인되면 과학교사를 뽑을 이유가 없어집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교실을 도입할 것인가 말 것인가부터 검토해야합니다.


 이종환  과학교사의 최우선 역량은 과학지식 전달이 아닌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아이들과 소통을 잘해야 지식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고 아이들 또한 잘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교육은 인공지능이 책임지고 교사는 인성지도를 맡는다면 진정한 인성교육이 이뤄질까요. 아이들이 선생님과의 교감을 통해 인간적인 부분, 좋은 면을 배워나가는 게 학교의 좋은 기능이고 역할 중의 하나인데 인공지능의 교수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인공지능에게 그 일을 맡긴다면 오히려 교사의 설 자리는 없어질 것입니다. 인공지능이 교사의 역할을 대체한다고 했을 때 좋은 정보, 유익한 정보를 주고 내가 필요한 것을 충족해주다보면 어느 순간 인공지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서 기계라는 걸 잊고 인공지능을 친구처럼 생각하는 감정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이죠.


 김재우  내년부터 중학교에 정보교과가 필수과목이 되는데 컴퓨터실 마련 및 교사 충원 준비가 미진해 수업이 제대로 이뤄질지 걱정입니다. 우리 학교만 해도 컴퓨터실 환경이 상당히 열악한 편이고 이웃 학교는 아예 컴퓨터실이 없습니다. 또한 정보교과 교원이 상당히 부족한 상황인데 대부분의 교사는 정보과목이 무엇인지조차 모릅니다.


 김갑수  우선 과학실험실을 토론도 할 수 있고 정보도 수집해서 처리할 수 있도록 바꾸는 등 시설적인 측면에서 대비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지금까지는 교사가 자기 교과만 가르쳤는데 다른 과목끼리 융합해 팀티칭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도 고려해야합니다. 즉, 과학의 실험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학적인 수식을 만들고,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를 이용하여 다양한 실험을 해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사회자  최근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교육대학원 부원장이 기고한 ‘질문도 자기 주장도 없는 교실… 한국 교육은 여전히 개발도상국형’이라는 제목의 글을 봤습니다. 우리 교육현장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많이 바뀌긴 했지만 아직까지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질문하는 수업이 많이 안 이뤄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과학교육이 앞서 언급한 방향으로 가려면 교사와 학교, 교육계 전반적으로 바뀌어야할 것 같습니다. 긴 시간 좋은 얘기를 많이 나눠주셨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인공지능과 학교 과학교육과의 연계방안’을 주제로 한 좌담회가 지난 10월 27일 서울특 별시교육청과학전시관에서 열렸다. 참석자 들은 인공지능 시대 우리의 과학교육은 어떻 게 달라져야하고 무엇을 준비해야하는지 논 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왼쪽부터 김규상 한 성과학고 교감, 이종환 서울당서초 교사, 임 완철 성신여대 교수, 신동희 중앙대 교수, 김 갑수 서울교대 교수, 김재우 서운중 교사)